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휴튼이 유저를 움직이기 위해 피똥 싼 이야기
어제 @Doeon Kwon 권도언 님, @최현종 님과 커피챗을 했습니다.
디스콰이엇과 휴튼 모두 유저들이 글을 많이 써야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대화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디스콰이엇에서 그동안 시도한 것들도 공유해주시고, 휴튼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며 피똥을 쌌는지 말씀드렸는데, 이 참에 메이커로그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정리해 보니 휴튼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네요.
1. time to value 줄이기 (효과 : ⭐️⭐️⭐️)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는 척 좀 해보면, time to value란 유저가 우리 제품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는 순간까지의 시간입니다. 보통 [서비스 사용을 시작한 순간 ~ 가치를 느끼는 순간]까지의 시간으로 정의됩니다. 당연히 짧을수록 좋습니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는 time to value가 무척 긴 행위입니다. 사실 글을 작성하는 행위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지만(생각이 정리되고,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등등), 이건 글을 어느 정도 써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라고 할까요?
또,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오래, 꾸준히 해야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야 점점 더 좋은 글을 쓸 수가 있고, 더 좋은 글을 쓸수록 내 생각이 더 명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죠.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그저 고통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질 수밖에요.
아무튼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time to value가 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라도/간접적으로라도 줄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이 맥락에서 휴튼은 다음 세 가지를 시도해 봤습니다.
나에게 집중한 시간 : 휴튼에서 글을 작성한 총 시간을 보여줍니다. 글 작성 인풋 필드를 벗어난 시간은 포함되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글을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만 측정합니다.
글자 수 : 휴튼에 작성한 총 글자의 수를 보여줍니다. 또, 이걸 책으로 낸다면 몇 페이지 분량의 책이 완성되는지도 함께 보여줘요. 참고로 저는 40페이지짜리 책을 낼 수 있습니다. 갈 길이 머네요.
잔디 심기 : 깃헙에서 하는 바로 그 방식입니다. 휴튼은 주단위로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주단위로 작성한 글자 수에 따라 색깔의 진한 정도가 달라집니다.
위 세 가지 모두 유저에게 '쌓여감'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효과는? 유저의 반응은 세 가지 중에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 꽤 괜찮았습니다. '글자 수'도 책 페이지 수로 변환해주니 재미있어 했고요. 다만 정성적 데이터밖에 수집하지 못하여 실제로 글 수의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여기에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gamification을 만들 수도 있고, 보다 예쁘게 시각화를 해서 보여줄 수도 있겠습니다.
2. 심리적 허들 낮추기 (효과 : ⭐️⭐️)
솔직히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행위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 심리적 허들이 높은 탓도 있습니다. 이 심리적 허들을 낮춰주기 위해 글 작성 페이지에 두 가지 소소한 장치를 배치했습니다.
0/140자 : 적절히 쉽고 적절히 까다로운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주었습니다. 140자까지만 쓰자고요.
140자인 이유는, 경험상 이 정도는 조금만 노력하면 쓸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딱히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어떤 유저분들은 140자까지만 쓸 수 있는 건 줄 알았다고 오해하셔서 지금은 내린 상태입니다.
응원 문구 : 글자 수의 구간에 따라 응원 문구가 달라집니다.
0~50자까지는
"시작이 좋아요!", 50자~140자까지는"얼마 안 남았어요, 화이팅!"이라는 문구를 노출시켰어요.140자를 막 넘기면
"이 기세를 몰아 더 써볼까요?", 그리고 1000자를 넘어가면.... 2000자를 넘기면.... 5000자를 넘기면..... 휴튼에서 직접 글을 쓰며 확인해 보시길 ㅎㅎ저는 제품 내의 이런 센스있는 UX writing을 매우 좋아합니다.
3. 오히려 제약을 주기 (효과 :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제약을 주면 더 집중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글 작성 페이지에 타이머를 만들었습니다.
10분 타이머 : 글쓰기의 큰 방해꾼은 주의력 분산입니다. 그러므로 10분이라는 제약을 걸어주면 오히려 딱 그 시간에만 집중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분인 이유는, 너무 짧다고 느껴지면 조급해져서 글이 나오지 않고, 너무 길다고 느껴지면 루즈해지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10분이 적당한 수준의 압박을 주는 것 같아요. (실제로 10분 꽉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10분이 지나면 타이머가 🫨갑자기🫨 🫨정신사납게🫨 🫨진동을🫨 합니다.
4. Motivation 높이기 (효과 : ⭐️)
저는 Fogg 행동 모델을 아주 좋아합니다. 인간의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강력하고도 무서운 모델인가요. 선한 의도로 사용하면 정말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Fogg 박사는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motivation, ability, trigger를 꼽습니다. 이 중에서 motivation에 집중했습니다. 즉, 동기를 높여주면 그만큼 행동으로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휴튼은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휴튼 레터에서는 구독자에게 좋은 생각할거리와 질문을 던져드려요. 이것이 독자의 motivation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었으니, 여기에 대한 네 생각도 작성해 보는 거 어때? 하면서 휴튼을 제안하는 것이죠. 실제로 구독자분들의 요청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이메일 ➡️ 휴튼 웹사이트'라는 마찰력 높은 퍼널이 존재해서인지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Ability가 낮았던 것이죠. 하지만 motivation을 높이는 건 분명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맥락의 다양한 시도를 더 해볼 예정입니다.
5. 가변적 보상 주기 (효과 : ⭐️⭐️⭐️⭐️)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이자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공수를 들인 기능입니다. 휴튼에서는 글을 몇 개 이상 작성하면 내가 지금까지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나만의 위키피디아를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저에 대한 아래와 같은 항목을 GPT가 작성해주죠.
오영준의 기본 정보
오영준의 생애
오영준을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 세 개
오영준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
오영준의 예상 MBTI 유형
오영준에 대해 추론해볼 수 있는 사실들
오영준과 비슷한 역사적 인물
이 방법은 효과가 꽤 좋았습니다. 이건 스키너 박사가 얘기한 가변적 보상에 해당합니다. 피험자가 X라는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 매번 A/B/C/D/... 중 랜덤한 리워드를 주는 것입니다. 그럼 피험자는 중독적으로 X라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종종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이론은 반복적인 행동을 유도할 때라야 진정으로 효과적인데, 그러기엔 GPT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현재는 잠정적으로 1회로 제한해 두었습니다. 즉 가변적 보상으로써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그냥 리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팁을 공유해주세요!
여기까지가 휴튼의 실험 로그입니다. 물론 여전히 피똥 싸고 있습니다. 또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휴튼은 유저에게 주기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서비스입니다. 유저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많이 할수록 그 유저에게 더욱 개인화된 맞춤형 질문이 생성되기 때문에, 유저로 하여금 (특히 초반에) 글을 많이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을 많이 쓸수록 제품에서 느끼는 가치가 높아지는 서비스입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유저들이 글을 쓰도록 할 수 있을까요? 또는, 반드시 글 작성이 아니더라도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면 공유해주세요! 저희가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겠습니다. 🤗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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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타이머가 있으니까 글을 반강제적으로(?) 계속 쓰게 되더라구요! 다른 분들의 생각도 한번에 볼 수 있는 피드 형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오 피드백 감사해요 혜림님!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분들의 생각을 보고 싶다는 피드백도 많았어서, 조금 더 커뮤니티스러운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ㅎㅎ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