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영
무식과 집착의 경계 : 미드저니 탑급 프롬프트 1,000개 수집 분석하고 느낀 점
“리멤버는 OCR 자동화가 도입되기 이전 타이피스트를 고용해 명함을 일일이 수기 입력했다. 그렇게 2020년까지 유저 300만명과 2억장의 데이터를 모았다.”
“소셜맵 서비스 Zenly는 CEO가 유저들에게 무려 5,000번 전화를 걸어 기존 앱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 결과 흔해 빠진 BM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다.”
“배달의 민족은 초창기에 중개 플랫폼이 아닌 배달음식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에 가까웠다. 김봉진 대표는 창업 초기 한 달 가까이 서울 주요 지역을 돌면서 전단지를 수집하여 시장의 모든 것을 섭렵했다..”
이 외에도 찾으면 계속 더 나오겠지만, 하여간 저는 이런 스타트업의 열정과 패기를 보여주는 “이렇게까지 한다고?!”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AI이미징에 꽂혀서 이걸 더 파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비슷한 걸 따라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일이 뭐냐면요…🙄
1월부터 3월까지, 약 3개월동안 한 땀 한 땀 디스코드와 Top day (미드저니에서 매일 2천장씩 뽑는 우수 이미지)에서 “이 이미지 정말 좋다!” or “바로 마케팅에 쓸 수 있겠다!”라고 느껴지는 이미지 1천장과 그 프롬프트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예측하셨다시피
우선은 눈과 손목이 빠질 것 같았습니다!
(엄살 좀 떨고 갈게요 ㅠㅠ)
*망상 속 ai로 탄생한 집사님 🤫
(1번부터 1046번행까지 기나긴 여정이었다;;;;)
바쁜 분들을 위해 제가 발견한 프롬프트에 대한 인사이트 3개를 먼저 적어놓고 이어가겠습니다.
프롬프트가 길다고 좋은 이미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프롬프트는 결과물 뿐만이 아니라 ‘재현도’에 따라 품질을 파악해야 한다
단 하나의 단어로 이미지 전체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킬러 프롬프트’가 존재한다.
*but, 이러한 프롬프트에 대한 대반전은 이 본문 끝에 나옵니다!
첫째,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적어도 제가 파악한 바로는 프롬프트 길이와 멋진 이미지 간의 상관관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디스코드에서 미드저니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뭔가 ‘ㅆ고수’(...) 같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긴 프롬프트를 쓰는 것을 봤는데요. 번역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온갖 카메라 용어와 조명 효과 등등을 섞고 또 섞은 프롬프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롬프트는 v5까지는 실사 이미지를 만드는 데 유효했을지 몰라도, 기본 실사 퀄리티가 엄청나게 향상된 *v6(23년 12월 공개)부터는 크게 바람직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문맥을 알아듣는 능력이 대폭 향상된 데다가 어차피 중요도가 앞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오히려 짧고 명료한 프롬프트로 미드저니와 잘 소통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이전처럼 잘 나올 거 같은 태그를 몽땅 집어넣는 방식은 이제 말리고 싶네요!
둘째. ‘재현도’에 따라 품질을 파악해야 한다.
미드저니는 약간 ‘가챠'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쓴 프롬프트가 구려도 100개쯤 뽑으면 그 중 하나는 아주 아주 괜찮게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예요. (아예 의도적으로 랜덤화를 만들기 위한 c태그나, w태그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랜덤뽑기식 프롬프트는 작성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좋은 프롬프트라고 할 수가 없겠죠.
예를 들어 아래의 두 이미지는 둘 다 멋지지만, 위쪽은 갑자기 실사였다가 캐릭터가 튀어나오는 등 난수화나 다름없는 프롬프트이고 아래쪽은 몇 번을 뽑아도 비교적 균일한 느낌과 구도의 이미지가 나오는 ‘좋은 프롬프트'입니다. 전자는 타인에게 추천하기 힘들고 후자는 공유할 가치가 있겠죠?
ai 이미징이 코딩(프롬프트가 사실상 오픈소스이고 명령어라는 점을 본다면)과 예술이 혼합된 혼돈 혼종의 영역이며, 마치 미드저니와 소통하는 것처럼 작업하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프롬프트 퀄리티는 결과물 퀄리티와는 별개로 재현도에 따라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두번째 인사이트입니다. ‘인공지능이 찰떡같이 알아듣는 명령어’ 라는 것이거든요.
셋째. 스타일링의 완성, ‘킬러 프롬프트'의 존재
1번과는 반대로 극단적으로 짧은 프롬프트, 예를 들어 “집” 이라고 단어 하나만 친다고 해 보죠. 그러면 미드저니는 다른 부분을 알아서 채워서 어쨌든 뭔가를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여기에 ‘19세기의 동양풍 집'이라든지 ‘편안한 분위기의 여름 별장’ 이나 구성, 소품, 촬영 각도 등 기타 세부사항 디테일 등등을 넣어 뭐 이런 것들을 문장으로 구성해 내가 의도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게 미드저니가 학습한 ‘일반성/경향성'에서 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손도 아닌 발로 합성한 것 같은 이미지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디테일은 크게 상관없다고 치고 ‘분위기를 살린” 느낌적인 느낌 같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제가 ‘킬러 프롬프트'라고 제 멋대로(?) 부르는 스타일링에 특화된 프롬프트를 쓰는 게 제가 찾은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킬러 프롬프트는 이미지 유형마다 좀 다릅니다. 어떻게 찾냐고요? 해당 유형의 고수님들이 유난히 자주 쓰는 이상하게 겹치는 단어들이 있어요. 디스코드에 검색해서 균일하게 멋진 이미지가 나오는지 확인한 후
그걸 위의 ‘집'과 같은 단순한 프롬프트와 결합해 A/B 테스트를 하면 됩니다. 🫢
예시로,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갬성계열 킬러 프롬프트 중 하나인 “Petra Collins”입니다.
*현재 이미지 스타일 자체를 참조하는 기능도 업데이트 되긴 했지만 기존의 이미지 레퍼런스 기능과 별 차이 없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해서 저는 아직 요런 킬러 프롬프트를 선호합니다.
✨ 프롬프트 인사이트 외, 이 짓거리(?)로 얻은 것들
1,000개의 이미지를 분류하고 눈에 익히면서 ‘어떤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인가’ 내지는 ‘나는 왜 이것을 좋다고 생각했는가’ 라는 것들을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만드는 이미지 느낌과 범주가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냥 떠오르는 대로, 내 취향대로 만들던 이미지를 S(Stunning), C(Creative), U(Unique), E(Engaging)라는 나름의 4가지 기준으로 분류하게 되었고요. 수집과 분류 모두 인간지능으로 했기에 미드저니에서 어떤 이미지를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빠삭해지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여러 방법으로 바라보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생긴 것이 자칭 미드저니 덕후로서는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 그 외 이 데이터베이스로 어떤 촬영 프롬프트나 스타일링 프롬프트가 많이 쓰이는지 GPT 분석도 몇 번 시도했지만, 데이터 양이 워낙 많아 그런지 실패할 때가 더 많았고, 성공한 경우에는 너무 일반적인 키워드들이라 그다지 쓸만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_-; )
🤔 (반전) 프롬프트 연구 더는 필요 없을까? 접어야겠다고 느낀 계기
그런데 여러분… 위 에피소드만 보면 이 작업이 나름 가치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기도 했습니다. 왜냐고요?
이제 미드저니가 프롬프트를 하나도 짤 줄 몰라도 이미지를 아주 아주 잘 만들 수 있게 만들어버렸거든요…😂
▲ 웹 UI 업데이트 이후에도 디스코드 계속 들어가게 된 이유, 마의 프롬프트 생성 치트키 ‘describe’ 기능
아직 디스코드에서만 쓸 수 있는 ‘describe'는 이미지로부터 프롬프트를 짜주는 신박한 기능이예요.
그런데 1월쯤 describe 에서 만든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만들면 ‘저기...나랑 장난하니?😅’ 싶을 정도로 원본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나왔었거든요?
그렇지만 불과 3개월 뒤, 4월 초에 확인한 이 기능은 퀄리티가 미쳐버렸더군요. (;)
사람이 짠 프롬프트보다 이미지가 더 유사하고 균일하게 나와요.
제가 S급으로 분류한 이미지 중에 재현도가 너무 안 좋은 것들은 거의 이 기능을 활용해 리프롬프팅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정말 표현이 애매한 것들을 제외하고
약 80-90%정도는 미드저니가 describe로 만들어준 리프롬프팅이 더 재현도가 높게 잘 나온다는 것
…
심지어 미드저니 이미지만 이렇게 잘 표현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이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이 시점에서 넘나리 좀 많이 무서워지더라고요 🫨
*비교 예시
- SAMPLE IMAGE : 고질라 고양이
(1) 원본 프롬프트를 사용해 만든 이미지
고질라 고양이가 아닌 레알 고질라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색도 다르고 들쭉날쭉함.
(2) Describe를 사용한 리프롬프트 4종 세트로 만든 이미지.
훨씬 느낌적인 느낌이 살아있고 색감도 균일함.
아무튼 ai가 이해하는 말을 ai가 만들어버리는 이 기능이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후퇴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
결국 앞으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프롬프팅 능력자가 아니라
미드저니의 기본 명령어 “Imagine"처럼
‘어떤 이미지를 상상할 것인지'
‘어떤 콘텐츠에 이 이미지를 쓸 것인지’
에 대한 소질을 갖춘 창작이나 기획 능력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그림은 영 못 그렸지만 감각이나 아이디어는 괜찮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던 분들, 한번 도전해보시죠!! 👋
[ 마무ㅡ리 ]
원래는 제 서비스를 홍보하고 싶었는데 탈탈 털다 보니 뭔가 결국 실유저로서 미드저니 홍보가 되버렸군요 ㅎ
(소심하게 한 장 모아서 올려보는 민트컨디션 브랜드 컨셉 시리이즈!!)
결국 좋은 프롬프팅의 비법은 미드저니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저에게는 다소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그래도 누구나 정말 저렴한 비용으로, 현실에서 표현하기 힘들었던 많은 것들(모든 것 x, 학습이 부족한 건 무슨 수를 써도 잘 못 만듭니다 ㅋㅋ)을 만들 수 있는 오늘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생성 ai 만드시는분 / 하시는 분들 / 하고싶으신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이 새싹같은 생태계를 무럭무럭 잘 가꿔 나가면 좋겠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