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박준서
박준서 ·

18살 청춘의 심장과 맞바꾼 것

548일,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해서 계산해봤다. 사실 프로덕트를 만들고 성장하고 지표가 나오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껴야 하는데 프로덕트를 런칭하는 과정까지가 너무 길었던지라 런칭 자체에 대한 의미도 너무 컸다.

약 1년 반 전부터 런칭 순간을 나름대로 상상했었다. 뭔가 벅찬 기분일 것 같았고 뿌듯함 또는 기쁨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23년 5월 6일은 비오는 날 이른 오후 중국집에서 배달시킨 짜장면과 함께하는 뭔지 모를 싱숭생숭한 마음과 후련함이였다.

500일이 넘는 기간동안 배웠다고 생각했다. 경쟁자들만큼 빠르진 못해도 변화했다고 생각했다. 그 기간이 물리적으로 너무 길었다보니 기뻐할 수 없을 만큼 지쳤나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지금 우리에게 너무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절반의 고비를 넘기는게 너무나도 힘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하프라인을 돌았다.

아무런 특별함 없이 플랫폼을 배포하고 몇초 지나지 않아 그 다음 우리가 해야될 것들의 순서를 정하고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해나가기로 약속했다.

사실 배포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은 특별한 기능이 있는것도 아니고 마케팅을 하거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사용자를 늘릴 뚜렷한 방법도 보이지 않고 개발인력 1명과 휴대폰도 간혈적으로밖에 못 쓰는 대표 1명으로 해볼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한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여전하다는 뜻.

그런데 무섭지는 않다. 18살의 어린 나는 기특하게도 이렇게 막막한 상황을 예상했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다. 이젠 마음이 아닌 그저 시간과의 싸움일 뿐.

그 또래 친구들이 노는 걸 보면서 나도 늘 끼고 싶었고 즐기고 싶었다. 청춘이라는 단어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당연히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내 청춘은 창밖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어두운 새벽 3시 쯤에 바쳐졌다. 난 놈이 아닌지라 누군가 재밌게 해내는걸 난 전투적으로 해내야 했다. 즐거움과 여유는 나란놈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는지도.

도대체 그때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보면 뻔히 실패할 것들 투성인데, 그때도 분명 그 사실을 알았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열정적으로 했었을까. 그때 나는 잠시 18살의 여린 심장과 사자의 심장을 맞바꿨나 보다. 이제 쉬지않고 뛰어왔던 심장이 제 역활을 다한 것 같다. 그때 아껴두었던 청춘의 심장을 지금 쓸 수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500여일동안 나란 사람은 하나도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된 Bada와 앞으로의 시간은 열정과 분노의 눈빛 대신 즐거움과 여유로움과 함께하길.


+ 아들의 꿈을 위해 밤낮없이 풀스텍 개발자로 헌신해주신 @tagrag와 아들의 무모한 선택을 지지해주고 나쁜 여건속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신 엄마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바다 Bada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소셜 미디어

2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