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씬에서 대학생의 Attitude?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연고대연합실전창업학회 INSIDERS 24기 연세대 대외회장이자,
대학생 모임 솔루션 UNIPUS의 대표,
그리고 현재는 Y-Ventures에 참여하고 있는 정하진입니다.
오늘은 가볍게 저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사실 인사이트로 카테고리를 걸어두었지만 인사이트는 미리 말해드릴게요.
딱히 없습니다.
또한 그다지 뭔가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아닐겁니다.
그냥 아 저 사람은 저런 식으로 하고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첫 글이다 보니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을 아실 수 있도록,
과거 제가 스타트업 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일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음, 일단 두괄식으로.
스타트업. 왜 관심가지게 됐냐고요?
아, 그건 군대에서 여자친구랑 헤어지면서요.
여자친구랑 잠깐 이별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성인이 되고 처음 만났던 친구였는데, 군대에서 사귀다 이별을 하게 되니 힘들더라고요. 그 때 저랑 친했던 당시 장교가 있었습니다. 일과 시간에는 존칭하지만, 그 외에는 형 동생 하던 사이였죠. 제가 힘들어하니까 장교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너 힘들면 나랑 창업경진대회 나가자. 요즘 군대에서도 이런거 잘 되어 있는데, 너가 뭔가 몰입해야 잊을 수 있다." 라면서요. 그때 그냥 무턱대고 시작했던 경험이 납니다. 이 세상의 불편은 뭐가 있냐고 냅다 동기들, 후임, 선임, 간부 막론하고 질문했던 경험이 나네요.
그때는 2021년, 코로나로 배달음식이 성행했던 시기였어요.
맨날 뉴스에서는 치솟는 배달팁으로 인한 이야기가 늘어져나왔죠.
그래서 저는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해진, 배달음식을 공동주문하는 아이템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근데, 뭐 스타트업을 누가 가르쳐준적이 있나요?
피터틸의 제로투원, 제프베조스의 Invent & Wander를 읽으면서 저는 동기는 부여됐지만, 방법적으로 배운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마 책에는 좋은 말 많은데 제가 흡수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싫었던 저는 창업, 스타트업, 사업이라는 것이 정해진 방법이 없기에 매력적이라는 생각에 정말 무식하게 도전을 했어요.
군대에서 창업경진대회 나가고 (휴가를 받으니 동기부여가 더 되었나보네요),
전역 다음날에 냅다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에 방문해서 재학생인데 스타트업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하니까 안에 계시던 분들이 당황하고 안타깝게 보신 그 눈빛도 기억이나고요. 그런데 그렇게 무식하게 도전하던 학생에게 세상은 차갑기 보다는 따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당연히 배달음식을 공동주문했을 때 냅다 길가에서 사람들이 모여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거점으로 편의점을 생각했는데, 이 무식한 22살 대학생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당연히 편의점 3사에 냅다 콜드메일, 콜드콜을 걸었죠.
정말 웃긴게 뭐냐면,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요.
MVP도, 무슨 홈페이지도, 사업계획서도 하나없고.
그냥 냅다 연락했죠.
편의점 3사, 순서대로 GS25, CU, 세븐일레븐.
그런데 신기하게 세븐일레븐 신사업담당자가 연락이 왔습니다.
관심있다고, 본사로 와보라고요.
그래서 22살 전역한지 한 달 되어 머리도 다 안자란 대학생은 세븐일레븐 본사를 갔어요. 그 때 제가 우스워 보일까 코트에 시계에 셔츠를 입고 갔는데, 지금 보면 더 우습네요.
가서 미팅을 하면서 제 당찬 포부를 이야기했어요.
높은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은 세상의 불편이다. 이걸 해결해야한다고요.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배달음식이 편의점에 안 도착하면 어떡할것이냐,
배달음식에 문제가 있으면 편의점 이미지 안 좋아지는거 아니냐 하고요.
근데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동문서답이었는데,
편의점에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받으러 오면서 오히려 껌이라도 하나 더 살 것이라며 무지성 논리로 밀어붙였죠.
정말 뭣도 모르는 대학생의 도전이었지만, 신사업담당자 분은 저를 진심으로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저에게 여쭤보셨어요.
“고객이랑 점주의 수요는 확실하니?”
편의점 점주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를 해봤냐고 묻더라고요.
그 때, 처음 느꼈어요. 아, 내가 사람들의 니즈를 공략하는 아이템을 만든게 아니라, 냅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편의점 점주를 찾아 설문조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설문지는 그래도 나름 사회과학대학이라 만들었지만(행정학과의 유일한 효용이네요..), 큰 문제가 있었어요. 편의점에 갔더니 다 알바생이더라고요.
“ 아, 내가 인터뷰 해야하는건 점주인데..” 싶었습니다. 알바생에게 점주님 번호를 많이 여쭤봤어요. 그러나 개인정보라 못 주신다고 하는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식하게 돌아다니다 친절하신 몇 분의 인터뷰를 듣고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었어요. 편의점은 새벽 1-5시 사이에 주로 알바가 안 구해져 점주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 날 저녁에 아버지께 달려갔습니다. (오프 더 레코드지만, 저는 로스쿨을 준비했던, 입대전까지는 학점을 정말 열심히 챙겼던 학생이었어요. 그랬던 아이가 갑자기 창업을 한다고 하니 부모님도 그닥 반기시지는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냅다 가서 말했습니다. “아빠, 내일 새벽 1시에 강남/잠실 편의점 50곳을 나랑 같이 돌자. 아빠가 운전해서 세워주면 내가 인터뷰하고 올게.” 적잖이 당황했지만, 적잖이 드센 기세로 밀어붙였던 저의 당돌함에 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허락이라기보다는 포기일까 지금은 싶지만요.)
그리고 새벽에 냅다 뛰쳐나와 인터뷰와 설문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본사 욕하시는 점주부터, 같이 물건 나르자는 점주, 저를 잡상인 취급하는 점주까지 정말 다양한 편의점 점주 분들을 새벽에 만났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있어 다시 세븐일레븐 담당자분을 찾아갔습니다.
그분께서도 저의 설문조사와 용기를 보고 꼭 도와주고 싶다구 하더라구요. 그리고 실제로 세븐일레븐 측에서 공동주문을 시범시행 할 수 있는 점포를 정하고,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몇차례 더 미팅을 가졌습니다. 저는 그때 생각했어요.” 아,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인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대기업 사옥을 드나드는 것 만으로도 그때는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죠.
하지만 담당자분의 노력에도 대기업은 ‘결재’라는 절차가 있더라구요. 항상 일 자체가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아무런 생각이 없는 대학생 하나의 의지를 냅다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의미없는 줄다리기 끝에 결국 저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본사와의 연락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때, 저는 좌절을 했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어요. 2달간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했던 것이었지만, 뭐, 이렇게 쉽게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음날이었어요. 저는 그냥 무턱대로 고려대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 하나를 방문했어요. 저 대학생인데, 하고 싶은 게 있다. 하루만 배달음식 공동주문 시범시행을 해보면 안되냐구요. 본사에서 안되니까 그냥 개별점포로 밀어붙인 것이었죠. 편의점 밖에다 보관함 놓고 제가 문제없이 하루만 시범시행 해보겠다고요. 그 때 뵈었던 점주님의 표정이 기억이 나요. 제 말씀을 들으시더니 그러시더라구요.
“ 하루만 해봐라, 내가 점주니까 해봐라.”
(알고보니 그 건물 자체 건물주시더라구요. 편의점 왜 하시는건지ㅎㅎ?)
그런데 문제가 있죠. 들으시면서 생각이 드실겁니다.
어플은 어디에 있고, 보관함은 어디서 구했는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창업대회에서 모은 자금 100만원으로 해결했습니다.
어플은 크몽 외주였는데, 리뷰가 가장 적지만 좋았던 아저씨를 컨택했습니다. 다른 업체는 MVP제작에만 800을 불렀는데 당시 제가 창업대회 상금 100밖에 없어서 100만원밖에 못 드린다구 했어요. 그 아저씨는 저랑 연락을 하면서 그러시더라고요.
“나중에 너가 잘되든 못되든, 대학생을 돕고 너의 가능성을 보면서 만들겠다.”라구요.
안드로이드만 되고, 디자인도 구렸지만(제가 처음 피그마를 만져서 드렸는데, 그냥 이럴거면 기존에 있는 어플에서 글자 어디어디 바꿔달라고 표시해서 전달해주는게 나을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APK로 돌아가긴 했습니다.
보관함의 경우는 더 기가 막혔어요. 생각보다 철제 보관함, 그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보관함은 100만원을 상회하더라고요. 모든 보관함 업체에 전화를 돌리고, 하루만 임대할 수 없냐구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꺼려했죠. 사실 그럴만한게 명함하나 없이 대뜸 전화하는 대학생이 그러면 얼마나 신빙성이 없겠어요. 그러다 우연히 하나의 업체에 연락이 닿았는데, 냉큼 저의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열심히 설명을 했더니,돌아오는 대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자기도 이런 사업을 생각해본적이 있다구, 우리 남는 보관함 하나 있으니까 용달비만 내고 그냥 가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비밀번호도 작동하는 2M짜리 철제 보관함도 무료로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지 않나요?
어플과 보관함이 확보됐으니, 급하게 포스터를 만들고, 에브리타임에서 하루만에 30명을 모아 5개의 음식점에서 배달음식을 공동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했어요. 절차는 간단합니다. 30명에게 어플로 주문을 하게 하고요. 같은 업체를 주문한 사람끼리 묶어서 배달의민족 배달비 1/N을 때렸습니다. 그 대신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대로 편의점까지 걸어나오게 했습니다.
진행을 했고, 30건의 주문을 무사히 돌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익은 창출하지 않았어요. 그저 배달원들이 보관함에 보관하고, 사람들이 보관함 비밀번호를 눌러 음식을 수령하는 것을 보기만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스타트업이 전혀 아니죠. BM이 없으니까요.(아니 근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도 BM문제지만..크흠)
그런데 그 때 저를 도와주었던 친구와 보관함을 낑낑거리며 옮기며 무언가 한 것 같아 뿌듯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저를 벅차오르게 합니다.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저는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딱 한가지입니다.
저는 스타트업을 한 것은 아니고,
수익을 창출한것도 아니기에 더욱 엄밀히 말하면 아니지만,
짧았던 경험을 통해 느낀건,
스타트업 씬에서 대학생이란 더욱 허슬하며, 더욱 간절해야한다는 것,
그렇다면 세상은 노력하는 자를 알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요.
창업학회를 하면서 느낀게 정말 많지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하나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가지는 스타트업에 대한 느낌이 다소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타트업을 어디가서 한다고 하고 저는 일부러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요.
대다수는 대단하다, 배달의민족,토스, 지그재그 가 되는건 아니냐하고,
우아하고 폭풍 성장하는 부자의 모습을 꿈꾸죠.
하지만, 저는 창업은 더욱 아프고, 힘들고, 버텨야 하는 업종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것이 학생 창업이라면 더 그렇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힘든 학생 창업을 반대하냐고요?
아니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허슬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이대이자,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통해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면,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구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을 해요.
창업지원단에서 저를 특이하게 보신 실장님이 저를 변리사로 연결해주셔서
제가 무료로 특허출원을 한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본사에서 미팅을 하며 꿈을 키웠던것처럼,
점포 하나에서 하루동안 무료로 공간을 빌려 시범시행을 할 수 있었던것처럼,
제가 단 100만원으로 어플을 개발 할 수 있었던것처럼,
100만원이 넘는 보관함을 무료로 받은것처럼.
그래서 아직 저는 간절함과 허슬이 합쳐졌을 때의 힘을 믿고 조금은 더 무식하게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회장이다 보니 많은 분들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담을 듣습니다.
저는 스펀지처럼 수용하지만,
지금 같이하고 있는 제 코파운더 민규와도 동일한 결론이 나는 것 같아요.
아무리 무식하더라도,
그리고 모두가 길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힘들다고 해도,
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며 고민하며 피봇팅을 할 지언정,
스타트업을 근본적으로 대하는 저희의 태도는 피봇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대학생인만큼 더 허슬해서,
더 낮은 자세로 배워서,
돌아가더라도 뛰어서 직접 저희 눈으로 결과를 얻는 이 방식을요.
이게 과연 효율적이냐 하면 답은 못하지만,
저희는 이 의지에 앞선 무식한 도전에 불씨가 꺼지기 전까지는 달리려 합니다.
스타트업은 아니었지만 제 짧은 경험을 통해 전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후 글을 통해서는 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전달 드리겠습니다.
이 씬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여러분들을 가장 부족하게나마 응원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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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네임밸류가 있는 대학에 나오면 보통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큰 리스크를 지고 창업에 도전하신 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대책 없이 무언가를 무진장 해보고, 실패하며 교훈을 얻는 과정은 어릴 때 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저도 하진님처럼 간절하게 무진장 해보는 창업가가 되고 싶네요. 응원합니다!
현실은 정말 어려운것 같습니다! 더욱 간절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연님!
스토리가 이렇게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 끈기와 도전이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도전하겠습니다!
하진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227에 선정되었습니다 :) https://stib.ee/Kg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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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