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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Rhee
John Rhee ·

나의 처절한 개발 실패기 - 3(마지막)

오늘은 그냥 마지막까지 달려 나가겠습니다. 이게 뭐라고 마치 소설 연재하듯이... 일도 해야겠고.


한국의 에이전시와 옥신각신 하는 와중에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우연히 알게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Chime이라는 Uruguay에서 개발에이전시를 하는 친군데 유태인으로 이스라엘에도 개발에이전시를 갖고 있고 당시 팟캐스트에도 나와 자기가 왜 스타트업들의 개발문제를 도와주는지 얘기도 하고 뭐 그런 친구였죠. 그 친구에게 한국의 에이전시가 던져주는 나로서는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해 도움을 받곤 하던 친구였는데 결국 이 친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그 친구에게 소스코드를 던져 주고 이들을 통해 내 꿈을 이어가 보기로 다시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베네주엘라의 서버개발자 및 콜롬비아의 웹서비스 개발자 등과 리모트 개발이 시작되었고, 약 6개월의 작업의 결과는 Bug 투성이의 작동을 해주면 고맙고 안하면 할 수 없는 그런 앱이었습니다. 이들과 작업하면서 프로그래밍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고, 디지털 세상에도 벌레들이 엄청나게 서식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소스코드를 붙잡고 이번에는 그래도 유럽애들이 좀 수준이 낫지 않을까 싶어 네덜란드 팀을 고용해서 다시 몇개월간 씨름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3개의 대륙을 넘나들며 살려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 녀석은 거친 숨만 까딱댈 뿐 그다지 나아지는 기미가 없더군요.


그때 생각 했습니다.

개발은 외주로 해서는 답이 없구나! 내가 직접 in-house 개발자를 두고 해야 하는거구나!


Angelist에 CTO 코파운더를 찾는다는 포스팅을 올렸고 제일 먼저 연락온 친구가 David였습니다. 체코의 2x exit까지 일궈낸 체코에선 나름 인지도가 있는 친구로 체코 redhat의 창립멤버였던 엔지니어 출신이었지요. 화상 미팅을 통해 몇 차례 대화를 나눴고 내 꿈에 크게 공감하면서 기꺼이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영어도 유창했고, 그가 가진 여러가지를 봤을때 이만한 파트너는 없겠다 싶어 즉시 체코로 날아가 그를 만났고, 프로젝트와 지난 2년간의 여정을 소상히 들려줬고 나를 위로하면서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와 격려까지 받았습니다.


체코에 법인을 설립하고 개발자들을 직접 뽑아 개발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명성과 인지도가 있어 사람구하는건 일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법인을 세웠고, 이제 개발과 관련된 모든 일들은 그가 전담하기로 역할 분담까지 마치고 나니 바야흐로 날아갈 것 같더군요.

법인이 세워지고 한달이 지나도 사람을 못구했습니다. 당시 체코는 양질의 동유럽 출신 개발자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덕분에 R&D의 허브로 성장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개발자들을 거의 싹쓸이를 해대던 와중이었죠. 우리가 개발자를 인터뷰하는게 아니라 개발자들이 회사들을 인터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은 못구하고 어쩔 수 없이 맨파워 업체들을 통해 급한대로 프리랜서들을 고용해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그런 과정을 통해 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2명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을 데리고, 하지만 열정과 에너지는 충만하던 아이들이어서 정말 열심히 했지만 David는 전혀 이 프로젝트에 관여를 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결국 David를 정리하고 다시 내가 개발을 리딩해야 하는 상황이 됨에 따라 아예 거처를 체코로 옮겨 일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2018년 말쯤,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왔습니다. 나오긴 나왔는데 도저히 써먹을 수준이 되질 않았습니다. 베타 사용자들을 모으러 데모하는 와중에도 Freezing과 Down이 수시로 일어나는... 지난 몇년간의 시간과 노력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이 산산조각나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그때 충고를 들려줬던 후배의 말이 진지하게 생각났고,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시 시작하자!"

어차피 개발자는 있으니까 다시 하자. 처음부터.


피벗과 함께 PWA로 개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몇 달을 죽어라 족쳐댔고 2019년 5월 제1회 UNWTO (UN세계관광기구) 주최 Hospitality startup competition에 참가하여 우승을 하는 영광을 누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상태는 여전히 진행중이었고,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만 아니 수천만가지 이유로 딜레이는 끝도 없이 이어지더군요. 그 와중에 개발자들끼리 불협화음도 생기고... 문화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다른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출신 3명을 조율해가랴, 일 진행시키랴,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하랴...

2019년말 UNWTO Competition 우승 상으로 받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2개월간 진행을 하고 드디어 2020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파일럿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드리드 시내 약 50여 군데 레스토랑들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3일 후 코로나가 스페인을 락다운 시켜 버렸습니다. 예고도 없었고, 아침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락다운이 시작된 것이죠.

2주를 아파트에서 어찌될 것인지를 예의 주시하며 버티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런던을 거치는 British Airways 편으로 귀국을 하면서 나의 처절한 개발 실패 스토리는 막을 내립니다.


우연치 않게 시작한 실패기를 접으려 합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창업자들이 많겠지요? @이홍열 님 말씀처럼 성공율이 30-40% 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두가지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한 성공은 힘들지 않나..라고.

첫째, 내가 뭘 개발하려는지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발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둘째, 정말 능력있고 신뢰할만하며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는 개발자를 만나야 한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그 개발은 성공가능성이 이미 50% 이하에서 시작하지 싶습니다. 그 개발자가 외주 개발자든 내가 월급주는 개발자든, 아니면 심지어 코파운더이든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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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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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김동규

3편 모두 너무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너무나 큰 고생이 느껴집니다. 왜 그렇게 많은 대표님들이 개발자 문제로 고생하고 계시는지 느껴지네요. 한 편으로는 제가 직접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John Rhee
John Rhee

감사합니다. 직접 개발을 하신다는 것... 큰 축복입죠.

Paul Na
Paul Na

웃으면 안되는, 눈물겨운 이야기인데 자꾸만 웃음이 ㅎ. 말씀하신대로 개발은 그렇게 하시면 펑크 당연히 납니다. 인하우스로 해도 PM이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펑크나고, 버그는 도대체 어디서 기어들어왔는지 항상 살고 있습니다(저도 이번에 업데이트 하자마자 버그 발견 T.T) 하지만 살아오신 경험과 추진력은 월드탑 수준이시네요. 무엇을 하셔도 성공하실 것 같습니다.

John Rhee
John Rhee

다른거 다 제쳐두고 디지털 버그 잡는 쌔스코나 차릴까봅니다. 웃으셨다니 다행이구요. 감사합니다.

안정수
안정수

겪으신 상황 대비 간단히 쓰신 스토리지만 정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도 연구소와 개발자를 보유하고 10년 넘게 개발을 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더구나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은 많은 고충이 따르기 마련이죠.. ㅎ

John Rhee
John Rhee

수많은 도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눈물이 여기저기서 뿌려지고 있을지...

Hyeongyu Jang
Hyeongyu Jang

제대로 된 개발자를 만나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이 글에서 한 번 더 느끼고 갑니다. 저는 직접 사이드 개발을 하기도 하고, 같이 일해본 사람들과만 같이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외주를 주면 예상 시간에 예상 퀄리티가 나올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네요. 추가적으로, 외주를 준다고 하더라도 팀에 제대로 된 개발자가 필요한 것 같기는 합니다. 예전에 동창회 사이트 외주 개발 견적을 어쩌다가 검수한 적이 있었는데, 시중 사이트 1/10 수준의 성능에 가격을 10배를 붙여서 100배 정도 부풀려 놨더라구요. 제 의견과 상관없이 외주를 하는 쪽으로 결정되었고 사업은 아니니 동문회에 크리티컬 하진 않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면 절대 일어나선 안될 일이지요

John Rhee
John Rhee

제 능력의 한계였기는 하겠지만 외주를 주던 개발자를 데리고 있던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이 얼마나 프로젝트를 관리해나갈 능력이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