투자에 대한 소고
디콰에 투자자들 글도 올라오는지라, 제가 투자받았던 경험, 투자요청받은 경험 등을 공유해 봅니다. 인생은 항상 케바케라는 거 전제로 깔고 읽어주세요.
1) 투자받은 경험
투자받을 땐 서로 웃으면서 악수. 그런데 회사 상황이 안좋게 돌아가자 몇 VC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회사 들려서 감시. 감정 스크래치 내는 말도 자주 했었습니다. 추가 투자때는 거의 빌면서 받았습니다. 또 투자약정서에 IPO조건이 있어서 서로 얼굴붉히며 싸운 적도 많았구요. 임원들은 연대보증 들어갔습니다. 진짜 스트레스 ~
다행히 코스닥에 무사히 입성. 한때 코스닥 우량기업 6위 찍었었습니다. 돈벌어주니까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다른 회사 투자할때 자문도 구하고. 투자사는 그냥 은행이라고 보면 되요. 담보없이 신용으로 돈 빌려주는 은행, 여차하면 실험실 계측기에 딱지 붙일 수 있는 존재죠.
아, 투자사 나쁘다는 얘기 아닙니다. 투자란 게 양날의 칼이라는 거죠. 머리속으론 알고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많죠.
2) 투자 요청 받은 경험
나도 먹고 살기 힘든데, 어떤 핀테크 사업하려는 회사가 투자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사업계획서 받아보고 미팅도 했습니다. 겨우 2~4억 정도라서 큰 위험도 없었는데, 결국은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투자자 입장이었죠. 투자자입장은 전략적 투자 아닌 경우 재무적투자죠. 쉽게 말해서 '돈넣고 돈먹는' 그냥 비상장회사 주식투자라고 봐야죠. 저도 그런 관점으로 보게되더라구요.
언제 내 돈을 뺄 수 있을 것인가?
얼마 벌 수 있을 것인가?
최악의 경우 원금에서 손실은?
이런 요소를 따지게 됩니다. 그냥 사채업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는 겁니다.
3) 현재 생각
투자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빠르다는 겁니다. 사람 1명으로 하는 것과 10명 뽑아서 하는 거, 차이가 분명히 있죠.
이런 차이를, 대표이사 믿고 맡기는 투자사라면 투자를 받을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투자를 멀리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첫번째 이유는,
피봇하기 어렵습니다. 화장품 팔겠다고 투자 받았다가 배추 팔 수 있나요? 당연히 투자자는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피봇은 거의 기본이라 할 정도로 자주 일어납니다.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피봇은 엄청 쉽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역시 대표이사의 자유로운 경영이 어렵다는 겁니다. 회사가 잘될 확률이 10%입니다. 90%는 그렇지 않아요. 투자금은 '남의 돈'입니다. 이 돈이 타들어갈 때 초연한 마음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나요? 시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나요? 네, 무리수를 둘 확률이 매우 매우 높습니다. 한번만 돈 더 태우면 될 것 같은 조바심에 빠집니다.
여기서 실명 거론할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유니콘이다 어쩌구 저쩌구 미디어 탔지만 재무제표 보면 이게 회사인지 뭔지 황당한 경우가 많잖아요.
아니, 그런 경우 대표이사에게 권한 주어서 자유롭게 하게 하면 되지 않나요? 피봇도 자유롭게 하고, 업종 전환도 자유롭게 하게 하고, 결국 돈만 벌어다 주면 되잖아요. 라고 순진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게 해도 되요.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면 대형사고가 터집니다. 죄송한 말씀이오나 VC 심사역은 그냥 회사 다니는 회사원이에요. 그 돈이 본인 돈이 아니란 겁니다. 감 잡히시나요? VC 심사역이 비양심적이란 게 아니라, 법이란 시스템을 없애버리면 감당하기 힘든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너무 고지식해 보이는 규칙과 룰에 고착하는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100개 정도 콜드메일 보냅니다. 투자가 어떤 조건인지 들어봐야죠. 싫으면 안받으면 되는 거니까요 ㅎ
결론: 웬만하면 우리 돈으로 하자. 사실 투자자도 그걸 더 좋아한다. 입니다.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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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은 그래도 연대보증 약정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라 다행이네요, 대표님 고생 많으셨고 이번에는 더 좋은 투자자 분들 만나시기를 빕니다! 심사역은...회사원이지만 업계의 존경스러운 많은 분들이 본인의 열정을 넣고 진심을 믿고 있기도 한 것 같아요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곧 뵙겠죠 ㅎ
일찍 뵈어도 좋습니다! 언제든 커피챗 신청해 주세요 ^-^
Paul님의 글을 읽으면서 훨씬 더 넓은 관점으로 업계를 바라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디스콰이엇에서 경험이 많은 멋진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