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사진 애플리케이션에 인물 별로 사진이 자동 분류되어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가? 이 기능을 몰랐다면 스마트폰을 켜서 확인해 보아라.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은 내가 찍었던 사진을 인물 별로 정리해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 것일까? 스마트폰은 눈도 없고 두뇌도 없다. 물론 상징적으로 눈과 두뇌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사람의 것처럼 작동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눈도 두뇌도 없는 AI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생성'인가 '창작'인가
요즈음 ChatGPT와 함께 뜨거운 감자가 된 AI의 작품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AI가 그린 그림이다. AI가 그린 그림이어서 주목을 받는다기보다는 너무 퀄리티가 높은 것이 문제이다. 사람의 것과 구별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혹자는 사람이 만든 창작물을 학습하고 조합하여 만들어지는 ‘생성물’이라고 하고, 혹자는 이런 말을 ‘원자력 발전소가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린다’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며 AI도 충분히 ‘창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AI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부터 있었다
고전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예상되는 규칙들을 일일이 프로그램에 삽입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다. 즉 사람이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입력해서 컴퓨터에 논리를 생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프로그램에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논리에 따라 결과값이 나오는 식이다. 예를 들어 병을 진단 해주는 인공지능을 만든다고 해보자. 의사는 기침, 재채기, 두통이라는 과정과 감기라는 결과를 프로그램에 삽입한다. 이제 이 인공지능에 환자가 기침, 재채기, 두통 증상이 있다고 입력하면 인공 지능은 환자가 감기에 걸렸다고 처방을 내릴 것이다. 지능을 가진 프로그램이라기보단 특정 키워드를 가지고 미리 준비된 응답을 출력하는 딱딱한 로봇이라고 하는 게 우리의 직관에 더 와닿는다.
현대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ㅡ 머신러닝
다만 머신러닝은 이와 결이 다르다. ‘입력’과 ‘결과’가 담긴 데이터셋(Dataset, 자료 집합)을 컴퓨터에 넘겨주면 컴퓨터는 그 데이터를 학습하여 ‘과정’을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새로운 입력이 들어오면 선행 단계에서 ‘스스로 만든 과정’에 따라 결과를 내어 놓는다. 수많은 감기 환자에 대한 데이터셋을 학습시키고 환자가 기침, 재채기, 두통 증상이 있다고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만든 ‘과정’을 토대로 환자가 감기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고 처방을 내릴 것이다. 즉 이러한 인공지능은 통계적 확률에 기반한다.
실제 머신러닝 기술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단순히 데이터셋을 가지고 2차원, 3차원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수많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원하는 특정 데이터셋에 가중치를 주는 등의 작업을 거쳐 고도화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가 가진 신경망의 구조와 매우 비슷하다. ‘인공신경망’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인공신경망은 비로소 인공지능의 핵심 논리 체계가 되어 컴퓨터의 두뇌가 된다. 그러나 컴퓨터가 그린 그림이 과연 창작물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더 생각해봐야 한다.
미술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AI
2022년 9월, 미국에서 열린 미술전에서 AI가 그린 그림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사람이 그리지도 않았고 단 한 번의 붓질조차 하지 않은 생성물이 어떻게 미술전에서 우승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수많은 창작물을, 그것도 원작자의 허락도 없이 데이터셋으로 활용해 만들어진 일개 ‘조합품’은 절대로 예술작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머신러닝을 이해한 독자라면 AI가 그렇게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반론할 수 있다. 실제로 AI는 단순히 그림을 베끼고 조합품을 생성하는 것이 아닌 이제껏 인간이 그려내지 못한 작품을 그려낸다. 우리의 신경망 구조를 본뜬 인공신경망을 통해 인간과 거의 똑같은 논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제 그림은 학습에 쓰지 마세요
게다가 AI가 학습에 사용한 인간의 창작물-인터넷에 게시된 그림은 모두가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AI가 그림을 학습하는 과정은 사람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거나 기법을 학습하여 실력을 키우는 과정과 동일하다. 사람이 아닌 AI가 내 그림을 보고 배우는 것이 싫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된 그림을 학습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우리가 공개된 그림을 볼 때 ‘열람료’를 내진 않지 않는가?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또 AI 그림의 우승에 반대하는 이들은,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해 생성된 그림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미술전에서 우승을 거머쥔 우승자 제이슨 M. 앨런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AI에게 설명문을 입력하는 데 80시간이 걸렸다고 항변했다. 미술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노력에 버금가는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앨런이 그림을 생성하는 데 사용한 프로그램은 누구나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손가락 몇 번 까딱이면 되는 노력이었으면 모두가 AI로 뛰어난 작품을 생성했을 것이고 우승자를 가릴 수 없었을 것이다. AI로 그림을 생성하기 위한 과정이 결코 단순한 과정은 아니란 뜻이다.
영원한 우리의 동반자
이러한 사례를 보면 10년 후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 지 정말 궁금해진다. 어쩌면 미래에는 AI 아티스트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AI에게 적절한 텍스트를 넣어서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내는 전문 기술자 말이다. AI는 필연적으로 우리 미래와 함께 할 것이다. 마냥 배척하고 반대하기 보다는 변화에 발맞춰 함께 상생하는 편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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