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에 익숙해지는 법
종화의 실리콘밸리 로그 4편
안녕하세요. 초기 스타트업 스모어 팀의 비즈니스 리드 박종화입니다.
저는 이전에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점들을 '스몰토크 방법'과 '나 자신을 프로덕트로 생각해서 실험적으로 접근했던 경험'의 글로 공유했었는데요.
https://brunch.co.kr/@dodamind/127 - 스몰토크의 신이 되어보세요.
https://brunch.co.kr/@dodamind/130 - 저라는 프로덕트 사용해 보실 분?
사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많은 방법론을 대입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거절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거절이 일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거절의 형태와 대상도 다양합니다. 처음 아웃리치하는 단계에서부터 미팅 전환, 미팅 후 free trial이나 유료 전환 등의 각각의 미시적인 퍼널에서 다양한 유형의 거절을 접하게 됩니다. 제가 의미하는 ‘거절’이란 단순히 비즈니스적으로 전환의 실패뿐 아니라, 누구와라도 소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작게 느껴지는 경험을 모두 포괄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분명 일련의 거절과 실패에서 위축되어 있었고 그러한 거절과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핑계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No를 어떻게 Yes로 바꾸는 어떠한 해법, 혹은 정답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에서 들은 조언으로 이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사고의 전환을 통해 그동안 거절에 약해졌던 제 자신을 돌아본 성찰에 대해 공유하려고 합니다.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
미국에서 만났던 한 투자자 멘토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벤처 투자자를 만날 때 정말 많은 거절을 당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해도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초기라면 더욱 그렇죠. 많은 분들이 이 단계에서 포기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제품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대표는 투자자를 0에서부터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이미 0.1라도 설득되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투자자 200명은 만나봐야죠. 10명 만나보고 좌절할 거면 사업하지 마세요. 모든 것은 설득이 아니라 찾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한국에 돌아올 때 까지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강한 동기부여를 받고 돌아와 한국에서 업무를 하더라도 저의 동기부여와는 상관없이 계속되는 거절을 경험하며 이 말의 뜻을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설득이 아니라 찾는 것
이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 미션, 비전 등 (앞으로는 ‘아이디어’라고 통칭하겠습니다.)에 대해서 항상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이 살아온 배경, 경험, 지금 하고 있는 업무, 고민, 전문성 등이 모두 다르기 마련이고, 그럴 통해 형성된 아이디어가 모두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예를 들면 사업 아이템) 몇 명의 사람 (잠재적 팀원, 고객, 혹은 투자자 등)에게 0에서부터 설득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그게 잘 안되면 실패했다고 규정짓고 좌절하죠.
결국 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프로세스입니다.
제가 고민해 보았을 때,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전환율 (아이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액션을 유도하는 것 - 투자, 채용, 세일즈 등 그 무엇이라도)을 높이려면 두 가지 선행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아이디어 자체를 명확하게 고도화하는 것.
둘째는 그러한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
네 아이디어가 정확히 뭐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나의 아이디어를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고도화하기 전에 일단 존재해야죠. 제가 계속해서 ‘아이디어’라고 통칭하지만, 이 속에는 정말 많은 개념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무언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미션과 비전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죠.
제가 앞선 글에서 저를 하나의 프로덕트로 생각하면서 ‘내가 나라는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라고 고민했었는데요, 이 부분도 하나의 아이디어를 고도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제가 명확하게 추구하는 무언가를 제대로 알아야 그다음으로 다른 사람을 공감시킬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거절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회사에 정확하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수십 장의 이력서를 뿌리거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며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렇게 살아왔다는 점을 항상 성찰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경우에서는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가치는 더더욱 외면받는다는 것은 제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증명된 사례가 많죠.
때문에 저는 비즈니스적으로도, 거시적으로는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결국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 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팀의 대표, 혹은 매니저분들과 2주 동안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데요. 저녁에 맥주 한 잔 마시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가 각각 자신의 인생의 방향과 미션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이거 좋아 보여서 하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드시 이걸 성취할 것이다. 그게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는 항상 그러한 아이디어를 갖고 인생을 살고 있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런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었습니다.
참여자 중 막내인 저에게도 ‘이러이러한 비전을 갖고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너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던 부분이 결국 아이디어를 고도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명 중 2명만 찾는다
아이디어가 명확하게 잡히고 나면, 그다음이 바로 설득이 아니라 찾는 과정입니다.
흔히 'ICP를 찾는다, PMF를 찾는다'라고 하죠. 아무도 'ICP를 만들어낸다, PMF를 만들어낸다'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제가 ‘설득한다’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만들어낸다’와 같은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강력하고 고도화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이에 대해서 저만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거나 혹은 제가 표현하는 워딩 그대로를 똑같이 갖고 있는 사람은 분명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렴풋이라도 그러한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말이죠.
예를 들어 제가 가지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 세일즈맨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해 주는 프로덕트라면, 분명 이를 명문화하진 않더라도 업무 중에 한 번쯤은 '이런 툴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한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했다는 가정 하에.)
제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 뿐입니다. 설득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저의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과정.
이 부분이 바로 do things that don’t scale, 즉 허슬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10명 정도 만나서 아무도 내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좌절할게 아니라 '처음부터 200명 정도는 만나보고 그중에 1~2명만 찾는다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200명에게 동일한 짧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반응이 있는 100명을 추리고.
그 100명 중 30분 대화로 이어지는 사람을 50명으로 추리고.
50명 중 다시 2시간 정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10명을 찾고.
그 10명과 2시간 대화하며 내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는 2명을 찾아내는 과정.
이 과정은 이미 비즈니스에서 워낙 유명한 방법론이며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나서 각각의 퍼널에서의 전환율을 높이고 추후에는 10명만 만나도 2명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스케일링 단계의 그로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조금 우스갯소리일 수 있지만, 한 가지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특별함이 없어 보이지만 매우 연애를 잘하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요. 한 번은 제가 어떻게 그렇게 끊이지 않고 항상 연애를 잘하는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매우 친하다 보니 ‘어떻게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거야?’라고 물었죠. 그때 제 친구의 답변이 아주 놀랍습니다.
내 비결은 200전 190패 10승
너희는 10전 9패 1승이라니까 연애가 어렵지. 하지만 나는 너희가 1명에게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하고 있을 때, 거절 당해 슬퍼하고 있을 때, 나는 같은 시간에 빠르고 가볍게 거절 당하면서 나와 잘 맞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10명 찾을 수 있다는 게 그 친구의 답변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본인이 어떤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본인이 연애 할 때 어떤 감정을 갖는지, 어떤 유형의 사람이 본인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과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능력도 있었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의 스토리이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정확하게 ‘설득이 아니라 찾는 거다’가 비즈니스 외에도 삶에 적용되는 사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친구는 첫 째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둘째로 그러한 사람을 찾는 과정을 연애에 있어서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성취할 수 있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물론 이러한 과정은 글로 적으면 매우 실현 가능해 보이지만, 시간적으로나 멘적으로 허슬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나 잘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거절 당할 때의 감정과 제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하나하나의 거절에 제 자신이 작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거절을 당하며 불쾌한 경험을 하는 날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쓸 때조차도 '내가 적는 글이 인사이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지, 내가 주니어라 큰 인사이트가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나' 걱정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200명 중 2명만 제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저에겐 계속해서 글을 쓸 이유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설득이 아니라 찾는 거다’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면,
*거절이란 어쩌면 필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누구나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게 성취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인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 고도화와 허슬, 딱 두 가지라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설득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거절에 좌절하지 않으려 합니다.
작은 거절에도 쉽게 좌절했던 저를 반성하며 이 깨달음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저는 오늘도, 내일도, 내일 모레도 제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이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200명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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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화님 메이커로그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특히 연애에 대한 부분 -> 삶으로 확대될 수 있는게 아닌가 했을때 저는 이거 진짜 맞다고 평소에 생각해왔거든요? ㅋㅋㅋ 1) 나를 좋아할만한 사람을 찾아서 2) 그 사람이 원하는걸 주면서 공략하는 것 이거 자체가 비단 연애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그냥 인생 전부인것 같아요. 적절한 유저를 찾아서 마음을 얻는 것! 취업 등등 기타 면접도 마찬가지구요. JD에 내가 부합하는지부터 먼저 알아야 되잖아요.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애초에 왜 한번에 받아들여질거라고 생각해?' 라는 역발상을 깨닫고 ㅋㅋ 아.. 내가 너무 거만하게 생각했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거절당하는거 너무 싫고 두려운데, 사실 당연히 되어야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물론 그러려면 마인드셋부터 바로잡아야겠지만요. 너무 공감해서 댓글이 길어졌네요 ㅋㅋ
안녕하세요 서경님 :) 저의 이 글 아이디어에 대해서 공감하는 분을 찾았다는 점에 너무 기쁘네요! 연애에 대한 부분도 같은 생각을 한 적 있다니 신기합니다ㅎㅎ '사실 당연히 되어야 하는 건 없다' 에 대해 저 또한 깊이 공감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
감사합니다 제영님 :)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대단하세요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석신님! 석신님의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지난번 온라인 밋업에서 이 말씀 해주실 때 굉장히 신선했었는데 글로 천천히 읽으니 많은 공감도 되고 충분히 시도하고 적용해볼만한 좋은 관점의 전환 같습니다. 좋은 콘텐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완님:)
종화님 글이 Must Reads 157에 선정됐어요 :) https://stib.ee/5KW7
우와 감사합니다 ! 앞으로 더 열심히 기록해볼게요 :)
감사합니다 종화님 지금 제게 꼭 필요한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