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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김지수 ·

굳이 내가 나서서 해야지만 그게 내 일일까?

회고록 2편을 쓰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나간 일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것보다, 현재의 심란함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생각이 들고 최근 한 달을 먼저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 사람들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는데, 내 마음 속에서는 이걸 반대하고 있지만 대놓고 반대의 입장을 표현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 워낙 성격이 또 남 제안 쉽사리 거절하는 성격도 아니기도 하니 더욱 그럴지도...

다른거 다 제쳐두고 일단 이 문제만 다시 생각해 보고, 그들 앞에서 당당하게 NO를 외치진 못할지언정 소소하게 기록으로나마 반항해보려 한다.

"그게 남 일이지 네 일은 아니잖아"

최근에 특히 많이 들은 대목. 물론 나 본연의 색채를 가지고 나를 주도로 하는 일을 하기를 바라는, 다시 말해 '일한 만큼 빛날 수 있는' 일을 하고 또 그렇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말들이라는 점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얘기를 듣고 있을 당시에는 "음 듣고 보니 그렇네..." 하고 그 시점보다 더 된 과거를 돌이켜보며 과거의 나에게서 '오류'를 찾는 '오류'를 범한 것 같다. 지금부터 왜 이것이 '오류'임을 확신하게 되었는지 잠깐 떠들어볼까 한다.

일단 나는 누군가의 앞에 나서서 하는 걸 '좋아만' 하지, 잘 할 줄도 모르고 능숙한 사람도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딱히 이 부분을 개선해보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다. 그런 내가 과연 온전히 나 혼자 리드해서 프로젝트던 프로덕트건 어떠한 결과물 내지 성과를 도출해낼 만큼의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고 늘 그래왔듯 내가 내 주도로 해야할 일은 내가 앞에 보여지는 일이 아닌 한 걸음 뒤에서 내 앞에 나서줄 사람을 서포트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또 그게 내 전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앞에 나서서 내 얘기를 하는 자리가 없었으면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충분히 '관종' 기질이 다분하고 내가 나름 잘 아는 분야라고 생각하면 내가 나서야 할 일이 전혀 아님에도 마치 내 일처럼 나서는걸 좋아할 때도 있다. 근데 이건 정말 내가 꽂혔을 때, 그러니까 극히 일부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을 달리 해보자, 메인 프로덕트를 서포트하는,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서드파티 프로그램'을 주로 다루는 사람들은 정말 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일까? 아니다. 어떤 분야든 각자의 역할이 있고, 각자의 성향이 있는 법이니 그 사람이나 그 팀, 그 프로젝트가 해결하고자 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자주성을 인정받을 만한 일이다.

내 생각에는 나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존재를 서포트해 주고, 또 그 사람들이나 그 일들이 잘 되었을 때 얻는 성취감이 나의 성공보다 훨씬 큰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본다. 덤으로 그 덕분에 나도 금전적으로 이득을 본다면 그만한 금상첨화는 없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은 것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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