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디스콰이엇에 글을 쓰지 못하는 8가지 이유
당신은 창업가다. 그것도 고민이 아주 많은, 창업가다. “내가 하고 있는게 맞는건가?” “남들은 어떻게 하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왜 디스콰이엇에 글을 쓰지 않을까? 8가지 이유를 나열해봤다. 이 중에 하나는 걸리겠지!
*해당 글에 나오는 모든 이미지는 스모어톡의 플라멜을 이용해서 생성했다.
스스로/주변 창업가들이랑 얘기해서 문제를 다 해결했기 때문에 굳이 안 써도 돼서
축하한다! 당신은 유니콘같은 존재다. 자, 그러면 그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디스콰이엇에 써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글 쓸 시간이 없어서
충분히 이해가는 이유다. 서비스 개발, 고객 대응, 조직 관리 등 우선순위를 처리하다 보면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여기서 85% 정도의 사람들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당신이 디스콰이엇 유저라면 (다시 말해 창업가들과 소통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변명인 것도 맞다. 시간은 내면 된다. 사람마다 메이커로그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하루에 30분씩을 내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주일만 모아도 3시간은 된다. 한번에 집중해서 글을 다 쓰고 싶다는 분이라면 4시간 이내로 투자해서 작성-퇴고를 마쳐보는 걸 첫번째 목표로 삼아볼 수 있다. 그러자 누군가가 휴대폰 메모장에 글을 써서 내민다. [근데 뭘 쓰죠?]
무슨 글을 써야 할 지 몰라서
물론 처음에는 어떤 글을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쓸 내용이 ‘없다’ 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 것이다. 스타트업 씬에서 당신이 겪었던 일, 느꼈던 점,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한 이유, 동료 창업가와 나눴던 대화, 직원과 나눴던 대화, 실패 경험, 성공 경험 등등 생각해보면 적을 것들은 무수히 많다. 다만 여기서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근데 일기처럼 내용만 길고 남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이라면 어떡하죠?”

남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글일까봐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반응, 업보트도 거의 없고 댓글은 0 이다. 상상만 해도 글을 지우고 싶어질 수 있다. …. 다행히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친절한 디스콰이엇 운영진분들이 반응을 보여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과 업보트가 수십 개씩 달리는 인기 메이커로그, 또 조용한 내 메이커로그와 달리 반응이 있는 다른 메이커로그들 (메인화면에서 위아래로 보임) 을 보면서 생각한다.
-서비스가 런칭 1시간만에 1300000% 성장한 비법 궁금하세요? (댓글 67개)
-1개월만에 매출 1000억 달성 스토리 공유! (댓글 59개)
-와이컴비네이터 대표가 비행기타고 날아와 투자하게 해달라고 조른 썰 (댓글 82개)
아… 역시 디스콰이엇에 글 쓰려면 이정도 경험/인사이트가 있어야 되는구나. 나는 아직 이정도 되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쓰지 말자.”
이건 마치 내가 감자칩을 새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이미 대기업 제품이 있으니까 우리가 따로 만들지 말자 라는 말과 똑같다. 내가 만드는 감자칩은 기존에 있는 대기업 제품과 다르다! 물론 대기업이 만든 과자는 누가 먹어도 맛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만드는 감자칩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는 대기업 감자칩을 먹고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내 감자칩을 먹고는 “味味”를 외치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손에 묻은 감자칩 부스러기를 털던 누군가가 외친다. “근데 제가 디스콰이엇 메이커로그를 다 읽는게 아니라서, 제가 쓰려던 내용이 이미 남들이 쓴 글이면 어떡하죠? 중복일수도 있잖아요!”
이미 있는 글일까봐
자기계발서를 생각해보자. 사실 시중에도 자기계발서는 굉장히 많다. 자존감, 행복이 들어간 제목의 책만 검색해도 수백권이 될텐데 그 내용중에 겹치는 게 하나도 없을까? 목차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책들이 똑같은 내용을 작가 본인만의 문장으로 바꿔서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책들의 핵심은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자’, ‘타인과 비교하지 말자’, ‘남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 말자’ 같은 것들이며 (방금 당신은 자기계발서 3권 정도를 읽었다!) 독자들은 그 많은 책들 중에 나와 결이 비슷해서 읽음직한 작가들의 책을 취사선택 하는 것이다. 수학의 정석이 있음에도 - 거기서 웬만한 내용은 다 커버하는데도 - 수많은 수학 문제집/이론서들이 나오는 것을 봐라!
비슷한 내용의 글이 여러개 있다면 누군가는 뒤로가기를 누를 수도 있지만,
이전의 다른 글을 보지 못한 사람은 당신의 글을 접하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사람은 ‘관심있는 주제니까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슷한 주제로 잘 쓴 글이 있어도, 당신의 글에 더 깊은 울림을 받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포기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 써라!
가만히 있던 사람이 손을 든다. “제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제 인사이트가 구리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죠?”

남들이 내 글을 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할까봐
익명 사이트들의 리젠이 높은 이유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반응이 신경쓰인다. 앞에서 언급한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교훈인 ‘남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 말자’ 를 머리로는 안다고 해도 실천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게 자기계발서가 꾸준히 팔리는 이유일 것이다!)
‘글 되게 못쓰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썼네’, ‘남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을 굳이 써놨네’, ‘이런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은 인사이트를 줄 줄 알았는데’ 같은 반응이 있을까봐, 충분히 신경쓰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10명의 사람들이 있다면” 문구를 아는가? 7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글을 읽다가 재미가 없다면 사람들은 큰 생각 없이 뒤로가기를 누른다. 바로 다른 메이커로그로 넘어가거나 릴스나 쇼츠를 보느라 내 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굳이 긴 글을 꾸역꾸역 끝까지 읽고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있다면? 삐빅, 애증입니다. 사실 나를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하고 있는데 입덕 부정기를 겪고 있는 것이므로 측은지심으로 생각하자.
디스콰이엇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모두의 공간이고, 메이커로그를 쓰는것도 내 마음, 읽는 것도 내 마음, 읽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까지 내 마음이다. 설령 내 메이커로그를 보고 ‘읽느라 시간만 버렸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읽은) 사람 잘못이다. 누가 재미없는 걸 끝까지 읽으래? 쓴 사람이 읽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 것도 아니고 결국 본인 필요에 의해 읽었으면서 본인이 기대한 내용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 몇개월간 디스콰이엇에서 읽은 메이커로그 중에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것이 있는가?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떠오르는가?
내 경우는 그냥 읽었다는 사실과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다’ 정도의 감상만 남는 편이다. 하루에 수많은 것들을 접하는 디스콰이엇 유저들 특성상 대부분 그럴 것이다. 글이 아무리 좋았어도, 아무리 나빴어도, 결국 누군가 하루에 읽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10분 안에 읽는 글에 대해서 비난하고 더 나아가 글을 쓴 사람까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욕을 쓴 것도 아닌데 하나의 글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이 더 편협한 거다.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아라. 결국 좋아할 사람은 내가 무슨 글을 써도 좋아해주고 싫어할 사람은 무슨 글을 써도 싫어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당신에게 큰 관심이 없다.)
긴 문단을 마치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질문이 날아온다. “그럼 그렇게 남들한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글이라면 애초에 왜 쓰죠?”
큰 임팩트를 주는 글이 아닐까봐
또 자기계발서가 등장할 시간이다.
‘잘해야/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나는 특별하지 않다, 남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똑같은 인간이다. 한명이 엄청난 지식을 설파하고 남들이 감탄하면서 듣는 건 종교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남들은 딱히 당신에게 엄청난 인사이트를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당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빌게이츠쯤 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임팩트를 주는 글을 써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계속 검열하게 되고 (’이게 과연 쓸 가치가 있는 글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평생 쓸 수 없다. 그냥 쓰는 거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처럼. 이 글도 있어보이려고 숫자를 붙인 것 뿐이지 딱히 인사이트가 없다. 순수한 데이터 낭비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그래, 저런 허접한 내용도 쓰는데 나도 써보자.” 라고 생각해서 글을 쓸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을까?
디스콰이엇에 글 쓰는 것을 엄청난, 대단한 행위로 생각하지 말아라. 그냥 주변 친구와 가볍게 대화하는 것쯤으로 여겨라. 지금까지 내가 얻었던 중요한 업무/인간관계 인사이트들은 각잡고 멘토와 한 대화들이 아닌, 마침 시간이 남아서 했던 주변사람들과의 대화로부터 나왔다.
당신의 글은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엄청난 깨우침을 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글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에 가깝다.
당신의 글을 포함한 여러가지 글을 읽고 (잠재 의식에 남아있다가) 다른 사람이 인사이트 넘치는 글을 쓸 수도 있고
당신의 고민하는 글에 누군가가 공감, 위로 혹은 해결책을 제시해줄수도 있고
당신의 글에 플러스 알파로 어떤 지식을 덧붙여줄 수도 있고
당신의 글을 읽고 영감을 받거나 고민을 해결함으로써 당신이 남을 도와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쓰긴 쓸건데 분량을 얼마나 해야할지…”
얼마나 길게 써야할지 고민돼서
너무 짧게 쓰면 성의없어 보이고, 길게 쓴 사람의 글을 가볍게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너무 길게 쓰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중언부언 하는 것 같다.
적정한 길이가 있을까?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자. 당신이 50문장을 써도 누구에게는 짧게, 누구에게는 길게 느껴질 것이다. 참고로 여기까지가 157문장이다.
예전에 @박종한님 (전 디스콰이엇 / 현 그리다) 에게도 디스콰이엇에 글쓰기 어렵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때 종한님의 답변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고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단 세줄로 시작해보세요. 그 다음에 천천히 늘려가면 되죠.”
“그리고 글을 쓸 때 처음에는 인간적인 얘기로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얼마나 길게 써야하는지’,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하는지’ 이 2가지로 막혀 있었는데 저걸 듣자마자 길이 뚫린 기분이었다. 그 뒤로는 디스콰이엇에 글을 쓰는것에 주저함이 없게 되었다. (주저함은 없어졌지만 시간이 없었다. 아니, 의지가 없었다… 변명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아주 작은 이유로 인해 실천하기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번지점프도, 발판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겠다는 그 마음을 먹기까지가 어려운데, 뒤에서 “할 수 있어요. 화이팅!” 한번 외쳐주고 머뭇거릴때 아주 조금만 등을 밀어주면 결국 본인이 뛰어내릴 수 있다. 99%의 결심을 했지만 1%의 망설임으로 주저했다면, 마지막에 그 요소만 제거해주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조그만 Push 만 있으면 뭐든지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글을 쓴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오늘 다룬 8가지 이유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용기 혹은 흥미를 줬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혹은 당신이 글을 쓰지 않는 9번째 이유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줘도 좋을 것 같다.
(말투가 웃긴 이유는 요즘 번역서를 많이 봐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