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연
크고 작은 여섯 번의 피봇팅, 반 년이 지나고 얻은 레슨런
1. 창의적인 아이템, 실시간 독서감상 공유 플랫폼
교내 마케팅학회에서 누구보다 일을 벌리는 걸 즐기고, 또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두 사람이 만나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창의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후 개인적인 니즈를 바탕으로 ‘eBook을 타인과 함께 읽으면서 필기, 밑줄 등 독서감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기획했습니다. 겁 없이 일단 실행하고 봤던 성격 덕분에 바로 개발자 두 명과 기획자 한 명을 영입했고, 교내 해커톤에 나가 우수팀으로 뽑혀 사무실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란 곧 그동안 세상에서 나오기 어려운 아이템이었습니다. 무작정 찾아간 출판사에서 신생 플랫폼에게는 eBook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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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현 가능한 아이템, 도서 리세일 플랫폼
이번에는 실제로 구현 가능한 아이템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eBook을 구하기 어렵다면, 실물책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실물책이어야 사업성을 높일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인플루언서의 책이라면 팔로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인플루언서가 독서감상을 남긴 실물책을 경매 형태로 거래하는 플랫폼’을 기획했습니다. 그러나 아이템의 근거는 저희의 ‘생각’에 불과했습니다. 야심차게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 경매 플랫폼까지 개발했으나, 수요조사에서 본인의 독서감상이 남긴 실물책을 판매하고 싶다는 사람은 쉽사리 모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창업경진대회에 나갈 때마다, 아이템의 필요성과 고객의 실제 수요를 의심하는 질문에 답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 아이템을 통해 ICT/SW 여성창업 공모전에서 첫 수상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결국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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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기적인 성과가 났던 아이템, 독립서점 독서모임
이제 작더라도 좋으니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침체되었던 독서 시장을 다루면서 ‘독서를 함께하는 취미로 만들자’는 비전을 세웠고, 또 독립서점 15곳 이상을 인터뷰하면서 책방지기들과 쌓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독립서점 영업을 뛰어다녔습니다. 결국 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사회자로 참여하고, 대학생들이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진행하는 독서모임을 열게 되었습니다. 1회차에는 8분, 2회차에는 16분을 모시고 성황리에 독서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수중에 첫 수익도 들어왔고, 물을 저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멈추었습니다. 정신 없이 달려왔던 6개월동안, 모두가 독서 시장에 대한 공통된 비전이 아니라 당장의 성과를 바라보고 달렸다는 것을 역설적이게도 성과가 난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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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반 년이 지나고 남은 레슨런
반 년동안의 모든 순간이 저희에게 시행착오이자 배움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창업자가 필요한 아이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리고는 실제로 구현 가능한 아이템, 수익이 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작정 달렸고,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혼란스러웠고, 저희 안팎에서 수없는 의문에 부딪혔고, 이를 해결하려고 더욱 열심히 달렸던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이유가 없다면 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팀이 공유하는 하나의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그곳으로 향하는 길로만 달리면 됩니다. 고객이 원하고 시장이 인정한다면 그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작정 실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팀의 상태를 돌보고, 고객을 개발하고 시장을 검증하는 것이 창업을 이어나갈 자신감과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팀의 공통된 비전과 아이템을 재정비한 지금, 이제 다음 단계에서는 저희의 선택을 증명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