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은 멀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 Server In PARD, Log #3
대학교를 다니면서, 한 학기가 끝나면 새 학기가 오길 바랐고, 새 학기가 시작하면 그 학기가 빨리 끝나길 바랬습니다. 끝날 때가 되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는 느낌을 제법 느끼곤 했는데, 이번 학기도 그렇게 된 거 같네요. 강의를 듣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학기 시작 전에 PARD 지원을 고민하고 있던 때로부터 16주가 넘는 시간이 벌써 지나, 한 힉기가 끝나가고, 어느새 롱커톤 시작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서버 파트에서의 세미나는 끝났습니다. 서버 파트에서는 숏커톤 시작 전에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이후부터는 다른 파트 사람들과 같이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로그는 서버 파트로써 동아리에서 겪은 일 보단 PARD의 동아리원으로써 겪은 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롱커톤이 끝나고 적게 될 네번째 로그가 PARD에서의 (높은 확률로) 마지막 로그가 될 거 같네요.
Logging Events:
[기획 + 디자인 + 개발] 연합 세미나 #2: Lightning Decision Jam(LDJ) (2023-11-11 13:00 ~ 2023-11-11 15:30)
개발 연합 세미나 (2023-11-18 15:00 ~ 2023-11-18 16:30)
숏커톤(Short-kathon) (2023-11-25 19:00 ~ 2023-11-26 13:00)
롱커톤(Long-kathon) 팀 빌딩 (2023-12-02 11:50 ~ 2023-12-02 17:30)
PARD 종강총회 (2023-12-09 13:00 ~ 2023-12-09 15:00)
Lightning Decision Jam(LDJ)

이름에 나와있는 것처럼, 번개같이 짧은 시간에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선택하는 기법입니다. 이번 LDJ 세션은 "맥도날드 앱"을 주제로 진행하였는데,
팀 형성 후 2주 동안 앱을 사용해보면서 불편한 부분들 탐색
앱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부분들을 각자의 - 디자인 쪽, 기획 쪽, 개발 쪽 - 측면에서 제시
1에서 제시한 문제점들 중 어떤 걸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선택 후 우선순위 선정
2에서 선택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각자 제시
3에서 제시한 해결책들 중 어떤 걸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선택 후 우선순위 선정
-의 (대략적인)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걸 시간을 정해두고 하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겼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있던 조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은 자신이 낸 의견을 스스로 까내리며 걸러내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의견 충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위의 과정들을 순조롭게 소화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죠.
근데 "의견 충돌 없이 잘 진행되었다"는 걸 좋게 생각해야 할지 안 좋게 생각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좋게 보면 서로가 양보하며 의견을 나눈 게 되는데, 나쁘게 보면 "싸우기 싫어서" 그런 충돌을 만들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 토의를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무시되는 의견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러더라도 생산적인 방향에선 의견이 새로 나오거나 다듬어질 수도 있거든요. 근데 이런 충돌이 없었다는 건... 좋게 봐야 하는 걸까요, 나쁘게 봐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둘 다로 봐야 하는 걸까요?
...
LDJ 세션이 끝나고 나서는 각 파트별로 학교 선배님과 온라인 QnA 세션을 진행하였습니다. 숏커톤 시작 전인 그 다음 주차에선 개발 파트(웹, iOS, 서버) 연합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며, 숏커톤에 대비하여 우리가 팀에서 기획과 디자인 파트, 그리고 다른 개발 파트 간에 소통할 때 가져야 할 자세 등을 다뤘습니다. 개발 파트장님의 "개발자들 기획자 디자이너들에 기죽지 마요"라는 말과, 서버 파트장님의 "내가 숏커톤 할 때는 기획 디자인 쪽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개발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게 후회되었다"란 말이 기억에 남네요.
숏커톤(Short-kathon)
JetBrains YouTrack Commercial: 해커톤을 겪어본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생각했던 해커톤의 모습
이전 LDJ 세션 때 맺어진 팀이 숏커톤에서도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LDJ 세션이 끝나고 2주 동안... 숏커톤 시작 전에 각자에 대한 소개를 다시 한번 하고, 각자 숏커톤 때 어떻게 해볼지 청사진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숏커톤 주제는 "Connect", "연결"이었는데, 제가 속한 팀은 "가족 간의 연결"을 아이디어로 한 iOS 앱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제가 숏커톤이 시작될 때 공개되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이렇게 해보자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LDJ처럼 - 보다는 긴 시간이지만 그래도 1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 시간에 쫓기며 일정을 진행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의 그것이 많이 다름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숏커톤을 회고하며 쓴 글을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숏커톤이 끝나고 나서 다시 모임을 가져 어떤 걸 잘 했고 어떤 걸 못 했는지 나누는 시간도 가졌는데, 기억 저편에서 남아있는 건 "소통이 많지 않았다"였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기획 단계가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 서로 간의 소통이 많이 없었다로 기억해요.
Obsidian 스터디 마무리

Obsidian이라는 노트 앱에 대한 유튜브 영상들을 예전에 접했었습니다. 노트 간에 링크가 모이고 모여 뇌 모양의 그래프가 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써 볼까 하고 생각만 하다가 조용히 묻혔습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동아리원 중 한 명이 Obsidian에 대해 알아가보는 스터디를 모집하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 시점으로부터 7주 전이었고, 마무리를 지은 게 2주 전이었으니... 5주 동안 한 게 되었네요.
Obsidian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같이 배우고, Zettelkasten 기법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트를 주 마다 3개 이상(하루에 노트를 몰아서 쓰지 않게 제한하며) 쓰게 하여 노트를 쓰는 습관을 들이게 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20시 30분에 모여서 노트 작성에 대한 소감도 이야기하고, Obsidian 커뮤니티 플러그인 중 사용할만한 것들이 있다면 공유하는 것도 진행했었구요.
강제성이 없었기에 - 의무적인 활동이 아니어서 - 노트 작성을 소홀히 한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는 것이 있던 스터디였습니다. 쓸 노트 앱이 생겼으니까요! 이전엔 Visual Studio Code나 메모장을 사용하다 보니 노트들을 여기저기 저장해서 관리가 안 됐는데, Obsidian을 사용하면서 특정한 곳에 모아둘 수 있게 됐어요. 그러면서 생각으로만 남기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것들이 쌓여가는 것도 보기 좋았습니다. JavaScript나 CSS를 잘 사용할 줄 안다면 커뮤니티 플러그인이나 CSS 스니펫 등을 사용하여 이 앱을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구요.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돈을 지불하여 동기화를 하지 않을 거라면 다른 (비교적 귀찮은)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분과과, 아직 도움말(Obsidian Help)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부분 - 한 분이 한글 번역본을 작성하셨는데 그걸 도입하는 PR이 승인이 안 되었더라구요 - 이 있었습니다. 부가적으로는... 개발자에게 정말 친근한 나머지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능숙한 활용에 제한이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한번 열심히 노트 만들어서

-와 같은 그래프를 보고 싶습니다. 아, 이 글도 Obsidian에서 쓰고 올린 거에요! 바로 착! 하고 옮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포맷팅을 위해선 좀 다듬어야 하는 건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듬으면서 글 다시 볼 수 있기도 하고 좋죠.
롱커톤(Long-kathon) 팀 빌딩
숨이 막히고 답답한 하루였습니다. 숏커톤이 바로 전 주에 있었는데, 바로 롱커톤 팀을 만든다는 것도 숨이 막혔지만, 일정 내내 속이 답답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PARD에는 iOS 파트가 있고 웹 파트가 있는데, 그에 맞게 iOS 앱 서비스와 웹 서비스가 각각 3개/4개가 나왔습니다. 이 중 각 파트에서 1개씩이 탈락되어, 5개의 팀이 만들어져야 했었죠. 여기서 어떤 아이디어를 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첫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프로덕트들이 선정되고 나서 팀 빌딩이 진행되었는데, 어떤 프로덕트 팀에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두번째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는 서버 파디였기에 웹이나 앱을 가리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고민을 키운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팀 빌딩을 각 파트에 순서를 매겨서 진행했는데, 서버 파트가 제일 마지막에 팀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파트들은 다 각자 팀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희만 처음 모여 있던 강의실에 계속 앉아서 같은 파트원들끼리 눈치싸움을 해야 했었죠. PARD 활동 하면서 '제발 시간 좀 빨리 가라' 하고 생각한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그 때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팀 Sabotage(구) 순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iPhone)을 사용하는 시간과 관련된 걸 다루는 iOS 앱을 만드는 팀인데, 팀장이 팀원들을 보더니 '두부'가 생각이 난다고 해서, '순두부찌개'를 줄여 만든 팀명이랍니다.
종강총회
오는 주가 기말고사가 있는 16주차라 15주차 토요일에 PARD 종강총회를 가졌습니다. 간단하게...
학기 끝나고 있을 롱커톤에 대한 설명을 다시 듣고,
동아리에서 진행한 각종 스터디(이산수학,
Git,Figma,Obsidian) 소감을 나누고,저번 주에 있던 팀 빌딩의 결과값(팀 이름, 팀 구성원)을 발표하고,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단체 사진을 찍고,
파트 안에서 개인마다 받게 될 멘토링의 일정을 정하고,
...를 거쳤습니다. 끝나니 14시를 넘긴 정도였습니다. 시험 기간이라 빠르게 끝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글을 마치며
"'걱정'을 갖고 있다는 건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는 마음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생각이 되는데, 난 너의 '걱정'이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것으로 본다. 그런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보자." -
순찌팀장 최영준, 롱커톤 시작 전 개별 만남에서.
"운전을 하는데 한 차가 내 앞에 끼어들더니 차들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걸 봤다고 하자.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 있지만, '이 차 안에 위급상황이 생긴 거구나! 그래서 저렇게 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면 화가 안 나지 않을까?" - 김창준 작가님, "함께 자라기" 연합 세미나에서.
저는 "시작"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머릿 속에 수만가지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PARD에 지원할 때도 두려웠습니다. 일정 소화를 잘 할 수 있을지,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등등의 고민이 있었죠. 지금 와서는, 곧 진행할 롱커톤이 두렵습니다. 팀원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내가 맡은 부분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다른 팀원들은 기말고사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텐데, 오히려 바쁜 게 없어서 무료해지니 오만가지 생각이 나네요.
이 글을 쓰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여기 Disquiet에 올린 다른 사람들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렇게 글 쓰기 시작한 게 1주일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
근데,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걱정이 있다면, 적어도 그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는 거니... 그 '기대'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내야 하겠죠.
PARD에 지원할 때도 여러 걱정들이 많았지만, 결국 지원해서 이렇게 되었고, 오는 월요일부터 공식적으로 롱커톤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글도 결국 올려야 했습니다. 저는 학기 초반에 대충 5주 간격으로 PARD 활동에 대한 기록을 남길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은 지금 이 글을 보실 수 있었던 거구요.
걱정만 주구장창 하며 가만히 있어선 달라지는 게 없으니, 결국 뭐라도 해내야 하죠. 적어도 그렇게 내딛은 발걸음 덕에 이번 학기를 헛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까 말까 고민 중인 게 있었다면, 잠깐이라도 미친 척 하고 용기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백도 미친 척 해 보고 0 고백 n 차임보단 n 고백 n 차임이 좋잖아요, 지원도 미친 척 해 보고 - 붙으면 좋은 거니까요 - 그러는 거죠.
이 글을 끝까지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은 12월, 남은 2023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Orz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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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듯 한 말까지 기억해주는 사랑 많은 팀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ㅎㅎ 이렇게 글을 써내서 저희에게 닿았으니 이미 하나 해낸 겁니다. 저처럼 하지 않을 이유를 먼저 찾는 습관이 들어버리면 점점 어려워집니다..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