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컵을 준비하며 한 실수들
원래 월요일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메이커 컵 프로그램을 신청자 미달로 취소합니다. 메이커 챌린지 6로 빠르게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화요일에 야심차게 런칭한 ‘메이커 컵’ 을 접기로 했다. 최소 40명의 신청자를 목표했지만 신청 마감일이 다가와도 신청자가 8명으로 적어서다. 나는 이 챌린지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2주나 끌었다. 2주동안 삽질한 것에 대해 반성하며,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담담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메이커 챌린지란?
내가 팀원으로 일하고 있는 디스콰이엇은 동명의 SNS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의 사용자인 IT 종사자이자 ‘메이커’ 1만 5천명이 하나의 피드를 공유하며 블로그 글을 쓰는 형식이었다. 그러다가 두달 전 ‘클럽’ 기능을 런칭해서 마치 페이스북 그룹과 같이 사이트 내에서 소그룹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런칭했다. 베타테스팅 기간인 지금 두달만에 30개가 넘는 클럽이 생성되었다.
한편, 나는 디스콰이엇 ‘메이커 챌린지’ 프로그램의 담당자이다. 지난 6월 처음 팀에 합류하고 이 프로그램을 맡았을 땐 메이커 챌린지 3이었고, 4기와 5기를 거쳐 6기까지 왔다. 메이커 챌린지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네이버 블로그의 ‘블챌’ 처럼 디스콰이엇에 블로그 글을 일주일에 한개씩 총 4주간 쓰면 완주하는 챌린지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관점으로 처음 기획에 완전히 관여한게 메이커 챌린지 4기였다. 이때는 글쓰기와 작성 인증 과정만 있고 댓글이나 좋아요(upvote)등의 engagement는 없었던 3기 참여를 보완하고자 gamification을 도입했다. 댓글을 작성하고 좋아요와 팔로우를 누르면 포인트가 누적되어 주간 포인트 1위를 하면 한정판 굿즈 티셔츠를 증정하는 식이었다. 포인트는 공개된 점수판에서 실시간 순위와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5기에서는 같은 포맷에 점수 제도만 조금 수정해서 가져왔는데, 새로움이 덜해서인지 4기만큼 활발한 활동은 보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6기에서는 다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추가: 우리가 생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발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모더레이터의 동기부여 수준이다. 모더레이터였던 내가 4기의 새로운 기획에 신나서 동기부여 수준이 올라가 있던 것 같다.)
그래서 클럽 기능을 이용해서, 클럽들끼리 경쟁하는 형태의 ‘거대한’ 메이커 챌린지를 기획했다. 월드컵 기간이니 이번 메이커 챌린지의 별칭은 ‘메이커 컵’으로 했다.
야심차게 홍보 글을 올렸지만 원하는 대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과정에서 한 실수들
- 가장 큰 실수는 이미 검증된 ‘글쓰기 모임으로서의 메이커 챌린지’ 모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변형 요소들을 붙여 테스트하려고 했던 것이다.
- 1) 클럽: 메이커 챌린지를 클럽 단위로 진행
- 2) 네트워킹: 디스콰이엇 만의 네트워킹 방법을 이번 메이커챌린지에서 테스트
- 3) 게이미피케이션: 메이커 챌린지 보상으로 가상의 포인트를 제공하고, 메이커 샵에서 굿즈를 구매할 수 있게 하기
- 4) 소속감: 클럽의 아이덴티티를 프로필 사진에 적용(PFP처럼)해주는 것
- 위 모두를 한번에 테스트하고자 했다. 문제가 정의되어 우선순위에 따라 구조화된 해결책을 만든 게 아니라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요소들을 붙여볼까’ 하며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했다.
- 초반부터 Product Oriented 가 아닌 Community Oriented로 프로젝트를 설계할 것을 되뇌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UX를 먼저 고려하지 못했다)
- Product Oriented란 사용자들이 의도한 대로 활발하게 활동했을 때 어떤 프로덕트의 모습이 나올 지를 먼저 생각하고 메이커 챌린지 UI, 브랜딩, 홍보 포스터부터 만드는 것을 뜻한다.
- Community Oriented란 커뮤니티 사용자들 개개인이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여정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불편을 겪을지를 생각해보며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분명 처음에는 Community Oriented로 메이커챌린지를 디자인하기 위해서 참여할 분야의 모더레이터를 먼저 모집해야 한다고 계획했지만 실행에 나서지 못했다.
- 다시 말해 뭔가 작동하는 예쁜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어하는 내 욕심만 앞섰지 커뮤니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 ‘상상의 나래’를 너무 오랫동안 펼쳤다. 소통 없이 혼자 상상하는 시간을 너무 오래 가졌다는 뜻이다. 혼자 생각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잠깐은 좋지만 일이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이 일했다는 뜻인데, 혼자 하루 밤 새서 만들 수 있었던 프로덕트에서는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그러기엔 일의 크기가 좀 컸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홍보 과정에서 한 실수들
- ‘메이커 컵’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심지어 내 옆자리의 도언님도 메이커 컵이 어떤 토너먼트라고 이해하고 계시다.
- 챌린지 운영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홍보 과정에서도 명확하게 안내할 수 없었다.
- 사람들이 신청할 만한 클럽들을 미리 확보해 놓고 메이커 컵을 오픈했어야 했다.
What now?
저조한 신청자에 끙끙대고 있을 때, 금요일 점심을 먹으며 현솔님이 먼저 왜 신청자가 없는 것 같냐고 물어봐 주셨다. ‘온보딩이 부족했던 것 같다.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더니 현솔님은 토스 이승건 리더님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들은 UX나 마케팅을 떠나서 될 프로덕트는 어차피 사람들이 신청하고 안 될 프로덕트는 어차피 안 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그냥 빠르게 접고 기본에 집중한 메이커 챌린지 6를 진행하기로 했다.
배운 것들을 요약하자면:
1) 테스트는 한번에 하나씩 할 것
2) 일을 다룰 수 있는 capacity를 체계를 잡아서 일하기
3) 소통하기
디스콰이엇 메이커 챌린지 6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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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했던 신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 저도 처음 메이커 컵 게시물을 보았을 때는 그냥 지나쳤네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메이커 컵을 신청했던 동기부여는 '메이커로그를 꾸준히 남겨야지'라는 저 자신의 동기부여라서 그 형태가 메이커 컵이든 메이커 챌린지이든 참여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커 챌린지 6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
신청 감사했습니다! 아마 게시물이 쉽게 설명을 못했던 게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이미 디스콰이엇에서 하고 있는 일이 충분히 많다고 느껴졌고 (오픈채팅 참여, BiP클럽 등) 그래서 공지를 봤을 때 그냥 지나쳤던 것 같습니당 이렇게 열심히 만드셨다니 담엔 꼭 해봐야겠어요 ~!!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혜영님!!
종한님! 만약 커뮤니티를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구축한다고 하면 ‘Community Oriented’를 어떻게 고려할 수 있을까요?
아하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오게 될 지 생각하며 목표와 비전부터 정의할 것 같아요! 아래 게시글 함 읽어봐 주셔요! 영혼을 담았습니다. https://disquiet.io/@han0park/makerlog/5450
정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종한님 레슨런 할 수 있도록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해볼게용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