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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rok An
Jungrok An ·

< 저 멀리 지평선에서부터 내리는 비가 내 머리 위에 내릴 때까지 가만히 지켜본 적 있나요? - 1/2 >

우리 아버지는 축산과에서 유전학을 전공하시던 연구자였다. 거기서부터 파주 외딴 시골에 와서 군인들을 상대로 식당을 하시게 된 계기는 아마도 내가 앞으로 연재하는 만큼 긴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당시 영어를 못하셨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셨고, 본인의 생활을 대부분 포기하시면서까지 우리 누나와 나의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셨다.


적극적인 누나는 본인이 나서서 유학하러 가고 싶다고 하였고, 아버지는 90년대 중반에 누나를 영국으로 1년 유학을 보내셨다. 거기서 너무 좋은 경험을 한 누나를 보고 나를 초등학교 4학년 말 뉴질랜드로 2년 동안 유학을 보내셨다. 아무 생각 없이 골목에서 친구랑 상상으로 초능력 싸움 놀이나 하던 나는, 갑자기 10년 평생 처음으로 친구들과 이별을 해야 했다. 당시 욕조에 목욕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어린 마음에 친구들을 떠날 생각에 벌써 그리워 엉엉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뉴질랜드에서도 무조건 다른 한국인이 없는 곳, 북섬에서 수도인 웰링턴에서 조금 위쪽의 마톤이라는 작은 마을로 갔다. 전교생이 150명도 안 되는 Huntley School 이라는 기숙남초에 아버지는 나를 그냥 놓고 가셨다. 당시 코끼리 스펠링을 E, L, E, P…. 정도로 겨우 외워둔 영어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말도 통하지 않고 아시아인을 난생처음 보는 백인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혹독한 영국식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리포터를 상상하면 편한데, 24명의 남학생이 하나의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하고 그 기숙사는 백 년 전 릭스트롯, 매더, 윌슨 등 다섯 분의 교장 선생님들의 이름으로 되어있었다. 밤이 되어 기숙사를 담당하는 양호교사 할머니가 “Good night boys”라고 외치시고 주황색 불빛이 큰 기숙사 방에서 꺼졌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겨우 잠을 청하던 첫날부터, 다른 학생들이 어두운 밤에 나를 흔들어 깨우며 막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실 인종차별이 뭔지도 모를 어린 시절이었고, 그냥 너무나도 서글퍼 매일같이 저녁 먹고 어머니께 국제전화를 걸어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새벽마다 잠든 나를 돌아가면서 학생들이 흔들어 깨우면서 뭐라고 했고, 영문도 모를 나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창문 바깥의 푸른 밤하늘을 보며 지샜다. 이 주 정도가 지나, 그나마 친구들과 대화가 조금씩 되면서 이 모든 괴롭힘의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이 밤에 나를 흔들어 깨우면서 소리친 말은 “Please stop snoring!”이었다.


몇 주가 지나고 새로운 백인 친구들과 대화가 통하고 나서는 사실 학교생활이 너무 재밌어서 부모님께 전화하는 것도 잊고 살았다. 학교에는 드넓은 잔디로 된 럭비, 축구, 테니스 필드가 여러개씩 있었고, 수영장과 실내 체육관도 있었다. 학교 내에 숲이 있어서 트리하우스를 만들고 학기 말에 거기서 하루 자는 날도 있었다. 아무리 자연이 좋은 뉴질랜드이지만 학교가 엄청나게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얼마나 외딴 곳이었느냐 하면, 한 학기 동안 상점을 모아서 제일 많이 모은 학생들에게 주는 상이 바로 차 타고 학교를 나가 맥도날드에 가서 치즈버거를 사주는 것이었다. 나는 매학기마다 목숨 걸고 상점을 최대한 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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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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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한
박종한

어마어마한 스토리의 시작 같네요. 저는 제 어린 시절을 모두 한국의 같은 동네에서만 보내서, 새로운 문화, 새로운 문화,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데요, 정록님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진짜 해리포터 같아요 🤣

곽명진
곽명진

나중에 대표님을 소재로한 자서전 형식의 영화가나오면 정말 재밋겠어요ㅋㅋ

Hyunsol Park
Hyunsol Park

글이 너무 재미있어요! 소설 읽는 느낌.

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글 처음 써보신다고 한게 거짓말이라고 느껴질 만큼 잘 쓰시네요 ㅎㅎ

정하영
정하영

너무 재미있어요

Jaeduk Lee
Jaeduk Lee

이건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가 되겠네요ㅎㅎ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