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관점에서의 초기스타트업 IR
@윤덕진 매니저님의 <Cold Start Problem> 마라톤연재를 보면서 저도 디스콰이엇 메이커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남기고자 오랜만에 글을 남겨봅니다 :)
0/ 9월 한 달간 약 100여개의 초기 스타트업 IR을 진행했습니다.
디스콰이엇에 자주 글을 남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기도 합니다. 더벤처스는 한국 초기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창업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으로 9월에는 한 달간 약 100여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만나서 투자검토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9월의 러닝을 바탕으로 훨씬 더 많은 창업자와 그들의 스타트업을 만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실제 투자집행을 결정하게 된 스타트업은 두 자릿수가 되지 않습니다.
투자 검토는 창업자, 문제, 제품, 시장 그리고 더벤처스의 투자 요건과 방식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의사결정입니다. 따라서 수백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적은 수의 팀에 투자가 이뤄지게 되는 건 일반적인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투자검토를 통해 느꼈던 아쉬운 점은 창업자분들께서 IR도 투자자라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고 세일즈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간과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2/ 초기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오해.
창업자분들께서 초기단계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 가장 오해하시는 것들 중 하나는 투자자가 미래에 대한 뛰어난 예측력, 시장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 사업화에 대한 뛰어난 경험을 바탕으로 원석을 점찍는 일 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입니다.
특정 산업의 미래, 특정 시장에 대한 이해, 특정 사업에 대한 경험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누구도 모든 산업, 시장, 사업에 대해서 완벽한 이해를 항상 최신화된 상태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초기 창업자가 특정 문제의 본질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뒤, 산업/시장/사업적으로 어떤 구조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서 해결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창업자의 주장을 듣는 순간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주장과 근거가 타당한지를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하고 확인해가는 과정이 투자 검토의 과정입니다.
3/ 투자자를 고객으로, 나의 사업을 제품으로, IR을 마케팅(세일즈)로 본다면.
창업자는 투자자를 고객으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제시하는 제품(사업)을 구입할지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투자자에게 적절한 스테이지의 창업팀인지, 우리와 유사한 산업군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인지, 포트폴리오사 중에 경쟁사로 보이는 곳이 존재하는지 등의 리서치는 창업자가 IR 미팅을 위해 쓰시는 시간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IR 과정을 B2B 마케팅/세일즈 프로세스로 본다면, 내 제품(사업)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고객을 리스트업하고, 이 고객을 어떤 식으로 세일즈를 진행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IR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 어떤 심사역을 컨택할지, 그 심사역이 특히 우리 창업팀에 관심이 있을 이유가 있는지, 공통된 네트워크가 있는지, VC에서 투자를 최종 결정할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지, 투자검토 절차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잘 알수록 더 전략적으로 투자유치를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4/ IR 피칭 = 나의 제품(사업)에 대한 광고
IR 자료 또는 발표 시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간단합니다.
- 창업자가 풀고 싶은 문제
- 창업자가 제시하는 해결방안
- 창업자와 팀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이유
- 창업자가 생각하는 주요지표
- 현재와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
- 투자유치 전까지 실행한 결과와 찾아낸 인사이트
내용을 목차로 하는 단순 답변들은 이 문제, 사업, 시장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에게 잘 이해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가진 광고라고 생각하고 각각의 내용들을 구성해주시면 효과적입니다. 내용에 있어서 창업자분들이 오해하시고 있는 내용들을 몇 개 더 적어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주요지표는 유저수/매출 인데, 아직 제품을 만들어서 시작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유의미한 지표가 없습니다."
-> 주요지표는 창업 순간부터 주기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초기 스타트업팀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제시하는 해결책이 정말 작동하는지, 타겟으로 하는 고객이 실제로 구입을 하였는지부터, 제품관점에서 어떤 지표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논리전개를 들어보고 창업자와 팀을 판단합니다.
"문제가 확실히 존재하고 저희의 제품을 고객이 사용하지만, 아직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습니다."
-> 사업으로부터 매출이 발생되고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사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유저를 모아서 광고를 하겠다 등의 사업모델은 실제로 그게 가능한지, 유저 수를 어느 정도 모았을 때 어느 정도의 광고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리전개를 들어보고 싶어합니다.
"K, N 등의 대기업에서 제품을 수년간 만들어온 팀원들입니다. 저희가 투자를 유치하면 조인시킬 수 있는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등도 주변에 매우 많습니다."
-> 아직 조인하지 않은 인원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성공적으로 엑싯한 창업자여도 두 번째 창업, 세 번째 창업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기업에서의 제품개발과 고객유치는 초기 스타트업과 너무 달라서 역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5/ 제일 중요한 건 창업자만의 인사이트입니다.
투자검토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창업자들의 문장들이 있습니다.
"모두 이 사업을 'OO' 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 사업을 'XX'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쟁자는 OO가 아닌, XX 입니다."
"투자금으로 저희는 OO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XX 결과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바탕으로 선점효과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의 사업의 unit economics는 이렇게 계산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템의 강점은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unit economics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창업자가 본인의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던 인사이트는 실제로 가설이 맞다는 증거들을 확보함으로써 논리가 확실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이 보지 못하는, 경쟁자는 알지 못하는 인사이트가 됩니다.
인사이트 없는 실행력은 시간과 자원의 소진일 뿐입니다.
6/ 아직 모르겠다면 일단 부딪히고 도전하세요 :)
나쁜 제품은 현란한 광고로 한 번은 살 수 있지만, 계속해서 사지는 않습니다.
좋은 제품은 경험하면 고객이 계속해서 살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사게 하지 못하면 재구매는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창업자, 팀이었지만 결과가 아직은 부족해서 또는 세일즈가 충분하지 못해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팀들이 9월에도 있었습니다.
10월에도 더 많은 창업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더벤처스 패밀리로 모실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매일 즐겁습니다. 디스콰이엇의 메이커 여러분들 중 투자를 원하신다면 링크를 통해서 일정을 확인해주세요!
커피챗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Founders Backing Founders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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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벤처스에 여러번 냈다가 다 떨어졌던 경험만. ㅎ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케빈님! 많은 지점에서 공감합니다.
심사역님 항상 귀중한 인사이트 많이 나눠주셔서 큰 도움 받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사이트 없는 실행력은 시간과 자원의 소진일 뿐입니다... 기술력을 주무기로 하는 회사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제 같습니다. 기술이 사업의 모든 걸 해결해 주지 못하니까요!
좋은 인사이트 스토리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