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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란 무엇인가?: 처음으로 타 직군과 협업하며 배운 것들

(본문에서 발췌)

(...) 그 힘든 순간에도 '프로젝트를 하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딱 한 번 정말 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순간이 존재했다. 바로 다른 이가 나의 결과물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내 노력이 폄하당한다, 내 결과물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동료에게 헌신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불신의 파괴적인 힘이었다. 이런 불쾌한 경험을 다른 이에게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결론은 동료가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산출했다고 믿는 것이었다. 내 지식으로 잘 이해되지 않더라도 동료의 전문성을 믿고 그 결정을 신뢰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겠다고 부트캠프를 들어온 후,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 바를 적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자마자 디스콰이엇에도 쓰려고 했지만 바삐 살다 보니 어느덧 세 번째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정리해서 적으려고 했지만, 시간 관계 상 그러지 못해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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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aS 클럽 참여를 위한 비루한 자기 소개입니다

만든 프로덕트 하나 없는 부트캠프 교육생이자 취준생입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를 꿈꾸고 있습니다.

29세, 무직이고 생일 별자리는 양자리입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운동을 독려하는 경험이 무척 새로울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여..해도 되지요...?

조깅과 산책을 좋아하고요, 푸시업 외길 인생을 걷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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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편집자는 IT 프로덕트의 꿈을 꾸는가_전직 편집자의 IT 프로덕트 기획 고군분투기

 

프롤로그_종이책 편집자는 IT 프로덕트의 꿈을 꾸는가

작년 8월, 다니던 출판사를 나왔다. 편집자로 일하고 싶어 출판 교육을 수강하기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의 일이었다. 퇴사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출판업계의 봉급으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았고, 떠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불행하리라 확신이 들었다(정말 뛰어난 편집자는 꽤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짐을 챙겨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는 꽤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전부 옷도 입고 신발도 신고 시계도 찼는데 그들 중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몸담을 시장은 성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편집자처럼 내가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사람들이 하나같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앞으로 내가 어디서 일해야 할지 막연하게 깨달았다. 바로 IT 프로덕트였다.

 

1. 종이책 편집자는 어쩌다 여행 앱을 만들게 되었나

마침 모집하고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 부트캠프가 있었고 운이 좋게도 합격했다(물론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지원했던 건 아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도 나눴고, 직업 관련해 리서치도 진행했다). 제각각의 여정을 거쳐 프로덕트를 향한 열정에 도달한 사람들 마흔 명은 8개의 조로 편성돼 각자의 가설을 프로덕트로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PM끼리 하는 기획이다 보니 실제로 개발에 들어가진 않고, 화면 기획을 마치고 랜딩페이지와 프로토타입까지 제작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실습 프로젝트의 조는 각자 사전에 제출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편성되었는데 우리 조의 경우 '문화'라는 카테고리를 공통분모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음악, 영상 문화 등 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금방 공통의 관심사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6명의 조원 ‘모두’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는 건 무척 어려웠다. 네 명이 게임을 좋아하면 두 명은 좋아하지 않고, 세 명이 운동에 관심이 있으면 나머지는 관심이 없는 식이었다. 어딘가에 있을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위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던 중 여행에 대해 말이 나왔다. 어? 이거 정말 다들 좋아하는 건가? 싫어하는 사람 없나? 의심하며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분명해 보였다. 여행이야말로 모두가 좋아하는 분야였다. 그렇게 우리는 뭐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여행에 관련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2. 여행 앱은 어떻게 해외 명품 쇼핑 앱이 되었나

여행이라는 카테고리도 정해졌겠다, 여행과 관련해 광범위하게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자가 여행 좋아하는 지인 한 명을 붙잡고 1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고, 발견한 문제점을 모두 포스트잇에 써서 붙였다. 그리고 같은 문제점끼리 분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자 각종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국내 여행 시 주차가 불편하다, 해외에 갔을 때 기념품으로 무엇을 구매할지 모르겠다 등. 문제점들 모두 살면서 경험해본 적 있는 것들이었다.

각 문제점을 서비스로 만들 수 있을지 논의했고, 일차적으로 추려 부트캠프 강사님께 피드백을 받았다. 주로 받은 피드백은 “좋은 문제에서 출발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강사님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현이 힘들 것 같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셨고, 그렇게 지우다 보니 남은 문제가 하나였다. 뭐였냐고? 바로 해외에서의 쇼핑 문제였다.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리는 해외에서 쇼핑할 때 정보를 찾기 힘들다는 페인포인트를 반복적으로 마주했다. 재고 파악이 힘들다, 무엇을 사야 가성비가 좋은지 모르겠다, 구매한 뒤 세금을 얼마 내야 할지 모르겠다 등등. 우리는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문제점도 있겠다, 이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만 남았을까? 오히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해외 여행 시 쇼핑을 도와주는 앱’이라고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논의가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서비스의 흐름을 확정하고 와이어프레임(IT 서비스 화면의 디자인을 대략적으로 구현한 것)을 제작하려고 낑낑댔는데 자꾸만 논의가 꼬였다. 우리는 난관에 봉착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다시 강사님을 찾아갔다.

문제는, 문제가 여전히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해외 명품 쇼핑 시 가격과 재고를 알려준다’는 목표와 ‘해외 쇼핑 시 어떤 물건이 가성비가 좋은지 알려준다’는 두 가지 목표를 한 가지 서비스에 녹여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이러면 할 일도 자연스레 두 배가 된다는 게 강사님의 말씀이었다. 타겟 유저도 두 그룹이고 각 그룹에 따른 가설도 두 개, 사용자 여정 지도도 두 개. 초심자인 우리에게는 명백하게 벅찬 일정이었다. 아니 사실 숙련된 PM들이었다면 애초에 가설을 하나하나 검증해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초심자에게는 벅찬 목표였던 게 아니라, 초심자이니 세운 엉터리 목표이지 않나 싶다.

그렇게 긴 과정을 거쳐, 우리는 ‘해외에서 명품 쇼핑 시 가격과 재고를 알려주는 앱’에 도달했다.

 

3. 해외 명품 쇼핑 앱은 어떻게 ‘럭스저니’가 되었나

이제 우리의 앱이 어떻게 현재의 ‘럭스저니’가 되어 가는지, 프로덕트의 변천사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첫 번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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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장에서 상품 태그 스캔을 통해 정보를 끌어와 세금 계산 완료된 최종가를 알려주는 ‘스캐너’ 기능, 지도에서 명품의 재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재고 지도’의 두 가지 기능을 홈에 넣었다. 사용자는 홈에서 이 두 가지 기능 중 한 가지를 택해 실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받은 피드백은, 플로우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앱을 실행되고 나서 가능한 한 메인 기능을 빠르게 제공해 아하 모먼트를 앞당겨 제공해야 하는데, 이 버전의 경우 사용자는 일단 홈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사용자는 기능의 설명이 적힌 대시보드를 마주할 수 있을 뿐, 어떠한 효용도 얻을 수가 없다. 강사님은 첫 홈 화면을 지도로 설정하고, 그곳에서 바로 가격과 재고를 한눈에 보여주라고 의견을 제시하셨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 피드백을 녹여냈을까?

 

2) 두 번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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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 청개구리 같은 녀석들은 피드백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 강사님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시에 강사님의 피드백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홈 화면에 대시보드가 있는 형태가 좋다는 의견을 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다방’ 등 부동산 앱을 주로 참고해 홈 화면과 주요 화면을 디자인했다.

여전히 대시보드에는 주요 기능에 진입하는 버튼이 있고, 아래쪽에는 무려 추천 기능까지 넣었다. 추천 기능은 또 어쩌다 들어간 것인지를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사용자 퍼소나(사용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가상의 사용자 프로필)를 작성하긴 했지만 프로덕트를 설계할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생겼냐면...

 

“사용자가 자기가 뭘 사고 싶은지 모르는 상황이면 어떡하죠?”

“사용자가 뭘 살지도 모를 수도 있으니 물건을 추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검색에도 사용자가 상품을 탐색할 수 있게 추천 기능을 넣어야 할 것 같아요”

 

사용자의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설정해놓은 게 없다 보니 각자가 생각하는 사용자의 시나리오가 전부 달랐다. 그러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고, 프로덕트는 점점 더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추천 기능도 넣고, 검색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검색어 순위를 넣고 등등. 그렇게 커진 프로덕트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대차게 까였다.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전과 똑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무언가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다. 강사님께 피드백을 추가로 받기에는 강의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때, 한 줄기 빛이 된 것이 실습 프로젝트를 도와주시는 현업 PM 멘토의 멘토링이었다. 멘토님은 실습 프로젝트 피드백을 진행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각자 사용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모두 말문이 막혔다. 우리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사용자의 시나리오가 달랐다. 이럴 줄 알았다는 멘토님의 반응 다음 우리는 사용자 퍼소나를 다시 설정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프로덕트 기획에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세세하게 말이다.

 

3. 세 번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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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용자의 퍼소나를 하나하나 다시 설정했다. 2~3년에 1번은 해외여행을 가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입사 5주년을 기념해 나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명품을 하나 선물해줄 계획이다. 이미 특정 물건을 가지고 싶다고 정해놓은 상황이며, 그 물건의 국내 시세 등 대략적인 정보도 파악해놓았다. 갖고 싶은 물건을 가지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두세 가지 물건을 리스트업 했다. 이것이 우리의 퍼소나가 처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퍼소나의 나이 등 인적 사항, 니즈와 페인포인트도 모두 작성했고, 그 결과물을 작업 보드 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마치 자린고비가 밥 먹으며 굴비 쳐다보듯 애매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쳐다보았다.

퍼소나를 세우자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도 빨라졌다. 의견이 갈릴 때는 다 같이 작성된 퍼소나를 읽고 다시 논의했는데, 갈리던 의견이 훨씬 빨리 정리됐다. 모든 사용자의 시나리오가 퍼소나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이렇게 사용자 플로우를 확정하고 정말 마지막 화면 기획에 들어간 게 2월 초였고, 각자 조를 나눠 2월 8일까지 작업을 한 결과 최종 화면 기획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위는 럭스저니의 화면 기획 작업이 완료된, 그러니까 프로토타입의 화면이다. 개발 작업을 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최종 결과물인 셈이다. 아 참, 깜빡하고 이야기를 안 했는데, 두 번째 버전을 제작하며 GPT 선생님께 ‘럭스저니’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괜찮은 이름인 데다가 이름 따위로 시간 허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기에 우리 서비스의 이름은 그대로 럭스저니가 되었다.

이제야 피드백을 반영해 홈 화면이 지도 화면이 되었고, 첫 화면부터 아하 모먼트를 제공하기 위해 재고 상황과 최종가를 지도에서 바로 제시했다. 기능은 우리가 설정한 퍼소나에 집중해 재고 지도와 최종가 제시, 그리고 픽 기능만 구현했다. 이미 어떤 물건을 살지 결정한 상황이라는 우리의 퍼소나에 따라 검색 기능도 상품의 시리얼 넘버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또한, 디자인 시스템을 따로 만들어 화면별로 팀 내부에서 팀을 나눠서 작업하더라도 디자인 요소가 달라지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다른 버전들과 비교하며 보니 어떤 서비스인지 훨씬 명확하게 보였다. 물론, 진짜 디자이너 눈에는 우리의 최종 결과물조차도 아직 많이 엉성하게 보일 거라 생각한다. 디자이너 한 명 없이 처음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너그러이 봐주시길.

 

참고로 랜딩페이지도 제작했다...!

https://luxjourney.webflow.io/

 

4. 종이책 편집자는 프로덕트 기획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무슨 일을 했나

이 모든 과정에서 내 역할은 팀장이었다. 그렇다. IT 서비스 유관 경력도 없는 주제에 팀장을 맡았다. 조별 첫 만남에서 눈치 싸움에 실패한 게 팀장이 된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지만, 어쩔 수 없이 떠맡은 것처럼 일하지는 않았다.

기획자로만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IT 서비스를 기획하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다. 다들 의견이 뚜렷했기에 이를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의견이 넘쳐서 문제인 상황이었기에 나는 팀장으로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이견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다. 팀원들의 의견을 들으며 정리해주고, 서로 다른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때는 중간 타협점을 제시했다. 논의가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갈 때는 다시 논의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으려 노력했다. KPT 회고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에 관한 배운 점을 내재화해 효율적인 업무 방향을 추구했다.

또한, 프로젝트의 일정을 관리하고 회의 안건을 제시했다. 일정에 관한 논의는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되, 일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상황은 내가 공지했다. 회의가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안건을 우선순위대로 정리해 회의 전에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조장 역할만 하고 세부 작업은 하지 않은 것 같지만, 당연히 모든 세부작업에 참여했다. 전반적인 서비스 흐름을 확정하는 데 참여했고, 마이페이지와 상품 상세페이지 화면 기획을 맡았다. 랜딩페이지의 전반적인 틀을 짜고 몇몇 화면을 직접 설계했다.

내 팀장 역할에 점수를 매겨 본다면? 60점. 기본은 했지만 잘했는지는 물음표다. 왜 이런 점수를 나 자신에게 줬는지는 이 뒤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5. 예비 PM은 무엇을 배웠고, 무엇이 아쉬운가?

 <배운 점>

1) 화면 기획 단계까지의 프로덕트 기획 과정

0에서 1을 만드는 서비스 기획의 전 단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사용자 인터뷰, 사용자 여정 지도, 기능 정의서, AS-IS/TO-BE, 와이어프레임 등 프로덕트 기획에 필요한 각 방법론을 직접 작성해보며 활용 능력을 길렀다.

 

2) 피그마, 웹플로우 활용 능력

직접 피그마로 화면을 기획하며 피그마의 활용 능력을 길렀을 뿐 아니라, 노코드 툴인 웹플로우로 사전 신청을 받을 수 있는 랜딩 페이지를 설계했다. 여기에 구글 애널리틱스를 연동하여 좀 더 세부적인 데이터를 수집했다.

 

3) 사실 나, 지표를 좋아하는 PM일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가 서비스 기획 중 어떤 부분에 특히 흥미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책, 카피, 프로모션 등 ‘지표’를 상승시킬 만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는데(아쉽게도 실현하진 못했다) 나는 그 과정이 그렇게도 재밌었다. 마침 토스의 성장 과정을 담아낸 <유난한 도전>을 읽고 있었는데, 행운 퀴즈 등 무수한 시도를 통해 ‘지표’를 끌어올린 그로스 사일로의 이야기도 접했다. 그 부분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다.

 

<아쉬운 점>

1) 아쉽다, AB 테스트!

https://luxjourney.webflow.io/

랜딩페이지의 첫 화면에서 “당신이 보는 그 명품, 한국보다 88만원 싸다”는 문구가 나온다. 원래의 구상은 이 문구를 두 가지 버전으로 작성해 AB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싸다’는 데 방점이 찍힌 현재의 카피와, ‘손해’라는 데 방점이 찍힌 “당신이 보는 그 명품, 한국에서 사면 88만원 손해”라는 카피, 이렇게 2개의 카피로 AB테스트를 진행해 사람들이 정말로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손실 회피 경향’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도무지 시간이 없어 진행하지 못했다. 역시 프로젝트와 실험의 가장 큰 적은 한정된 자원이다.

 

2) 나는 어디, 나는 누구... 회의에 휩쓸리는 팀장

회의를 진행하다가 종종 회의에 휩쓸렸다. 팀원들이 핵심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나 또한 그 흐름에 휩쓸려 함께 대화했다. 감사하게도 그럴 때마다 몇몇 팀원들이 ‘(꾸짖을) 갈!’을 외치며 표류하던 회의와 그 속의 나를 원래대로 되돌려놔 주었다. 모두가 기획자이자 모두가 평등한 프로젝트의 특성도 이런 상황에 영향을 미쳤겠으나, 내가 회의 주도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3) 주판 두들기는 부장님, 혹시 나?

예전에 연세가 많은 부장님이 죽어도 엑셀을 사용하지 않고 주판을 사용해 회계 장부를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나라는 팀장이 사실 그 부장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노션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일정을 직접 메모장에 적어가면서 관리하지 않나, 회의 안건은 매일 카카오톡에 직접 적어 톡방에 올리지 않나. 편해서 그랬지만, 그렇게 치면 부장님도 주판이 편했을 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새로운 협업 툴을 학습하자.

 

에필로그_예비 PM은 베테랑 PM의 꿈을 꾸는가?

이렇게 종이책 편집자였던 한 사람이 예비 PM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적어보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종이책을 만드는 일과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이 닮았다고 느꼈다. 기획을 하나의 물성으로 빚는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이 그렇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어렴풋한 희망을 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목적지는 베테랑 PM일까? 확신에 차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건 재밌었지만 '이것보다 더 재밌는 일이 있지 않을까?', '나에게 더 잘 맞는 일이 있지 않을까?' 등 여러 물음이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중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답을 알 수 없는 물음들이다.

일단은,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며 운명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볼 생각이다. 곧 또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되니 그 과정에 최대한 몰입해보려 한다. 몰입의 끝에 어떤 내가 있을지 기대된다.

럭스저니

막막한 재고 상황부터 복잡한 세금 계산까지, 여행자를 위한 현명한 명품 쇼핑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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