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의 신이 되어보세요.
종화의 실리콘밸리 로그 2편
안녕하세요, 초기 스타트업의 스모어의 비즈니스 리드 박종화입니다.
저의 첫 번째 로그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며, 바로 두 번째 로그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제가 지냈던 Bay Area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정말 블루오션이었습니다. 이는 시장의 크기가 크고 경쟁이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조언을 받고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피드백을 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고객개발을 목적으로 두고 있던 저에게는 더욱 그랬죠. 곳곳에 빅테크 기업의 종사자, 투자자, 멘토 등 대화를 나눴을 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커피를 사다가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는 인스타그램의 엔지니어, 또 누군가는 세일즈포스 마케터였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물 반 고기 반이라도 낚시를 할 줄 모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낚시를 하려면 미끼가 필요하듯이, 제가 이들과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 일단 저라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야 했습니다. 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감을 느껴야 할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 다르다.
보통 한국에서는 ‘박종화’라는 사람보다는 ‘스모어’라는 프로덕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어떤 기술인지를 더욱 궁금해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적어도 실리콘밸리는 달랐습니다.
잠재적인 고객이든지 투자자든지 간에 누구든 일단 ‘박종화’라는 사람에 먼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비즈니스, 즉 돈을 어떻게 얼마나 벌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덕트와 기술에 대해서 질문했습니다.
한국의 엘리베이터가 기술력에서 시작해서 비즈니스와 사람으로 올라간다면, 실리콘밸리의 엘리베이터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비즈니스와 기술력으로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질문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순서가 분명 다른 경향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팔로알토 지역에서 만났던 한 멘토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는 스타트업을 보면 ‘세계 최초’, ‘특허받은 기술’ 등을 먼저 어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VC에서 일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보통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찾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팀들이 같은 시기에 최소 3개 이상이라는 것을요. 심지어는 ‘세계 최초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 어필하는 팀의 똑같은 기술을 이미 제가 아는 다른 팀에서 개발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면 중요해지는 것은 기술력보다도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 그리고 당신이 그 돈을 벌기에 적합한 인재냐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가져도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대기업에게 쉽게 기술적으로 따라 잡히는 경우를 매우 흔히 보게 됩니다. 그래서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시장의 크기와 벌 수 있는 돈, 그리고 이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에 먼저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호감을 느끼고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내 프로덕트가 이렇게 대단해’, ‘내가 이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에 앞서서 ‘이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도움을 받거나 협업하기 위해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호감 있게 보일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해 보며 터득한, 저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JB 라고 불러주세요.
출국 전 라운님이 저에게 “종화님, 미국에 가서 스몰 토크의 신이 되어보세요.”라는 짧은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가지 작은 전략을 짜 보았습니다.
해외에서 공부한 적도, 미국에 가본 적도 없다 보니 저는 이렇다 할 영어 이름이 없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새롭게 JB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JB라는 이름이 바로 제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첫 대화를 시작하는 작지만 강력한 전략이었습니다.
일단 저를 소개할 때 JB라고 소개한 후에, ‘굉장히 쉽고 간단한 이름이지? 내 이름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들어볼래?’라고 합니다. 그 후 JB의 뜻을 소개하죠.
내 한글 이름은 종화인데, 이 이름의 뜻은 종소리의 하모니라는 뜻이야. (실제로 제 이름의 한자는 쇠북 종, 화할 화 입니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자꾸 나를 징글벨 (Jingle Bell)이라고 놀려. 그래서 나는 그냥 내 이름을 Jingle Bell의 앞 글자를 따서 JB라고 하기로 했어.
어때, 들어보니까 절대 잊어버리지 못하겠지?
이 말을 들으면 누구든 가볍게라도 웃습니다. 제가 실제로 징글벨이라고 놀림을 받는지 아닌지, 정말로 제 이름의 뜻이 종소리의 하모니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모두 사실이긴 합니다.)
이렇게 첫인사를 하면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일단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웃으며 만난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게 더 쉽겠죠.
2. 그리고 제가 마지막 문장(이제 내 이름 절대 못 잊어버리겠지?)을 덧붙였기 때문에 정말로 제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3. 마지막으로는 이 소재를 통해서 ‘너의 이름은 어떤 의미야? 누가 지어주셨어?’ 등으로 제가 계속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제 제 링크드인 이름이 왜 JB 인지 아시겠죠?
로마에 왔으면 로마 복장으로
또 한 가지 제가 약간의 전략을 사용한 것은 바로 복장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한국에서 포멀한 스타일을 자주 입었고 제 스스로도 그러한 스타일을 좋아해서 복장에 대해 매우 자유로운 회사지만 단 한 번도 후드티를 입고 출근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테크 기업들은 모두 편안한 복장과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러한 자유로운 분위기에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미팅이나 네트워킹 세션이 있을 때마다 되도록 후드티에 청바지, 혹은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낯섦 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말에는 호텔 옆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장의 매장에서 야구팀의 로고가 박혀있는 후드티를 사서 그 옷을 적극적으로 입고 다녔습니다. 이 후드티를 보고 실제로 ‘오 너 자이언츠 팬이야?’라고 말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옷을 입고 정말 로컬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셋 중 하나는 무조건 걸린다.
스몰토크를 통해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나갈 때는 무조건 이 셋 중 하나를 공략하면 된다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 세 가지는 여행, 음식, 콘텐츠 (주로 영화나 스포츠)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는 히스패닉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일례로 가장 부촌이라고 불리는 Palo Alto 동네 이름은 스페인어로 ‘큰 나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동네에 가보니 나무들이 모두 크고 길쭉하더군요. 그리고 스페인 음식점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를 눈여겨본 저는 고등학생 때 스페인어를 전공한 경험을 살려 조금이라도 스페인 음식에 관심이 있거나, 스페인이나 남미에 여행을 다녀왔거나, 혹은 스페인 축구나 영화에 관심이 있는지를 묻고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꽤 높은 확률로 스페인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어 생각보다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양에서 온 사람이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주제가 스페인 문화라니. 게다가 스페인어도 조금 할 줄 안다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첫 시작은 칭찬으로
아무리 대화를 이어나가는 전략과 스킬이 있더라도 첫 시작을 할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특히 핑거푸드가 놓여있는 곳에서 맥주 한잔 들고 다니며 누구든 만나 대화하는 네트워킹 세션이 생소하고 어려운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글로 작성하는 것보다 실제 네트워킹 세션에 처음 가본다면 부담감과 어쩔 줄 모르겠어 식은땀이 흐릅니다. (물론 저만 그런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네트워킹 세션에 한두 번 정도 참여했지만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몰라서 멀뚱멀뚱 서 있던 부끄러운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날부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화의 첫마디를 시작하는지 최대한 관찰했습니다.
제가 관찰했을 때 가장 쉬우면서 강력한 첫마디는 바로 ‘칭찬’이었습니다.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모두가 웃으며 화답해 주었고, 칭찬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했던 칭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까부터 봤는데 선글라스가 참 잘 어울리네요.”
“구두 색이 너무 예쁜데 어디서 산거예요?”
“아까 연설 너무 잘 들었어요. 그런 실력은 타고나는 건가요? 저는 항상 긴장이 되던데요.”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오늘 날씨가 좋네요.” 혹은 “그 선글라스 너무 잘 어울리네요.”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꽤 생소한 문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미국은 그것이 하나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어색하고 부끄럽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특히 미국은 칭찬에 대해 감사함을 매우 잘 표현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겸손함이 미덕이기 때문에 칭찬을 받으면 ‘아니에요’가 더 익숙하고, 미국은 개성을 중요시 여겨 ‘고마워요’라고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종합해 보면, 저는 어떻게든 상대가 웃으며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는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웃을 때 기분이 좋고 나를 웃게 하는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름, 복장, 공감할 주제, 칭찬 등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사소하고, 간단하고, 심지어는 당연해 보이는 전략들입니다. 실제로 저도 라운님이 이렇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서 ‘그냥 평범한 대화 아닌가,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정말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는 말처럼,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이런 준비 없이 결코 좋은 대화와 관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방법에 대해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실행을 해보며 저와 대화하는 상대의 반응에서, 혹은 이후 30분 커피챗으로 이어지는 전환율에서 그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호감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보고 또 실행해보려고 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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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타겟으로부터 호감을 얻을 것인가. 첫번째 단추를 어떻게 여냐가 정말 어려운 숙제인데, 그 어떤 세일즈 인사이트보다 강력한 인사이트였어요!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종화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165에 선정 되었어요 :) https://stib.ee/saZ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