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는 똥을 쌌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더 뚜렷해졌다
안녕하세요. 멘탈케어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조아영입니다.
저는 올해 초 심리상담 AI 챗봇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증해보고 있는데요.
이번엔 10월에 진행한 힐링 스토리 게임 'Planet C' 테스트 후기입니다.
제가 고민상담 커뮤니티 링콥 테스트 후 배운 것은
아무리 작은 테스트여도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려해야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수익모델이 없으면 잠깐이라도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제약으로 적용했기 때문이죠.
자원이 한정된 스타트업은 더더욱 말입니다.
그래서 그럼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2개월 간의 똥멍청이 스토리를 써내려 갔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방황 그 자체였습니다. 그걸 2개월 동안 일을 다 하고 나서야 깨달았답니다! 😎
(나름) 문제 정의
1020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콘텐츠(게임) 소비로 멘탈케어를 하는 비율이 높지만 효과가 적다.
하지만 이들이 쉽고 재밌고 편하게 멘탈케어할 수 있는 전용 서비스가 없다.
(나름) 솔루션 도출
쉽고 재밌게? 콘텐츠? 게임? 오 게임 괜찮은데?
요즘은 스토리 좋은 게임 좋아하니까 힐링 스토리 게임 어때?
오오오 좋다 게임 하자 고고고
미래의 나
!여기서 잠깐! 더 큰 현실적인 문제 = 우리는 게임 전문가가 없다 🤣
흑흑, 그래서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프리랜서 마켓(크몽, 탈잉),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링크드인, 로켓펀치, 커리어리), 오픈채팅에서 게임 기획과 개발을 같이 할 전문가를 수없이 찾아다녔어요.
30여 명을 컨택한 결과, 1명의 기획자와 1개사의 개발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허접한 저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기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게임 콘텐츠/시나리오 기획자 분과, 개발사 모두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주셨고
어떻게 개선하고 개발할지 방향성이 많이 잡혔습니다.
다만 비용 이슈로 협업을 진행하지 못했어요...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너무 슬펐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무산하기엔 아쉬워서 되는대로 제가 만들어봤습니다.
버블+스플의 혼종
유니티같은 프로그램은 빠른 시간 내에 독학할 자신이 없어서,
노코드로 게임 느낌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습니다.
그러다가 스플이라는 인터랙티브 게임 플랫폼에서 유저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것을 발견!
하지만 이 플랫폼으로 사람들을 유인해야 하는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외 부연 설명을 넣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bubble.io와의 과감한 혼종을 선택합니다 ㅎ
메인(버블) - 게임(스플) - 설문(버블)의 3개 페이지로 구성했고,
다행히 스플의 웹버전이 있어서 버블 페이지 안에 임베디드 했어요.
심리 테스트로 홍보하기
열심히 주변에 돌리고 온라인에 글을 올려서 홍보했지만 유입이 너무 적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FameLee 님의 메이커로그를 봤고, 저도 챗GPT와 웨이브온으로 심리 테스트를 만들어 바이럴 효과를 노려보자 결심했습니다!
스트레스 + 해소를 위한 게임 추천 포맷에 우리의 테스트 링크를 심어봤어요.
커뮤니티, 오픈채팅, 다음카페 테이블 등 오만군데 다 올려봤네요.
(그 와중에 다음카페는 개인 계정인데 규제 받아서 사행성이나 금전적 이익 목적 아니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풀었네요ㅠ)
(나름) 가설과 검증
총 210명이 테스트 페이지에 접속했고, 게임 페이지로 104명(49.5% 전환) 유입했습니다.
스플은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화 완료자는 58명이었고, 이중 19명(32.8% )이 끝까지 플레이해주셨네요!
아쉽게도 설문조사는 9명이 참여해주셨습니다ㅠ 설문 참여 없이 따로 피드백 주신 분들도 더러 있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설문 응답 샘플 수가 9명으로 매우 적지만 그래도 나름 검증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게임 플레이 후 힐링된다는 응답은 77.9%로 매우 높았고,
NDS도 44.4%, 정식 다운로드 의향 55.6%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식 출시 알림을 받겠다는 분들도 75.0%로 높았어요!
하지만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이 너무 없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게임으로서의 기본 요소(재미, 비주얼 등)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즉, MVP가 아닌 다른 걸 만든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최소 핵심 기능이 없었죠.
불태우고 나서 느낀점
이렇게 다 끝내고 나니 그제서야 '아 내가 뭘 한 거지?'싶었어요.
결과를 정리하고 회고를 하다보니 중간중간 논리가 비는 부분이 너무 많고
깊게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행동만 한 것이 많더군요.
그래서 기분이 매우 찜찜했어요.
저는 스스로를 '왜?'라고 잘 되묻는 '질문쟁이'라고 지칭하며 살았는데,
이번에는 나사가 여러 개 빠진 것처럼 했거든요.
심지어 타겟은 1020이라고 해놓고, 설문에 연령도 안 넣는 바보...
그리고 게임만 만드는 전문가/회사가 있는데 그걸 베이스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해보겠다고 뛰어든 것도 참 미련하다 싶었습니다.
자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할 수 없는 걸 하려고 한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생의 세 번째 번아웃이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졌고, 저 자신에게 정말 최선을 다 했나?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처음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더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요.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지며 생각해보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더라고요.
무모한 아이디어였어도 직접 게임 전문가 분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얻었어요.
제가 배울 수 있는 모든 툴을 활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내기도 했고요(비록 똥이지만 ^_ㅠ).
저의 더 깊은 내면을 살펴보니, 저는 제가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하기 싫은 것이었어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런 엉망인 결과라면, 내가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여기에는 '나는 완벽하고, 모든 걸 잘 해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었고요.
완벽주의가 저를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이번 테스트가 길을 잃고 방황한 것이었고
과정도 결과도 박수 받을 수 있는 성과는 아니지만,
저는 매번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잘하는 것이 있으면 못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결국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방향이 더 뚜렷해진 느낌이랄까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더 잘하도록 발전시키고,
못하는 것은 보완 or 외부에서 도움을 얻으며 살아가고자 다짐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래서 잡초처럼 또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차리고 있답니다.
2개월 동안 작은 똥을 싼 저 자신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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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도움이 됐다니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