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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kil Kim

Bongkil Kim

서기 2101년

 

 

오늘 점심은 맛이 없는 날이다

종로통을 서서 지나는 여자들은

왜 하나 같이

핸드백을 메고 있지 않을까?

이건 분명 반란이다

엄마의 할머니를 미워하는

또한 남자들에 대한 일대 반격이다

原型記憶素子 나온지 불과 십년인데

손오공처럼 귓속에 넣고 다니다니

그렇다면 어디 좋아하나 봐라

키스 한번 어림 없다

보안경 하늘색 단추 눌러

하늘 보는 점심 출근길

다행이다

집 나올 때 모른 채 집어 둔

소금 캡슐 두 개 더 있으니

 

(1994년, 김봉길 시집 <가까이 보기>, 발췌)

‘서기 2101년’을 위한 매우 늦은 후기

 

 

청소년 시절, 내 미래 시점의 생활은 어떠할까 하는 예측이 즐거울 때가 있었다. 국내 최초의 소프트웨어 국책연구소에서 첫 직장 생활로 인해 새로움에 대한 도전에 익숙해지자, 그 예측 놀이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연구 과제를 신청할 때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묘사해 보기도 했다.

 

1980년 중반을 거치면서, 아마도 100년 더 지나면, 사는 즐거움이 조금 달라져 있으리라며 엉뚱한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한때, 뭐 ‘나는 누구인가’라며 우문현답이랍시고 한 적도 있었다. 세상살이에 더 익숙해지면서 ‘나는 더 작구나’라는 우문현답 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위 글을 쓸 때, 몇 즐거움을 느끼며 상상한 적이 있었다. 원형기억소자 기술이 생활화가 될 것. 그래서 손오공이 왜 귓속에서 여의봉을 꺼내고 넣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 여자들이 핸드백을 귀에 넣고 다니는 이상한 생활을 하게 될 것. 여자뿐만 아니라, 모두는 과거 기득권을 가진 모든 것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으리라는 것.

 

아마도 그러한 거부감은 진정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첨단과학 생활에 지친 이유일 것. 그러니, 만능 모니터인 보안경을 쓰고 다니다가, 가끔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하늘색 보안경 단추를 누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나마 자연의 향기를 슬쩍 느껴볼 수밖에 없다는 것.

 

미래 어느 시점에선 점심 먹는 의미와 방법이 달라질 것이란 것. 점심용 캡슐이 그렇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집에서 출근하고 집으로 퇴근하길 바라는 마음은 더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

 

미래가 점점 빠르게 다가온다. 100년이 10년 같고, 10년이 1년, 아니 하루 그 하루가 매 순간으로 느껴지는 요즈음, 나는 무척이나 각박한 또 척박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닌지 하며, 생기지도 않는 마른침을 꿀꺽거려 본다.

 

요즈음은 내 미래 시점을 상상해도 덤덤하다. 조금 뒤돌아볼 것이 생긴 나이 탓일 것. 아무리 새로운 문명의 단어를 접하더라도 팔짱끼고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젠 더 이상의 상상이란 사람 모두 겪는 감기일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감기에 걸리더라도, 그 섣부른 감기가 나을 때마다, 그랬다, ‘살아감’이든 ‘살아짐’이든, 이 둘 중 하나였다.

 

혹시, 다른 사람도 그럴까? 상상의 감기 걸리고 싶을 때마다, 산이나 바다 같은 곳으로 더 가까이 가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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