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인생의 고민거리를 생각해 보면, 그걸 소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삶에서 일이 지닌 의미란]
요즘 내 고민거리는 '일'이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걸 고민했다면 요즘에는 '왜 일하는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로 의미가 좁혀졌다. 어떻게 보면 맥락을 같이할 수도 있지만 내겐 조금 다른 차원의 생각거리다.
이걸 느끼는 이유는 내가 요즘 찾아 읽는 글들 중에서 밑줄을 치는 문장들이 '일'의 의미라서 그렇다. 마케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진입장벽은 낮지만 사내에서 더 나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멈출 수 없는' 직업 중 하나라 생각한다. 채용 공고만 봐도 어떤 유형의 마케터를 찾는지 알 수 있는데, 유독 트렌드에 밝아야 하고, 디자인 툴도 다룰 줄 알며, 자신만의 취향도 있어야 하고,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브도 있어야 하며, 데이터 리터러시까지 갖춘 사람을 원한다.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저 수많은 영역 중 하나가 뛰어나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는 대개 제너럴 리스트인 경우가 많다. 업무 영역을 나누지 않고 다양한 곳에 쓰인다. 이럴 때 회사에서 내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제너럴리스트로 살다 보면 내 강점이 아닌 다른 영역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경험 차원에서는 넓게 쌓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전문성'은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강점을 여기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일'로 머리가 가득 채워진다.
저서 <미식 예찬>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미식 철학자 장 알텔름 브리야샤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라고 적었다. 이 말은 무려 200년이나 지난 말인데도 불구하고 언어가 가진 의미가 유효하다. 브이야사바랭은 미식 취향을 근거로 신분이나 학식을 유추했고, 나는 스스로 내가 읽는 것들, 보는 것들, 느끼는 것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문제점을 명확하게 바라보게 했다. 지금 내 상황에 맞춰 말하면, "그대 무엇을 읽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말해보겠다" 정도 아닐까? 보통 책이나 글을 읽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물론 구독하고 있는 플랫폼의 특성도 있겠지만 매번 '일'에 대해서 다루지 않는다. 인터뷰나 아티클이나 책에서나 매번 '일'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꽂히는 문장들이 전부 '일'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손실 회피를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득으로 취하는 행복감보다 손해로 얻는 고통을 더 싫어한다. 어쩌면 내가 무의식중에 '눈에 들어오는 문장'도 일로 인해 얻는 고통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찾아다니고 밑줄을 긋고 문장에 대해 곱씹으며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늘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경계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뺏기면 안 된다. 중요한 건 끝까지 해내는 경험. 일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내기 위해서는 끝까지 해봐야 한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얻는 게 더 많다. 나의 경험으로 만들어야지, 타인의 경험으로 외주를 주면 안 된다.
끝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가?
중도에 제대로 내가 열성을 다하지 않았을 때,
왜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 하고 후회한 적은 없는가.
[금주에 만났던 일터의 문장들]
“좋은 책도, 출판사도 이미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알 수가 없어요. 제가 좋은 책 한 권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 것도 의미는 있겠죠. 하지만 이미 많은 분이 좋은 책을 내놓았잖아요. 전 그 책을 세상에 더 알리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 롱블랙, <장강명 : 마음 편한 소설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것이 돈값을 할 것이라 결정하는 일, 혹은 다른 이들에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일은 우리 삶에서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려면 몇 가지 경험이 따라야 합니다. 단연코 재미있는 것은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할 때입니다."
- 폴인,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능'은 직업을 선택하게 만들고, ‘훈련’은 직업을 지속하게 만들죠. 그리고 모든 일에서 ‘지속’은 반드시 힘을 갖는 것 같습니다.”
- 롱블랙, <배우 김신록 : 무엇을 훈련할 것인가 찾는 것이, 훈련의 시작이다>
어떤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원의 안쪽을 향해 가는 것이었어요. 신입으로 출발할 때 선택한 각자의 트랙만 줄곧 달리는 게 아니라요.
- 폴인, <[인터뷰] 최인아 대표, 39년 커리어 엮어온 비결>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공감해요
중요한 건 꺾인 채로 끝까지 해내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