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해서 산 지 1개월
동네 산책 중에 발견한 멋진 간판을 가진 집
부모님 집에 살았던 지난 23년
스무살 때 1년 정도 기숙사에 살았던 것을 빼고는 23년 평생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부모님은 늘 나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셨다. 좋은 동네에 살았고, 그런 동네의 분위기를 품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늘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 11인승 카니발을 사서 동네 친구들과 나를 운동장으로 픽업했다. 매일!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운동장까지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게 하시며 프로 축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어쩌면 그때부터 내가 독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신 것 같다.
사진: 양재혁
내가 대학에 들어간 해에 부모님은 외곽지역의 새로 개발되는 땅에 단독주택을 짓기 시작하셨다. 집이 완공되자 마자 코로나가 터졌고, 나는 나만의 욕실과 테라스가 딸린 방에서 밤새 줌 미팅과 코딩을 하며 지금의 커리어를 위한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 아침은 마당에서 토스트와 샐러드를, 점심은 부모님이 쓰시는 층의 테라스에서 바베큐를, 저녁 식사는 주방과 응접실이 있는 층에서 장작을 떼며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해 주셨다. 그리고 아빠는 내가 테라스에 나와서 책을 읽거나 파티를 할 수 있도록 철과 나무로 만들어진 차양을 직접 설계하고 혼자 조립하셨다.
이때 부모님은 내 방에 오실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와 어질러진 방바닥을 보시면서 얘가 독립하면 도대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자주 하셨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독립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가족
처음 옷가방 몇 개를 들고 이 집 ‘대장간’에 들어왔을 때는 3월 1일 공휴일이었다. 근데 다 자기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할 일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게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돌아다니며 한명한명 뭐 하고 있는지 물어보니까 다들 엄청 신나게 자기가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만드는 일에 몰입하는 에너지가 있는 집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
독립을 했는데 룸메나 이웃이 주는 기운이 내가 좋아하는 에너지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계속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쓰고 유별난 척을 했어야 했겠지.
스스로를 돌보기
우리 엄마는 나보다 훨씬 활발히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요리 인플루언서다. 맨날 엄마가 해주시는 영양 균형이 잡힌 밥을 먹다가 내가 식단을 챙겨 먹으려니 스스로를 신경써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신선한 재료를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와 요리를 해서 먹는 취미를 기르고 있다. 내 몸한테 좋은 연료를 줘야 고장나지 않는다. 요즘은 닭과 소를 넘어서 해산물이나 비건 미트 등 새로운 단백질원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오늘은 비건미트를 250g이나 넣은 미트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었다. 싱싱한 청경채가 있길래 살짝 데쳐서 얹었다.
피부관리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독립 전보다 훨씬 피부가 깨끗해졌다. 같은 방을 쓰는 그루밍하는 CEO 태훈이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은 노폐물 제거를 돕는 클레이팩을 하고, 나머지 날에는 여자친구가 생일선물로 50장이나 사준 마스크 시트 팩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배개를 분무/일광 소독해주고, 틈 날 때마다 청소도 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사는 곳이니 더 신경쓰게 된다.
대장간 친구들과 함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맞으면 같이 가벼운 조깅을 한다. 그리고 지난 주부터는 웨이트 루틴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운동을 기록하고 성장을 공유할 수 있는 간단한 앱을 만들기도 했다. 다음주부터는 가인이와 함께 역삼에서 매일 운동하게 될 것 같다.
서울에 살기
응봉산에서 본 야경
어릴 때는 분당에, 대학교는 세종에서, 이후에는 용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으므로 서울에 살게 된 건 난생 처음이다. 전에는 러닝크루를 하면서 30분 넘게 걸린다고 멀다고 안오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어디로든 접근성이 너무 좋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퇴근길에 갑자기 야경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를 타고 응봉산으로 갔다. 사무실이 있는 역삼에서 버스로 20분이면 갈 수 있었다. 마침 가방에 상민이가 선물해 준 책이 있어서 혼자 야경을 감상하며 책을 반 넘게 후루룩하고 왔다. 올 때는 따릉이를 타고 왔다. 너모 행복한 하루였다.
결론
- 누구랑 같이 사는지가 중요한데 나는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가족을 만났다.
- 독립하니까 더 열심히 청소하고 피부관리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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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광피부 종한님, 늘 응원합니다 :)
늘 고맙습니다 태완님 ㅠㅠ 태완님 같은 따뜻한 분들 덕분에 꿈을 부지할 수 있네요.
그 꿈이 디콰에서의 꿈이긴 합니다 ㅋㅋ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 가보자고
바로 고 !!!
독립 전도 정말 멋진데요. 도심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단독 주택, 테라스, 바비큐, 장작 등과 멋진 부모님도요. 읽다 보니 저와 비슷한 부분들도 보여서 재미있어요. 저도 분당에 살았고 중학생 때까진 부모님이 가까운 거리도 태워주셨거든요. 고등학생 때는 혼자 경주에서 기숙사 학교생활을 했고요. 엄마는 요리 대신 커피로 활동하는데, 홈 카페라는 타이틀로 가끔 커피 관련 잡지에 실리기도 해요. ㅋㅋㅋ 독립 후는 또 다른 느낌으로 또 멋지네요. 성공적인 첫 독립 축하드립니다. 👍
연주님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분당에 사셨다니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수직 상승하네요!! 연주님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시간 되시면 같이 커피 한 잔 해주세요!!
종한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156에 선정 되었어요! https://stib.ee/cJW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