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발자 아니다.
개발자 마인드 셋 놓아주기.

2021년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지적 호기심이 많고, 무엇인가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개발이 적성에 꽤 맞았습니다. 평생 개발만 해도 좋을 만큼요.
지난해에는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다시금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개발자핏과, 웹 상에 공개된 개발자들의 이력서를 정리 했고, 저의 이력 또한 정리해 보았습니다.
끔찍했습니다. 저는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개발자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에게 요구되는 하드 스킬을 정말 애매하게 갖추고 있었습니다. 회사 규모도 크지 않았고, 기술적 향상심도 분명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비슷한 연차 대비 알고 있는 게 너무나도 없었습니다. 알고리즘, 코딩테스트, 컴퓨터 공학과 같은 영역 또한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럼 저는 지난 커리어 3년이란 시간을 도대체 어디에 태워버린 걸까요?
엔지니어로서 회사에는 분명 기여를 했으나 회사 외적으로 제가 불태운 것은 다름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였습니다!
결혼하는 친구를 위한 모바일 청첩장, 팀 편성을 위한 디스코드 봇, 군대 동기형과 함께한 타투 커뮤니티, 내가 먹고 싶은 하이볼/칵테일 레시피, 바이오 링크 서비스, 게임 커뮤니티. 작성한 레퍼지토리만 10개가 넘었고 최근에 통합한 모노레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도 2개가 넘습니다.
이력서를 정리하며 되돌아본 저 자신은 다름 아닌 ‘메이커’였습니다.

(협업하는 개발자가 본다면 인상 찌푸릴 개인 레포 커밋 내역)
이력서를 정리하고 이력서를 보완하여 이직을 준비하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지난 3년간 제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이력서를 정리하는 시간 덕분에 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1인 개발자로 전환해보자는 마인드로 줄곧 프로덕트만 만들고 디깅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로서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도 물론 매력이 있겠지만 지금만큼은 1인 개발자, 아니 1인 기업가로서 성장하고 나름대로 덕업일치의 삶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기에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AI 도구, 디스콰이엇과 같은 다양한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제가 지난 3년간 진행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의 스킬 셋은 매우 다양합니다.
nextjs, remix, vite, react-router, vanila extract, emotion, tailwindcss, firebase, supabase, planetscale...
단순 지적 호기심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가 장기적으로 저에게 엄청난 생산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가져다주리라 생각했던 바가 큽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사람을 모으고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프로젝트의 기술 스택과 완성도는 형편없습니다.
UI는 Template를 사용함
도메인 구매하지 않음
테크니컬 SEO 형편없음
CSR되고 있는 SPA

제품에서 기술적인 요소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술 스택은 가장 익숙한 것들로 채워서 고정해 놓고, 새로운 기술 스택 익히는 것을 중단하려고 합니다.
또한 개발 중에 가끔 나타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과 전혀 관련 없는 지식을 배우는 것 또한 잠시 중단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제 개발자가 아닙니다.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로서 다시 시작해 보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