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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AI를 위한 10주간의 여정

  호기롭게 ‘프로젝트 랩’ 수업에 대한 나의 제안서를 쓴지도 벌써 10주가 지났다. 이 글은 해당 프로젝트의 회고 및 내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작성되었고, 전체 글은 해당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교수님이 나에게 어떤 알파벳의 학점을 주실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평가하였을 때, 나의 이번 프로젝트는 50점짜리인 것 같다.

잘한 점

내가 생각하였을 때, 내 연구가 가지는 장점은 vFHE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그리고 가장 최신의 가이드라는 점이다(그래서 제목을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vFHE’라고 정하기도 하였다). vFHE(verifiable Fully Homomorphic Encryption, 검증가능한 완전 동형암호학)는 내 생각보다도 더 초기 단계의 기술이었다. 내가 vFHE에 대해서 공부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본 결과, vFHE의 의의와 개념부터 시작해서 초심자가 보기에 좋은 논문은 하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부해본 결과, 해당 논문은 너무나도 훌룡하였지만, 아쉬웠던 점은 다음과 같다.

  • vFHE는 ‘ZKP’와 ‘FHE’라는 두 기술이 융합한 것인데, 내가 느끼기에 해당 논문은 이 두 가지 기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였다. 따라서, 이미 ZKP와 FHE에 대해서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없지만, 아예 초심자에게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 해당 논문은 2023년 1월에 공개되었기 때문에, 딱히 오래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vFHE가 워낙 초기이고, 최근 들어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에, 해당 논문이 작성된 이후로 공개된 최신 vFHE 연구들에 대한 언급이 부재하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 두 가지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1) 이 작업물 하나만 봐도 ZKP, FHE, 그리고 vFHE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2) 2024년 6월 기준으로 주목해볼만한 가장 최신의 vFHE 연구들을 담아서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하였다.

못한 점

일단 냉정하게 봐서 내가 만든 결과물은 기존에 존재하는 여러 연구 및 자료들을 잘 조합한 콜라주에 불과하다. 물론, 이 역시 의미를 가지긴 하지만, 원래 내가 제안서에서 목표로 하였던 것처럼 기존에 없던 무언가,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연구들에서 적어도 반발자국이라도 나가려는 시도는 분명 실패하였다. 또한, 제안서에서도 우려한대로 나의 주제 선정은 너무나도 방대하고, 과하였다. ZKP나 FHE에 대해서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달려들다보니, 10주동안 해당 기술들을 먼저 이해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고, 이는 앞서 언급한 반 발자국을 못나가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진행한 연구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해볼 것인데, 크게 문제 의식과 해결책, 이 두 가지로 나눠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2. 문제 의식

2.1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

우리가 머신러닝을 사용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1) 직접 자신의 모델을 훈련시킨 뒤에 사용하는 형태 하나와, 2) 머신러닝을 서비스로 사용하는 MLaaS(ML as a Service)로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chatGPT를 사용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도 OpenAI에서 자체적으로 훈련시킨 모델을 우리가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MLaaS의 한 가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된 문제 의식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정들에서 비롯되었다.

  • ML 모델에서 주된 차별점은 데이터와 연산 능력이다.

  • 소수의 거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 및 개인들은 앞서 언급한 MLaaS를 통해서 머신러닝을 이용할 것이다.

  • 가까운 미래에 ML 서비스들은 우리 삶에 더 깊이 관여하기 시작할 것이다.

ML 모댈애서의 주된 차별점이 데이터와 연산 능력이라면, 이에 대한 큰 투자가 가능한 소수의 거대 기업들에 의한 모델들이 시장을 독점할 것이고, 나머지 기업과 개인들은 해당 기업들이 제공하는 MLaaS를 통해서 머신러닝을 이용할 것이며, 사람들에 삶에 ML 서비스가 더욱더 녹아들수록, 우리의 삶은 해당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소비할 컨텐츠의 추천부터, 질병 진단까지 소수의 기업들이 소유한 머신러닝 모델에 의해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의해서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나에게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떠올리게 하였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단순히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주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우리의 삶이 의존하게 되었을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는 페이스북 사태를 통해서 이미 경험하였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에 따라서, ML 서비스들이 우리의 삶에 더 깊이 관여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유저 및 모델 제공자들의 안전에 대해서 고민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저의 안전을 고민하는 방향성과 더 뛰어난 ML 모델을 만드는 방향성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전자는 후자만큼이나 현 시대에 해결해야하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2 유저의 입장에서 안전한 머신러닝 서비스란?

우리가 현재 고려하는 MLaaS 시나리오에서 유저가 원하는 ‘안전’이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 MLaaS 서비스의 전체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모델 제공자(Model Provider, 이하 MP)의 모델 배포:MP는 미리 학습시킨 모델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여, 유저는 별도의 학습 과정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유저가 자신의 데이터로 추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모델을 제공할수도 있다.

  2. 유저의 데이터 제공:유저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플랫폼은 데이터를 전처리하여 모델 학습이나 예측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합니다.

  3. 연산 및 결과 제공:MP는 유저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예측 연산을 수행한 뒤에, 연산 결과를 유저에게 제공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API 형태로 이루어진다.

해당 시나리오에서 나는 유저가 자신이 ‘안전한’ 머신러닝 서비스를 쓰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데이터 프라이버시:유저는 아마 MP로부터 최대한 자신의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을 것이다. 특히 더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MLaaS일수록, 유저들은 혹시 모를 데이터 유출과 같은 사태를 대비하여, 서비스 성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적은 양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싶을 것이다.

  2. 결과가 ‘옳은지’ 검증:여기서 ‘옳다’란 MP가 1) 내가 제출한 데이터로, 2) 기존에 약속한 모델을 사용하였는지를 의미하는 결과의 도출 과정 중의 옳음을 의미한다. 만약 MP가 내가 업로드한 데이터가 아닌 다른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원래 약속한 모델보다 더 저렴한 모델, 혹은 악의적인 모델을 사용한 결과값을 나에게 제출한다면, 이는 ‘옳지 않은’ 결과일 것이고, 유저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유저 입장에서는 결과가 옳은지 검증하고 싶을 것이다.

vFHE는 유저들에게 안전음 담보함으로써, AI 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더 민감한 산업까지 확대시켜준다. 가끔 나는 AI가 우리 정신건강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이미 Wysa나 Youper와 같은 서비스들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내가 유저라면, 개인정보 유출이 무서워서 못 쓸 것 같다. 정신 건강인만큼, 정말 개인적인 정보들을 주고 받을 것인데,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불안하지 않을까? 그럴때 vFHE와 같이 암호학적으로 유저에게 안전은 담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다.

3. 해결책

3.1 왜 하필 vFHE인가?

위 문제에 대해서 vFHE가 가장 적합한 해결책인 이유는 vFHE가 ‘FHE’라는 기술과 ‘ZKP’라는 기술이 합쳐진 것이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의 학습, 배포, 사용하는 과정 중에서 데이터를 보호하는 여러가지 기술들을 우리는 Privacy Preserving Machine Learning(이하, PPML)라고 부른다. PPML들은 각각의 장단점들을 가지고, 어떤 상황을 가정하느냐에 따라서, 가장 적합한 PPML은 상이하다.

여러 PPML에 대한 비교가 궁금한 경우, Bagel의 해당 글을 추천한다. 

Bagel, With Great Data, Comes Great Responsibility

Bagel, With Great Data, Comes Great Responsibility

결론적으로 말하면, FHE는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데 가장 뛰어나고, ZKP는 임의의 연산의 ‘옳음’을 검증하는데 가장 뛰어나다. 이는 앞서 유저가 원하는 두가지 속성과 일치하고, 따라서, 이 두 기술을 합친 vFHE는 우리가 현재 고려하는 문제에 대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일 수 밖에 없다. vFHE는 기존의 FHE에서 ZKP를 통해서 해당 연산을 검증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FHE(Fully Homomorphic Encryption)란,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고도 임의의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고, ZKP(Zero-Knowledge Proof)란, 특정 연산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그 연산이 약속대로 수행하였음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3.2 vFHE의 가장 큰 문제는 실용성

vFHE는 FHE와 ZKP라는 이미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기술 두 개가 합쳐진 형태이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효율성 및 실용성이다. 따라서, 현재 vFHE에 대한 최신 연구들은 vFHE의 실용성을 앞당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는 다양한 FHE & ZKP 방식의 조합, 다양한 최적화 트릭들을 이용한다.

Moyed,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vFHE

Moyed,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vFHE

4. 끝인데 시작인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다음과 같다.

  • AI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함.

  • MLaaS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신러닝에 접근하는 상황에서 vFHE가 최적의 솔루션(온디바이스 AI의 시장 점유율에 따라서 해당 가정은 틀릴 가능성도 존재).

  • 현재 vFHE의 가장 큰 문제는 실용성, 하지만 최근 들어서 연구가 활발함.

해당 프로젝트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이, 이번 여름에 2024 PSE Core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암호학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경험이 부족하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나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적어서 매우 아쉬웠다. 이때 운명적으로 2024 PSE Core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ZKP와 FHE에 대한 이론적 큰 그림을 그린 현재, 암호학과 관련된 프로그래밍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해당 프로그램이 나에게 매우 좋은 다음 스텝이라고 생각해 바로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난이도가 있는 만큼, 기존에 프로그래밍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생각하였지만, 이번 프로젝트 결과물과 함께 열정을 좋게 봐주셔서 합격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7월 말부터 9월까지는 또 새로운 스텝을 밟아보려고 하고,이 역시 끝나면 회고와 함꼐 공유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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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Protocol은 디지털 네이티브 IP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프라는 느릴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느린 인프라를 새로운 & 적절한 기술로 해결하려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불리쉬한데, Story Protocol은 그러한 점에서 매우 기대되는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글에서는 음악 산업을 대표적인 에시로 들었지만, 과거 IP에 대한 규제가 설립된 이후로 디지털 IP 산업은 크게 발전해왔고, '디지털 네이티브 IP 관리 체계의 부재'로 인하여 보상 받을 사람이 못 받고, 지켜줘야하는 창작자들을 못 지켜주는 현상이 빈번합니다.

그렇다면, 바로 Story Protocol이 이러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인프라 프로젝트일수록 부트스트래핑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 초기에 어떤 유명 ip를 온보딩시키냐가 중요할 것.
- 높은 확률로 학술 논문 산업의 arxiv.org처럼 parallel infrastructure로써의 역할을 할 것.
- Web3 네이티브 IP나 Web3 프로젝트와의 시너지가 초기 하잎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

인프라 프로젝트인만큼 쉽지 않은 길이지만, 문제를 만들어서 풀려고 하는 몇몇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달리, Story Protocol은 실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야망이 있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싶습니다!

전체 글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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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로부터 새로 만드는 통화 발행 시스템, 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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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은 크립토에서 검증된 몇 안되는 PMF로 주목받아왔습니다. YC의 'Request for Startups'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을 정도로 말입니다.

-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Ethana Labs처럼 크립토 네이티브한 자산을 담보로써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부터, 클래식하게 달러를 담보로 하여서 $USDC를 발행해주는 Circle까지 그 종류와 스펙트럼은 방대합니다.

- 하지만, 단순히 기존 화폐 발행 시스템의 프록시 레이어를 만드는 것이 아닌, 통화 발행 시스템/스택 자체를 바닥부터 다시 고민하는 팀은 굉장히 희귀하고, M^0 Labs는 여기에 해당합니다.

- 점차 국경없이, 디지털 네이티브하게 변화하는 금융 생활의 모습에 맞는 새로운 통화 발행 및 관리 시스템을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협업(coordination layer)로 만들려는 M^0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전문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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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목할만한 크립토 산업의 내러티브 3가지!

사전 고지: 본 글은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되었고 투자, 법률, 자문 등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본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마십시오.

1. 들어가며

이제 과거만큼 크립토 산업을 팔로업하지는 않는다. 사실 크립토 산업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업&다운들을 더 이상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크립토 산업의 3가지 내러티브를 아주 빠르게,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각 챕터의 참고 자료 부분에 언급된 글들을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만약, 내가 크립토 산업에 투자하는 VC였다면, 해당 분야의 밋업을 열어서 잠재적 파운더들과의 컨택을 쌓거나, 관련된 아티클 작성이나 이벤트 참여를 통해서 해외에서 해당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VC와 네트워킹을 해서 딜 쉐어링을 받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2. Desci

2.1 Tl;dr

  • 기존 과학계는 너무 고여서 문제가 많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음.

  • 크립토의 토큰을 통한 빠른 회수와 바이오 산업의 매력적인 특허가 만나서 굉장히 신선함.

2.2 매력적인 이유

일단 내가 Desci를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과거 나의 글, ‘Science 3.0 | vol1. 과학계는 혁신이 필요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고, 많은 논거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조금 더 신뢰를 부여하기 위해서 크립토 산업에서 이름 있는 두 명을 언급하려고 한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바이낸스 (전) CEO 창펑자오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이미 ResearchHub라는 Desci 스타트업의 CEO이고, 작년에는 그가 가지고 있던 코인베이스 주식의 2%를 매도하여서, 해당 회사에 사용한만큼 Desci에 진심이다. 참고로 ResearchHub는 기존의 저널 퍼블리싱 과정을 혁신하려는 스타트업으로, 목적은 과학자들을 위한 깃허브, UX는 레딧, 인센티브는 크립토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회사는 Replit CEO Amjad Massad, YCombinator Garry Tan, Vercel 창업자 Guillermo Rauch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스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였다.

최근 바이낸스를 떠난, 창펑자오도 다음 행선지를 Desci로 밝혔다. 아직까지 더 이상 밝혀진 정보는 없지만, 바이낸스 & 코인베이스의 현/전 CEO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포텐셜이 높다는 것인데, 현재 Desci 분야는 마이너한 산업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출처: ResearchHub

출처: ResearchHub

2.3 VitaDAO & Friends

현재 Desci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려면, 해당 산업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쉽게 알 수 있다. VitaDAO의 2023년 회고 글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200개가 넘는 프로젝트 분석하고, 그 중에서 20개의 프로젝트를 펀딩, 여기에는 뇌조직 대체 기술, 노화 평가 앱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포함되어 있다.

  • MatrixBio라는 바이오테크 회사 창업, 해당 회사는 암 및 노화 관련 질환을 위한 고분자량 히알루론산(HMW-HA)를 레버리할 예정이다.

  • ‘The Longevist’라는 리서치 저널 시작

  • Zuzalu에서 컨퍼런스 참여

  • Foresight Institute와 Methselah Foundation과 함께 Longevity Prize를 비롯한 여러 펀딩 프로그램 시작

  • Pfizer Ventures, Shine Capital, L1 Digital, Balaji Srinivasan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

  • VitaDAO 해커톤 개최

  • +3400 토큰 홀더

정말 간단하게 얘기해서, 해당 DAO는 화이자 벤처스로부터 투자받고, 바이오테크 회사를 만들었으며, 약 20개가 넘는 연구를 펀딩하며, 장수(Longevity)와 관련된 해커톤, 컨퍼런스, 팟캐스트, 저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목해볼만한 Desci 프로젝트들은 다음과 같다.

  • HairDAO: 탈모환자들이 함께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 해가면서 답을 찾아가는 DAO

  • Molecule: 바이오 산업의 핵심인 특허(IP)를 토큰화하여서 그 부분(Fractionalized-NFT)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트업

  • ResearchHub: 앞서 설명

현재 세계 곳곳에서 Desci와 관련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데, Desci Japan도 있는만큼 어서 Desci Korea도 누군가가 잘 준비했으면 열었으면 좋겠다. 내가 만약 신생 VC라면, 빠르게 Desci 분야에 대해서 이름을 알려서 차별화를 만들 것 같다.

2.4 참고 자료

3. Farcaster

3.1 Tl;dr

Farcaster는 크립토 x 이커머스를 성사시킬 가능성을 지녔다. 기존의 Desoc가 돌리지 못했던 Flywheel을 Frames라는 간단하지만, 확장성 높은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현재 크립토 산업의 똑똑한 개발자들이 Farcaster로 몰려들고 있다. 

3.2 매력적인 이유

Farcaster는 기존에 유저의 니즈를 블록체인으로써 채워준 좋은 유즈 케이스이다. 쉽게 얘기해서 ‘유저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는 중에 원클릭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유저가 트위터 피드를 내리는 중에 원클릭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에게 팁을 줄 수 있다면?’… 이다.

왜 기존에는 이게 안되었나?

→ 여러 주체들이 끼여있기 때문에 원클릭으로는 힘들다. 인스타그램에서 물건을 보고 구매하려면 결국 다시 웹사이트로 리다이렉트되서 카드나 카카오페이를 통해서 구매하게 된다. 여기서 인스타그램, 판매 사이트, 결제사 등의 전부 다른 주체들이 껴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피드를 내리는 중에 원클릭 구매가 불가능하다.

왜 블록체인은 되는가?

→ Farcaster의 유저들은 이미 크립토 지갑을 계정에 연결시켜놓는다. 또한, 판매사,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주체가 공유된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블록체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양한 주체들이 끼여있는 과정이여도 심리스하게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Farcaster를 통해서 걸스카우트 쿠키를 사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제껏 많은 Desoc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왜 Farcaster인가?

→ Frames 때문이다. Frames란, 쉽게 소셜 미디어 임베딩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 버튼을 달아서 유저들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 기존 소셜 미디어 임베딩과 다른 점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크립토의 송금 이점과 블록체인의 공유된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상호호환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Frames의 등장으로 인해서, 굉장히 많은, 똑똑한 개발자들이 Farcaster로 뛰어들었고, 그렇게 더 많은 개발자 → 더 다양한 Frames 개발로 인한 Farcaster 유틸리티 & 재미 증가 → 더 많은 유저 → 더 많은 개발자 → …의 플라이휠이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기존 Desoc들이 전부 망했던 이유는 이 플라이휠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Friendtech은 이를 포인트라는 것을 통해서 돌렸다. 다만, Farcaster의 방법이 조금 더 지속가능해보인다.

출처: Metaversal

출처: Metaversal

3.3 크립토와 커머스

크립토와 이커머스는 어쩔 수 없이 핀테크, 송금이라는 키워드로 공통 분모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이제까지는 그 접점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굉장히 모호해보였다. 하지만, Farcaster는 이 접점을 소셜 미디어로 만들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소셜 피드에서 원클릭 구매를 비롯한, 자동 레퍼럴 수익 시스템, NFT-gated 커머스 등이 등장한다면, 이는 정말 이커머스 씬에서 게임체인저가 될지도 모른다.

3.4 참고 자료

4. Berachain

4.1 Tl;dr

토큰은 플래그쉽 상품과 같다. $ETH나 $JPY를 소유한다는 것은 당신이 이더리움과 일본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소유한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레이어 1은 브랜드처럼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베라체인은 다른 레이어1들과는 괘를 달리한다고 생각한다.

4.2 Disclaimer

나는 베라체인 관련 NFT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내 포트폴리오를 홍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리며, 절대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지 않는다.

4.3 매력적인 이유

베라체인에 대해선 자주 설명해서 간단히만 할려고 한다.

$ETH: 이더리움 = 박스 로고 후드 : 슈프림

왜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의 돈을 소유할까? 왜 미국 사람들은 엔화가 아닌 달러를 소유하고, 비트맥시들은 이더리움이 아닌 비트코인을 소유할까? 미국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비트맥시들은 비트코인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왜 나는 나이키 신발이 아닌 아디다스 신발을 선택했을까와 같은 이유이다. 즉, 돈(토큰)은 브랜드의 프로덕트이다. 단지,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여질 뿐이다.

따라서, 나는 토큰을 평가할때 해당 토큰의 브랜드 가치’만’ 본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특정 레이어 1에 불리쉬한 이유로 병렬 연산이 어떻고, 합의 레어이가 어떻고, 이런 얘기를 하면 진짜 한숨만 나온다. 아무도 그거 신경 안쓴다. 제발. 물론, 그러한 기술적 내용들이 해당 레이어1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그게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단 하품이 나오고, 너무 진부하다. 재미가 없다. 멋있지가 않다. 슈프림 후드가 기능적으로 길단 후드와 별 차이가 없음에도 그렇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능성 때문이 아니다. (물론, 이는 베라체인이 기술적 우월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Polaris 깃허브 레포를 봐라)

결국 토큰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팬’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라체인은 내 생각에 이더리움, 솔라나, 루나 이후로 컬트적인 성격이 가장 강한 레이어 1이다. 따라서, 나는 베라체인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투자받은 금액, Polaris라는 프레임워크, 기술력, 팀 빌딩 능력, 생태계 등도 전부 놀랍지만, 이는 나에겐 부차적이다.

출처: Berachain

출처: Berachain

컬트성이 강한지는 무엇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이는 언젠가 써볼 글의 주제일 것이다.

4.4 참고 자료

5. 마무리하며

크립토 산업은 흥미롭지만, 100 중에 97이 아무 의미가 없는 ‘누가누가 더 똑똑하냐’ 싸움 + ‘사기’ 이고, 나머지 3은 정말 살펴볼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이 3은 계속 팔로우업해나갈 생각이다.

혹시 위 내러티브에 관심이 있는 VC나 빌더 중에서 저와 더 얘기해보고 싶은 분들은 텔레그램 @samoyedali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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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웰니스 고민하기: 웰 다잉은 새로운 산업이 될 것인가?

Disclaimer: 본 내용은 개인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언이나 권고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글은 현재의 사회적, 법적, 윤리적 기준을 만족하고 준수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1. 미래 웰니스의 모습은?

변화하는 세상과 인류의 모습에 따라서, 현재 우리가 정의하는 건강한 삶과 미래의 인류가 정의하는 건강한 삶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1 오래 사는 것, 그 다음은?

우리는 오래 살고 싶다.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오래 사는 것, 그 다음은?

우리는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

건강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건강히, 오래 사는 것, 그다음은?

우리는 재밌게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

매력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재밌게, 매력적으로, 건강히, 오래 사는 것. 그 다음은?

1.2 2100년 상상하기

다음과 같이 가정해보자.

  • 시기: 2100년

  • 기대수명: 200살, 건강수명: 190살, 매력수명: 170살

사람들은 이제 170살까지 서로 재밌게, 교류하면서, 젊게 살고, 190살까지는 크게 신체적으로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살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200살까지 생명을 유지한다.

내가 만약 2100년에 살고 있다면, 어떠한 니즈를 가질까?

일단, 먼저 매력수명, 건강수명, 기대수명의 간극은 줄이고 싶을 것 같다. 내가 처음 ‘매력수명’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글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매력수명과 건강수명, 그리고 기대수명 사이의 간극이 좁은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활력있는 인생,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그 간극을 줄여주는 비즈니스가 앞으로 매우 유명할 것이다.

'매력수명'시장이 뜬다 by BAKI

맞는 말이다. 그 다음은?

한 가지 가능성은 수명을 끊임없이 연장시키는 방향성이고, 두 번째 가능성은 웰다잉(Well Dying)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두 방향성이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결국 미래의 인류는 이 두 가지 방향성을 함께 추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2. 웰다잉에 대하여

2.1 웰다잉의 니즈

이 글에서 나는 웰다잉을 ‘내가 원하는 시점에 평온하게, 고통 없이 죽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미래에는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서 언급한 가정을 예시로 들면, 다음과 같은 두 케이스가 존재할 수 있다.

A(195세)

A는 현재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그 사이의 나이로, 살아있지만 지병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하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러한 A씨는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존엄성을 위하여 웰다잉을 원할 수 있다.

B(185세)

B는 여전히 활력있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B는 이제 사는게 지겹고, 서서히 아프면서 죽는 것보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웰다잉을 원한다.

A의 니즈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반면에, B의 웰다잉에 대한 니즈는 현재로써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점차 수명이 200세, 300세로 늘어나다보면,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물리적으로 사는게 지겹고,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자기가 결정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니즈는 현재의 기준으로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어보이지만, 미래의 윤리적 기준에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2.2 미래에 웰다잉을 도와주는 서비스는 등장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A와 B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일단 2024년 기준, A의 니즈를 채우는 서비스는 ‘조력 사망’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국가에서 합법인 반면, B의 니즈를 채우는 서비스는 매우 중대한 범죄이다. 후자의 경우, 방법에 따라서 촉탁 및 승낙에 의한 살인죄나, 자살관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스위스의 경우,자살관여죄는 ‘유산 상속’과 같은 이기적 동기가 아닐 시에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서, 일단 조력 사망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3. 조력 사망에 대하여

3.1 정의

조력 사망과 관련해서는 각 국가별로, 사람별로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해당 글에서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을 의사 조력 자살(Physician Assisted Sucide, PAS)와 자발적 안락사(Volutary Euthanasia, VE)를 포함한 개념으로 정의한다. PAS와 VE의 공통점은 환자의 자발적이고, 명확한 동의 아래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서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최종적으로 죽음을 야기하는 행위의 주체로, PAS는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VE는 환자의 동의 아래에 의사가 최종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VE는 다시 적극적 VE와 소극적 VE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의사의 행위의 적극성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약물을 투입하는 방식은 적극적 VE, 연명치료 중단은 소극적 VE라고 볼 수 있다.

연명치료 중단을 안락사와 구별해서 보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해당 관점에 따르면, 연명 치료 중단은 항상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환자의 불필요한 부담과 고통을 최소화려는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락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3.2 국가별 현황

출처: Assisted dying around the world: a status quaestionis

출처: Assisted dying around the world: a status quaestionis

해당 자료는 2020년 기준으로, 오스트리아, 스페인,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든 주에서 서로 부분적 조력 사망 법안이 통과되었다.

2023년 기준, 약 19개의 관할 구역에서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각 관할 구역별로 허용하는 조력 사망의 형태나, 조건이 전부 조금씩 다르다.

  • 예를 들어, 스위스나 미국의 일부 주들의 경우, PAS는 합법이지만, VE는 불법이고, 퀘벡이나 벨기에의 경우, 반대다.

  • 스위스의 경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조건을 명시하지 않는 것과 달리, 미국의 주들은 영구적인 질병과 죽음으로부터 6개월 내의 환자들에게만 조력 사망을 허용한다.

  •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조력 사망의 신청 기준을 18세 이상을 명시하지만, 네덜란드는 12세를 기준으로 하고, 스위스나 벨기에는 나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정신적 질환에 의한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력 사망 요청에 대한 일반적인 필요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 환자의 요청이 자의적이며, 반복적이어야한다.

  • 환자가 매우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어야 한다.

  •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한다.

  • 의사는 환자에게 현재 환자의 상황, 가능한 의료적 옵션, 그리고 그 옵션들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3.3 조력 사망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입장

조력 사망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의 논거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조력 사망 합법화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대표적으로 개인의 자기 결정권 존중, 견딜 수 없는 고통 경감 등을 이유를 든다. 반대의 입장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및 의료의 목적에 대한 위배, 환자-의사의 관계 신뢰 붕괴, 사회에 끼칠 미끄러운 경사길(Slippery Slope) 효과, 생명의 신성함 등을 이유로 든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해관계자에 따라서 조력 사망에 대해서 똑같이 찬성하더라도, 이를 찬성하는 주요 논거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력 사망은 환자와 의사라는 두 이해관계자가 관여되는 행위로, 환자에게는 자기 결정권 존중 및 존엄성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의사들에게는 환자의 고통 완화가 가장 중요한 명분이다.

환자는 왜 조력 사망을 원하는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환자가 조력 사망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의 경감, 또는 해방’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오레곤 주와 워싱턴 주의 조력 사망에 대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견딜 수 없는 고통보다도, 자율성 상실, 삶의 존엄성 상실, 삶의 질 하락 등이 조력 사망에 대한 요청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존엄성 상실은 네덜란드 내의 조력 사망 요청 이유의 61%, 밸기에의 경우, 51%에 해당한다.

의사는 왜 조력 사망에 찬성하는가?

일단, 환자만큼 의사들의 조력 사망에 대한 의견이 중요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고, 이를 시행하였을 떄,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법적, 감정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조력 사망이라는 행위 자체가 큰 스트레스일 수 있기 떄문에, 우리는 환자의 조력 사망 요청에 대한 의사의 양심적 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앞서 언급한 조력 사망에 대한 반대 논거에 따라서, 많은 공식 의사 단체들은 현재 조력 사망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조력 사망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사들의 경우, 완화 치료로도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없을 때 하나의 의료 행위의 옵션으로써 조력 사망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소극적 자발적 안락사에 대해선 긍정적이었고, 그 논거로써는 환자의 자율성나 자기 결정권 존중이 아닌, 고통 완화, 혹은 환자 본인의 경제적 부담 감소를 들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소아과 의사들을 상대로 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환자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것을 의사의 책임으로 느끼며, 완화 치료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PAD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한 PAD 수행은 회의적으로 느꼈다.

3.4 조력 사망의 합법화 논리

스위스를 제외한 조력 사망이 합법인 모든 국가들은 여전히 촉탁 및 승낙에 대한 살인죄나 자살관여죄를 범죄로 여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논리에 의해서 조력 사망을 합법화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GPT의 도움을 받은 결과,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력 사망을 하나의 예외나 특별한 케이스로 보는 것 같다.

  • 조력 사망은 의료 전문가가 관여하는 의료적 행위이다.

  • 조력 사망은 환자의 명확한 자발성과 자신의 요청에 대한 명확한 정보에 의거한 결정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 조력 사망에서는 법적 보호와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환자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된다.

4. 미래의 웰다잉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건강한 사람들의 웰다잉 니즈까지 만족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현재 조력 사망이 몇몇 국가들에서는 ‘예외 케이스’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수명의 증가로 인하여 전체적인 사회, 문화적, 윤리적 기준이 바뀌고, 사람들의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미 스위스에서는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조력 사망에 대한 건강 조건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애초에 이를 전적으로 막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함께 웰다잉 제공 서비스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웰다잉에 대한 니즈를 가진 사람들은 지역적 아비트라지를 통해 어떻게든 이를 만족시키려고 할 것 같다. 이러한 서비스의 제한적 접근은 죽음 수저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스위스로 가서 편안하게 죽고, 돈 없는 사람들은 비참하게 죽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국 돈 있는 사람은 스위스로 가 편안하게 죽고, 없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가 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도 헌법이 명시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따라 조력사망을 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문호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따라서, 1) 수명의 증가로 인해서 전반적인 인류의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2) 전세계가 함께 웰다잉 서비스의 등장을 막는게 불가능하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포함시키는 미래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미래 역시 절대 간단하지 않은데, 가장 처음 드는 질문은 ‘과연 누가 이 서비스 제공자로써 적절한지’이다.

과연 의사가 현재의 조력 사망과 달리, 크게 아프지 않은 사람들의 웰다잉에 대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또는 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이다. 의사가 아닌, 혹은 의사 중에서 특수한 형태의 의사들로 죽음, 정신건강, 약물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웰다잉을 돕는 직업이 등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사의 역할 확대이다. 17세기에 프랜시스 베이컨이 안락사(euthanasia)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의사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미래의 누군가는 의사의 책임에 ‘인간이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5. 마무리하며

웰다잉의 미래는 여전히 많은 가정과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인류는 몇 세기가 지나더라도 여전히 기대수명, 건강수명, 그리고 매력수명의 간극을 줄이는데 힘쓰고 있을 수도 있고, 웰다잉에 대한 니즈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애초에 이렇게 먼 미래의 웰니스를 논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평온하고, 고통없이 죽는 것’만큼 만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니즈가 흔하지 않은 만큼, 웰다잉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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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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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변론(Feat. 글로벌 원자력 스타트업 리스트)

1. 팟캐스트 ‘Age of Miracles’을 보지 않았더라면, 절대 원자력에 대한 글을 쓰거나, 공부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글을 전 가장 먼저 멋진 팟캐스트 시리즈를 운영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nuke-pill해준 Packy와 Julia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2. 개인적인 용도로 핵분열과 관련된 글로벌 스타트업 리스트들을 모아보았다. 혹시나 궁금하다면, 해당 링크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1. Clean Energy Superabundance

1.1 Clean Energy

현재 ‘에너지’라는 게임의 목표는 ‘2050 탄소 중립’이다. WWF에 따르면, 2015년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하여 CO2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Net-zero, 즉 모든 온실가스의 순배출을 제로화해야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 현재, 해당 목표는 어렵지만, 노력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1.2 Energy Superabundance

나는 우리가 탄소 중립은 물론, 훨씬 더 많은 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nergy Superabundance’라고 표현하는 해당 개념은, 이름처럼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에너지는 우리 사회의 성장 엔진의 주요 원료 중 한 가지로, 더 많은 에너지는 미래의 발전을 의미한다.

더 많은 에너지는 이제껏 비경제적이었던 서비스들을 가능케한다. CGO에 따르면, 1%의 에너지 공급량 상승은 에너지 가격을 1.75% 감소시키고, 에너지 공급량을 2배로 늘리면, 에너지 가격은 70% 감소한다고 한다. 더 저렴한 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현재로써는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 만들 수 있다.

  •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교통 분야에서는 VTOL Taxi, 하이퍼루프, 초음속 비행 등과 같이 현재는 에너지 소비량 때문에 비경제적인 기술들이 상용화될 수 있다.

  • 수직 농업과 실내 농업과 같은 방식은 에너지 소비가 높지만, 땅 사용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방식들이 상용화되면, 더 적은 면적에서 품질이 높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  기존 콘크리트, 철, 플라스틱 등과 같은 재료 생산 방식들은 전부 적지 않은 CO2 배출을 통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 저렴한 에너지를 활용한다면, 친환경 방식으로 해당 재료들을 생산하는 방식이 상용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7%를 담당하는데, HYBRIT라는 스웨덴 프로젝트는 수소를 이용해서 친환경 철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에너지가 저렴해짐에 따라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GridStrategies

출처: GridStrategies

가까운 미래를 보더라도, 제조 산업의 발달과 데이터 센터 수의 증가로 인하여 전력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GridStrategie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사이에 미국의 전력망 관계자들은 향후 5년의 수요 증가 예측을 두배로 조정하였고, 2028년까지 38GW의 최대 수요 증가를 예측함에 따라서, 신속한 에너지 생산과 송신의 계획, 건설,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최근 업데이트된 지표들을 고려하였을 때, 이러한 수치가 과소평가된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만큼, 더 많은 에너지 생산은 탄소 중립과 함께 우리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야 한다.

1.3 더 윤리적인 세상을 위하여

나는 Packy McCormick이 자신의 글에서 ‘인류가 에너지 발전을 통해 더 윤리적이 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주장이 굉장히 신선한 시각이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음식과 같은 에너지 자원이 귀하여서 이웃을 해하여서 음식을 얻기도 하였지만, 음식이라는 에너지원에 접근하는 비용이 줄어듦에 따라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노예제 폐지는 다양한 정치적, 윤리적,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화석연료 사용과 증기기관의 발달 역시, 기계 노동력의 비용을 줄여, 노예의 경제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떨어트림으로써 이러한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현재 인류가 과거의 이웃을 해하여서 음식을 확보하는 행위나 노예제를 비윤리적으로 바라보듯이, Energy Superabundance에 도달한 미래 인류는 현재의 일상적이고도, 불가피한 노동 자체를 비윤리적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 100년전에는 먹고 살려고 하루의 1/3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살았다고? 너무 비윤리적이야.

2.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해당 글에서는 전력 부분에 집중하지만, 실제 탄소 중립을 도달하기 위해선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전력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20% 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이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전력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이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전력의 비용이 기존의 경쟁자들, 석탄, 석유, 가스보다 저렴해져야만 한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이다.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Clean Energy Superabundance를 성취할 수 있을까? 일단,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자.

2.1 화석연료

출처: UNECE 2021

출처: UNECE 2021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는 지구 온난화의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선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UN에 의하면, 화석 연료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 이상, 전체 CO2 배출량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만, 우리 인류는 화석 연료에게 고마워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농업, 건설, 통신, 제조 등의 인프라는 화석 연료 없이는 불가능하였을 것이고, 화석 연료가 없었다면, 지구 온난화는 늦어졌겠지만, 반대급부로 더 많은 사람들이 가뭄과 배고픔으로 죽었을 것이다. 단지, 화석 연료가 등장하면서 장작의 시대가 끝난 것처럼, 새로운 대체 에너지들의 등장과 함꼐 이제는 화석 연료가 퇴장할 시기인 것 뿐이다.

2.2 VRE, Variable Renewable Energy

재생 에너지가 미래의 에너지라는 것에 이의를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재생 에너지의 카테고리 안에는 태양열, 풍력, 지열, 수력 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풍력과 태양열은 자연 환경, 시간, 계절에 따라서 전력 생산량이 변하기 때문에, Variable Renwable Energy(VRE)라고 부른다.

현재 공개된 다양한 지표들은 VRE의 미래에 대하여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VRE의 전력 생산량은 2010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였고, 생산 전력 당 소모 비용인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는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앞선 UNECE의 데이터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탄소 배출량은 화석 연료에 비해서 매우 낮고, VRE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VRE의 간헐적이고, 변동적인 전력 생산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 전력망 안전성 문제: 전력망은 항상 전력의 수요와 궁급을 균형있게 맞춰줘야 하는데, 전력의 수요가 높고, VRE 생산량이 낮은 상황에서는 전력망의 안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전력망에서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 균형 외에도, 전력망의 하모닉스나 무효전력(VAR) 등을 조절해야 하는데, 컨버터를 사용하는 VRE들의 특성 상, 이는 전력망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

  • 백업 발전소의 필요성: 전력 수요가 빠르게 변화할때, 이를 대응해줄 수 있는 백업 발전소가 필요하다. 이때 상대적으로 가동률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주로 사용된다.

  •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필요성: 앞서 설명한 백업 발전소와 비슷한 이유로, VRE의 전력 생산량이 높을 때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였다가 생산량이 적을 때 사용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백업 발전소와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반응 시간이 더 빠르고, CO2 방출이 없고, 저장해뒀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싼 비용, 짧은 저장 시간, 높은 자원 소모량이라는 단점도 존재한다.

  • 과잉 건설(Overbuilding) & 출력 제한(Curtailment) 문제: VRE는 낮은 공급량을 기준으로 건설해야 하기 떄문에, 과잉 건설과 이로 인해서 공급량이 많을 때는 출력이 제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태양열의 경우, 겨울의 전력 생산량을 기준으로 건설을 해야하고, 이는 높은 초기 설치 비용과 다른 계절에서는 에너지가 낭비되는 효과로 이어진다.

2.3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

이처럼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VRE를 늘리려는 기조 속에서, Clean Energy Superabundance를 위한 구체적인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접근법이 제안된다. 해당 두 가지 방법 모두, VRE를 늘리되, VRE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각기 다른 방식을 통해서 보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방법은 ‘특정 가정들’을 전제로, 전력 100%를 VRE로 채우는 것이다. 특정 가정들이란 다음과 같다.

  • 대륙간 규모의 장거리 송신망: 특정 시점의 VRE들의 생산량은 지역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날 것이고, 대륙간 규모의 장거리 송신망이 설치된다면, 지역간의 전송을 통해서 VRE의 변동성을 크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연한 수요 관리(Demand-side Management): VRE의 변동적인 에너지 생산량에 맞춰서 소비자들의 전력 수요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백업 발전소나 에너지 저장소에 대한 의존성을 줄일 수 있다.

  • 메우 낮은 비용: 해당 연구에 따르면, VRE 비율이 전체 전력망의 60%를 넘어가면, 전력 생산의 비용과 출력 제한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량이 비선형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전력망을 100% VRE로 채우기 위해선 더 낮은 전력 생산 비용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발달: VRE 100%를 달성하기 위해선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저장 용량, 기간, 경제성,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위 가정들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전력망 100%를 태양열과 풍력과 같은 VRE로 채울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VRE를 Firm low-carbon energy(이하, FLE)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FLE란, 화석 연료보다 탄소 배출이 적으면서도, VRE과 달리 에너지 출력이 일정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주요 예시로는 원자력, 지열 에너지,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이 있는데, 이러한 에너지는 VRE와 함께 사용하였을 때, 앞서 언급한 VRE의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

나는 첫 번째 방법의 특정 가정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보다는, 이미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FLE를 함께 사용하는 두 번쨰 접근법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자.

2.4 FLE의 필요성에 대한 여러 연구들

The Role of Firm Low-Carbon Electricity Resources in Deep Decarbonization of Power Generation, 2018

출처: The Role of Firm Low-Carbon Electricity Resources in Deep Decarbonization of Power Generation

출처: The Role of Firm Low-Carbon Electricity Resources in Deep Decarbonization of Power Generation

해당 연구는 GenX라는 모델을 통해서 Deep decarbonization 시나리오에서 FLE의 역할을 살펴본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FLE를 포함시킴으로써 전체 에너지 생산 비용이 낮아졌고, 특히 VRE의 생산량이 많지 않은 곳에서 더 큰 효과를 보였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VRE 생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북부 지역에서 탄소 배출량 한계가 낮을수록 FLE은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Getting to Zero Carbon Emissions in the Electric Power Sector, 2018

출처: Getting to Zero Carbon Emissions in the Electric Power Sector

출처: Getting to Zero Carbon Emissions in the Electric Power Sector

해당 연구는 2014년 이후 발표된 약 40개의 Deep decarbonization 연구들을 종합하여서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VRE는 탈탄소화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VRE가 전력망의 100%를 차지하게 되면, 비용과 출력 제한에 의한 에너지 낭비량이 비선형적으로 급증한다. 이는 FLE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해당 연구는 당장 승리자로 보이는 VRE에 베팅하는 것이 쉬운 결정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FLE들에 대한 연구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Clean Firm Power is the Key to California’s Carbon-Free Energy Future, 2021

출처: Clean firm power is the key to California's carbon-free energy future

출처: Clean firm power is the key to California's carbon-free energy future

해당 연구는 여러 연구 기관들에게 같은 데이터를 주고 각자의 모델을 통해서 2045년 샌프란시스코의 탄소 중립 목표를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지 예측을 의뢰하였는데, 공통적인 의견은 VRE만으로는 어렵고, 원자력, 지열 에너지 또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갖춘 천연 가스 발전과 같은 FLE를 VRE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FLE를 도입함으로써 각종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을 알 수 있다.

Stylized least-cost analysis of flexible nuclear power in deeply decarbonized electricity systems considering wind and solar resources worldwide, 2022

출처: Stylized least-cost analysis of flexible nuclear power in deeply decarbonized electricity systems considering wind and solar resources worldwide

출처: Stylized least-cost analysis of flexible nuclear power in deeply decarbonized electricity systems considering wind and solar resources worldwide

해당 연구는 MEM(Macro Energy Model)이라는 선형 최적화 방식을 사용하여서 각 지역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 축소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의 역할을 살펴본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원자력의 비용으로도 풍력 에너지가 약한 지역의 deep decarbonization 시나리오에선 원자력이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원자력의 생산 비용이 낮아질수록, 영향력을 커진다.

3. 그 중에서도 원자력인 이유

3.1 다양한 FLE의 비교

나는 다양한 FLE들 중에서도 원자력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이며, 상대적으로 다른 에너지원들에 비하여 저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에너지원들에는 장단점이 존재하고, 절대적인 우열을 가리기는 불가능하지만, Clean Energy Superabundance에 도달하기 위해선 원자력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아래 도표는 다양한 지표들에 따라 FLE들을 정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소 선정의 자유도가 높고, 탄소 배출량이 낮으며, 에너지 효율성과 출력 용량이 높을수록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FLE으로 평가한다.

출처: GPT

출처: GPT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장소 선정에서 자유롭지만,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에너지 효율성과 용량이 낮아 크게 매력적이지 않고, 지열 에너지는 탄소 배출량, 에너지 효율성, 용량 면에서 준수하지만, 장소 선정의 자유도가 낮아 일반적인 선택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수력 발전은 에너지 효율성과 용량이 후보 중 가장 우수하지만, 장소 선정의 한계 때문에 보편적인 대안으로는 부족하다.

원자력과 CCS를 사용하는 화석 연료는 모든 지표에서 우수한 특성을 보여줘서 두 방식 모두 좋은 선택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석 연료의 시대가 점차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CCS를 사용하는 화석 연료보다는 원자력을 더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3.2 원자력 산업의 동향

출처: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21

출처: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21

원자력 산업의 황금기는 1970년대였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Atoms for Peace’ 정책을 통해 원자력이 전력 생산이나 산업 분야에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에 들어서는 석유파동과 함께 원자력이 대체 에너지로 주목을 받으며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1979년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하여 여론이 악화되고, 환경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졌으며, 이에 더하여 매우 높은 규제와 안전 기준으로 점차 신규 원자로 건설은 줄어들었다.

이처럼, 한동안 원자력 산업의 분위기는 안 좋았지만, 최근 들어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먼저, 대중들의 원자력 산업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서 계속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국가들의 정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COP28 기후 회의에서 미국의 주도 하에, 24개의 국가들은 2050년까지 원자력 애너지를 3배 늘리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원자력이 COP 합의에서 공식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은 COP 역사상 이번 회의가 처음이다. 이외에도, EU는 원자력을 Net-zero 기술로 포함시키고, 캐나다는 그린본드 발행 대상에 원자로와 원자로 보수 공사를 포함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을 위하여 원자력 발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3.3 원자력의 장점

이제 원자력의 장점들을 알아보자.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우리들의 기존 인식과는 다른 것들이 꽤 있다.

첫째, 원자력은 안전하다.

많은 사람들은 원자력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실제 수치는 그렇지 않다.

출처: Our World in Data

출처: Our World in Data

위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원자력의 전력 생산량 당 사망 수는 풍력 발전보다도 적고, 태양열과 비슷한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대량 방사능 누출이 있었던 사건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두 건이 전부이고, 해당 사고들에서 원자력에 의한 사망자 수는 다음과 같다.

  • 체르노빌 원전 사고: 총 31명으로, 2명은 직접적인 폭발에 의해서, 29명은 급성방사능증후군(ARS)에 의하여 사망하였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총 1명으로, 2018년에 일본 정부에서 한 근로자가 방사능 노출로 인한 폐암에 의한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1년에 UN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암발생율을 높일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하였다. 이와 별개로, 총 19,729명이 지진과 쓰나미에 의하여 사망하였다.  

스리마일 원전 사고의 경우, 누출된 방사능 수준이 자연 방사선량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명 피해가 전혀 없었지만, 사고 전 해에 개봉한 영화 ‘차이나 신드롬’과의 시너지로, 미국 내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감이 생기는 큰 원인으로 작동하였다.

다른 에너지들을 살펴보자. 먼저 바이오매스와 화석 연료들의 경우,연소로 인하여 발생하는 탄소 미립자들이 상부 기도의 호흡곤란, 즉 일종의 간접적인 검은 폐를 유발한다. 수력 발전의 경우, 드물게 댐 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풍력 발전의 경우, 유지 보수 중에서 풍력 터빈에서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둘째, 원자력은 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

출처: UNECE 2021

출처: UNECE 2021

위 데이터에 따르면, 원자력의 탄소 배출량은 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VRE들보다도 적은 수치이다.

셋째, 원자력은 생산성이 뛰어나다.

출처: Office of Nuclear Energy

출처: Office of Nuclear Energy

보통 우리는 용량 계수(Capacity Factor)를 통해서 발전소의 전력 생산 효율을 판단하는데, 이는 해당 발전소의 설치 용량 대비 실제로 운영하여서 생산한 전력의 비를 나타낸다. 위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원자력은 여러 에너지원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용량 계수 값을 보인다.

넷째, 공간 및 연료 효율성이 우수하다.

공간 효율성 측면에서, 원자력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풍력은 260-360배, 태양열은 45-75배의 토지가 필요하다. 연료 효율성 측면에서, 핵연료 6그램은 석탄 1톤, 석유 120갤런, 또는 천연가스 17,000 입방피트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와 동등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다섯째, 폐기물 양이 적다.

출처: Sustainability by numbers

출처: Sustainability by numbers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원자력을 통해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생산하는 전력 양에 비하여 작을 뿐만 아니라, 엄격하게 관리되었으며, 역사적으로 핵폐기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가 한 사람이 일년 동안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페기물의 크기는 약 벽돌 한 개이고, 그 중에서도 약 5g만 고수준 방사능 폐기물이다. 일반적인 1000MW급 원자력 발전소는 약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때 사용한 연료를 재활용할 경우, 연간 3m³의 고수준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에 비하여 화석 연료 발전소는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매년 약 30만 톤의 재와 600만 톤 이상의 CO2를 배출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폐기물을 연료로써 재활용하는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몇몇 국가들의 경우에는 허용되어 있고, 현재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원자로들은 연료를 재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핵폐기물을 다 모아도 축구장에 10미터도 안 되는 높이로 쌓을 수 있다.

다른 에너지원들을 살펴보면, 화석연료로 인한 공기 오염으로 매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고, 태양광 패널의 경우, 해당 연구에 따르면, 원자력보다 전력 생산 당 폐기물 양이 300배 많고, 납과 카드늄과 같은 중금속들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나름의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4. 원자력의 현실

4.1 Negative Learning Curve의 산업

출처: OCED-NEA

출처: OCED-NEA

원자력의 이론적인 장점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최근 원자력 발전소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위 표에 나와있듯이, 최근 건설한 원자력 발전소들은 전부 초기에 약속한 1) 건설 기간과, 2) 건설 비용을 몇 배로 초과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미국 조지아의 Vogtle 3,4호기는 예상보다 7년이 늦었고, 원래의 예산보다 $17B를 초과하였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짓고 있던 Summer 2,3호기는 예상 건설 비용이 초기 $4.1B에서 $24B까지 상승하면서 건설이 중단되었다.

출처: IFP, Historical construction costs of global nuclear power reactors

출처: IFP, Historical construction costs of global nuclear power reactors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핵심적인 원인은 원자력 산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평균 비용이 증가하는 negative learning curve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른 에너지 산업은 기술이 발전하고 지식이 축적되면서 비용이 줄어든 것과 달리, 원자력 발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퇴화하였다.

나는 현재 비용이 원자력 산업이 마주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비용을 앞으로 감소시키지 못한다면,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은 경제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Clean Energy Superabundance를 달성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의 비용이 높아진 이유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이는 크게 건설, 규제 그리고 자본 조달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4.2 원인1. 건설

출처: OSTI.GOV

출처: OSTI.GOV

 

이자를 제외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비용에서 약 33%가 간접비로, 원자로 디자인, 엔지니어링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 등의 항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출처: OCED-NEA, Sources of Cost Overrun in Nuclear Power Plant Construction Call for a New Approach to Engineering Design

출처: OCED-NEA, Sources of Cost Overrun in Nuclear Power Plant Construction Call for a New Approach to Engineering Design

문제는 이 간접비가 원자력 발전 비용 상승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1976년-1988년 사이 원자력 발전 비용 상승의 72%가 간접비 때문이고, 2010년-202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은 간접비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러면 간접비는 왜 올랐을까?

간접비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해당 현상이 1) 전문 인력 필요성 증가와 2) 노동 생산성의 감소 떄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원자력 연구의 발전과 안전 규제 기준의 상승으로 인하여 원자력 발전에 더 많은 수의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이 필요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인건비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성은 모든 산업이 공통적으로 겪은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전문가들의 필요성으로만 원자력 산업만의 예외적인 negative learning curve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출처: Sources of Cost Overrun in Nuclear Power Plant Construction Call for a New Approach to Engineering Design

출처: Sources of Cost Overrun in Nuclear Power Plant Construction Call for a New Approach to Engineering Design

따라서, 우리는 노동 생산성 감소를 추가로 살펴봐야한다. 1980년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노동 시간의 75%가 비생산적으로 낭비되었다. 자재 및 도구 부족으로 주당 11시간, 다른 작업자와의 조정 또는 작업 공간 과밀로 주당 8시간, 작업 재실행으로 주당 5.75시간이 손실되었다. 노동 생산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감소하였는데, 2020년 기준, 최근 원자력 산업의 노동 생산성은 산업 예상치에 비하여 13배 낮았다. 개인적으로는 점점 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줄어들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인력이 점점 부족해지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4.3 원인2. 규제

원자력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고가 났을 때 위험도가 높고, 실제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던 만큼, 다른 에너지원들에 비하여 더 높은 안전 기준과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규제가 원자력의 비용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한 것 역시 사실인데, 해당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규제가 늘어나면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비용이 176% 증가하였다.

출처: STABILITY IN LICENSING REQUIREMENTS: A TECHNICAL PERSPECTIVE

출처: STABILITY IN LICENSING REQUIREMENTS: A TECHNICAL PERSPECTIVE

원자력 규제를 관리하는 기구는 1946년에 설립된 Atomic Energy Commission (AEC)에서 1974년에 설립된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로 바뀌었다. AEC 및 NRC에 대해선 다양한 비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몇가지만 고르자면 다음과 같다.

  • NRC는 규제 리뷰를 신청하는 주체가 해당 리뷰 비용의 90%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리뷰 과정을 불필요하게 길어지게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Linear No-Threshold(LNT) 모델은 방사능 노출에 안전한 수준이란 없으며, 암의 위험성은 방사능 노출량에 따라서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LNT 모델을 기반으로한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ALARA)는 방사능 보호를 위한 법칙으로, 이름 그대로 가능한 방사능 수치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강제한다. 현재 이 ALARA는 NRC의 규제와 정책의 주요 개념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ALARA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이는 비현실적인 안전 규정을 강제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의 경제적 경쟁력을 떨어트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에는 LNT가 제대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 1990년대에 NRC는 ALARA를 Below Regulatory Concern Policy(BRCP)로 수정하려고 했던 역사가 있다. 하지만, 이때 여론과 환경 단체들의 반발이 너무 심하여서 이를 취소하였는데, 이처럼 엄격한 규제에 대하여 전적으로 NRC 탓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 A Review of Light Water Reactor Costs and Cost Drivers

출처: A Review of Light Water Reactor Costs and Cost Drivers

NRC가 요구하는 QA 및 QC 요구사항도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전체 콘크리트 비용의 23%, 철 비용의 41%가 QC 요구사항 떄문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EPRI의 분석에 따르면, 원자력 등급 부품은 기성 산업용 부품들보다 50배는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사실 원자력 등급이라고 해서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대신 더 많은 문서와 테스트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기에, 이는 자연스럽게 공급망 문제로 이어진다.

출처: NRC

출처: NRC

NRC 규제의 잦은 변화 역시 큰 문제이다. 실제로 1977년에 완공되었던 David-Besse 발전소의 경우, 전체 비용의 60%가 NRC 규제의 수정과 그 연쇄 효과 때문이고, 반면에 비슷한 시기의 프랑스 발전소의 낮은 건설 비용은 건설 기간 중 규제 변화가 없었기 떄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4.4 원인3. 자금 조달

출처: OECD-NEA

출처: OECD-NEA

원자력 발전소 건설는 다른 발전소들에 비하여 초기 건설 비용이 크게 발생하고, 건설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 발생까지 오래 걸린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이 전체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의 균등화발전비용(LCOCE)의 67%가 자금 조달 비용(financing cost)에서 발생하고, 그 중에서 20%가 이자, 47%가 요구수익률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다양한 요인들로 인하여 건설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전체 비용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4.5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현재까지 원자력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되었다.

디자인 및 공급망 체인 관련

출처: OECD-NEA

출처: OECD-NEA

일단, 본격적인 건설이 들어가기 전에 발전소 디자인이나 공급망 체인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한 말 같겠지만, 미국의 Voglte과 Summer를 지을 당시에는 세액 공제 혜택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 발전소 디자인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정하기 전에 건설에 착수하였고, 이는 건설 비용과 기간 상승에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출처: OECD-NEA

출처: OECD-NEA

둘째, 한번에 여러개를 짓고, 이를 반복해서 짓는 것 역시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번에 같은 장소에 여러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게 되면, 다양한 부지 관련 준비나 인프라 등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를 쌍으로 짓게 되면, 두 번째 원자력 발전소의 비용이 15%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최근 UAE에 지은 Barakah를 보면, 마지막 네 번째 유닛의 비용은 첫 번째보다 약 50% 감소하였다. 또한, 하나의 발전소 디자인을 고정시켜놓고, 이를 반복해서 짓는다면, 라이센싱 비용과 같은 non-recurring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 체인과 전문 인력 확보에도 용이하다 .문제는 ‘언제 규격화를 진행해야하냐’인데, 즉 규격화와 기술의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잘 찾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간소화이다. 최근 AP1000과 같은 3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보면, 중력과 자연대류 현상을 이용한 passive safety system을 도입하여서 이전 모델보다 필요한 밸브, 파이프, 펌프 수를 크게 줄였다. 이러한 기능 도입을 통하여 필요한 자재와 부품의 수를 줄여서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등급 부품들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만약 일부 부품들 중에서, 기존 산업에서 사용하는 부품들을 그대로 사용하여도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기존 산업 부품들로 바꾸는 것이 공급망 체인 확보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롭다.

프로젝트 관리 관련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며, 서로 다른 종류의 팀들 간의 협력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선 가장 상위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책임을 지고 각 팀들간의 관계 조율, 자재 및 장비 조달, 인력 관리, 자금 관리, 일정 관리 등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경험 많은 주체가 필요하다.

또한, 빌딩 정보 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BIM)나, 지식 관리 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 KMS)와 같은 새로운 프로세스의 도입도 프로젝트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로자 교육이나 새로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한 충분한 예산과 노력 없이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

규제 관련

규제와 관련하여선, 규제의 안전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의 변화를 주더라도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중에 하게되면, 비용과 건설 기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LNT와 ALARA를 바탕으로 한 전반적인 안전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제고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 관련

출처: OECD-NEA

출처: OECD-NEA

개인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위와 같은 양성 피드백 루프의 시작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먼저, 투자자들에게 원자력 발전소를 예상 비용과 기한 내에서 성공적으로 지을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다면, 더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해올 수 있지 않을까?

5. 마무리하며

5.1 요약

Energy Superabundance는 단순히 더 많은 에너지와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교통, 농업, 제조 등 여러 분야의 혁신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고, 인류의 삶을 한층 더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동시에 더 많은 에너지 생산을 추구하는 ‘Clean Energy Superabundance’를 목표로 하여야한다.

Clean Energy Superabundance를 위해선 화석 연료를 줄이고, VRE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이때 전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VRE로 채웠을 때는 부작용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몇 가지 가정들이 현실화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미래에 해당 가정들이 성립하지 않았을 떄를 대비한 리스크 헷장 차원에서라도, VRE를 FLE와 함께 사용하는 접근법을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소개한 다양한 연구들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VRE만큼이나 FLE에 대해서도 더 많은 대중적 관심, 학문적 연구, 정책적 지원, 그리고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VRE와 FLE를 함꼐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였을 때, 나는 원자력이 가장 일반적으로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수력은 좋은 선택지이지만, 장소 선정에 한계가 있고, CCS를 사용하는 화석 연료의 경우, 장기적 해결책일지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다. 각 에너지들의 강점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에너지들간의 우열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원자력은 분명 다른 FLE들과 비교하였을 때, 또는 VRE과 비교하였을 떄 나름의 강점을 가진다.

하지만, 현재 원자력 산업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들은 예상 건설 비용과 기간을 크게 넘겼으며, 다른 산업들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력 발전소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크게 건설, 규제, 자본 조달 비용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으며, 현재 원자력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다.

5.2 원자력의 미래

그렇다면, 원자력 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소형모듈원자로(SMR)은 앞서 언급한 원자력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핵심 후보들 중 하나로, 원자력 산업의 미래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글에서는 분량의 문제로 다루지 않았지만, 과연 SMR이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일까? 아니면 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형태는 유지한채로 비용은 절감한 형태일까?

원자력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그 중요성이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이 글의 목적은 원자력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특히 원자력 산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 이 글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6.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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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기

이제 우리는 저성장 기조를 거부할 수 없는 미래로 보는 것 같다. 저성장, 초경쟁, 양극화는 뉴노멀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만, 과연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 적응하는데 몰두해야하느냐에 대해선 의문점이 있다. 내 생각에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려는 움직임과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 적응하려는 움직임 2개를 모두 가져가야지 리스크를 서로 헷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응을 위해서만 노력하고 있는 것만으로 보인다. 어쩌면, 더 나아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려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기까지 한다.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키워드는 최근 재밌게 읽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의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서 착안하였다.

Techno-Optimism

가장 대표적인 기술 기반의 낙관주의자 Marc Anderssen은 ‘The Techno-Optimist Manifesto’라는 글에서 기술을 통해서 이제껏 인류는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굉장히 볼드한 주장을 하였다. 이 글이 나온 이후, Wired, NY Times, Financial Times는 모두 해당 글과 Marc Anderssen을 비판하는 글을 공개하였다. 나도 이따 후술하겠지만, Marc Anderssen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 Marc Anderssen은 자신의 지위와 스피커 파워를 통해서 기술 기반의 낙천주의의 가장 극단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대중들의 미래에 대한 시선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줄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는 아럐 그래프에서 좌측 절반만 고를 수 있었다면, 가장 오른쪽 끝의 깃발을 꽂아줌으로써 사람들은 그래프 전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Marc Anderssen의 주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나는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단지 Marc Anderssen이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전적으로 자신의 환경과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Marc Anderssen이 기술로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벤처투자자의 길을 가고 있다면, 어쩌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의 신념과 업을 일치시킨 좋은 사례라고 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환경운동가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바치는 것과 같이, 그 역시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럼 정말 이제 고성장 시대는 끝인걸까? 기술 발전을 통해서 아예 경제 양극화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다들 조금 더 부유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Riskophilia

저성장 기조와 함께 우리 사회에 어느순간 대세로 자리잡은 이념이 바로 리스크-회피주의(Riskophobia)이다. 이에 대해선 Packy McCormick의 ‘Riskophilia’에서 아주 잘 서술되어 있다. 그의 글에 의하면, 우리 인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리스크 회피적으로 변화해왔다.

출처: Not Boring

출처: Not Boring

현재의 대세처럼 저성장과 침체의 시대를 인정하고 적응할 것이라면, 굳이 그럴 것 없지만, 만약,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면 이러한 Riskophobia 문화부터 Riskophilia로 바꿔야 한다. 아이가 자전거를 못타게 하기보다는, 헬멧을 쓰게 한뒤에 자전거에 타게 해야한다. 단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움직임을 갖게되면,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성장을 저해시킬 수 밖에 없고, 이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해보려는 시도 자체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모든 선택이 비용과 장점을 ‘모두’ 수반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그 어떤 의사결정도 단점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은 화석 연료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분명히 발생하였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화석연료는 비용 대비 장점이 탁월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문화라면, ‘넥스트 화석연료’를 발견하더라도, 비용 부분에만 집중하여서 절대 도입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기술의 비용과 장점, 모두를 면밀히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해당 기술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를 따져야한다.

Bits & Atoms

이 세상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컴퓨터 세상, 즉 Bits로 이뤄진 세상이고, 다른 한 가지는 물리적 세상, 즉 Atoms의 세상이다.

인터넷, AI, 블록체인은 전부 Bits 세상의 혁신이었다. Bits를 움직이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0에 가까워짐에 따라서 우리가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가능해졌다. 한번 더 고성장의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이제 물리적 세상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Atoms & Bits의 intersection 분야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AI x 바이오 분야이다. AI라는 Bits 세상의 선진 기술을 가져다가, Atoms 세상의 화학물질 합성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것들이 가능해질 수 있다.

만약, 하나의 원자를 옮기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면, 더 이상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공상과학에서만 나오는 소재가 아니게 될 수 있다. 인류의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음에도, 여전히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공상과학에만 존재하는 이유는 Atoms 세상의 혁신은 상대적으로 Bits에 비해서 미비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Atoms 세상에서 혁신을 꿈꾸는 이른바 ‘Hard Tech Startup’들이 더 생겨야하고, 이를 집중하는 VC들 역시 더 필요하다. 실제로, 해당 글에 따르면, Hard Tech 투자가 SaaS에 비해서 더 결과도 좋다고 하니, 안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나의 미래 도식도

앞서 나는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려는 시도라도 해보기 위해선 첫째, 리스크 테이킹을 하고, 면밀히 비용/장점을 비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고, 둘째, Atoms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함께 내가 생각하는 전체적인 미래 사회의 도식도는 다음과 같다.

일단 기술과 자본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두 축이다. 이는 기술적 낙관주의의 기초가 되는 가속주의(Accelerationism)의 Techno-capital Machine이라는 개념에 기초한다. Techno-capital Machine이란, 가속주의에서 성장을 위한 영구 엔진으로써 ‘기술’과 ‘자본’이 큰 두 축이고, 연료로써는 ‘에너지’와 ‘지능’을 필요로 한다. 이 엔진의 최종 목적은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고, 낫게 만드는데 사용되어야하며, 이 모든 활동들은 기관, 즉 정부라는 시스템의 경계 내에서 작동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 도식도가 기존의 techno-optimism과 가지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 Techno-capital machine의 목적: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나는 techno-capital machine의 목적이 결국은 인류의 삶을 더 낫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가속주의에서는 이에 대한 부분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나는 결국 인류가 중심에 있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정부 및 기관의 중요성: 기존의 techno-optimism에서는 정부나 기관의 역활을 주목하지 않거나, 오히려 없을 때 더 이롭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비현실적이다. 이미 정부라는 기관이 존재하고, 그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상, 그 시스템이 없다고 가정하거나, 없어져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둘째, 정부는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예를 들어, SpaceX는 NASA의 COTS 없이는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큰 자본을 필요로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긴 시간이 필요한 Atom의 세상에서 큰 혁신을 위해선 정부의 지원 및 협력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각 주체들과 관련된 개념은 다음과 같다.

  • tech: 배터리, 반도체와 같은 각 산업의 모든 공학적 기술들을 포함

  • capital: 벤처투자자, 주식시장, 크립토과 같은 다양한 자본 조달 방법들

  • energy: 핵융합, 핵분열, 태양열, 지열과 같은 더 값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들

  • intelligence: AI.

  • human: 바이오 & 헬스케어와 같이 인간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기술들

  • institution: 정치와 같이 현 시스템부터, Network States와 같이 새로운 시스템 건설을 위한 개념들까지

마무리

이렇듯,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서 최소한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적응에 힘쓰는 사람들 :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는데 힘 쓰는 사람들의 비율이 한 6:4까지는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혹시라도,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고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다들 풍요롭게 살고, 더 성장하고, 더 많은 공상과학 기술들이 현실로 만들어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저성장 기조를 거부하고, 고성장의 시대를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는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갈 자유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좋은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나는 지금껏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설명하였다면,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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