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나
최근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글쓰기입니다. 어떤 글이냐면,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금전적 이익은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열정 덕분에 <스토리 크리에이터> 인증 뱃지를 받게 되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2023년 11월에 시작되었지만, 사실은 2022년부터 마음속으로 구상되어 왔습니다.
저는 사람들에 대해 왜 쓰기 시작했을까요?
그 시작으로 22년 회고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 여기 다시 안올거야! (단호)
1.
학교 캠퍼스타운을 쓰고 있다. 근데 스타트업의 성장은 2배가 아니라 5배 10배라던가. 이 공간을 쓰고 나간 이들은, 5배 규모가 큰 곳으로 옮겼다. 서울형팁스, 민간투자 지원으로 몇억을 받는 이들이 생기고. 그에 반면 나같이 한게 없는 쩌리는 사무실 들어온게 최대 업적이 된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걸까, 나는 이 곳에 온 게 순전히 운이고, 내가 열심히 하거나 해야할 일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해왔다.
처음 올 때에는 눈에 꿀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이제 됐다 싶었던 게. 여기서 내가 사업계획서에 써낸 대로 행동을 하던 안하던 뭐든 있어보였다. 그래, 창업하겠다고 했으면 자기 사무실까진 있어봐야지. 샤워실에 수면실, 그리고 작지만 요가 및 런닝머신이 가능한 헬스장이 마련되어있고 그리고 방송실에, 50인의 회의실을 빌릴 수도 있었다. 한번씩 다 써보자 싶었지. 그치만 가장 오고 싶었던 이유는 내 허영심이었다. 사무실 밖에는 입주한 기업들의 이름이 붙어있는데, 총 80개의 기업이 있고 그중에서는 성공사례가 남는다. 내가 필요한 건, 그 간판이었다.
2.
그러면 나는 여기서 뭘 얻었나.
나같은 재학생 신분이 5명정도 있었다. 그 다섯과 우리간의 마음을 공유하는 게 재밌었다. 한 보름만 전이었어도, 사무실 왔다고 연락을 했을 참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만났을 때는 좋았다. 우리 사이에서 오가는 것들 중 가장 재밌는 건, 창업자라는 이름으로 공유한느 은밀한 마음이었다. 창업이고 뭐고 나, 이것밖에 없어서 하는 거야. 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고. 약간은 불안불안한 상태를 고백하는 것. 나는 그들과 이거라도 해야지. 사실 별 거 없어요. 크크, 하면서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조하듯 말하길 즐겨 했다.
그런데 그들이 이제는 진짜 창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녀석들은 다 나보다 낫다. 혁신창업스쿨 공고 떴으니 해봐, 하고 말했던 친구는 오늘 만나서 최종 결과를 공유했다. 벌써 그 이후로 천만원정도 지원을 받았고, 다른 이들도 코파운더역할을 자처하거나, 학교에서 무슨 무슨 중요 정책을 다 맡아서 국장님과도 너무 친한 것이다. 더 약이 오른 기억도 있다. 하루는 세시간동안 창업 초기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고간 녀석은 일주일만에 텀블벅에 올린 사업 준비를 끝냈다며 다시 연락을 했다.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너마저? 아니. 억울보다는 현타랄까. 이제 이 공간은 나에게 현타의 공간이 되었다.
비단 현타는 외부요인만은 아니었다.최근에 당이 자주 떨어졌다. 나는 윗층으로 올라가 초콜릿 두봉투를 결제하고 나왔다. 입안에 초콜릿을 가득 움켜쥐고 나니 생각이 조금 더 차분해졌다. 불현듯 이 곳과 나의 첫 연관성을 떠올렸다. 그래 내가 처음 여기에 오기로 한 이유가 있지 않았느냐 스스로에 되물었다. 아냐. 이젠 없다. 없어.
가끔 마주치는 이들에 여기 왜 와있냐 물으면, 넉살좋게 스터디 카페보다는 낫잖아요, 말하던 애가 있었는데. 나도 차라리 그렇게 솔직해볼걸. 이제 나는 이 장소가 맘에 들지 않았다.
3.
아니. 근데 왜... 왜 저를... 기억하시나여?
지난 주에 한번은 창진원 미팅때, 골드올드도 아니고, 식부름도 아니고. 스낵핏 대표님이시죠? 라는 말을 들었다. 퍼뜩 나를 다시 여름으로 돌려놓았다. 한참 내 눈을 뜨겁게 괴롭히던 계절, 엘레베이터 피칭이라고 하는 1분 소개때 알려드렸던 이름. 오히려 내가 잊을 뻔 했던 그때 이름을 듣자 마자, 생각이 들었다. 여기선 정자 세글자 보다 팀이름을 기억해주는 구나. 비로소 내가 한 일도 뭔지 알게 됐다. 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떤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 정말 이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뜻에 공감하면서 알게 됐다. 그렇게 10분, 3시간, 두번째쌓인 대화, 네번째 쌓인 대화. 우리는 계속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시기각각 달라지는 의견들을 보였다. 내가 했던 생각을 저눔이 하면, 난 아니라고 하고. 새로운 생각이면 배우고. 서로 나누면서 서로를 올려놓고 내려놓고, 어디까지 가있을 건지 정했다.
4.
이 곳에 오기전에는 달랐지. 그래. 하루는 내가 엄마, 엄마, 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같아. 하고 자꾸 작아지는 마음을 단단히 아르고 주저하고 싶던 도전을 다시끔 받아드린 날, 받은 상은 아직도 내 방 책상 앞에 붙어있고. 나는 그 날로 또 다른 힘을 얻었으니까. 이제 나는 넘어지면 뭐 어때 마인드를 깔게 됐다. 내 앞에 또 넘어진 이가 웃고 있었고. 혹은 손을 잡아 주었고. 그들 때문이라도 내가 무얼 하던 안하던 그들과 미래에 다시 뭉치고 싶었다. 두려움은 생각보다 작았고, 기쁨은 같이 할수록 더 길어진다.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일을 겪기 전까지는 정말 모른다.
그래. 회고하자면,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선택은 사람들을 만난 것. 어떤 질문이 내게 가장 좋았는지를 떠올리며, 그런 말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배운 것.
내가 배운 내용을 공유하고, 기회가 될 자리에 나를 내비춘 걸 주저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정말 매 순간 어떤 것이든 더 배워 왔던 것.
last but not least, 어떤 흔적이든 나 혼자가 아닌 함께 남겨왔다는 것,
5.
나는 한번도 열정이 없었던 적이 없다.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성냥갑에 성냥을 채워넣는 다고 그냥 불이 붙지는 않는다. 성냥의 불씨는 심지를 벗어나면 금방 꺼진다. 성냥이 아무리 많아봐야 불씨를 옮길 곳이 없으면, 소용 없는 것이다.
성냥은 제대로된 장작을 만나야 한다. 근데 그게 또. 베어 온 지 얼마 안 된 생나무보다는 1~2년 말리는 뒤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잘 마른 장작일수록 불이 잘 붙고 불꽃이 오래 지속되며 화력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같이 한해동안 같이 불꽃을 튀며, 성장해온 이들이 있다는 건. 내가 어느 선택을 하던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결코 같지 않게 만든다. 정말 많은 아이디어들이 탄생하고, 서로가 지지하는 이곳. 또 새로운 장작들을 얻었다.
마지막 사진은, 많은 열빡(열정과 빡침을) 준 이들과 함께 때린 불멍.
가을,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어떤 그릇에 당신을 담을까요
[식부름 지나 브런치북] 메이커들과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인터뷰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