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족의제왕을 통해 경험한 3년의 회고
혼족의제왕 앱서비스를 운영한지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한 번의 대대적인 피봇이 있었고, 올해부터는 앱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업데이트는 하지 않는 사실상 종료의 수순을 밟기로 했다.
혼족의제왕은 3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여러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투자를 위한 IR을 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이런 회고를 공개하는 이유는 오늘도 새롭게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많은 초기 창업자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시간+돈까지 쓰면서 얻게 된 값진 경험이지만, 아주 주관적일 수도 있다.
👑 1인가구를 위한 플랫폼이 있으면 어떨까?
혼족의제왕 시작은 2019년 12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1인가구 전문 미디어인 '데일리팝' 운영으로 인해 수요 확인을 이미 한 상태였다.
1인가구 시장은 뜨고 있는 시장이었고, 업계에서 우리는 퍼스트펭귄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디어는 사업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던 차, 스타트업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뭣도 모르고 그동안 많은 인터뷰를 통해 만나던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 플랫폼=앱 아닌가?
선무당이 용감하게도 바로 앱 개발에 도전했다.
다행히 중개 서비스를 알고 있어, 첫 개발 당시 도움을 받았다. 남들이 들으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MVP를 완성했고, 커뮤니티 게시판 기반의 혼족의제왕 1.0이 탄생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때 앱을 만들지 말지 고민했어야 했다.
당시 앱을 한번 만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은 앱 개발을 고민하는 초기 창업자에게는 꼭 웹이나 시중 다른 서비스를 활용해 MVP 테스트를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 유저만 많이 모으면 광고가 붙는다는 착각
'유저만 많이 모으면' 이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혼족의제왕의 초반 유저 유입은 성공적이었다. 빠른 시일에 1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하지만 앱 다운로드 수는 껍데기 뿐인 숫자일 뿐..
커뮤니티는 뚜렷한 목적성 없이는 리텐션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1인가구도 각자 라이프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1인가구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는 공감대가 되기 힘들었다.
또 한 가지로는 쏟아 넣을 물이 새는 양 보다 더 많지 않는 한 활성화 되기 힘들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투자 없이 번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 BM이었다.
광고 수익을 BM으로 잡는 것은 가장 나중에 할 일이다. 첫번째 BM이 명확한 서비스 수익 모델 없이 광고 수익이라면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될 것을 예측해본다.
👑 팀이 필요해
1년이 지나니 혼자 앱을 운영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나 역시 풀타임 아닌 상황이었다.
다른 스타트업처럼 지분을 나눠주거나 인맥이 있어 스카우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직원을 채용했다. 당시 뜨고 있던 로켓펀치, 슈퍼루키를 이용했는데 다행히 경험은 없지만 성실한 팀원들을 영입했다.
3년 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채용공고를 낼 때마다 이전보다 더 마음에 드는 인재들이 지원을 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다들 하는 일이지만, 노션으로 회사소개를 하고 채용정보를 정리해 링크로 첨부한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 중에서도 각종 스타트업 관련 페이스북 그룹, 오픈톡 등에 손품을 파는 것이 채용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 널리 혼족을 이롭게 하는데 집중
솔직히 그동안 정말 많은 이벤트와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남기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사업적으론 자랑이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휴와 협업 기회를 만드는' 나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도 됐다.
혜자로 불릴만한 이벤트도 많았고 오프라인 무료초대도 많았기에 늘 고맙다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칭찬에 취하면 안되는 일이었다.
특히 오프라인 참가비를 BM으로 생각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걸로 돈을 벌려면 정말 많은 참가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자취원정대'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최상', 모객 스트레스에 비해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은 별로 없었다. 그냥 혼족을 이롭게 하는데만 집중했다.
👑 피봇의 경험: 혼족의제왕 2.0
코로나19가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행사를 접게 됐다. 오히려 우리에겐 긍정적 터닝포인트가 됐다.
다른 BM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자취습관형성 서비스로 피봇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MAU가 200% 이상 증가했으니 나름 성공적인 피봇이었다.
유저 조사를 통해 '1인가구 3대 어려움'을 정했다.
-혼자해야 하는 집안일, 불규칙한 식습관, 경제적 어려움
우리가 바로 도와줄 수 있는 것으로 '집안일'에 관련한 피봇 방향을 정했다. 자취러들은 집안일을 스스로 하고자 하는 니즈는 많은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혼족의제왕에서는 집안일을 미션처럼 만드는 장치를 통해 게이미피케이션을 가미하고자 했다. 유저가 원하는 미션을 선택하고 정해진 시간마다 알림을 보내 사진으로 인증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집안일 해야 하는 혼족의제왕 2.0 버전은 어찌보면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서비스였다.
문제 제기와 서비스의 취지에 대한 공감은 얻었는데 본능의 한계에 부딪혔다.
👑 지원사업 서류 전형의 꿀팁 획득
지난 3년 동안 취미처럼 지원사업 서류를 썼던 것 같다.
매일 K-스타트업 사이트를 보면서 지원이 가능한 사업들을 선별했다. 사실 현금을 주는 사업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거나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업이 우선순위였다.
너무 습관처럼 지원하다 보니 최후에는 사업 지속성에 대해 고민이 있어 서류 합격을 하고도 면접을 포기한 적도 있다.
<최종 합격>
-AI 바우처 사업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
-3D 프린팅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
-KB금융캠퍼스 SING프로젝트
-한화 드림플러스 X 이랜드리테일 ACC 프로그램
-비대면서비스 바우처, 세무 바우처
-서울디지털재단 펀딩지원 사업
-마이데이터 지원사업
-벤처기업협회 PSWC엑셀러리이팅 프로그램
-충무창업큐브 챌린저 스타트업 프로그램
-서울창업카페 2022 스타트업 챌린지
-서울창업허브X코벤트랩, Pivoting&Turning up
-그밖의 소소한 컨설팅 사업들
<서류 합격>
-메가박스 x KITA 오픈이노베이션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사업
-관악구 스타트업 스케일업 지원사업
-초기창업패키지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KB국민카드 FUTURE9
-교보생명 이노스테이지On
-넥스트라이즈 2022, 1:1 밋업
서류는 한번 작성하면 거기서 계속 업그레이드 하면 되니 한번 쓸 때 제대로 쓰면 시간이 절약된다.
정부지원으로 많은 것을 해봤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AI바우처, 데이터바우처는 고생만 하고 무쓸모라는 생각이다.
사업 기간이 너무 짧기도 하고 뭔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기엔 공급 업체와의 금액적 괴리도 상당하다. 초기 창업자가 생각하는 AI개발.. 그런 건 못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잠시 솔루션을 무료로 경험해보고 싶거나, 원래 사용하는 솔루션 비용을 줄이고 싶을 때 추천한다.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것은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세무 바우처가 더 우세하다.
자격만 되면 소요되는 노력도 현저히 적다.
많은 사업에 지원하면서 테스트해본 결과,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이다.
원래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다보니 스토리텔링이 나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음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의 내용이 필수적이다. 이 부분도 앞에서 말한 스토리텔링과 이어져서 말이 되는 이야기여야 한다.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요소들은 출제자가 사업 공고에 이미 올려놨으니 공고 내용을 파악하면 된다. 사기업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기업이 지금 원하는 협업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낼 때는 '양 많이, 줄글로 길게' 썼다. 물론 이렇게 써도 합격은 했으나, 그냥 보기 쉽고 간단하게 개괄식으로 작성해도 무방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초기 창업자라면 '혹시 짧게 써서 성의 없이 보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으나, 심사위원들은 어차피 맨 처음 첨부되는 '개요'를 심층적으로 보기 때문에 혼신의 힘은 1~2페이지에 쏟아 넣으면 된다.
다음으로는 대표자가 이 사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 창업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는 지(스토리텔링)가 중요한 것 같다.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팀빌딩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팀원들의 스펙이 수려하지 않아도 대표자만 그동안의 이력과 관련된 맥락 있는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서류는 합격할 수 있다.
👑 그동안 도움 됐던 것들 요약
마지막으로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움이 됐던 것들에 대해 엑기스만 말해보고자 한다.
-제휴, 협업: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액티비티그룹
-이론 공부: 패스트벤처스 Textbook, 충무창업큐브 챌린저 스타트업 프로그램(IR 작성에 대해 많이 배움)
-실질적 도움: 비대면 바우처, 세무 바우처, 서울디지털재단 펀딩지원 사업(내 이름으로 된 책 출간에 성공함)
-사업 방향성: 서울창업허브X코벤트랩, Pivoting&Turning up(경험 해본 컨설팅 중에 가장 진정성 넘치고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줌. 코벤트랩 이사님과 진행한 컨설팅은 답답한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같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 하면서 답을 찾은 적이 많음)
-홍보: 신한퓨처스랩 이노톡 인터뷰 (가능하다면 강추. 아주 좋은 회사소개 자료가 생김), 패스트파이브/위워크 (비입주사였지만 지점마다 매니저 재량이 크기 때문에 여러 가지 딜이 가능. 점심타임 홍보, 오프라인 행사 등에 도움이 많이 됐음)
각종 오픈톡 (대표가 부지런히 손품 파는 것이 소액 온라인 광고 보다 효율좋음)
-회고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디스콰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