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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김준호 ·

나홀로소송 서비스 개발기 (2) - 귀하신 변호사님을 찾습니다

TL;DR

모바일에서 탭과 스크롤만으로 소장을 완성하고 전자소송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제출까지 가능한 나홀로소송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랑 같이 이 일을 해보실 변호사님을 찾습니다. 변호사님이 법률사무소를 설립하시면 제가 거기 사무직원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용자들은 저희 웹사이트에서 소송 대리 계약을 맺는데 비용은 무료인 대신 소장은 본인이 알아서 작성해야 되고 기일에도 본인이 출석해야 됩니다. 사용자가 소장을 완성하면 저희가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해 대신 제출합니다. 사용자는 4지선다 선택지에서 몇 번 선택을 하면 청구취지는 자동으로 완성되고 청구원인은 거대언어모델을 통해 완성합니다. 수임료가 무료기 때문에 돈은 전혀 못 법니다. 빠르게 핵심 가설만 검증해 보는데 만약 지표가 나쁘지 않으면 1년 동안 딱 10만건만 대리해봅시다.

(이 글은 제가 나홀로소송의 문제를 다룬 세번째 글입니다. 첫 번째 글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0. 무엇을 할 것인가

나홀로소송을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니 여기서는 간단히만 다루겠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현재 민사본안사건의 대부분은 나홀로소송입니다¹. 그런데 당연히도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법률가로서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혼자서 소송을 하는건 매우 고된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고 있습니다. 나홀로소송은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랑 작성된 소장을 제출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하면 전보다 더 편리하게 소장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나홀로소송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뿐 아니라 소장을 제출하는 단계의 경험도 혁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서 소장을 제출해야 되는데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정말 불편합니다. 윈도우 PC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접속해야 하며,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되는 작업 등을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청구원인을 작성하지 않아도 언어 모델이 대신 작성해줄 수 있습니다. 청구 취지도 직접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용자가 이것들을 직접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보기 안에서 본인에게 맞는 보기를 계속 선택하도록만 해도 나홀로소송 같이 간단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장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습니다. 4지 선다 선택지에서 10번만 연달아 선택해도 100만 가지가 넘는 경우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4^10 = ​​1,048,576). 모든 선택지를 4지선다로 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10번 선택을 할 필요도 없는데 요지는 사용자가 이미 정리돼있는 선택지에서 자신에 맞는 보기들을 계속해서 선택하기만 하면 청구취지는 자동으로 완성해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물론 금액이나 날짜 같은 정보들은 단답 형태로 입력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언어 모델을 이용해서 청구원인의 초안을 작성해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원래도 자유 양식의 글을 쓰는 것보다 여러 보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는데², 소장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양식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인공지능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 일반인들의 소장 작성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홀로소송 경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대한민국법원 앱이나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소송을 수행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대한민국법원앱(안드로이드, iOS)의 iOS 평점은 5점 만점에 1.3점이고(42개 평가), 안드로이드의 최근 3년 평점은 1.7점입니다(전화 버전, 223개 평가). 이 앱들의 리뷰를 읽어보면 사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될지 모를 정도로 총체적으로 문제입니다. 그리고 전자소송사이트를 이용하는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맥에서는 이용할 수가 없어서 윈도우PC를 구해야 되고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해야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불편한 경험인 것을 넘어 소송 결과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보통 소송을 시작할 때 상대방의 이름이나 주소는 모른채 전화번호만 알고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때는 통신사에 사실조회신청을 해서 상대방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게 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사실조회를 신청해야할 통신사 수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무선통신가입자가 통신 3사를 이용했을 때는 그 3개 회사에 대해서만 사실조회신청을 해도 높은 확률로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2024년 6월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929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수의 16.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알뜰폰 통신사는 2023년 5월 기준 55개에 이르는데 이 많은 회사들에 대해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일일이 사실조회신청서를 작성하는건 매우 번거로운 일일 뿐 아니라 회사명이 비슷한 엉뚱한 회사로 신청서를 보내는 실수를 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나홀로소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 등에서도 보통 전화번호를 이용한 사실조회신청은 통신 3사 정도에 대해서만 안내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마음을 먹고 소송을 결심해서 소장도 작성하고 인지대, 송달료도 납부했는데 이 단계에서 막혀버린다면 여간 허망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냥 분함을 꾹꾹 누르고 없던 일로 하든지 아니면 알뜰폰 사업자 55개 회사에 대하여 하나씩 사실조회신청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전자소송 사이트를 쓰지 않고 우리 웹사이트를 통해 소장을 제출하도록 하면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이트에서는 클릭 1번으로 통신 3사를 포함한 모든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 사실조회신청을 보내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원고가 전자소송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도 소장(및 각종 서류들)을 제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변호사님이 소송을 대리하는 것입니다³. 사용자는 쓰기 편한 우리 웹사이트를 통해 소장을 완성하고 네이버, 카카오 같은 간편인증이나 휴대폰 본인인증 등의 방법으로 본인을 인증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사용자가 완성한 소장을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대신 제출합니다. 이 부분도 저희가 수동으로 하나씩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립트 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가 아닌 법률사무소를 세우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님께서 법률사무소를 세우시고 제가 그 사무소에 직원으로 근무하면(저는 변호사법 제22조 제2항에 정한 사무직원으로 채용되는데 있어서의 어떠한 결격사유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적법하게 이 서비스를 개발,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회사가 아닌 법률사무소이기 때문에 외부 투자를 받을 수도 없고 저 역시도 사무소의 자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나홀로소송의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해결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적었듯이 이 서비스는 전부 무료입니다. 아무리 우리 서비스가 편리하다고 해도 돈을 내야 쓸 수 있다면 그 사용 경험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우리는 나홀로소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없습니다(우리 삶을 바꾼 여러 서비스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을, 카카오톡을, 유튜브를 돈을 내야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우리는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생계를 꾸려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생깁니다. 제 생계는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변호사님 생계는 변호사님께서 해결해 주십시오. 물론 이런 구조로 무한정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적당한 기간을 정해 놓고 핵심 가설만 빠르게 검증해봅시다. 검증해보려는 핵심 가설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홀로소송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 소장을 작성하는 일은 매우 큰 문제일 것이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소장을 작성하는 해결법은 만족스러운 해결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는 소장을 작성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나 네이버를 찾아보면서 스스로 공부를 해야되는데 이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최소 몇일) 어려운 내용을 공부해야 되는 반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적어도 초안을) 작성하는 방법은 그것보다 훨씬 빠르고(약 10분) 편리하게 소장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가설이 틀리게 될 경우:

    • 소장을 작성하는 일이 생각보다 별 문제가 아니다.

    • 인공지능을 이용해도 좋은 품질의 소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 인공지능을 이용해 소장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불법적 요소가 존재한다. 즉, 불법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좋은 품질의 소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 인공지능을 이용해 품질 높은 소장을 만들수도 있고 불법적 요소도 없지만 사용자가 결과물을 신뢰하지 못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2. 나홀로소송을 시작하기 위해 소장을 작성한 사람들에게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해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큰 문제일 것이고 별도 사이트에서 간편인증을 통해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은 만족스러운 해결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1) 핸드폰만 갖고 있는 사용자⁴나 맥 사용자⁵는 PC방을 찾아가거나 해서 처리해야되고 2) 윈도우PC 사용자도 핸드폰에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서 PC로 옮기고 하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에 비해 훨씬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 이 가설이 틀리게 될 경우:

    • 법원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제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가 가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는다.

  3. 소장을 작성하는 것과 작성된 소장을 제출하는 것까지를 묶어서 한번에 해결해주어야만 회사를 세울 수 있을 정도의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변호사님은 서비스 안에 들어갈 내용 부분을 맡아주십시오. 그래서 적당한 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 동안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짜 문제가 맞는지, 우리의 접근 방법이 충분히 혁신적인 것인지를 검증해봅시다. 그리고 마치 토스가 송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은행과 증권, 전자 결제까지 금융 산업 전 영역에 걸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법률 서비스 시장의 다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사업성을 키워가봅시다. 

1. 마일스톤들

이 시도는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돈도 못 벌고 법적인 리스크도 있으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그런 일입니다. 그래서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고 사실 실패하는 것이 기본값인 그런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차피 안될테니까 핵심 가설만 빠르게 검증해봅시다. 어차피 안될거라는 사실을 우리가 잠시라도 잊을 수 있으니 앞으로 이 단락의 모든 문단은 어차피 안될거라는 말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차피 안되긴 할텐데 우선 6개월 동안 해보고 그 기간 동안의 평균 주간 성장률이 40% 미만이거나, Net Promoter Score가 70이 안되면 깨끗하게 실패를 인정합시다(주간 성장률은 그 주에 대리한 소송 건수로 계산합니다). 더 이상 새로운 사건은 수임하지 말고 이미 수임한 사건들만 잘 처리합니다. 그 다음 변호사 님은 원래 변호사님이 계셨던 곳으로 돌아가시고 저도 제 갈길을 가겠습니다. 

어차피 안되겠지만 만약 6개월 평균 주간 성장률도 괜찮고 NPS도 70을 넘으면 1년 동안 10만 건을 소송 대리하는 것을 목표로 조금 더 진행해봅시다.

어차피 안되겠지만 만에 하나 우리가 10만건을 대리하는데 성공한다면 변호사법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봅시다. 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도 필수적이고 많은 인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 일에 같이 도전할 수 있도록 그들의 기여에 정당한 보상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법은 변호사와 비변호사가 동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변호사법 제34조 제4항 및 제5항). 이 이슈는 이미 오래된 이슈이고 2018, 2019년에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 시도된 적이 있고, 현재도 허가 받은 리걸테크서비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동화된 법률 자문, 자동화된 법률 문서 작성수단의 제공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 접수되어있지만(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 여전히 많은 변호사님들이 우려하시는 이슈입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한국에 계신 변호사님들을 한 분씩 만나 우리의 취지를 전해봅시다. 만나서 설득한다고 생각하지말고 그냥 우리의 노력이(그리고 우리를 뒤이을 다른 팀들의 노력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할 것인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를 얼마나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말씀드려 봅시다. 우리가 법률 서비스 시장의 탐색과 구매 과정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 것인지, 그래서 법률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를 얼마나 촉진할 수 있는지를 전달 드리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 법률 서비스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지 등을 낮은 마음으로 말씀드립시다. 한국에 변호사님이 3만 5천분 정도 계신데 이미 우리 입장에 찬동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절대로 안 만나주시는 분들도 있을테니 1년 정도면 다 만나뵐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입법 청원 5만명 동의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께도 부탁드리고 유튜브에도 닥치는대로 나가서 어떻게든 5만명을 채워 봅시다. 설사 법을 바꾸는데까지는 실패하더라도 법사위 청문회까지는 만들어봅시다.

만약 그래도 변호사법을 바꿀 수 없어서 계속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우면 외국으로 갑시다. 일본, 독일, 미국(50개 주) 중에 잘 찾아보면 우리 모델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우리의 성공 레코드를 가지고 투자를 받아서 그곳에 가서 사업을 합시다. 주간 성장률 40%는 유니콘을 꿈꾸게 하는 숫자입니다. 만약 우리가 일본으로 가게 된다면 코드를 몇 줄 바꾸지 않고도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또 우연히도 제가 일본과 독일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Indeed라는 회사의 도쿄 오피스에서 일했고 독일에서는 Amazon 베를린 오피스에서 일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어차피 안되겠지만 만약 우리가 변호사법을 바꿀 수 있어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의 크기를 2배로 키워 봅시다. NYU Stern MBA의 Aswath Damodaran 교수는 2014년에 전세계 택시 시장의 크기를 130조(1000억불), 우버의 향후 예상 시장 점유율을 10%로 추정해 우버의 기업 가치를 8조원 정도로(59억불) 평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버는 2023년 총 거래액 180조(1,379억불), 매출액 48조(373억불)를 기록하면서 현재 약 200조원(약 1,500억불) 가까운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링크드인의 창업자 Reid Hoffman은 그의 저서 “블리츠스케일링”에서 “이러한 시장 규모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버와 경쟁업체들이 제공한 사용의 편의성과 낮은 가격이 '서비스로서의 운송(transportation-as-a-service)' 시장을 확장했기 때문”⁶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지금은 나홀로소송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만 그 제도를 이용하지만 과정이 좀 편리해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홀로소송을 하는 분들도 소송을 하다보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옵니다. 지금은 법률 서비스의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이 불편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송을 하면 최소 한 번은 법정에 출석해야 되는데 사실 이때가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몇 백만원을 주고 소송 전체를 위임하든지 아니면 본인이 전부 다 직접 하든지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어서, 가장 떨리고 두렵기까지한 법정 출석의 순간에도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는게 쉽지 않습니다. 또 유료 전화 상담 같은 것을 이용한다고 해도 지금은 내가 무슨 소송을 하고 있는지, 이 다툼의 사실관계가 어떠한지, 지금까지 내가 어떤 서류들을 제출했고 상대방은 어떤 답변을 해왔는지 등을 상담하는 변호사님께 처음부터 다 다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은 말하는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무엇보다 변호사님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아닙니다. 요컨대 우리가 법률 서비스를 더 모듈화해서 서비스 구매의 최소 단위 가격을 낮추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들을 줄이고 꼭 변호사님의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작업들을 중간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해주면 법률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 전체의 크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소송으로 한정해서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내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반드시 “소송”이라는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 전단계에서 법률 전문가들이 개입하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은 이 역시 높은 가격과 거래를 맺는데까지의 여러 마찰들 때문에 활발히 거래되고 있진 않지만 가격이 더 낮아지고 이용이 편리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분쟁해결로서의 서비스(conflict-resolution-as-a-service)로 진화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법률 서비스 시장은 거대한 잠재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면 전체 법률 시장 크기를 2배로 키우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2. 그 일을 왜 하는가, 왜 지금 하는가, 왜 저와 하는가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황제가(재위기간 서기 41년부터 54년) 변호사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제도화한 이래 지난 2000년동안 법률 소송은 오직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나홀로소송이 제도적으로 지원은 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일반인이 혼자서 소송을 하는건 “머릿 속이 새하얘지고 멘탈은 와르르 다 무너지고 (중략) 너무 억울하고 그냥 눈물만 나”는 일입니다(중략은 인용자가 가한 것임).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간단한 사건들, 예를 들어 친구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를 않는다든지,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는데 폐업하고 도망가버린다든지 하는 일 따위를 해결하는 건 그렇게 복잡할 필요도 없고 비용이 많이들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약속한 내용을 당신이 지키지 않았으니 내 돈을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이 2000년짜리 문제가 지금까지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새로운 기술 덕분에 해결될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오픈AI가 작년 3월에 발표한 GPT-4 모델은 미국 변호사시험을 상위 10%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는데, 이는 그보다 4개월 전에 발표된 GPT-3.5 버전이 하위 10%의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크게 발전된 것이었습니다. 현재 이 모델은 토큰당 0.00001 달러에(1백만 토큰당 $10) 이용할 수 있는데⁷, 어쩌면 우리는 변호사님들이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서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거대언어모델은 멀티모달리티가 지원되기 전부터 보지 않았지만 볼 수 있었고⁸, 현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에 1점 모자란) 은메달을 딸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사실 GPT 모델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테스트들을 보면 그것들은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바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에 대해서 아직 한 번에는 잘 대답하지 못하는 “운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언어모델에 있어서 이 문제들은 이미 다 해결된 문제들이고, 비유하자면 수학 문제를 풀긴 했는데 연습장에 지저분하게 풀어서 답안지에 깨끗하게 옮겨적는 일 정도만 남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 분야에 투자되고 있는 자본의 크기를 감안하면 1-3년 안에 지금보다 성능은 10배 더 좋아지고 가격은 10배 더 싸질 것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그 변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올라타서 미래를 직접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법원에 제출되는 서류의 절반 이상은 인공지능이 (적어도 초안을) 작성한 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에(최소 몇 만배에서 몇 억배) 거의 실시간으로 충분히 괜찮은 문서를 생산해낼 수 있는데 그렇게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습니다. 전에는 소수의 리걸테크 회사를 규제하고 제재하는 방식으로 변화에 저항할 수 있었지만 지금 방식의 기술은 그렇게 막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10여년 동안 전세계 모든 나라, 모든 법률 시장이 이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문제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시장을 독차지하느냐 아니면 로컬 플레이어가 시장을 지켜내느냐 정도의 문제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시대가 온 다음에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시장은 구글이 차지하였고 아주 일부 시장에서는 네이버 같은 로컬 플레이어가 승리하였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온 다음에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메시징 앱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상당수의 시장은 왓츠앱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차지하였지만 일부 시장은 카톡 같은 로컬 플레이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똑같은 일이 법률 시장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불과 40여년 전에는 소장을 손으로 작성했습니다. 지난 40여년 동안의 변화보다 지금부터 앞으로 10년 동안의 변화가 더 클것입니다. 

저는 검사가 되고 싶어서 서울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법조인이 되기 보다는 사업을 더 하고 싶어져서 코딩을 배워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10년 정도 코딩을 해왔는데 작은 스타트업의 3번째 멤버로 참여해보기도 했고, 네이버나 아마존 같이 큰 조직에서도 일해보았습니다(보다 자세한 제 이력은 링크드인 프로필을 참조해주세요). 창업을 하기로 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저의 답이었습니다. 비록 부족한 재능이지만 전 저의 재능을 남기지 않고 전부 다 쏟아서 살아내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또 아주 어렵긴해도 해결만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어떤 일에 제 생애에 걸쳐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나홀로소송은 제가 찾은 그런 문제입니다. 지금처럼 법적 구제 수단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결과적으로 먹고 튀는 놈들한테 상을 주는 결과가 돼버립니다. 헬스장이 환불 처리를 하지 않고 폐업해버린다든가, 상품권을 팔아놓고 환불해주지 않는다든가, 부동산을 잔뜩 소유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든가 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그렇게 했을 때의 경제적 이득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에 뛰어난 개발자분들도 많고 훌륭한 법조인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그래서 감히 제가 제일 잘 낫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앞으로 10년간은 기술이 계속해서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 이 시장은 기술이 주도해가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기술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는 팀이 이깁니다. 이기는 팀에 합류하십시오. 

3. 결어

저랑 같이 나홀로소송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보실 귀하신 변호사님을 찾습니다. 간단한 소송들은 동사무소에 가서 등본을 떼듯이 간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도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실패할 시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 편하게, 미련 없이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도전이 빛을 보게 된다면 한국의(어쩌면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두텁게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게 될 것이고, 판사님들은 보정 명령을 발령할 일이 줄고 소송 지휘가 수월해져서 지금보다 더 일찍 퇴근하실 수 있게 될겁니다. 우리가 꿈꾸는 변화들이 하나씩 이루어진다면 정의가 물처럼 흐르는 세상이라고까진 할 수 없어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한 걸음 더 정의로운 세상,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사실 전자소송 사이트가 지금 기준에서 보면 많이 불편한 것이 맞지만 지금 이만큼의 시스템을 갖춘 것도 한편으로는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큼의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사회도 많습니다. 이만큼의 시스템을 만들고 우리에게 물려주신 우리 사회 선배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서 그 다음 단계로 밀어올리는 일을 하면 됩니다. 저랑 같이 해봅시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이메일 주소로 연락 바랍니다.

joonhok@botoai.co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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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 사법연감 720쪽

  2. 특히 이 점과 관련해서는 Andrej Karpathy가 MS Build 2023 컨퍼런스에서 제시한 다음 분석을 참고할만합니다. “But you might ask why, why does it(RLHF model) work better? (중략) It has to do with the assymmetry between how easy computationally it is to compare versus generate”.

  3. 이 부분도 자세히 들어가면 보통의 변호사 선임처럼 포괄적 소송대리권을 받는 것으로 계약 내용을 구성할 수도 있고 서류 제출과 송달 영수 2개의 개별 소송 행위에 대한 대리권만을 위임받는 것으로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가능할듯하나 각각의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어 최종적으로는 실제 제품을 만들면서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2023년 기준 전체 가구 중 50.8%만 데스크톱 PC를 보유하고 있고, 노트북은 35.9% 가구만 보유중.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미디어패널조사」

  5. 2023년 4월 기준 PC 운영체제 점유율 약 14%

  6. 리드 호프만, 크리스 예, 『블리츠스케일링』, 이영래 옮김, 쌤앤파커스(2020), 94p

  7. “gpt-4o-2024-08-06” 모델 기준. https://openai.com/api/pricing/

  8. GPT-4 모델은 TikZ 코드로 뿔이 달린 유니콘을 그릴 수도 있고 뿔이 빠진 유니콘에 다시 뿔을 붙여줄 수도 있습니다. “We gave to GPT-4 a transformed version of the TikZ code it produced for Figure 1.1, with the part drawing the horn removed. We asked for code to add back the horn, and display the result. This demonstrates that GPT-4 can “see” despite being a pure language model”. “Sparks of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Early experiments with GP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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