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업해야되는 성격이야"
1) "야 너는 커서 큰 사업하겠다"
나는 유년 시절부터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에 속했다. 어려울 수 있는 부모님의 지인분들과도 비교적 스스럼없이 지내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통이 참 크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대학 시절 때도, 다양한 친구, 선후배들에게 '너 참 성격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오늘날 말하는 '인싸'의 느낌이 아닐까 한다. (쓰다보니 내 자랑같이 들리는데, 그런 의도는 절대 아님)
그래서인지, 윗세대 어른분들을 만나면 '너는 사업해야겠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어렸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성인이 되고나서부터는 '아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은 사업하면 잘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였다.
2) 사업해야 되는 성격이 따로 있을까?
저런 말을 들어서라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나는 현재 어찌 저째 스타트업 씬에 들어오게 되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사업의 현장으로 뛰어든 것.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나는 사업을 잘 할수 있는 성격이니 잘될 거야'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성격이 따로 있을까?'
3) (한국)어른들이 말하는 사업가의 기질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의 산업화, 민주화를 몸소 겪으신 나의 윗세대 어른분들은 성공한 기업가들의 스토리를 많이 접하게 됐을 것이다. 현대그룹 창업가인 정주영, 삼성그룹의 이병철 혹은 이건희 등 성공한 국내 기업가의 다양한 스토리를 들었을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분들의 성공 스토리는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통이 크고,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협상력, 그리고 사람들을 통솔하는 강력한 지휘력 혹은 리더십' 따라서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접한 어르신분들은 자연스럽게 성공한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왠지 모르게 통이 크고, 배포 있게 베팅하며, 결정적인 순간 때 사람의 호감을 사서 원하는 딜을 따는 모습이 떠올릴 수 있다. 굳이 한 장면을 떠올린다면, 어딘가 모르게 회의 테이블 상석에 앉아 직원들에게 멋진, 통 큰 지시를 내리는 이미지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분들도 초기에는 고생 고생하면 사업체를 일구었을 테지만, 현재 국내 사회에서 소구되는 성공한 국내 기업가들의 모습은 앞서 언급한 이미지가 더 가깝지 않나 싶다. (개인적인 생각임)
4)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기업가/창업가
스타트업 씬에 종사, 또는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바라보는 오늘날의 창업가의 이미지와는 왠지 모르게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학창 시절 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프로덕트를 만든 창업가들 -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피그마의 딜런 필드, 핀터레스트의 벤 실버만 등의 사례를 보면 왠지 모르게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기업가 (벌써 기업가와 창업가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부터가 왠지 다르다)와는 이미지가 다르다. 위에 언급한 해외 창업가 중, 피그마의 딜런 필드 예시가 가장 강력한 비교군이 아닐까 한다. 피그마를 창업한 딜런 필드는 브라운대를 중퇴했고, 출근길에 1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수줍음이 많아 벤처캐피털 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종종 혼자 술을 마시곤 했다고 한다. 후에 그는 대학 동기와 함께 피그마(제품이 나오는데 약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단다!)를 만들었으며, 이를 올해 경쟁업체인 어도비에 28조 원이라는 금액으로 판매했다. 이 스토리만 보아도 어딘가 모르게 내가 들어왔던, "너는 사업해야돼"라는 기질과는 크게 다르게 느껴진다.
5) 사업은 사업을 해야 될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절박한 사람이 승리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나로써 요즘 느끼는 것이 많다. 물론 어른들의 말씀만을 믿고 스타트업 씬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영향이 아주 없었다고는 솔직히 부정 못하겠다. 사업이 어그러질 때에도, '난 사업해야 되는 성격이니 언젠가는 잘될거야'라는 정말 소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나날을 보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 여러 글들을 읽고 사례들을 보면서 사업은 사업을 해야 될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제로베이스부터 처절하게, 지속적으로, 빠르게 만들어가는 절박한 사람이 승리하는 것임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물론, 과감한 베팅력, 배포, 끈기 등 국내 기업가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현재 내 상황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말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 깨닫기에는 정말 긴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적어도 지금의 나는 기업가보다는 창업가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
딜런 필드 관련 기사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234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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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창업가 1인으로써 MJ님의 창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아싸 기질 다분한 사람으로서 엄청 흥분하면서 글 읽었습니다. 저랑 이니셜도 같은 MJ님의 창업을 응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민정님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