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은 있는데 문제가 없어서 문제를 못풀면 어떡하죠?
Things that don’t scale을 실천한 내용을 적어 보려다가 아직 본격적인 배포를 하지 못해서,
대신 이번주에 진행했던 유저 인터뷰의 인사이트를 남겨봅니다.
피벗을 했지만, 달라진 컨셉 안에서도 계속해서 미세한 조정들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니치하게 정의하지 못해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문제는 단숨에 발견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정교화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나름대로.....생각해봅니다.)
날씨가 확 더워져서인지 갑자기 길거리에 PT 현수막이 많이 보였어요.
길거리를 다니면서 아무도 안보는 저 현수막을 걸고 광고를 하는 심리는 뭘까. 저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어떤 문제와 관련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PT 회원과 관련한 인사이트
PT를 찾는 건 맛집 찾는 과정과 일치한다.
위치가 센터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만큼, 지도를 켜서 반경 1km 내의 PT샵을 둘러본 후 믿을만하다고 판단되는 지점에 가서 받는다.
이때 '믿을만 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리뷰, 지도에 등록되어 있는 업체의 소개글, 트레이너의 포트폴리오, 시설 전경, 자격 요건 등이다.
PT를 받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 생각 없이 트레이너를 고른다.
가깝고 싸고 나쁘지 않은 것 같으면 등록 한다. 내 손 안에서 고를 수 있는 베스트 옵션으로 만족하는 듯. 적절한 때에 적절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냥 해버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좋은 트레이너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어쩌면 PT 잠재 고객의 문제점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별 생각 없이 트레이너를 고르고 1. 실망하거나 2. 그래도 뽕을 뽑으려고 노력하거나 3. 운이 좋으면 좋은 트레이너에게 얻어 걸린다. 하지만 좋은 트레이너라고 할지라도 장기적인 리텐션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동네 PT 트레이너가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 충분히 자신을 이끌어 줄만한 전문가라는 생각이 안들고, 나를 강제할 시스템....혹은 운동 잘하는 헬창 형님 정도의 이미지가 더 만연한지도.
같은 맥락으로 서비스에 어느정도 만족하더라도 PT가격이 부담이라서 결국에는 이탈해버리고 만다. 이 가격이면 다른거 하지….하는 생각이 종착역인듯.
별 생각없이 트레이너를 고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운동 닥터같은 앱을 써보거나 체험 PT를 활용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주변 헬창에게 부탁한다.
회원이 식단 관리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그냥 보고용 시스템으로도 충분해보이기도 한다. 더
해주면 당연히 좋겠지만, 본인이 어디까지를 받을 수 있을지 상상하지 못해서 / 기대감이 없어서 / 소문이 너무 더러워서 그저 아쉬움으로 그치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를 더 해주거나,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는 프레임이 그 센터를 선택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의미가 있으려나? 혹은 그 의미를 증폭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PT 회원의 마음속에 있는 목표를 굉장히 명확하게 끄집어내줘야 한다.
'목표를 이루었나요?' 라고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나름대로요...' 라는 굉장히 아련한 답변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거울 속의 내 자신을 보고 흡족해 하는 것인데 (다이어트나 쉐이핑이 목적인 것에 한해.) 근데 이게 현대 사회에서 너무 어렵다…..왜냐면 몸 좋은 사람이 널리고 널렸고, 자신을 전시할 수단이 너무 많아서.
확실히 성취감을 자극할 수 있을 만한 장치들을 마련해줘야 한다. 트레이너가 특정 지표,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비포&애프터, 바디프로필과 같이 명확한 목표를 남겨주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지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러한 지표가 얼마나 너에게 유의미한지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고,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을 시켜줘야 한다.
PT를 교육 과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의지박약인 나를 위한 풀 케어 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교육 과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 혼자서도 잘 자립할 수 있도록 케어해 줘야함. 운동에 대한 지식 전달, 나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같은 부분들.
의지 박약은 그것 보다는 조금 더 감정적인 서포트가 필요한 듯.
PT 트레이너와 관련한 부분
트레이너들은 회원의 식단 관리를 안해주거나,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적어도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
아무리 그들의 회원이 그것에 불만을 갖고 있어도, 결국 구매하는 트레이너가 그 효용을 알거나 문제 의식을 갖지 않으면 PT에서의 식단 관리는 그들에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회원의 불만은 트레이너에게 직선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식단 관리를 안해줘서 회원들이 떠날까? 이탈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고, 전문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본인이 기대하던 성과가 안나왔을 때 이탈하는 것에 가깝다고 본다. 식단 관리와 회원의 이탈을 연결지을 트레이너가 몇이나 될까?
회원은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트레이너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사실 PT가 성공하려면 리텐션, 만약 내 회원이 청출어람해버리거나 모종의 이유로 나를 떠난 것이라면 그의 친구라도 잡아와야 한다.
이건 매출이 좀 잘 나오는 트레이너라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
하지만 대부분의 실제 트레이너는 획득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아이러니.
지금까지 트레이너들이 눈에 띄게 반응한 해결책은 운동 일지를 자동으로 생성해서 보내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고, 빠르게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운동일지를 통해서 트레이너는 무조건 회원들의 개인 운동을 지시해야 한다. 개인 운동을 해야 결과도 빨리 나오고, 자생력도 생기고, 본인의 성취를 본인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그걸 회원이 너무나 귀찮아 하는게 문제. 트레이너도 어느정도 포기해버린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 일지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능은 마치 클로바 노트나 콜라보 AI 같은 가격 모델이 적절해 보이는데, 우리 가격 모델에 비해 단가가 아주 아주 낮다는 것. 많이 내봐야 한 달에 5만원일듯. 회원 당 청구되는 후불 종량제인 현재의 가격 모델이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넌 그냥 수업만 해. 나머지 회원 관리는 우리가 할게. 이게 트레이너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게 진짜 문제가 맞을까? 그냥 회원들이 좋아하겠네- 정도로 끝나버리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든다.
(개인적인) 느낀 점
어떻게든 매출을 일으킬 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신입 트레이너의 교육도 그런 방법 중 하나가 될 것 같음. 당장은 어렵지만.
오히려 1인샵 사장님들이 비즈니스나 세일즈, 브랜딩에 대한 니즈가 많다. 대부분의 강사는 테크닉을 높이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 같음. 그게 아니라면 굉장히 경쟁적인 구도에 있는 트레이너들이 교육에 관심을 보일 듯 하다.
혹은 센터 단위의 교육을 해서, 하나의 센터 전반의 품질을 올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센터라서 지점이 많은 계약을 딸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양질의 트레이너를 PT 시장에 공급한다는 브랜드를 가져가야 할 것 같다. 좋은 (또는 좋아 보이는) 트레이너를 찾아내서 컨텐츠를 쌓고, 파트너 사로 만들고, 그게 아직 아닌 트레이너는 그렇게 교육시켜야 한다. (적어도 전문적으로 보이도록은 해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렴풋이 걱정은,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진짜' 본질적인 문제 자체는 있어야 하는데…하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까지 틀렸을까봐 걱정입니다. 어떻게 이런 걱정을 덜고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더 기민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할텐데. 그리고 발견한 지점들을 애써 무시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봐야 할텐데. 그게 이번 주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현상을 합리화하거나 흐리지 않고 명확하게 상황을 진단해서 다음 액션을 해내는 것. 지나가다가 손승호 님의 메이커로그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든 것 같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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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공감가는 메이커로그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문제에 대한 메이커로그를 작성했는데 관심있으실 것 같아서 링크 남겨드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운동일지 자동 생성에 반응이 있는 이유가 뭘까요? 개인운동 독려를 해야하는데 이걸 위한 메시지 작성이 너무 귀찮았던 걸까요? 그리고 저도 예전에 비슷한 막막함을 느끼며 적은 짧은 글이 하나 있어서요.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하여 공유드려요. 스프린트 팀 화이팅입니다! https://hwang.sh/the-mindset-for-early-stage-founders
성현님 감사합니다! (답이 너무 늦었네요😅) 운동 일지 자동 생성에 반응이 있는 이유는 아마 가장 직관적인 불편함에 대한 아주 직관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의 가치를 구태여 설득하거나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겠죠..! 거기서부터 파고 들어보려구요ㅎㅎ
트레이너와 운동하는 사람 간의 우선순위 매칭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식단을 우선시 하는 트레이너와 식단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을 잘 매칭하면 PT의 만족도가 높아질려나요?
맞아요, 사실 트레이너는 자신의 고객의 솔직한 피드백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자주 얼굴을 마주 보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도....) 그래서 회원의 니즈를 정확하게 트레이너에게 전달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