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파운더에게 사랑받으려 하면 안된다.
심사역이 파운더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파운더의 문제를 같은 팀원으로써 봐주고,
둘째, 다양한 자본을 빨리 많이 자주 연결해주고,
셋째, 먼저 체크인하고,
넷째, 적극적으로 그 팀을 PR 해주라는 것.
특히 파운더 출신이 아닌 심사역에게 많이 건네지는 조언인데, 창업을 하고 투자자 자리에 앉았다가 다시 창업을 한 입장에서 보면 4가지 모두 파운더에게 비용이 되는 지점이 있다.
오늘은 이 통념을 하나씩 뒤집어보려 한다.
1️⃣ 같은 팀원으로 앉으면, 쓴말이 무뎌진다.
투자자가 되고 나서 창업을 해보니, 똑같은 내 사업을 투자자 관점과 창업자 관점으로 수시로 Switching하며 보게 되는데, 나는 이걸 투자자 출신 창업자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꼽는다. macro와 리스크를 보는 그 관점은 매일 실행에 파묻혀 있는 파운더에게 가장 부족한 관점이고, 파운더가 심사역에게 돈과 함께 받는 것도 사실 그 관점이다. 심사역이 팀원의 시선으로만 보기 시작하면 이 관점부터 흐려진다.
나를 위하는 투자자라면 아닌거 같다 싶을때, 아니라고 얘기할수 있어야 한다. 쓴말을 할수 있다는건 기준이 있다는 뜻이고, 불편할 정도로 솔직한 피드백은 파운더의 창업 기준을 높인다. 800개 넘는 팀의 투자자 미팅을 옆에서 보면서 정리했던 패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데, 미팅이 "잘 됐다"고 느낀 팀은 후속 미팅을 못 잡고, "좀 불편했다"는 팀이 오히려 다음 라운드로 넘어갔다.
작년 12월엔 밑도 끝도 없이 긍정적인 파운더에겐 비판가 공동파운더가 필요 없다고 썼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그건 공동파운더 얘기였고, 심사역 자리에까지 긍정가를 앉힐 이유는 없다.
불편해도, 아닌건 아니라고 하자.
2️⃣ 많이 돌린 딜은, 손탄 딜로 읽힌다.
모든 투자자들은 자기만 알고 있는, 아무에게도 손타지 않은 청정하고 비밀스러운 딜을 환상한다. 그래서 심사역이 빨리, 많이, 자주 돌린 딜은 받는 쪽 입장에서 이미 여기저기 손탄 딜로 읽힌다.
게다가 좋은 투자자는 많지만 그 회사의 스테이지, 산업, 실험 방식, 성장 전략과 맞는 투자자는 극소수다. 한국 기준, 1명 될듯 말듯이다. 극초기 딜들은 많아야 1-2억 투자를 하는데, 맞지 않는 투자자들을 한 바퀴 도는데 파운더가 허비하는 리소스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 차라리 1-2억 우리가 벌면 된다.
소개는 맞는 한두 곳이면 된다.
3️⃣ 체크인 주기는, 파운더가 정해야 한다.
투자를 받은 파운더가 절망하는 순간 중 하나는, 투자유치를 마무리하기 무섭게 찾아오는 실적과 기대치의 압박이다. 이 부담을 떨쳐내려는 노력이 오히려 파운더의 창의력을 경직시키기도 한다. 그 시기에 투자자가 먼저 보내는 "요즘 어떠세요?"는, 파운더 입장에선 안부보다 중간 점검에 가깝게 들린다.
평소 연락이 없던 투자자에게 위기때 전화하기 어려운건 맞다. 그래서 리추얼은 필요한데, 시간을 아껴줘야지 낭비하는 사이가 되면 안된다. 관계빌딩을 위한 시간은 되도록 짧고 임팩트있게 가져가고, 파운더가 실무와 팀관리에 시간을 맘껏 쏟을수 있게 하는게 먼저다. 내가 좋은 엔젤의 조건으로 적었던것도 지나친 간섭은 안 하면서, 위기 때 전화 한 통으로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연락 주기는 파운더에게 맡겨두자.
4️⃣ 파운더의 목소리는, 투자자가 대신 못 낸다.
콜드메일 100통보다 포스팅 1개가 낫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미팅은 시작부터 을이 아닌데, 이때 그 글은 파운더 본인의 글이어야 한다. 요즘은 스타트업 서비스도 파운더를 보고 구매 결정을 하고, 미국 투자자들도 미디어나 블로그, 트위터에서 창업자의 존재감이 얼마나 느껴지는지를 참고한다. 투자자가 대신 써준 축하 글로는 이 존재감이 쌓이지 않는다.
투자자는 리포스트 정도면 충분하다.
파운더가 다음 라운드에서 다시 찾는 심사역이 되려 한다면, 누구보다 더 빠르게 쓴소리 해줄수 있어야 한다.
Founder Sprint 4주 동안 내가 앉는 자리도 팀원보다는 기준 쪽에 가깝다. 미국 현지 VC, YC 출신 파운더들과 팀의 가설을 다시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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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https://lnkd.in/gnSfZb_3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창업자가 투자자와 맺어야 하는 관계의 기준 5가지 - https://lnkd.in/p/g2Q5hC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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