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는 언제인가?
안녕하세요 :) 저는 스타트업을 주로 자문하고 있는 노무사에요.
직접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들어와보니 정말 많은 대표님들이 각기 다른 곳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창을 열어가시는 것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저 또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가입을 했는데요. 오늘 저의 글은 조금 찬 물(?)을 끼얹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지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제 가까운 지인 한 분의 사례인데요. 그 분은 대기업만 약 10년째 다니시다가 갑자기 스타트업을 선택하셨어요. 제가 왜 잘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서 스타트업을 선택했냐고 하니깐, 본인이 꿈꾸었던 비전과 잘 맞아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하시더군요.
며칠 전에 만나서 다시 얘기를 들어보니, 본인의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역시 막상 자기가 바라고 꿈꿔왔던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스타트업이 어려운 게.. 사실 사람뽑기 어렵죠.
대기업에 비하면 밸류도 훨씬 낮고,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질지 확신이 없고, 구성원들의 동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funding을 받지 않으면 안될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스타트업을 선택하신 분들은 그 척박한 환경에 뛰어들기 위해 오신 것 같아요. 제 지인 분처럼 저와 같은 일반인(?)은 쉽게 내다볼 수 없는 어떤 mission을 함께 실천하기 위해 오신거죠. 그런데, 스타트업도 기업입니다. 즉, 기업의 전제는 영속성입니다. 영속되지 않는 기업은 한낱 동아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물론 제가 감히 스타트업의 철학에 대해 논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HR에 한해서 스타트업은 현재의 방식, 즉 AS-IS에 대한 고민이 높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떤 것을 혁신해야지가 아니라 10년, 20년, 30년을 바라보고 살아남을까를 고민해야하고, 이러한 미래에 대한 고민(TO-BE)을 CEO와 HR담당자가 해야합니다.
" 1 - 10 - 30 - 100 - 300 - 1000 - 3000 - 10000 - 30000 "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시나요? 기업의 변곡점이 되는 직원의 숫자입니다. 일본 최대 E-커머스업체를 일군 CEO 미키타니 히로시가 주장한 ‘3·10 배수의 법칙’입니다.
제가 스타트업에 무료노무자문을 제공하는 규모를 5인 이상 30인 미만인 이유로 설정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물론, 노동법이 5인/30인 기준으로 적용되는게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변곡점을 이루는 스타트업 초창기에 제대로 HR 철학을 잡지 않으면, 조직의 규모가 더 커지고 성장했을 때 기반이 잡혀있지 않으니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채용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하지? 직급은 어떻게 다양화하지? 조직에서 수평적인 의사소통? 직원을 평가/보상하는 방법? 그게 변곡점을 이룰 때마다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그 때마다 매번 바꾼다... 불가능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 변곡점을 이룰 때를 미리 대비해서 HR 철학을 세우셔야 한다는 겁니다.
돈도 1억 모으기가 어려운 것이지. 1억을 모으면 10억을 모으기가 쉽다고 합니다. 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 1만명이 3만명 되는 건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 1만명이 아니라 100명을 모으는 것도 힘이 듭니다.
스타트업이 10명 미만이면 이제 forming 단계에서, 성장의 단계로 접어들면 사실 매번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제 지인분도 ··· 매번 성장하는 수치를 매일 보고 있자니, 정말 코스닥 상장의 꿈이 눈 앞에 다가온 것만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성장할 때는 모든 이슈가 다 묻힙니다. 서로가 갈등에 대해서 논하려고 하지 않아요. 훌륭한 CEO, 훌륭한 엔지니어와 창업자들로 구성된 팀···. 그런데, 10명이 2-30명만 되더라도 숨겨져 왔던, 저 아래에서 묵혀져왔던 온갖 갈등들이 무수하게 튀어나옵니다. 되게 사소한 것으로 다툼이 일어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먼저 팀을 이루었던 사람들과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간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처음에는 일하느라고 바빠서 못썼던 휴가를 나중에 몰아서 쓴다고 청구하기도 하고, 리더십과 잡혀져 있지 않은 규정에 대한 challenge가 일어납니다.
이제 조직이 성장하게 되면, CEO와 팀 구성에서 CFO, COO, CTO, CPO, CMO 등 C-level들이 생기고, VP, 본부장, 팀장과 같은 layer가 생기게 됩니다. 이 layer가 생긴다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의사소통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창기에는 그냥 다이렉트로 전달하면 되었는데··· 이제 조직이 구조화 되고, 의사소통의 단계를 거치면서 silo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communication과 alignment가 어려워지겠죠. 회사는, 개인 KPI와 조직 KPI가 있습니다. 핵심은 이 개인과 조직의 KPI를 일치(alignmnet)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 C-level들의 책임자가 생기면 각자 다른 resource를 가지고 투자도 받고, 채용도 하고, 그리고 조직을 유지시켜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C-level 간 이러한 resource가 우리 회사에 지금 필요한거야? 이게 맞아? 와 같은 검증을 서로 철저하게 거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이런게 결국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하고 훌쩍 넘긴 게 30명, 50명, 100명만 되더라도 못버티고 무너지는 것입니다.
자, 얘기가 다소 길어진 것 같은데
그러면 스타트업 HR 담당자는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요?
만약 조직 내 아직 HR이 없다면, 왜 HR철학을 함께 고민해 줄 사람이 필요한 걸까요?
저도 그렇고, 경력직 HR 담당자들은 노동법에 대한 기본 지식, 인재 채용, 개발, 교육, 평가, 보상 그리고 이러한 제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이론과 실무 능력은 기본 base로 깔고 간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이냐? 바로 CEO의 뇌 구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저도 직원으로 일했을 때와 대표가 되어서 한 사업체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은 참 다른 문제입니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사실 일만 잘하면 됩니다. 실무 능력이 뛰어나면 됩니다. 그런데, 대표(CEO)가 된다는 것은, 직원 월급도 줘야하고 만약 파트너가 있다면 그 파트너와 맞춰가는 과정도 필요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고민해야하고 밤낮 잠을 못자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HR 담당자가 "대표님, 저희 payroll 작업은..", "저희 연차휴가 이만큼 있는데..", "저희 워크숍은 어디로.." 라고 말하게 되면 빨리 사업을 성장시켜야지, 당장의 우선순위가 아닌것들은 귀에도 잘 안들어옵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 스타트업에서는 마케팅, 영업, hr을 그냥 모두 한 번에 처리하는 분이 계시고.. 30명, 50명을 바라보는 HR이 아니라 현재 10명에 맞춰 둔 임시방편의 HR을 마련해두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업의 구조와 조직도는 사실 C-level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 맞지만, HR 인사담당자들도 비즈니스를 꿰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CEO, C-level들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 때, 그게 바로 조직을 멀리 내다보는 HR 철학을 세울 수 있는 길이고, 우리 스타트업만의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조직도 디자인을 해야합니다. 우리 회사는 왜 이런 인재를 뽑아야 하는지, 왜 보상과 평가는 이런식으로 하는지, 왜 근무제도는 이렇게 운영을 해야하는지 등. "WHAT"과 "HOW"를 고민하기 이전에, "WHY"를 알고 실행해야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CEO나 FOUNDER의 생각들을 조직에 그대로 녹이고 싶다면, HR이 조직이 성장할 것을 대비해서 단단하게 중심을 다져서 기반이 흔들리지 않게끔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 조직을 flexible한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 나갈것인가 이전에 왜 그렇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HR철학을 초창기 때 세우고, 많은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을 때 "지금" 미래에 대한 대비를 논하시는 시간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