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20년차가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던 방법
저는 우울증 20년차입니다. 끽해야 20대 후반인 것 같은데 어떻게 20년차냐고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설명해드리자면, 유치원생 때부터 시작된 우울증(소아 우울증)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들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올 봄에는 특히 자살 관련 안타까운 뉴스가 많았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문득, '나는 우울증을 오래 겪고서도 자살 시도조차 안해봤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무엇이 나를 자살에서 구해줬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한 사건을 계기로 '나는 힘들 때마다 힘들다고 말했기 때문에 살아남았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만난 많은 사람에게 우울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정신병이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을지도, 우울증을 오픈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당신도 우울증이 있다면 내게 기대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그 모든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우울증이 있다고 말하면, 그 중 몇몇은 자신도 사실 우울증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우 저는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말 대신 '요즘 기분은 어때? 병원은 잘 다니고 있어?'라고 안부를 묻습니다.
이렇게 가끔 안부를 묻는 걸 넘어서 제 친구 솜이와 저는 같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노션에서요!

솜이와 저는 일기를 같이 쓰기 전에도 정기적으로 서로의 상태를 체크해주던 사이였는데요. 병원은 잘 다니는지, 약은 깜빡하지 않고 잘 먹는지, 기분은 어떤지 등등... 일기를 쓰니까 따로 묻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더 잘 알게되어 좋더라구요.
초기 스타트업을 다니니 하루하루가 불확실성의 파도에서 살아남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저희 대표님이 말씀하시길, 대표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로 '대표하면 얻게 되는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공황장애고 두 번째는 빨간 줄이다.'가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대표가 아닌 저도 이렇게 힘든데,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의 중압감은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다 문득 솜이와 쓰는 일기를 디스콰이엇의 메이커들과 함께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메이커 다이어리'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서로를 응원하는 공간이 있다면 메이커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