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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yeon Moon
Changyeon Moon ·

비대면은 왜 각광받는가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시대>

혼자서 고민하던 문제들과 이슈들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할 때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비대면을 선호하니까 이를 염두에 두고 온, 오프라인 서비스를 구축하자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그때 불현듯 저 말은 누가 들어도 그럴싸하지만 누가 들어도 애매한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궁금증이 생겼다.

비대면에 대한 선호는 정말 특정 연령대만이 가지는 공감대인가? 그렇다면 그 연령대는 점차 내려가고 있는가? 밀레니얼의 전의 세대는 비대면보다는 대면을 선호하는가? 여기에도 시대적 트렌드라는 게 있는가? 시대적 트렌드가 있다면 나중엔 다시 대면이 각광받는 것인가? 시대적 트렌드라는 게 없다면 세상은 ‘정말로’ 비대면을 향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렇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언택트(Untact)의 시대. 이젠 어딜가도 키오스크가 낯설지 않고, 키오스크를 넘어 무인 매장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특히 인건비가 고정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반복적 작업이 많은 업종일수록 무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즉, 대면의 영역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모든 세상(환경)이 점점 더 비대면으로 향하는 것인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던 우리의 정(情)이 한 시대를 걸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디지털이라는 것이 정말 더 편리해서인가?

불편한 키오스크의 예시라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들을 아마도 한번쯤 본 적이 있을텐데, 실제로도 키오스크의 UX나 UI를 짜는 건 가만히 생각해봐도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나 기존에는 말로 대충해도 알아 듣던 주문을, 정확하게 입력해야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큰 화면의 키오스크로 이럴지언데 작은 모바일 기기에서 버튼들을 찾아 연속적으로 클릭하는 것이 전화 한 번 거는 것보다 정말로 더 편리한가를 생각해보면 아닌 경우도 많다.

단순히 UX나 UI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더 편리하거나, 더 안전하지 않음에도 세상의 많은 일들이 점점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문을 받던 사람 대신 키오스크가 생기고,

서빙을 해주던 사람대신 서빙로봇이 돌아 다니고,

계산을 해주던 사람대신 무인계산기가 들어오고 있다.

종국에는 운전을 해주는 사람 대신 자율주행이 그 자리를 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왜일까? 물론 고정비를 아끼고 싶다거나, 사람이 손으로 하기 힘든 정밀도를 가지기 위함이라는 게 더 타당한 이유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의 관점이다.

왜 고객은 더 불편할지도 모르는 비대면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답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내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하나가 있었다. 젊은 분들은 특이할 정도로 비대면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종합적으로 들이는 시간은 대면이 더 품이 적게 들어가는 포인트들이 있음에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선 연령을 제외하곤 그다지 차이가 없는 그룹안에서도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판이하게 달랐다. 50대는 콜센터(고객센터)를 선호하는 반면, 20대는 대면이 없는 채널(챗봇, 메신저 등)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고객들의 니즈를 해석하고 풀어나가는 것과 별개로 나는 왜 어릴수록 비대면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계속 궁금해했었고, 나름대로 가설을 세웠다.

그건 바로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시대에 도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뱀을 직접 마주치지 않더라도 생각하거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뱀 공포증(Ophidiophobia)은 무려 1/3의 성인에게서 보고되며, 가장 흔한 공포증 중1) 하나이다.

이런 두려움이 본능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것 같고 나 역시 가끔 검색을 해보곤 하는데, 최근 연구결과들은 일반적으로 본능에 새겨진 두려움이라는 결론에 가깝게 나고 있는 것 같다.

막스 플랑크 인지 뇌 과학 연구소에 실린 연구결과 2)가 바로 그중 하나이다.

2017년 독일의 라이프치히(Leipzig)와 스웨덴 웁살라(Uppsala) 대학의 과학자들은 생 후 6개월의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신생아들은 밖에 나가본 적도 거의 없고, 당연히 뱀을 경험해본 적도 없으며, 부모에게 배울 시간도 없었고 심지어 가르친다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신생아들조차 뱀이나 거미 같은 존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곰이나 코뿔소 같은 육식종, 대형 종들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는 꽤 많은 편으로,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논문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90% 이상의 새끼 원숭이들이 뱀을 보여주면 때려죽이려고 하거나 도망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뱀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런 공포가 선천적인 것이라면 우리의 DNA 어딘가에 이런 종들에 대한 공포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으로 자연에서 수렵생활을 하고, 별다른 피복과 방어기제가 없었으며, 의학이나 의술보다는 토테미즘과 민간처방에 의존하던 먼 옛날의 우리 선조들이 뱀에 대해 가졌던 공포가 유전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유전자 염기서열에 생물학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공포 같은 무형의 정보들이 담길 수 있느냐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순 없고 비과학적인 이야기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인간이 인간을 피하는 현상이 점차 대물림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013.14272

먼 옛날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도 두려운 존재였지만 이들을 마주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이 협동하고 방어하면 어느 정도 피하거나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뱀이나 거미 같은 종들은 높은 확률로 일상에서 마주치면서도, 작고 눈에 잘 안 띄이지도 않고, 사소한 부주의 만으로도 목숨을 잃게 만드는 녀석들이었던 것은 아닐까?

즉 확률적으론 범을 만나 죽을 일보다 저런 뱀에 물려 죽을 일이 더 많았지 않을까?

그런 공포감이 쌓이고 쌓여 인류에게 내재화되어 있는 것 아닐까?

지금도 우리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을 우리의 어딘가에 축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특정한 공포에 우리가 물들어가고 있다면 그것이 100%가 되었을 때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는 와중에도 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의식주가 발달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예전과 같이 맹수를 만나거나 독을 가진 동물이나 곤충을 접하기가 어려워진 지금, 인간은 무엇을 무서워하고 무엇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가?

단언컨대 새로운 공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였던 것 같다. 그 소설에서 두려움에 대해 레티샤와 멜리어스가 나누는 대화가 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진지하게 말해주세요.’

‘전 늑대를 무서워합니다.’

‘늑대요?’

‘당신은요?’

‘전 당신이 무서워요’

‘농담하지 말고 진지하게요’

‘정말이에요. 전 당신을, 인류를,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늑대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수와 사람들 때문에 죽는 사람들 수를 비교해보세요’

짧은 대화 속에 답이 있다.

현대화되고 문명화 된 사회 속에서 천재지변을 제외하곤 인간을 해칠만한 동물은 '인간'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의 내면에 그 '인간'에 대한 무의식 중의 공포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죽일 수 있는 것도,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도,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도 '다른 인간'밖에 남지 않은지 오래다.

여기서 위협은 반드시 생명의 위협 만을 포함하진 않는다.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활동,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활동, 자신의 시간을 빼앗는 행동,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안겨주는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물론 B.C와 A.C를 걸친 4천여 년의 시간은 진화학 적으로 짧은 시간이고,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시대가 도래한 결과, 세대가 지날수록 대면을 기피하고 비대면을 선호하는 반응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어떤 식으로든 위협가능한 존재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고픈 것. 그것이 비대면이 성장하는 진짜 이유이다.

단순히 디지털이 시간을 덜 들이고, 발품을 덜 팔고, 보다 더 편리해서만이 아니다. 

배달을 시켜도 문 앞에 두고 가달라고 하는 것도, 영업사원들을 만나기 싫어하는 것도, 전화 공포증이 존재하는 것도, 혼자 쇼핑하고 싶으니 말걸지 말아주세요란 팻말이 붙은 쇼핑박스가 존재하는 것도 모두 타인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성향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비대면이 조금 더 귀찮더라도 대면하지 않고 처리하고자 하는 의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축적되어 바뀌고  있는 우리의 성향이 조금씩 현실에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의 각광이 단순히 UX/UI의 발전과 시간적 편리함 때문만이라고 해석하는 것(물론 이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긴 하다)은 그 근간에 깔린 인간의 공포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이후의 다음 세대는 더더욱 비대면과 언택트에 익숙해져 갈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런 행간을 이해하고 준비해야한다. 그 시점에는 더 이상 Digital Transfomation을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 않은 기업은 이미 다 망했을 테니까.


1) Lynne Isbell, "The Fruit, the Tree, and the Serpent - Why We See So Well" (Harvard University Press, 2009)

2) Itsy bitsy spider: Fear of spiders and snakes is deeply embedded in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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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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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이하늘

심리학 전공생으로서 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예전에 읽은 연구가 글에 나와서 더 흥미로웠네요 ㅎㅎ…) 먼 미래에는 장례식이나 결혼식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려나 살포시 생각해봤습니다🫢

박세희
박세희

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네요. 공포라고 표현하신 두려움에 대한 자기방어적 태도에 저도 평소 동의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생존보다는 남이 나를 부정하는 반응을 회피하고자 비대면 선호가 가속화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관점을 제시하셔서 재밌었습니다.

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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