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oung Jo
알바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승진, 팀 해체, 4개 아이템 검증(feat. 1년 6개월)
저는 2022년 3월에 리서치 Project Manager를 그만둔 후, IT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기 위해 갭이어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년만에 2023년 3월에 스타트업 대표가 되었어요.
지금은 다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1년 반 동안 겪은 여정과 레슨런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1. 왜 나는 안정된 커리어를 떠났는가?
5년 간 리서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원인을 모를 공허함과 워라밸의 부재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특히, 주도성의 결여가 커리어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어요. 저는 프로젝트를 '왜'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에이전시의 특성 상 충족되기 어려운 요소였습니다.
제 공허함의 주범이 주도성의 부재라는 걸 5년 동안 일하고서야 깨달은 것이죠. 주변의 조언, 심리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깊이 이해한 저의 마음을 토대로 결국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내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과연 어떤 형태인 건지 알아보기 위해 모두가 말린다는 '이직처 구하지 않고 퇴사하기'를 강행했어요.
2. 갭이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퇴사 후 저는 갭이어를 선언하고 자기이해와 탐색, 새로운 기회를 찾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2주는 그동안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잠만 잤고요, 한 달쯤 됐을 때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지?'싶어서 다양한 강연들을 들었습니다.
특히, 헤이조이스에서 개최했던 <내 삶과 커리어를 확장하는 법>에서 들었던 마케터 이가은님의 이야기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목표로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갭이어를 갖는다는 가은님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커리어 설계 워크숍에 참여해서 나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 이전에 나는 왜 살고,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어떤 일에 몰입할지 확실하게 결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경험하기로 했습니다.
3. 내가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상태, 알바!
30살 넘어서 알바한다고 하면 혀를 끌끌 찰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부담 없이 즐기며 새로운 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알바였습니다.
왜냐하면 책임감이 강해서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참고 잘하는 제 성격을 고려했을 때, 정규직보다는 알바일 때 훨씬 마음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다년간의 상담, 혼자만의 성찰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AI 분야가 궁금해서 데이터 라벨링 알바를 했었고, 몸은 힘들지만 AI의 개념과 AI가 자료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몸소 이해할 수 있던 계기였습니다.
다음으로 로망을 갖고 있던 IT 프로덕트 기획자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알바몬에서 '기획' 공고를 열심히 찾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심리상담 챗봇 콘텐츠 기획 알바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했습니다.
'심리학과 전공+상담 내담자 경험이 있음+프로젝트 매니징 경험+IT 기획 관심인 나에게 딱이잖아?!'라고 느꼈어요.
면접에서 리서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경험한 것들과 쌓은 역량, 퇴사한 이유와 기획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했어요. 그 모습을 좋게 보신 대표님께서 알바가 아닌 프리랜서 기획자를 제안하셨습니다.
알바생이 되어 옆에서 곁눈질로 일하는 것만 봐도 좋겠다 싶었는데, 너무 좋은 기회가 다가온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제안을 승낙하고 프리랜서 기획자로 일을 하게 됩니다.
4. 프리랜서 기획자에서 대표로 고속 승진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리랜서 기획자 6개월 차에 새로 설립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직을 제안받고, 23년 3월에 법인을 설립하여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10개월 간 대표로 일하며 4개의 아이템을 검증했어요.
프리랜서 기획자로 시작할 때의 저는 프로덕트 기획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하지만 수많은 랜선 사수들 덕분에 아이디어 상태였던 아이템의 화면설계서, 정책서 등을 작성하고, 내부의 챗봇 개발자, 외부의 디자이너와 백엔드 개발자와 베타 버전을 개발하는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베타 테스트를 앞둔 시점인 프리 6개월 차에 대표직을 제안받았어요. 처음에는 너무 당황해서 바로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예상하는 최고의 성공은 어느 회사의 임원직 정도였거든요. 저는 제가 창업하고, 대표가 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후 여러 차례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표님이 그리시는 로드맵과 그 안에서 저에게 바라는 역할에 대해 듣게 되니 내가 해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대표직을 경험하는 것이 기획자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되어서 디스콰이엇 @hansolpark 대표님과 슈퍼코더 대표님과 커피챗을 했었는데, 두 분의 우문현답 덕분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공통적으로 말씀 주신 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대표의 일과 기획자의 일이 다른가'였는데, 질문을 받자마자 속으로 바로 '아, 해도 되겠구나' 싶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초기의 대표는 하나의 제품을 책임지고 성장시키고 투자유치하고 팀과 함께 일하는 것이었는데, 기획자의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렇게 23년 3월 법인이 설립되고, 심리학과 교수님과 함께 공동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이후 4월에 진행한 심리상담 챗봇 베타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아 개발이 보류되고, 5월에 개발팀이 해체되어 혼자가 되면서 멘탈이 많이 흔들렸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정서적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프로덕트 하나의 실패를 극복하고 다른 사업 아이템들을 찾기 위해 반복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저와 함께 온전히 몰입하는 팀원은 없었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노코드로 고민상담 커뮤니티, 인터랙션 스토리 힐링 게임, 펫로스 지원 서비스에 대한 PMF를 수행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2~3개월이 소요되었고, 이전 프로젝트의 레슨런을 바탕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개선했어요.
그리고 PMF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한 마지막 프로젝트에서 저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why에 대한 해답을 데이터에서 찾을 때 가장 시간이 빨리간다고 느꼈거든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내가 즐겁게 일할 곳을 찾아가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사하기로 합의하고 지금은 휴식기를 갖고 있습니다.

5. 레슨런과 새로운 시작
대표직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지만, 동시에 번아웃도 불러왔습니다. 다행히 이전의 번아웃 짬바(...)로 스무스하게 극복했지만요.
1년 6개월 간의 첫 스타트업, 그중 10개월 간의 대표 생활을 통해 아래와 같은 스킬과 레슨런을 얻었습니다.
사업과 인생 모두에서 why의 중요성을 깨닫고 why를 고민의 앵커로 삼는 법 습득
가설 수립 -> 검증 -> 결과 분석 -> 가설 재수립의 사이클 진행
스토리보드(프론트/백엔드 화면설계, 정책 수립 등) 작성
IT 프로덕트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업 방식(이 사람이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에 대한 노하우 습득
프로젝트 관리 툴(먼데이닷컴), 노코드 툴(bubble.io, 아임웹, Waveon)과 분석 툴(GA), 디자인 툴(Figma, 포토샵, Blender), 기타 툴(챗GPT, 어도비 Firefly,) 사용법 습득
META 광고 기획-운영-분석 진행
궁극적으로 저라는 사람의 잠재력의 범위가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제는 제가 꿈꾸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장 외에 다양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단 걸 알게 됐습니다. 저도 모르게 제 자신에게 규정해 놨던 매트릭스를 깨부순 것 같아서 이 부분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변화에 적응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한계를 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요.
지금은 다시 조직에 소속되어 IT 프로덕트 기획자로 일할 준비하고 있는데요. 프리랜서, 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하이아웃풋클럽(HOC)이라는 퍼스널 브랜딩 커뮤니티에 참가해서, 어렸을 적 꿈이던 그림을 그리며 제 이야기를 세상에 외치고 있어요.
🔥제 인스타(깨알 홍보) ▶️ 심리학도의 자기계발 인스타툰
앞으로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저와 같은 분들을 돕고 싶어요.
열심히 일했지만 공허함만 남은 분들이 나를 다시 정의하고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영감과 지원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