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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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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책임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책임을 입에 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책임에 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임의 본질적인 속성 하나는 전적으로 결과에 의존한다는 점에 있다. 그 누구도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없다. 책임을 진다 한들 어떤 일이 성공을 담보할리는 만무하고, 실패하더라도 시간을 되돌리거나 하여 결과를 만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에 한해서만 그에 상응하는 다른 무언가로 대신 메울 뿐이다. 국가 통치든 기업경영이든 팀플이든 무엇을 보더라도 똑같다. 실패 후 남는 잔재는 언제나 손해와 피해뿐이다.

책임을 입에 담는 것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적 블러핑에 가깝다. 하지만 말은 아무런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언사 또한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 그래서 나는 늘 차라리 과묵해지는 편을 택해왔다.

예전에 책임에 관한 이런 내 생각을 대표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좀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게 되면서 내가 설득해야 할 반경이 늘어났고, 내가 이뤄내야 하는 책임이 묵중해지면서부터였다. 대표님은 내가 짊어진 것보다 더 큰 무게를 항상 짊어지고 계시니까…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책임을 진다’라는 말은 결국 ‘당신과의 관계를 놓지 않겠다‘라는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일의 결과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관계를 놓지만 않으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책임을 지겠다’라는 말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의지를 말하는 것인 듯해요.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개인은 한없이 미약하고 무능력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의지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결과는 아무도 담보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무수히 많을 테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심판대에 올려지는 것은 ‘그럼에도 또 다시 시도할 것인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놓지 않을 것인지’라는 의지가 되는 것이 섭리일지 모르겠다. 가까운 관계, 상호 신뢰하는 관계, 미래를 약속한 관계는 이렇게나 복잡하고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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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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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교환의 법칙

뭐든 10년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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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었을 적의 일이다. 오래된 지인을 TV에서 접한 일이 있었다. 생활관 분위기에 휩쓸려 안 보던 쇼미더머니를 보게 되었는데 학원을 같이 다녔던 형의 나오는 것이 아닌가. 형은 뭘 좋아하냐는 내 질문에 “자기는 음악한다”라고 했던 첫인상을 기억한다. 방송 이후로 형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큰 무대에서 개인 공연도 하는 스타가 되었다. 당시 형의 나이로 28살이었다.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나와서 성공하는 이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 중후반, 늦으면 30대이지 않나.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나이에 어떻게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게 가능한걸까. 나는 내 답을 쇼미더머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공통적으로 본선 생방송 무대가 있고, 본선에 돌입하게 되면 공연과 더불어 출연자들의 스토리를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이들의 스토리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낮에는 일용직을 뛰고 밤에는 단칸방에서 벽을 마주보고 랩을 내뱉는 모습이다. 흔히 그들의 10대 혹은 20대 초반의 일이다. 어린 출연자의 경우 여기에 자퇴가 주로 곁들여진다.

이렇게 보면 이 사람들의 성공이 더 이상 의아스럽지 않아진다. 오히려 그들의 성공이 세상의 이치를 잘 반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쇼미더머니의 본선 진출자들은 랩, 그러니까 박자에 맞춰 가사를 내밷는 한가지 일의 달인인 셈이다. 그리고 오디션은 언뜻 치열한 경쟁의 장이지만 이면의 실상은 본인이 쌓아올린 시간을 선보일 기회의 장인 셈이다. 승패가 본질이 아니라 인정을 받느냐 못받느냐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심사위원의 존재도 대단히 흥미롭다. 이들은 이미 10년차인 래퍼들을 평가하고 조언을 던져준다. 더 오래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적인 면에서 터치는 거의 없고, 생방송 무대 준비에 관한 피드백을 더 많이 한다. 그들의 역할이 출연자들이 본인의 가치관과 의도, 스토리가 담긴 자기만의 음악을 무대에서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무대 디자이너인 셈이다.

어떤 래퍼들에게 랩 다음은 무대 디자인이다. 그럼 그 다음은 뭘까? 아마도 각자의 길이 있을테다. 스윙스나 도끼를 보면 사업도 그중 한가지 선택지인 듯하다.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잘하고 싶은 것을 따라 다른 방식으로 계속 본인을 내던지고 자신만의 뜻을 펼치는 것 같다. 얼마나 멋진 삶인가.

그런데 회사 차린다고, 본인 레이블 만든다는 그들 소식이 있고 나면 활동이 거의 없어지는 것 같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유령이 된다. 아마도 다시 그들만의 새로운 시행착오를 쌓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성공했으니 각자의 몸에 베어있는 것 같다. 마치 불문율처럼.

쇼미더머니를 통해 성공의 필요조건을 되새겨본다. 아니, 솔직히 내 짬바에 성공이 뭔지는 잘 모르겠고, 무언가를 잘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지레짐작해본다.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반드시 10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축적이 필요하다라는 말일 테다. 난 사실 거의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 각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정도는 다를테지만 양(quantity)을 먼저 쌓지 않으면 질(quality)도 없다.

10년을 쌓아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김연아, 손흥민, 오타니 쇼헤이 등 운동선수들은 어린시절부터 축적을 시작한다. 그래서 어린시절 = 인고의 시간이고, 밀도 100%다. 정확히 반대의 경우는 일반 직장인인 듯하다. 축적을 위한 노력의 밀도가 낮아지는 만큼 축적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그만큼의 댓가는 지불해야 한다. 결국 시간과 노력의 등가교환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내가 선택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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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를 잘하려면...

실력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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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는 여러 다양한 방해물들이 등장한다. 스테이지1에서는 버섯과 구덩이가 나온다. 버섯을 무찌르고 구덩이를 피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면 등껍질에 가시가 있는 거북이와 불을 뿜는 꽃 같은 새로운 적들이 등장한다. 장애물이 움직이는 등 구조물도 더욱 복잡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테이지1을 쉽게 클리어한다. 스테이지2도 몇번 해보면 금방 적응한다. 그러나 스테이지3, 4, 5… 차례로 올라갈수록 정체는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해지니까.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클리어할 수 없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없다. 스테이지 50에 도달하려면 스테이지49를 이해하고 클리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테이지 50까지 도달하고 클리어할 수 있으면 슈퍼 마리오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건 슈퍼 마리오 스테이지 50을 잘하는 것이지, 슈퍼 마리오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슈퍼 마리오를 잘하려면 아무리 스테이지 50을 잘하더라도 그뒤에 다가오는 100, 200, 300을 해내지 못하면 안 된다. 고작 스테이지 몇개 잘하는 것 가지고는 잘한다고 할 수 없다. 마리오를 정말로 잘하려면 새로운 스테이지에서 아무리 강한 적과 복잡한 장해물을 마주하더라도 빠르게 파악해서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스테이지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를 꿰뚫는 것이 실력이다.

인생사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 과연 무얼 실력이라 할 수 있나. 예쁜 것을 잘 만드는 것이 디자인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 다루는 것이 코딩을 잘 하는 것이 아니고, 동일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간을 잘하는 것이 요리를 잘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영역 불문하고 실력이란 주어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며 목표에 다가가는 것일테다.

종국에는 잘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든 해야만 하는 일이든. 결과가 중요한 현실에서는 언젠가 시험대에 오르기 마련이다. 누가 되었든 언젠가는 본인을 증명해야만 한다. 자기만족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결국 실력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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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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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는 공장이 있다. 핵심자재를 직접 수급한다. 덕분에 물가 변동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고, 경쟁사들에 비해서 소비자 객단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재만 생산하자고 공장을 돌리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공장이 생산하는 규모가 너무 크다. 그래서 유사 자재를 납품하기 위한 거래처도 따로 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두가지 사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셈.

하지만 자재를 직접 수급한다고 해서 외부 물가로부터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공장도 어디에선가 수급해오는 원자재가 있고, 그러면 보통 납품업체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원물의 시세가 오르면 납품하는 물건의 가격도 올라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우리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상식의 영역이다.

최근에도 원물의 가격이 오르는 일이 있었다. 납품업체 거래가를 올리는 것으로 거진 결정을 내리려던 찰나에 대표님께서 하드스탑을 걸었다. 잠시만 시간을 좀 더 갖겠다고.

대표님은 이내 해결책을 찾아오셨다. 힌트를 갖고 있을 것 같은 시장의 대형 브랜드의 임원의 연락처를 알아내신 뒤 직접 만나고 오셨다. 다행히 만남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가격방어를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거래처들은 비용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대표님에게 여쭸다. 왜 그렇게까지 하셨냐고. 외부 물가 상승은 보통 자연재해 같은 것이고, 당시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상식적으로 대표님께서 굳이 그렇게까지 시간과 마음을 쏟을 필요는 없었다. 회사에는 늘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많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대표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거래처에게 부담을 지워버리면, 외부로부터의 리스크를 그대로 떠넘기는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뭔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물론, 결과가 좋으니 이야기할 수 있는 낭만적인 에피소드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초에 이런 문제를 타개할 시도를 하려고나 할까. 한가지 분명한 건 이런 생각 또한것은 한두번이 아닐 것이라는 점… 아마 그러니까 해결의 실마리를 알아보신 거라고 생각한다.

대표님은 늘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신다. 단순 가족과 직원들뿐 아니라 거래처와 파트너들도 포함하고, 일터에서만의 행복뿐 아니라 바깥에서의 행복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행복을 바라신다. 가끔 보면 이 포용력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대표님은 어쩌면 건국을 하시려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 회사는 아마 그런 비전을 향해 계속 확장하지 않을까. 그렇게 다른 사업체가 생기고, 더 많은 직원들이 생겨서, 매장을 거점으로 물리적인 접근성이 생기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마을이고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사람들을 공동체로 한 데 묶어 외부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 국가가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오늘날 많은 회사들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국가들도 그렇다. 회사도, 국가도 오직 소수만이 공격적으로 확장에 임한다. 더 많은 자원을 얻고, 더 비대해지려고 한다. 그리고 걔중 극소수만이 전혀 다른 것에 몰두한다.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그들만의 목적이다.

테크닉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많다. 또 어떤 테크닉은 스승없이 터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가치관이나 태도에 대해 가르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그러한 가치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몸소 보여주며 깨달음을 주는 스승은 더욱 귀하다. 내가 우리 조직의 리더들을 따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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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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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사업을 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사업을 잘 이끌어가는 방법 중 하나는 몸담고 있는 산업의 원천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식품이라면 농업이나 축산업, 공간이라면 부동산업, 공예라면 소재…

비즈니스는 무언가를 사들여와서 되파는 행위다. 결국 부가가치 장사인데 이걸 오래, 잘 하려면 원가도 유지되어야 하고, 수요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거 너무 힘들고 어렵다. 수요는

어느정도 내가 컨트롤하더라도 들여오는 자재 가격이 올라버리면 답이 없다. 통제권 바깥의 일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장 치명적이다.

종국의 사업은 외부변수로부터 방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에 관한 게임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업은 재화 사이클의 일부가 되어버려 앞단의 과정에 종속된다. 그래서 앞단으로부터의 종속성을 줄이고, 외부로부터 내 사업을 독립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주 아주 어렵지만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어떤 사업은 (아마 많은 사업이) 원천을 향해 수직으로 확장해나가는 게 바람직할 수 있겠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IT 소프트웨어의 원천은 결국 데이터의 생산과 저장으로 귀결된다. 땅을 사서 서버를 구축하는 것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니 온라인에 서버를 구축하고 효율을 계속 높이면 기존 서버실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지도. 그렇게 보면 클라우드 산업은 정말로 전망이 밝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모아 부동산을 사려는 이유도 동일하지 않을까. 외부 불가는 나날이 오르고,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돈은 결국 재화의 가치를 대변할 뿐이니, 물가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모든 재화의 원천인 땅을 향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업들이 원천을 쫓아가다보면 결국 땅따먹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부동산이나 우주산업 둘중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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