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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Rhee
John Rhee ·

나의 처절한 개발 실패기-2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오기전 관심을 가졌던 업체를 방문하였습니다. 사실 이곳이 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인줄은 몰랐고 이 업체 홈페이지에서 자체 개발했다고 하는 비콘(beacon)에 관심이 있어 이를 활용할 방법을 의논하기 위함이었는데 만나서 미팅을 하다보니 외주 개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개발 관련 협의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때도 지금처럼 wishket 같은 서비스가 있었더라면 뭐가 좀 달라졌을런지도 모르겠지만 개발 과정이 블랙박스와도 같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로서는 그들이 내 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의 신도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그리고 tech에 무지하기만 하던 내게 그들의 언어는 다른 세상의 그것과도 같음에 다른데는 알아볼 생각도 않고 그들을 덥썩 껴안았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이거 프로젝트가 너무 커서 아무리 빨리해도 7-8개월 이상은 잡아야 겠습니다."
"그렇게나 걸리면 안됩니다. 3개월만에 끝내주시죠."

정말 해서는 안될 짓만 골라서 했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구체적으로 견적을 내봐야 알겠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억 5천 이상은 들겠는데요."

아무튼 견적서를 받아 보았고, 서버 1명, 안드로이드 1명, iOS 1명 그리고 PM 1명... 뭐 이렇게 투입되는걸로 하고 개발기간은 3-4개월, 금액은 무려 1억5천만원에 계약을 했습니다.

"아..그리고 소스코드는 드리지 않는거 아시죠?"
"네? 소스코드는 당연히 주셔야....?"
"그게요.. 이것도 일종의 저작물이라 소스코드는 안드리도록 표준계약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진즉에 알아봤어야 하는데도 눈에 뭐가 씌이면 다 넘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앱개발기획서라는걸 만들어본적이 없어 얘길 하니 전체 팀과 와이어프레임을 놓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면 PM이 정리해서 기획안을 준비해서 개발 시작전에 최종 컨펌을 받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많은 외주개발을 해봤지만 이 정도 해온 경우도 흔치 않은 일이다... 프로젝트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자신들도 단지 외주 이상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 등등.

3-4개월 후면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안 매일 출근하며 점심, 저녁 사먹여가며 그들과의 친분도 쌓아나갔고 그동안 목말라 했던 많은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기 며칠 전, 아직도 기획서는 전달이 안되었고, 나의 재촉에 그들은 정리가 되는대로 이메일로 보낼테니 걱정말고 돌아가라는 대답에도 그들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었기에 결국 다시 사막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기획안이 도착을 했는데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겁니다. 그런데 경험이 없으니 판단을 할 도리가 없었고 뭐 충분히 설명을 다하고 왔으니 개발에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환상에 여전히 빠져 있었죠. 아마 이 분야를 조금만 아는 누군가만 옆에서 도와 줬더라도 첫단추를 이렇게 엉터리로 꿰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와서도 나의 생각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었고, 드디어 디자이너와 화상을 통한 미팅이 개시 되었습니다. 나의 진화(?)된 아이디어를 디자이너는 전혀 거르지 않고 디자인에 반영하였고 이것이 그들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여기했는지는 전혀 모른채 나는 나대로 쉬지 않고 진화를 이어나갔지요.

한달쯤 지날 무렵 에이전시의 김이사라는 친구가 연락이 와서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는 문제제기를 합니다. 뭐가 문제냐... 자꾸 변경을 요구하는데 이러면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아니 이 정도가 무슨 변경이냐... 그것도 변경이다... 아직 거기까지는 개발 하지도 않고 있지 않느냐... 그래도 문제가 된다... (이거, 아주 흔한 상황이라는거 오래 후에 알았고, 그게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 직접 개발을 하면서야 깨달았습니다 ㅠ.ㅠ)

다람쥐 쳇바퀴 도는 argue가 이어졌고, 그 와중에도 PM이라는 친구는 전혀 관여하는 모습이 아니 보이고.. 그렇게 두달 넘게 진행이 되어도 내 눈에 보여지는건 없고.. 조금씩 퀘스쳔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들을, 아니 프로그래밍이라는 단순 정확함을 믿고 있었기에 "뭐 잘되겠지"만 되뇌이며 기다렸습니다.

많은 오고간 conflict는 대략 생략하고...

그해 11월쯤, 이미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기에 처음으로 독촉을 시작했고, 몇 차례의 critical한 argue 끝에 서울에 나오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확답을 듣고 드디어 두번째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전히 이번에 가면 테스트를 거쳐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드디어 세상바꾸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앙은 한치도 흔들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케익을 사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무실을 들어섰습니다.

반가워는 하는데 어딘지 석연치 못한 표정들. 아무튼 차한잔 마시면서 잠시 의례적인 인삿말을 나누고는 테스트를 요구했는데 그 어느 곳에도 테스트는 없었습니다. "아직 준비가 조금 덜 됐다"는 말뿐. "그럼 왜 오기전에 연락을 주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오시자마자 이렇게 바로 사무실로 오실줄은 몰랐다는.." 다소 황당한 변명까지. 며칠내로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위로를 뒤로 하고 그 며칠 후 다시 찾은 그 사무실에는 클릭 한 번 하면 뭔가 변화가 생기는데 최소 20-30초는 걸리는 이상한 생기다 만듯한 앱이 하나 있을 뿐이었습니다.

전과는 달리 문제를 설명하는데는 별의별 기술적 용어들이 난무하고 들어도 이게 무슨 말인지 잘 해석이 안되는 설명만을 듣고 앉아 있으면서도 "원래 앱개발이 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는 그들의 설명에 나 자신도 "그럼 그렇겠지. 뭐 한 번도 되기야 하겠어?"라며 스스로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황당한 상황에 자청해서 compromise를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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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그들이 처음 제시했던 7-8개월도 훌쩍 넘어서고 있었지만 내 꿈을 담기로 되어 있던 앱의 상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복잡한 일들이 터지면서 개발자 한 명이 퇴사를 하네마네 하는, 그래서 내가 그에게 차라리 그럼 나랑 일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하는 코메디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만난 PM으로 일하는 후배가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형, 거긴 아닌 것 같어. 그냥 소스코드 받아서 다른데 알아보는게 낫겠어. 그리고 참고로 말하는데 만약에 소스코드에서 30% 이상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시 개발하는게 나은거야. 그거 살리는게 시간도 돈도 더 깨져."

믿어야 좋은건지 무시하는게 좋은건지 전혀 판단이 서질 않는 엄청난 충고를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도 약속한 개발비는 잘도 챙겨가고, 대화가 점차 심각성을 더하면서 "사실 그 금액에 저희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을때는 사실 지분에 대한 대표님의 배려를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이미 약속한 개발비는 거의 투입이 된 상태에서 소스코드라도 달라, 못준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시작한지 1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너덜너덜한 소스코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소스코드를 기반으로는 모바일 상에서 거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있었지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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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gyu Jang
Hyeongyu Jang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따르면 개발비 1.5억은 그대로 지불되고 돌아가지 않는 코드를 받으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