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고 경험하니 보이고 달라집니다.
공감하니 고객서비스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경험하니 고객의 필요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녁 시간에 2시간 정도 배달의 민족 배민 1 단건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해서 주변에 4개 단지 6,000세대가 모여 있어서 여기만 돌아다녀요. 이걸 시작한 후로는 매일 애플워치 걷기 목표를 쉽게 달성합니다. 동네 BHC 사장님이랑은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통하는 사이가 되어버렸고요. :)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면서 소비자로서 주문할 때 배송메시지에 디폴트로 적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기와 반려견이 자고 있어요. 절대 벨 누르지마시고 문 두드리지 마시고 문 앞에 놔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실 아기는 없지만 좀더 강조하고 싶어서 MSG를 칩니다. 배송기사님들 중 상당수가 요청사항을 지켜주지 않으시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반려견 아이들이 경계하고 짖는 걸 방지하는 게 배송 빨리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데 말이지요.
때문에 제가 배달을 할 때는 벨 누르지 말아 달라, 문 두드리지 말아달라, 아기가 있다, 반려견이 있다 등의 배송 메시지를 꼼꼼히 살피고 지키게 되더라고요. 고객들의 마음을 120% 공감하니까요. 공감을 하니까 제가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의 질이 이렇게 높아질 수 가 있었습니다.
배달을 하다 보면 '개꿀' 주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음식을 픽업하는 가게와 배달지가 같은 건물이거나 바로 앞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어요. 현관문 열고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와서 가져가는 데 5분도 안 걸릴 것 같은 주문들이죠. 저는 편하게 3,000원 벌어서 좋은데 고객은 이 정도 수고에 3,000-4,000원을 지불하는 것이니 내려와서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죠.
그런데 제가 배달을 다니다 보니 이렇게 초 근접 주문을 하는 집의 상당 수는 아이가 있는 집이더라고요. 문 앞에 유모차, 아이용품, 택배상자 들이 많이 쌓여 있거나 아이들 소리가 나거나 하는 집. 어린 아이를 집에 두고 내려오는 게 어려우니 바로 아래 가게라도 배달을 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갔습니다. 경험해보니 고객의 필요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제 저녁에는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월드컵 첫 경기가 있었습니다. 배민에서는 AI배정 5건 이상이면 12,000원 추가 지급이라는 프로모션도 내걸면서 라이더들의 참여를 독려했는데요, 저 역시 기대하면서 밤 10시 직전까지 대기하고 배달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많지는 않더라고요. 특히 치킨. 오히려 치킨 외 주문을 꽤 많이 받아서 나름 짭짤 했지만 기대했던 치킨은 많지 않았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 오토바이, 자전거 등 나보다 커버리지가 넓고 처리할 수 있는 양이 많은 라이더들이 대거 적극 참여하여 주문을 쓸어갔고 AI도 효율을 위해 나보다 그들에게 배정함.
- 배달 대란을 예상한 고객들이 미리 주문하고 대거 직접 포장을 선택함. 이에 따라 배송 가능한 신규물량이 나오지 않음.
이 두 가지가 주 원인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민1 배달료가 어제 특수를 맞아 특히 높게 책정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직접 포장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는 거에요. 지나다니면서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10시 임박해서도 줄을 서 있었고 매장은 새로운 주문은 받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툴레앙.TULEANG.
석동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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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의식적으로 계속해서 훈련해야 하는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커리어가 길고 짧고의 문제가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
흥미로운 발견이자 좋은 통찰력이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배달을 하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매장 사장님들과 고객분들이 모두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친절하고 라이더를 존중해주신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매장 분 들은 항상 수고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주신다는 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