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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엽

이동엽

공대생의 의류 브랜드 제작기

안녕하세요. 디스콰이엇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적습니다!

디스콰이엇은 IT 글들이 많아서 굿즈 제작, 브랜딩, 마케팅 분야인 제 프로덕트 경험을 적는 게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누기에 최적의 커뮤니티라 느껴져서 조심스레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저희 팀이 만든 게 무엇이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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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팀은 왜 모였을까요?

지난 1월, 새해를 맞아 야심차게 펀딩 하나 해보자! 라는 저의 제안으로 모인 5인의 팀, 썸헤클이 있습니다. 공학, 경영학, 교육공학 등등 전부 다른 전공을 지닌 저희 팀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굿즈 제작 경험이 모두 없었다는 것입니다. 관련 경험이 있더라도 기획만 하고 실제 제작은 해보지 않았던 팀원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초반엔 막막하다 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곧 우리가 좋아하는 분야에 도전해보면 되겠다 라는 결론으로 이어졌기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은 스타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왜 의류, 후우링이었을까?

여느 창업팀이 그렇듯이 저희 팀도 수많은 기획 단계를 거쳤습니다. 무려 한 달을 넘게 기획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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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다이어리 등등 수많은 아이템과 수많은 컨셉들이 줌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메인 제품을 티셔츠로 결정했던 것은 팀원 모두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과를 내서 포트폴리오에 1줄 추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결국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재미”였거든요. 같은 이유에서 후우링과 스티커, 회원증도 서브 제품으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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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름싫어클럽"이었는가?

써머, 헤이터스, 클럽. 이름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컨셉이 어쩌다 나왔냐면요. 앞서 적었듯이 저희 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였습니다. 그래서 한 팀원이 여름싫어클럽 이라는 컨셉을 가져왔을 때 다들 그게 뭐야~ 라는 반응보다는, 아 진짜 재밌다 라는 리액션이 나왔고 저희의 브랜드명까지 써머헤이터스클럽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실제로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이었어요ㅎㅎ (지하철에서 등줄기에 흐르는 끈적한 땀.. 최악이에요)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오픈하고 많은 분들이 저희의 여름싫어 메시지에 즐겁게 반응해주셨던 것을 생각해보면, 생산자들이 재밌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더욱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름을 싫어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여름을 좋아하지만 브랜드가 재미있고 예뻐서 구매하신 분도 상당수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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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들의 의류와 굿즈 제작, 어떻게 했을까?

호기롭게 의류와 굿즈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니 너무 막막했습니다. 어떤 것부터 건드려야 할 지 전혀 몰랐거든요. 하지만 손 놓고 있기 보다는 공통적으로 해야할 일과 각 파트별로 할 일을 나누어 차근차근 해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쳐내가다 보면 지식과 경험이 쌓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는 총 3개의 팀으로 나누고 업무를 분배했습니다.

  • 기획팀(2명): 상품 제작 리서치 및 컨택, 상세페이지 기획·디자인, 재무 담당

  • 홍보팀(2명): 인스타그램 기획 및 운영, 제품 촬영 기획, 펀딩 사전 및 진행 중 마케팅

  • 디자인팀(1명): 로고 및 컨셉 디자인, 제품 디자인, 인스타그램 콘텐츠 디자인

각 팀에 할당된 업무들은 각 팀이 주도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누어 가졌고, 함께 논의하고 맞춰야 할 것들은 다같이 아이데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로고 느낌이나 각 제품들의 디자인, 인스타그램 콘텐츠 주제와 컨셉 등을요. 큰 틀에서의 협의를 보고 나니 저희가 만들어나가는 프로덕트에도 일관성이라는 게 생기는 기분이었어요. 비록 아직 컴퓨터 상에 있는 것들이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니 긴 회의 시간마저 즐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2D로 존재하는 디자인을 3D 제품으로 만드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어요. 샘플을 만들기 위해 여러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을 뒤져봤지만 깔끔하고 연속적인 타임 스탬프대로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중구의류패션지원센터의 샘플·패턴실 연계 서비스를 발견하였습니다. 저희와 같은 초보 브랜드들을 위한 “무료” 의류개발 컨설팅 프로그램을요. 이 곳에 신청을 한 후 하루이틀 기다린 끝에 저희는 첫번째 협력업체를 만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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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센터가 연결해준 곳은 패턴실이었습니다. 친절하신 이사님 덕분에 의류 제작 공정 순서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각 단계에서 필요한 업체들 또한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 곳의 업체를 뚫고 나니 그 다음 순서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물론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긴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시기였거든요. Summer Hate..

티셔츠 제작 과정 요약

티셔츠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진행됩니다. 물론 초보답게 중간에 원단과 핏을 변경하느라 많은 출혈이 있긴 했지만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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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후우링은 동대문 악세사리 상가를 돌며 원하는 스톤과 비즈를 구매 후 직접 제작하였고 (100% 수제..) 유리 제품의 경우 중국에서 발주했습니다. 수제작을 하게 된 이유는 사실 타의에 의해서였는데요, 컨택한 중국 공장들이 모두 1,000개 미만은 제작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한땀한땀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정말 고되긴 했지만 팀끼리 더욱 돈독해졌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ㅎㅎ

첫 펀딩에 매출 870만원, 그 비결은?

성공한 펀딩들에겐 3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

  2. 탁월한 메시지

  3. 뛰어난 홍보

저희는 여름에 필요한 티셔츠와 예쁜 후우링을 만들었고, 여름 싫어 클럽이란 재밌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마지막 남은 것은 홍보였죠. 그래서 저희는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기로 합니다.

저희 팀의 인스타그램 운영 목표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선 SNS에 펀딩이나 굿즈 사진만 올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생 브랜드의 사진 조금으로는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이자, 저희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인 카페 큐레이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순히 좋은 카페 소개가 아닌, 여름을 피해 방문할 카페 소개로 컨셉을 확고히 했구요. 밀도와 일관성이 있는 브랜딩이 스몰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최소한의 광고로 팔로워 550명을 모았고, 이는 펀딩 홍보에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광고 당시 팔로워 183명 증가, 팔로우 전환율 35%)

🔗: https://www.instagram.com/summer.haters/

재밌었던 마케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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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팔로워들 덕을 많이 봤던 알림신청 이벤트, 얼리버드 이벤트도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오픈 당일 목표 금액 달성 및 인기 순위 8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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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력한 홍보 효과를 불러온 것이 또 있는데요. 바로 인플루언서 시딩입니다. 저희는 작고 여린 신생 브랜드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쓸 수 없어서 주변에 있는 인플루언서 친구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게시물 하나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분명히 반응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펀딩 지원사업입니다. 1차적으로는 연초에 한양대 창업동아리에 지원하여 금전적, 인적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K-Startup이나 텀블벅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기획전 등을 지속적으로 체크했고, 최종적으로 지원요건에 딱 맞았던 2023 소상공인 텀블벅 펀딩 지원사업에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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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심사가 길어져서 펀딩 오픈 이후에 결과를 받아봐서 중간에 급 바빴지만, 덕분에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텀블벅 메인에 올라가기도 하고 광고 인사이트도 받아볼 수 있어서 퍼포먼스 분석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간지나는 소개글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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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을 진행하시는 메이커분들이 계신다면 해당 지원사업 외에도 다양한 기획전들이 있으니까 한번 지원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확실히 홍보 효과가 더 있습니다ㅎㅎ (제가 지원한 사업은 마감됐습니다ㅜ)

아쉬웠지만 덕분에 배웠던 점

대학생 팀이었고, 애초에 이익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삼지 않았다 보니 상당 부분을 몸으로 떼웠어야 했어요. 이런 부분을 초반에 심적으로 대비하고 있긴 했지만, 저희의 예상보다 리소스가 배로 들어가서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펀딩 주문을 마감하고 물건을 발주, 제작, 배송하는 단계에서 얻었던 스트레스가 다들 컸던 것 같아요.

이슈 모음

  1. 100% 수제작인 후우링 주문이 무려 140개 넘게 들어왔다는 것 (후우링 개당 평균 제작 시간 40분)

  2. 7곳이 넘는 후우링 협력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과 부자재 관련 이슈들(품절, 낮은 퀄리티 등).

  3. 마진을 최소로 측정한 탓에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편의점 20곳을 돌아서 택배를 맡긴 것.

  4. 티셔츠 불량률에 대한 대비 부족 (그래도 이건 잘 해결하긴 했습니다..)

  5. 주문건과 배송 관리 미숙으로 발생한 배송 오류건

  6. 배송 시 발생한 후우링 파손 건 (유리 제품을 어느 정도로 포장해야할지 몰랐습니다.)

  7. 예상치 못한 C/S 케이스들

기대보다 많이 팔려서 너무 기뻤지만, 브랜드는 주문이 들어온 만큼 소비자의 부응에 기대해줘야 한다는 걸 체력과 시간을 쏟아서 뼈저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고된 과정 끝에 가슴 속에 가장 깊게 새긴 것.

굿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마진 최소화가 아닌, 인력 최소화를 최우선 목표로 잡기.

정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었지만 대학생들의 열정 과다라는 귀여운 이유였다고도 생각이 들어요ㅎㅎ 이젠 정보와 깨달음을 얻었으니 다음번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더욱 지혜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 굿즈 제작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도 꼭꼭 기억해두시길 추천드릴게요. 손재주가 월등히 뛰어나거나 체력이 좋으신 분이 아니라면 굿즈는 무조건 전문가에게 발주하기, 그리고 치밀한 마진 계산으로 포장 및 배송비 아끼지 말기.

펀딩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이 정도로 몰입했던 경험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펀딩에 중독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펀딩을 진행한다면 써머헤이터스클럽으로 다시 돌아올지, 아니면 다른 아이템을 개발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한번 더 할 거라는 건 확신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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