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경기를 뒤집어버리는 무승부 규칙, 스테일메이트(Stalemate)
체스에는 스테일메이트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교착 상태'를 뜻하는 관용어로 쓰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자신의 차례에 내 킹이 공격(Check)을 받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옮길 수 있는 기물은 하나도 없을 때
스테일메이트가 되며
무승부로 끝나게 됩니다.
체스에서의 승패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체스의 목표인 체크메이트와 달리, 스테일메이트는 게임의 일방적인 흐름을 견제해 역전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룰이죠. 여기에 급박한 시간제한까지 걸리면 더욱 골치가 아파집니다.
누가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아무 상관 없이 무조건 무승부로 끝납니다. 이기고 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억울한 규칙일 것이고, 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대단히 고마운 규칙일 것입니다.
한 예시를 봅시다!

현재 흑이 둘 차례지만 흑의 기물은 한 칸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흑의 킹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움직일 기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게임은 무승부가 됩니다.
F7 좌표에 있는 블랙 킹은, 지금 공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즉 체크(Check) 상태는 아니지만, 움직일 데가 한군데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킹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스테일메이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기물을 움직일 수 있으면 스테일메이트가 안 됩니다.)
B5 좌표에 블랙 폰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블랙 폰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폰은 앞에, 다른 기물이 가로막고 있으면 절대 전진할 수 없습니다.)
만약 B4 좌표의 화이트 폰이 없다면, 블랙폰이 전진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스테일메이트가 되지 않습니다. ( 체스에서는 자신의 차례가 오면 의무적으로 한 수를 두어야 합니다. ) 위의 그림에서, 블랙폰의 전진이 설령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블랙 폰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스테일메이트가 되는 겁니다.
위의 그림에서, 흑이 질 가능성이 100%인 상태였습니다. 백의 킹은 엄청난 대군을 거느리고 있지만, 흑의 킹은 지금 사병 한 명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백이 스테일메이트를 만드는 실수를 했기 때문에 무승부가 되어 버렸고, 흑은 '구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나 일도 이런 모습이 있을 거 같은데요.
체스게임에서 스테일메이트(Stalemate)가 잘 일어나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체스 게임 종반부에서 주로 일어남
- 폰이 퀸으로 진급했을 때 많이 일어남. 폰이라는 미약한 기물이 갑자기 초강력의 파워를 가지게 되면서, 세력의 균형을 깨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퀸으로 진급시킬 것이 아니라 나이트나 룩이나 비숍 등으로의 진급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 사실 초보자의 게임에서 일어남. 사실 중급 이상만 되어도 Stalemate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챔피온십에서도 일어났던 일이에요 https://youtu.be/vtTkfmaiI4I
백 가리 카스파로프, 흑 키릴 게오기에브 : 1988년 월드 블리츠 체스 챔피언십 8강 1경기 장면입니다. 흑이 킹밖에 안남고 백이 퀸과 비숍을 가진 매우 유리한 상황에서 스테일메이트로 비기는 장면입니다.
다 이겨가는 줄 알았던 게임에서 이 스테일메이트가 충격적이었는지 카스파로프는 이후 3경기에서 1무 2패를 기록하여 총 승점 3:1로 8강에서 탈락합니다.
그래서 이번 레슨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 무조건 상대편 기물을 몰아붙이는 것에만 몰두하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만' 몰두하고 있을까요?
일의 본질 역시 체스처럼 조합론적으로 지지 않을 전략을 찾는 일이니까요.
경영을 하다 보면 매출이나 이용자 수 같은 성과에 집중을 넘어 집착할 때가 있고, 그러다 보면 금새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성과에 매몰될 때마다 우리가 누군지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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