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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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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레터가 4년 동안 걸어온 길: 172번째 휴튼 레터

찬바람 부는 연말이라 휴튼에 대한 전반적인 회고를 한번 해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휴튼 ‘레터’가 걸어온 길입니다.

돌아보니 휴튼 레터를 발행한지 벌써 4년이 되었고, 중간중간 쉬는 기간은 가졌지만 벌써 172개의 생각을 자극하는 레터를 발행했습니다. 뉴스레터로 시작한 제 개인 프로젝트는 어느덧 휴튼이라는 AI 앱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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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딩 때부터 책 읽는 걸 워낙 좋아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얕았던 사고에 깊이가 생기는 것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에 재미를 느낀 것이었을 수도 있고, 지적 허영심을 느끼고 싶은 것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공부하기 싫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깊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다만 1학년 1학기부터 대학교라는 시스템에 크게 실망하여, 대학 생활 내내 엉성하게 적응한 채 지냈습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건 제 눈에 옳지 않아 보였고 그 대신 ‘나한테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그냥 반항심이었을 확률 99%).

어쨌든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했고 아마 그때부터 휴튼은 제 마음 속에서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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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이 많았다보니 글도 많이 썼습니다. 생각이 생각에 그치고 인풋이 인풋에 그치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휘발되어버리는데, 그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글 쓰는 것의 가장 큰 효익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흐리멍텅한 생각을 홱 붙잡아서 명료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이건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와는 무관합니다. 활자의 형태로 쏟아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을 많이 옮겨적다 보면, 또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 실력은 자연스레 좋아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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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작은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목은 기억납니다. <무척이나 개인적이면서 무척이나 보편적인 이야기>.

저는 거시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일수록 읽는 사람에게 깊숙이 가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생각은 거의 10년 전부터 혼자 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디 가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같아”라는 말을 하면 왜 봉준호 따라하냐는 얘기를 듣습니다. 사람은 역시 유명해지고 봐야 합니다.

휴튼 레터의 시작

저는 읽은 책을 꼼꼼히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걸 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3, 4학년 때 우리나라에 뉴스레터 붐이 일어날랑말랑 했고, 학업과 취업 따위 안중에도 없던 저는 제가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서 직접 한입 한입 떠먹여준다는 컨셉의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책한조각 레터’였습니다. 그게 2020년 즈음이었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이것 좀 읽으라고 잔소리 해가면서 강제 구독을 시켰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그 친구들이 또 자기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하면서 점점 제가 모르는 사람들도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그들이 비중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메일로 답장이 왔습니다. 구독자*인데 글이 좋아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평소 휴튼 ‘유저’와 ‘구독자’를 섞어서 쓰지만 이 레터에서는 ‘구독자’로 통일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공들여 작성하는 레터를 좋아해준다니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은 아닐지, 괜히 만났다가 콩팥 털리는 거 아닐지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 앞서 약속 일정을 잡았습니다. 며칠 후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걱정이 무색할 만큼 배울점 많은 멋진 사람이었고 지금은 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있습니다. 제 콩팥도 무사하구요. 

구독자를 만나는 게 유익한 경험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는 저에게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다 만났습니다. 나아가 휴튼 앱을 잘 써주시는 분들은 제가 먼저 ‘유저 인터뷰’ 명목으로 만나달라고 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못해도 50명은 만난 것 같습니다. 1:1로도 만나고, 독서모임 같은 모임 형태로도 만났습니다. 그 정도 만났으면 빌런이 한 명쯤은 있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저일지도?).

만난 분들 모두 하나같이 생각이 깊은, 배울점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중 아주 일부는 제가 지금까지 질척대며 소중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무슨무슨 '법칙'은 반례가 나오기 전까지 참으로 여겨지는데요,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렇다 보니 제 머릿속에는 '휴튼을 좋아하는 사람' = '평소 생각이 깊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휴튼좋아하는사람은평소생각이깊고성숙한사람의 법칙이 귀납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높은 확률로 참인 법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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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 인간관계의 일부가 휴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되어갔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큰 수확입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주기적으로 독서모임 같은 것을 열고 싶지만, 제가 가진 소셜 에너지와 물리적인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는 주 8일 술 먹으면서 놀았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소셜 에너지가 금방 바닥납니다. 하지만 내년 초에는 꼭 한번 열 예정입니다.

어쨌든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해주고 싶어서, 정확히는 제가 받은 자극을 나눠주고 싶어서 4년 전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자기만의 가치관을 세우지 못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에, 얼마 뒤 구독자분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어찌저찌 하다 보니 지금의 휴튼 앱이 되었습니다.

결론

저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깊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A라고 한다고 해서 나도 맹목적으로 A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안에 아무런 기준이 없어서 바깥의 의견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나 자신에게 무책임한 짓입니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은 채 섣부른 결정을 내렸다가 오랜 시간이 흘러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것 물론 좋고, 저도 매일 치열하게 일하면서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 매몰되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번씩은 잠시 빠져나와 나 자신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저는 휴튼이 바로 그런 가이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휴튼 앱이 매일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또는 일주일에 한번 발행되는 휴튼 레터를 읽으면서 아주 잠깐이라도 깊이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전달드리는 내용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의 관점으로도 봐주시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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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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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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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서 배우고 있는 것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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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천재적인 사람이라면 한번에 척척 답을 찾겠지만(부럽다), 아쉽게도 그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한번에 답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고,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지 예상도 되지 않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비로소 찾아지는 게 답이다. 그래서 성취 뒤에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초라하게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는 헤매기도 하고 빙빙 돌아가기도 하고 상처도 받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구덩이에 한없이 빠져들기도 한다. 그럼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일희일비 하지 않고 끈기있게 할 수 있느냐인 것 같다. 또 그래서 중요한 것이 내 끈기의 원천을 어디에서 찾느냐다.

심지어 답은 한번 찾는다고 끝이 아니다. 하나의 답을 찾으면 그 기쁨도 잠시, 바로 다음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하고 또 다음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하고 이 과정의 끝없는 연속이다. 다행히 휴튼도 답을 하나둘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분명 어려운 길이다.

2.

어떤 사람이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성공했다고 하면 누구나 헉 나도 빨리 저거 해야 하나? 하는 조급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잘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지금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잘 분별해내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방정식을 건너뛰고 인수분해를 배울 수는 없다.

근데 사실 그것보다 어려운 건 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그래서 꾸준히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얻는 건 분명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외부와의 소통을 잠시 차단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집중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으니.

라는 걸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조급해지면 잘못된 곳에 리소스를 쏟게 되고, 한두 번이야 그렇다 쳐도 여러 번 누적되면 너무 큰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근데 사실 또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서야 알게 되니 이 과정은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3.

끈기를 갖고 오랫동안 버티기 위해서는 (1) 장기적인 마인드셋과 (2) 환경 조성이 둘 다 필요한 것 같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마인드셋을 잘 유지하는 한편, 주변에서 조급한 선택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 요즘은 특히 (2)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4.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게 하나 둘 많아질수록 오히려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해진다. 어디서 어줍잖게 주워들은 것과 직접 부딪히며 해본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똥인지 된장인지 내가 찍먹해보고 깨달은 게 아니면 말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알맹이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한다. 는 매번 실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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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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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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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년 회고

오랜만에 메이커로그를 적네요. 퇴사하고 창업한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기만의 삶의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션으로 지금까지 휴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평생 이 정도로 밀도있는 기간은 없었을 정도로 지난 1년 동안 많은 고민과 경험을 했고, 물론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간단히 적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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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풀타임으로 휴튼에 몰입한지가 벌써 1년이다. 그간의 초고농축 경험/고민들이 쌓여서 지금 느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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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돈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주어진 리소스가 부족한 여건 속에서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1년도 빡센데 몇 년 씩 하는 사람들은…). 단 한번도 단기적인 요행을 바란 적은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하며 매일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다행히 아직 탈모의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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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을 쭉 읽어보니까 PMF라는 그 놈 하나를 찾겠다고 1년 동안 정말 엄청나게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고 그만큼 많이 헤매기도 했다.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이라고 무척이나 단순화해서 부르는 그 신기루같은 곳으로 향하는 길은 아쉽게도 일직선이 아닌 듯하다. 길이 예쁘게 쫙 뻗어있어서 그냥 눈 딱 감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게 아니었고, 그보다는 안갯속에서 손을 뻗어 앞에 있는 무언가를 더듬더듬 만지며 한발자국씩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가깝지 않나 싶다. 다행히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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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많은 것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기본적으로 매일 불안을 안고 산다. 그럴 때마다 성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도 많이 찾아보고 관련 책이나 자료도 많이많이 흡수하려고 한다. 그럼 다행히 그것들이 나의 모든 불안을 말끔히 잠재워주고,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정답을 명쾌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성공 사례나 이론들은 옳았던 결정들만 쭉 이어서 보여주지 그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틀린 선택들과 방황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쟤네들의 성공은 간단명료하고 심지어 쉬워보이는 착시 효과를 낳는다. 남의 성공 방식은 참고하되 의존할 수는 없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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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믿을 건 (1) 휴튼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문제의식, (2) 지금 당장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판단할 줄 아는 분별력, 그리고 (3)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집념이 전부인 것 같다. Evil is whatever distracts. 라고 카프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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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다니던 회사를 나올 때 대표님이 “영준 창업하면 본인 스스로를 정말 잘 알게 될 거예요”라는 무시무시한 격려의 말을 해주셨다. 그때는 아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제서야 그 말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위해서 무엇을 어디까지 희생시킬 수 있는지, 나를 진짜로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지, 나에게 생각보다 중요한 것/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등 나에 대한 많은 것들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나이가 서른한 갠데 아직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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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margin, no mission. 미션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비즈니스를 택한 이상 수익화를 집요하게 챙겨야 한다. 슬프지만 그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도 필요하다. 돈 못 벌면 미션이고 나발이고 다 물거품이다.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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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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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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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휴튼이 유저를 움직이기 위해 피똥 싼 이야기

어제 @Doeon Kwon 권도언 님, @최현종 님과 커피챗을 했습니다.

디스콰이엇과 휴튼 모두 유저들이 글을 많이 써야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대화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디스콰이엇에서 그동안 시도한 것들도 공유해주시고, 휴튼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며 피똥을 쌌는지 말씀드렸는데, 이 참에 메이커로그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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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니 휴튼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네요.

1. time to value 줄이기 (효과 : ⭐️⭐️⭐️)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는 척 좀 해보면, time to value란 유저가 우리 제품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는 순간까지의 시간입니다. 보통 [서비스 사용을 시작한 순간 ~ 가치를 느끼는 순간]까지의 시간으로 정의됩니다. 당연히 짧을수록 좋습니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는 time to value가 무척 긴 행위입니다. 사실 글을 작성하는 행위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지만(생각이 정리되고,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등등), 이건 글을 어느 정도 써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라고 할까요?

또,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오래, 꾸준히 해야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야 점점 더 좋은 글을 쓸 수가 있고, 더 좋은 글을 쓸수록 내 생각이 더 명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죠.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그저 고통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질 수밖에요.

아무튼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time to value가 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라도/간접적으로라도 줄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이 맥락에서 휴튼은 다음 세 가지를 시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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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집중한 시간 : 휴튼에서 글을 작성한 총 시간을 보여줍니다. 글 작성 인풋 필드를 벗어난 시간은 포함되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글을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만 측정합니다.

  • 글자 수 : 휴튼에 작성한 총 글자의 수를 보여줍니다. 또, 이걸 책으로 낸다면 몇 페이지 분량의 책이 완성되는지도 함께 보여줘요. 참고로 저는 40페이지짜리 책을 낼 수 있습니다. 갈 길이 머네요.

  • 잔디 심기 : 깃헙에서 하는 바로 그 방식입니다. 휴튼은 주단위로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주단위로 작성한 글자 수에 따라 색깔의 진한 정도가 달라집니다.

위 세 가지 모두 유저에게 '쌓여감'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효과는? 유저의 반응은 세 가지 중에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 꽤 괜찮았습니다. '글자 수'도 책 페이지 수로 변환해주니 재미있어 했고요. 다만 정성적 데이터밖에 수집하지 못하여 실제로 글 수의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여기에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gamification을 만들 수도 있고, 보다 예쁘게 시각화를 해서 보여줄 수도 있겠습니다.

2. 심리적 허들 낮추기 (효과 : ⭐️⭐️)

솔직히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행위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 심리적 허들이 높은 탓도 있습니다. 이 심리적 허들을 낮춰주기 위해 글 작성 페이지에 두 가지 소소한 장치를 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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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40자 : 적절히 쉽고 적절히 까다로운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주었습니다. 140자까지만 쓰자고요.

    • 140자인 이유는, 경험상 이 정도는 조금만 노력하면 쓸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이 기능은 딱히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어떤 유저분들은 140자까지만 쓸 수 있는 건 줄 알았다고 오해하셔서 지금은 내린 상태입니다.

  • 응원 문구 : 글자 수의 구간에 따라 응원 문구가 달라집니다.

    • 0~50자까지는 "시작이 좋아요!", 50자~140자까지는 "얼마 안 남았어요, 화이팅!"이라는 문구를 노출시켰어요.

    • 140자를 막 넘기면 "이 기세를 몰아 더 써볼까요?", 그리고 1000자를 넘어가면.... 2000자를 넘기면.... 5000자를 넘기면..... 휴튼에서 직접 글을 쓰며 확인해 보시길 ㅎㅎ

    • 저는 제품 내의 이런 센스있는 UX writing을 매우 좋아합니다.

3. 오히려 제약을 주기 (효과 :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제약을 주면 더 집중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글 작성 페이지에 타이머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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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분 타이머 : 글쓰기의 큰 방해꾼은 주의력 분산입니다. 그러므로 10분이라는 제약을 걸어주면 오히려 딱 그 시간에만 집중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0분인 이유는, 너무 짧다고 느껴지면 조급해져서 글이 나오지 않고, 너무 길다고 느껴지면 루즈해지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10분이 적당한 수준의 압박을 주는 것 같아요. (실제로 10분 꽉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 10분이 지나면 타이머가 🫨갑자기🫨 🫨정신사납게🫨 🫨진동을🫨 합니다.

4. Motivation 높이기 (효과 : ⭐️)

저는 Fogg 행동 모델을 아주 좋아합니다. 인간의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강력하고도 무서운 모델인가요. 선한 의도로 사용하면 정말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Fogg 박사는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motivation, ability, trigger를 꼽습니다. 이 중에서 motivation에 집중했습니다. 즉, 동기를 높여주면 그만큼 행동으로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휴튼은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휴튼 레터에서는 구독자에게 좋은 생각할거리와 질문을 던져드려요. 이것이 독자의 motivation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었으니, 여기에 대한 네 생각도 작성해 보는 거 어때? 하면서 휴튼을 제안하는 것이죠. 실제로 구독자분들의 요청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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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방법은 '이메일 ➡️ 휴튼 웹사이트'라는 마찰력 높은 퍼널이 존재해서인지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Ability가 낮았던 것이죠. 하지만 motivation을 높이는 건 분명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맥락의 다양한 시도를 더 해볼 예정입니다.

5. 가변적 보상 주기 (효과 : ⭐️⭐️⭐️⭐️)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이자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공수를 들인 기능입니다. 휴튼에서는 글을 몇 개 이상 작성하면 내가 지금까지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나만의 위키피디아를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저에 대한 아래와 같은 항목을 GPT가 작성해주죠.

  • 오영준의 기본 정보

  • 오영준의 생애

  • 오영준을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 세 개

  • 오영준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

  • 오영준의 예상 MBTI 유형

  • 오영준에 대해 추론해볼 수 있는 사실들

  • 오영준과 비슷한 역사적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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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효과가 꽤 좋았습니다. 이건 스키너 박사가 얘기한 가변적 보상에 해당합니다. 피험자가 X라는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 매번 A/B/C/D/... 중 랜덤한 리워드를 주는 것입니다. 그럼 피험자는 중독적으로 X라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종종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이론은 반복적인 행동을 유도할 때라야 진정으로 효과적인데, 그러기엔 GPT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현재는 잠정적으로 1회로 제한해 두었습니다. 즉 가변적 보상으로써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그냥 리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팁을 공유해주세요!

여기까지가 휴튼의 실험 로그입니다. 물론 여전히 피똥 싸고 있습니다. 또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휴튼은 유저에게 주기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서비스입니다. 유저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많이 할수록 그 유저에게 더욱 개인화된 맞춤형 질문이 생성되기 때문에, 유저로 하여금 (특히 초반에) 글을 많이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을 많이 쓸수록 제품에서 느끼는 가치가 높아지는 서비스입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유저들이 글을 쓰도록 할 수 있을까요? 또는, 반드시 글 작성이 아니더라도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면 공유해주세요! 저희가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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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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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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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시대 - 휴튼의 WHY

저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안갯속을 걷는 것 같을 때는 단단히 붙잡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건 다름 아닌 why입니다.

삶이 힘들 때 삶의 의미를 찾는 것처럼, 휴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제가 찾는 것은 제가 휴튼에 녹여내고 있는 가치관입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에 대한 답입니다. 휴튼의 뿌리가 되는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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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세상이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더 빨라야 하고 더 많아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지고 모든 것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현재 선택한 방식은, 우리 역시 그에 발맞춰 빨라지는 겁니다. 이것은 일종의 상승효과를 일으킵니다. 세상이 빠르니 너도 나도 그 속도를 빠르게 따라잡으려 하고, 그러니 세상은 더욱더 빨라집니다. 전 약간 멀미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대한 광장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온통 혼비백산입니다. 사람들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일단 뛰고 볼 겁니다. 무서우니까요. 점점 더 빨리 뛰면서 한 명이라도 더 제치려고 할 겁니다. 불안하니까요. 대체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 아니 애초에 뛰긴 해야 하는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숙고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조급하니까요.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조급해지고 불안하면 우리는 생존 모드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 모드에서 장기적이고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합니다. 당장의 생존이 급급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만성적인 단기적 사고에 빠져있습니다. 우리는 만성적인 조급함과 불안에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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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미디어

삶의 많은 부분이 빠르고 많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잠시 빈 공간이 생겼을 때 그것을 참지 못합니다. 마치 말 많은 사람이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요. 우리는 그 정적에서 불안과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들어가 얕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그 시간을 메우려고 합니다.

릴스와 숏츠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시나요? 저는 가끔 인스타그램 릴스를 무한 스크롤할 때의 제 멍청한 얼굴을 누군가가 찍어서 저에게 보여주는 상상을 한답니다.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요?

아무튼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여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세상을 지나치게 투명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화려하게(화려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투명해진 덕에, 이제 우리 곁에는 인스타그램의 회원 수만큼이나 비교의 대상이 많아졌습니다. 세상이 투명해졌으니 모두가 자신의 화려한 모습만 전시합니다.

바로 얼마 전 작고하신 찰리 멍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은 욕심이 아니라 질투에 의해 돌아간다고요.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화려한 모습과 나의 일상적인 모습을 비교하게 됩니다. 내가 초라해 보이니 나도 화려한 모습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내 삶을 구성하는 것들의 기준이 내 안에 있지 않고 저 멀리 바깥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쟤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더 행복한 삶?

잠깐, 더 행복한 삶이라고요?

내가 정의하는 ‘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요? 남들이 말하는 좋은 삶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충분히 깊이, 오랫동안, 꾸준히 고민해 보셨나요?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는데,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나요? 지금 내가 지향하는 삶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맞나요? 나는 어떨 때 행복한 사람인가요? 지구에 사는 인간의 수만큼이나 행복의 정의와 형태는 다를 텐데,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지나친 소셜 미디어가 해롭다는 걸 너도나도(저도) 아는데, 앞서 말한 이유로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인스타에 들어갑니다. 심심해서, 불안해서, 머리가 복잡해서, 궁금해서. 도저히 시선을 내 안으로 가져오려야 가져올 수가 없는 시대입니다. 도저히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시대입니다. 

한편 생각이 깊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한 번, 두 번 질문을 던지며 생각의 깊이를 만들고, 또 세 번, 네 번 던지며 새로운 관점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느립니다. 깊은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아무런 질문 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생각은 얕기만 할 뿐입니다. 쉽게 반박당하고 쉽게 휩쓸립니다. 내 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생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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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근본적인 원인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논하자면 여러 교육 철학자의 이름을 대야 할 테지만, 제가(휴튼이) 생각하는 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이 사회에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개인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12년의 교육을 통해, 또 대학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는 법,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법, 나 자신을 깊이 탐구하는 법, 나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법, 그리고 삶의 주요한 선택에 대한 나만의 판단 기준을 갖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훈련을 받았던가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거치며 받는 교육을 통해, 우리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더불어 추후 더 나은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기계적인 훈련을 받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보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취업 교육을 받습니다.

우리는 그저 늘 남보다 빨리 익혀야 하고 늘 남보다 많이 외워야 했습니다. 저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따르면 우리 교육은 사실상 그게 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자 삶의 유일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느립니다. 깊은 생각을 요구하니까요. 우리 교육이 하듯이 줄 세워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나만의 정답을 찾는데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어디에 있을까요.

속도와 양에 삶을 희생시키기에는 내 삶이 너무 소중합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없이는 생각이 깊어질 수 없으니까요. 

🫣 냉소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슬픈 사실은 우리가 냉소주의자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 가서 진지한 얘기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소는 깊이 생각하길 거부하는 자들이 하는 짓입니다. 성찰, 노력, 사랑, 희망, 의미, 가치, 그 대상이 무엇이든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비웃으면 끝이니까요. 얼마나 간단한가요? 냉소는 쉬운 길입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중 한 명인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 “냉소는 겁쟁이들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했습니다.

또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냉소주의자들이 마치 그것이 쿨하고 멋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심드렁하고 조소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서 자신은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이 보이려고 하죠.

하지만 냉소주의의 진짜 실체는 유치한 두려움입니다. 무언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 그랬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로버트 그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러한 냉소주의는 “순전히 나태함에서 비롯되며, 냉소주의를 믿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위로를 제공”합니다.

휴튼은 냉소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 퍼즐 조각 맞추기

깊은 생각을 한다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퍼즐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 맞추는 과정입니다. 하나씩 맞춰가며 나 자신에 대한 크고 상세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성찰의 과정입니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림의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씩 바뀔 수도 있고, 그림의 크기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모두 내가 성장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오직 속도와 양이 최선의 가치로 숭배받는 세상에서는 마치 퍼즐 조각 많이 모으기 경진대회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이게 내 퍼즐 조각인지 누구의 퍼즐 조각인지 모르지만 일단 모으고 보는 겁니다. 하나하나 맞춰볼 생각은 하지 않고 일단 무작정 많이 그리고 빨리 모으기만 하는 겁니다. 그걸 모두 짜 맞추면 무엇이 나올까요?

휴튼은 퍼즐을 맞추는 곳입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찾는 곳입니다. 마치 과학자가 깊은 우주 속 미지의 영역을 밝혀내듯, 나에게서 보지 못했던 영역을 탐험하는 곳입니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말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휴튼은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기술 + 철학 = ?

휴튼은 오직 좋은 질문을 통한 성찰만이 진정한 생각의 깊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 젊은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고 나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 할 수도 있지만(즉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나를 잘 아는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으면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우리는 이것이 모두에게—말 그대로 의지만 있다면 그 누구든—가능한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휴튼은 AI가 던지는 나만의 맞춤형 질문에 대해 혼자 사색에 잠기며 기록을 하는 공간입니다.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엿볼 수도 있고, 아예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휴튼은 깊은 생각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기술과 철학을 결합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아 탐구를 돕는 것, 이것이 바로 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이 세상에 휴튼이 존재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휴튼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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