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앱 만드는데요, 식단 앱으로 다이어트 안됩니다.
안녕하세요, 스프린트 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손민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식단 앱 ‘스프린트’가 퍼스널 트레이너를 위한 회원 관리 솔루션으로 피봇하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저희 팀이 지금까지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제품을 팔아오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며 쏟아지게 될 문제, 불평, 비난, 멸시, 비웃음, 조언, 칭찬, 기타 등등을 어떻게 제품에 잘 발라가며 발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모든 종류의 피드백 환영합니다 🔥
넌 사진만 찍어, 나머지는 우리가 다할게
초기의 스프린트는 사용자가 일일이 적고 검색하는 식단 기록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에 집중했어요.
유저들이 사진만 찍어서 올리면 인간 매니저가 한 땀 한땀 분석해주는 것이 그 해결책이었습니다.
엥? 그게 지속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맞습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았어요.
8만명까지 증가한 유저로 인해 결국 무료 서비스를 중단하고 잠시 휴업에 들어갑니다.
유료화 전환 후 보게 된 새로운 문제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유료 멤버십을 장착하고 다시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무료로 사용하던 유저들이 과연 돈을 낼까? 하는 걱정도 잠시, 오픈 당일 결제 전환도 일어났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었어요.
성장세가 아주 더뎠습니다. 느리지만 서서히 이탈하는 유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분석한 기존 해결책의 문제점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식단 분석 시간에 딜레이가 있음
이전 식사의 분석 결과가 다음 끼니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게 최소 3시간 안에는 처리를 하려고 했으나, 인력 분배의 문제로 지켜지지 않는 때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3시간 조차 너무 길다는 VOC도 받았습니다.
매니저별로 분석 품질이 고르지 못함
초기 매니저 교육에서 분석 지침을 최대한 전달했으나, 실제 업무를 보면서 분석 품질에 편차가 생겼습니다. 그 차이를 없애기 위해 매니저들을 별도로 교육할 인력도, 시스템도 부족했어요.
매니저의 인력에 의존하다보니 확장성이 떨어짐
인간 분석 기능은 Done With You 형태의 서비스였습니다. 제품의 시스템으로만 굴러가지 않다보니 일정 수준의 리소스가 늘 필요했고,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떨어졌습니다.
유저들 안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까?
기존의 서비스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유저 수는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고, 결정적으로 B2C 제품으로 매출을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시스템을 재정비하거나 효율화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죠.
그러던 중, PT를 받으면서 식단관리를 하는 중인데 본인의 트레이너와 기록을 연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냐는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문득 트레이너에게 필요한 회원의 정보를 연동해주고, 회원이 올린 식단에 피드백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다이어트가 목적인 회원이 식단까지 관리하면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더 올라가고, 그것이 신규 회원의 인입과 기존 회원의 재등록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여러 명의 회원을 관리하고 있는 트레이너, 또는 체육관 운영자에게 제품을 세일즈한다면 더 큰 임팩트가 있을테니까요.
트레이너가 회원의 식단을 관리할 때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으로 문제를 작게 좁혀, 트레이너들을 단번에 끌어올만한 기능을 고민했어요. 그 해결책으로 생각한 것이 AI 식단 피드백이었습니다.
영양학적 지식은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고, 트레이너 별로 전문 지식의 종류와 깊이는 천차만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식단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거나 혹은 배울 시간이 없어서 제공을 못하는 유저가 다수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전문 영양사처럼 멋지게 회원에게 조언해줄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가 들이는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트레이너에게 충분한 가치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반응은?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앱 내에 노출시키면서 테스터를 모집했습니다.
트레이너 기능에 대해 아웃바운드 세일즈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도입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기존 회원 관리 방식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도입을 문의한 베타 테스터를 대상으로 한 명씩 인터뷰를 진행하고 온보딩 과정을 거쳤습니다.
지켜볼 주요한 지표로는 아래 두 개를 꼽았습니다.
식단 피드백 작성 수 및 작성 빈도
서비스 사용 잔존율
그런데 지표를 통해 본 결과는, 냉정히 말해서 절망적이었습니다.
초반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유저들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사용이 뜸해졌습니다. 피드백 작성 수도 너무 적었고, AI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 듯 보였어요. 우리의 해결책이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걸까, 불안함이 들었습니다.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기능이 필요한 걸까,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다행히도 새롭게 배포된 ‘운동 관리’ 기능의 모니터링 겸,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겸 찾아 간 유저 인터뷰에서 완전히 다른 세일즈 방향을 찾게 됩니다.
제품은 미끼일뿐. 메이커가 아니라, 컨설팅 업체가 되자
기능에 대한 피드백을 듣던 중, 우연히 해당 트레이너가 소셜 마케팅에 월 200만원씩 지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프트웨어에 월 3만원 지출도 아까워하는 사장님들인데 월 200??? 심지어 지출이 아깝지 않고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충분히 높은 Value만 유지한다면 아무리 높은 Cost여도 기꺼이 지불할 의지와 능력이 있고, 그들의 가장 큰 Value는 신규 회원의 획득이지, 기존 시스템의 효율화가 아니었던 것이죠.
센터를 나오면서 바로 세일즈 전략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제품 자체를 파는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IT 제품을 쓰면서 회원들을 관리해주는 초 스마트 트레이너’의 이미지를 팔아야겠구나.' 하고요.
저희가 구체적으로 어떤 GTM 전략을 실행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다음 글에 이어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PS. (글을 쓰면서 든) 배운 점, 후회, 의문
문제 혹은 가설을 기능 개발을 최소화하면서 더 싸게, 빠르게, 쉽게 확인해볼 방법은 없었을까?
우리가 간과한 것: 식단 피드백, 운동일지를 관리하는 건 아마도 일정량의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저가 바라는 더 큰 Dream Outcome에 더 게으르게 도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초기에 확장 가능하지 않더라도, 특정한 소수의 고객에게 Done For You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실행 전략이 무엇일까?
AI와 함께하는 회원 관리 통합 솔루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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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설에서 출발해서 결국 트레이너들이 가지고있는 가장 큰 문제까지 도달한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ㅎㅎ 해당 문제로 포지셔닝해서 세일즈를 했을때는 반응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네요
넵 본격적으로 세일즈해보면서 더 많은 얘기들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이커 스프린트 화이팅 😀🔥
저도 운동 관련 앱을 만들 때 다수인 회원 관점에서 많이 생각했었는데, 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레이너 관점에서도 풀 문제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누구의 불편함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보면 같은 기능이더라도 낼 수 있는 임팩트가 다른 것 같아요. 다음 글도 너무 기대됩니다 👍
마지막 질문 세 개가 너무 좋네요! 각 질문을 이번 주에 뿌시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