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텐션이 좋아도, 그 이후를 말 못한다면 파트너 미팅을 넘기 어렵다.
· 지표가 좋다면, 그 원인까지 알자.
심사역때, 6-7개월 정도 팀에 붙어서 멘토링하며 빌딩 중이던 딜이 있었다. 제조 수리업 분야의 Vertical SaaS였고, OCR과 머신러닝을 적용한 OS를 대규모 프렌차이즈들과 제조사들에게 적용시키겠다는게 가설이었다.
하우스 이벤트에도 파운더를 초대해 미리 파트너와 심사역들에게 인사시키고, 몇주 후 IC에 올렸다. 파트너 미팅이 잡혔다. 첨언하면, 파트너는 쿡킹된 딜, 그러니까 내 심사역의 리소스가 상당히 들어간 딜에 대해 기대치가 높다. 심사역도 그동안 다른 딜을 못본거니, 은근 부담되는 자리가 된다.
고로 이쯤되면 심사역과 파운더는 한팀으로 움직이며, 마치 CSO로써 IR 미팅 전에 파운더에게 여러 번 가이드를 드리게 된다. 이번 IR의 경우, 현재 트랙션이 대기업과의 POC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과의 매출 정도였고, 극초기 딜인 것과 파운더가 IR 카리스마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 빠른 사업단의 실행력과 프로덕트 Moat로 승부를 내야 하는 케이스였다.
1️⃣ 좋은 숫자는 다음 질문을 부른다.
그렇게 IR이 진행된다.
피터: "파트너님, 이번에 제가 소개드릴 팀입니다. XX님과 더불어 총 3명의 코파운더분들은 S대 출신, 데이터분석 분야로 획은 그었던 기업에 오랜기간 함께 일하셨고, 현재 제조 수리업 분야 SaaS를 만들고 계세요”.
미팅이 진행되고, 팀소개, 트랙션, 팀 장표까지 무난하게 지나 이제 시장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파트너: “초기 트랙션도 있고, 기술력도 있는거 같아요. 근데 대표님은 왜 이 분야를 탭핑하신거에요?”
이 경우, 위 질문의 의도를 아래 3가지 정도로 유추하고 대응할수 있는데
A. 큰 그림을 잘 모르겠다.
대응법: Wedge. 현 프로덕트에서 모이는 데이터/인사이트가 어떤 인접 분야/시장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단계별 새로운 인사이트 제공.
B. 팀을 보니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닌거 같다.
대응법: Founder-Market Fit. 사적인 네트워크 또는 파운더 본인의 스토리로, 이 업계에 어떻게 발담그게 됐는지, 어떤 문제를 포착했는지 감정을 담아 설명하고, 질문자가 처음 들어봤을만한 새로운 거시적 인사이트 제공.
C. 시장이 작아 보인다.
대응법: Why now. 고객 수 × 단가로 계산한 바텀업 시장 규모를 제시하고, 왜 지금 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지를 근거와 함께 짚어준다.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한데, ‘다 안다’ 보다는, ‘생각한 부분이고, 여기까지는 생각했다’ 정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위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파운더는 페이스를 잃었고, “좀더 자료를 준비해보겠습니다”는 식의 답변으로 IR이 마무리 되었다.
2️⃣ 내가 딜마다 리텐션 노하우를 반드시 묻는 이유.
결국 딜은 해당 기간에 투자까지 가지 못했고, 다른 하우스가 추후 투자하게 된다.
투자자 자리에 앉아보면, 팀이 뽐내고 싶은 좋은 숫자란게 결국 다음 리스크에 대한 VC 질문의 시작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잘하는 팀은 이럴때 사용할수 있는 카드들을 여럿 준비하고, 제때 활용해야 하며, 카드들을 모으기 위해 부지런해야 한다.
어떤 IR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기는 법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리텐션이 좋다면,
A. 왜 (어떤 깊은 문제들이 풀리고 있길래) 그런지 반드시 알아야 하고,
B. 그 좋은 리텐션이 사업을 next step으로 확장하는데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말할수 있어야 한다.
3️⃣ 챌린지에 에너지가 드는 미팅.
이유가 빠진 숫자를 들으면, 투자자는 그 이유를 직접 캐묻느라 챌린지를 하게 된다. 미팅을 하고나서, 창업가의 일방적인 논리를 듣고 챌린지하는데에 상당한 에너지가 쓰였다면, 거의 모든 경우, 좋은 딜이 아닌게 된다. 좋은 창업가와의 대화는
첫째, 중립적이며 관찰적(?)이고,
둘째, 상식적인 의견들의 취합이기에 물흐르듯 진행되고,
셋째, 편하게, 서로가 배우며, 스스로 설득되며 진행된다.
그날 파트너 미팅은 애매한 미팅류에 속한다. 그래도 완전 아닌것 보단 나은데, 그렇다고 딜을 미스한다고 해도 그리 아쉽지 않은. 소개를 받는 딜들중 70-80%가 여기에 속한다.
정리해보자.
· ‘좋은 트랙션이 있다’로 끝나면 안된다.
· 리텐션 숫자보다, 그 숫자를 지켜낸 노하우에서 우리 깊이를 어필하자.
· 좋은 IR은 팽팽한 공방전이 아니라, 양쪽이 스스로 설득된다.
지표가 있다면, 투자자는 숫자보다, 그 다음이 궁금하다.
라운드를 돌기 전, 리텐션 숫자 다음 문장을 만들수 있는 가장 비싼 시간이다. Founder Sprint는 이 시기에 팀의 가설, ICP, 미국 진출 방향을 빠르게 다시 검증한다. 지금이 그 시기라면, FS에서 같이 뜯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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