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은 죽었는가?
작년부터해서 최근까지 애자일이 죽었다던가 애자일에 대한 회의론이 많이 들려오는것 같네요. 이런 움직임이나 이야기가 최근들어 특히 많이 들려오는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그로성이 크거나 오해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애자일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2010년대 초반, 갓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사회초년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프로덕트에 대한 경험없이 애자일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실무 경험이 없던 저에겐 매우 추상적으로 다가왔고 그 이후에도 애자일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었네요.
저만 그랬던것은 아니었는지 애자일이 무엇이냐에 대한 얘기가 계속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일부는 그냥 유행처럼 우리는 애자일을 한다고만 했던 분들도 기억납니다. 마치 많은 일을 빠르게 쳐내기 위한 마법의 단어처럼 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분들이 막상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해가 없다거나 애자일 자체가 아닌 방법론을 따르기 위해 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 같네요. 이로인해 주변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분들도 생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애자일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분들도 일견 이해는 갑니다.
근데 사실 알고보면 애자일은 Manifesto, 즉 무언가는 지향하고 무언가는 지양한다는 선언에 불과합니다. 방법론이기 보단 제품을 제공할때의 태도나 철학에 가까운 것이지요.
Individuals and interactions over processes and tools
Working software over comprehensive documentation
Customer collaboration over contract negotiation
Responding to change over following a plan
이 어디에도 무엇을 정확히 어떻게 해야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강제성도 없구요. 물론 흔히 프레임워크라고 불리우는 방법론 들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 관점에서 SCRUM이라던가 개발팀의 실천적인 관점에서의 XP라던가 애자일과 관련된 여러가지 프레임워크 혹은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프레임워크는 빠르게 체계를 잡고 유용한 도구를 활용하기에는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도구나 프로세스도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요.
여기서 제 우려가 시작됩니다.
애자일을 방법론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소용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럼 워터폴을 다시 해야하느냐 혹은 그냥 주먹구구를 다시 해야하느냐는 식의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이 효율이 나쁘다고 해서 주먹구구로 돌아가는것은 정말 어리석을 뿐 더러, 워터폴과 같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것 또한 21세기 경영에서 고전경영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와 똑같습니다. 물론 고전경영이 더 효과적인 분야도 있겠죠. 그래서 워터폴도 여전히 효과적인 분야나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논점에서 벗어나기에 기회되면 따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특히 프로덕트와 관계 없는 분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측면이 매우 걱정됩니다. 아시는 분들이야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애자일이 죽었다던가 하는 표현을 쓰겠지만 잘 모르시는 분들은 진짜 이러한 어프로치가 소용없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성명서는 기술자들이 모여서 발표되고 시작되었습니다. 참여자 한분 한분 다들 전설적인 분들입니다마는 소프트웨어 엔니지어가 아니라면 사실 잘 모를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지요.
그래서였을까요. 애자일이 구체화되어 오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논의는 조금 빠져있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금은 듭니다. 어떻게 고객에게 제품을 잘 전달할까에 대한 고민만 좀 더 무게를 두었던 측면이 있었던 같습니다. 어떻게 비즈니스에 기여할까라는 측면은 조금 배제되었던게 아닌가 말이죠.
그래서 애자일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애자일이 죽었다라던가 애자일2를 해야한다 라는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여담으로 테스트 - 학습- 개선의 짧은 반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애자일은 린스타트업과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근데 린스타트업은 잘 도전받지 않는 데 비해서 (일부 있기는 하지만요.) 애자일은 뭔가 큰 도전에 직면한 듯 보입니다. 심지어 요즘은 마치 새로운 애자일의 춘추전국시대 같기도 합니다. 근데 정말 이런것들의 본질이 다른걸까요? 제가 느끼기엔 위의 성명에서 뭐하나 바뀐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적인 관점을 좀 더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것을 프로모팅해야 하겠지요. 뭐 아주 좋은 시도라고는 봅니다.
그래도 저는 조금 이러한 표현을 쓰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자일이라는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고 우리가 구석기 시대로 돌아갈 수 없듯, 많은 경우에 애자일은 여전히 매우 유용합니다. 혹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프로덕트 관련 직무에 있으신 분이 아니시라면 혹 어디선가 볼 수 있는 애자일이 죽었다라는 글을 보고 오해하시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애자일 관련 글을 적다보니 문득 저희 스포트라이트팀은 참 애자일이라는 용어를 굳이 끄내지 않고도 굉장히 애자일스럽게 잘 일하는 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저희 비즈니스 사이드의 팀원들은 저 위의 애자일 선언을 본적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위의 선언과 같은 방식으로 비즈니스와 프로덕트팀이 조화롭게 일하고 있는 지금이 참 뿌듯하기 그지 없네요.
그렇습니다 용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은 중요합니다. 애자일이라는 말을 쓰시기 싫으시다면 안쓰셔도 좋습니다. 팀과 비즈니스에 맞는 방식을 치열하게 찾으시기 바라겠습니다.
행여 애자일을 포기한다라고 하신다면 적어도 예전 방식을 답습하시는 일은 없기를,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을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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