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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종
최현종 ·

어린이 집 짓기보다 벌금이 더 싸다 싸, 그곳에서 발견한 기회

얼마 전 무신사의 한 임원의 발언으로 블라인드가 시끌했다.

무신사.jpeg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이제 벌금을 좀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

- 지난달 30일 무신사 C 임원

왜 이런 말을 서슴 없이 발언 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벌금을 내는게 진짜 더 비용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빠르게 무신사 대표님은 공식 사과를 하셨고 이후 12일자 대응책도 발표하였다. (모든 기사 썸네일에 얼굴이 너무 대놓고 나오네요ㅎ..



일단 어린이집은 왜 지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영육아보호법에 따라 여성 근로자가 300명이 넘거나 상시 노동자가 500명이 넘는 사업체는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연간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

무신사는 2023년 7월 기준 1499명(출처: 국민연금)이니, 해당 법을 지켜야 하는 조건은 충족 된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런 문제가 터졌을까?

비용효율 계산: 적은 수요자 + 연간 운영비 10억 > 연간 벌금 2억

무신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보육 수요를 조사 했을 때, 대상 직원은 93명이고 어린이집 설치-운영 비용은 연간 10억이 든다고 계산해 냈다.

1500명 중에 100명 즉 약 7%만이 누릴 수 있는 복지혜택

그리고 연간 10억 (설치 비용 뺀다 해도 2억은 넘을 듯 하다)

vs

2억 벌금

당신이 재무를 담당하는 사람,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당연히 후자를 고를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비용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명분도 충분 할 수 밖에 없었다. 숫자로만 따지면 7%의 행복을 위해 10억을 태울바에 차라리 2억을 벌금으로 냄으로서, 남은 8억을 더 잘 활용해서 100% 행복을 추구하는게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쓸지 안쓸지는 마음ㅋ)

스타트업의 많은 논리는 비용대비효율(ROI)로 해결한다

우선 사실 저 ROI 계산은 틀렸다. 아니 애초에 전제부터 잘못 됐다.

  1. 아이를 갖게 된 사람, 이제 막 아이를 갖은 사람이 회사에 많을 수 없는 구조

C 임원 분께 한번 여쭤보고 싶다.

저: 아이 보육 수요가 그러면 50%가 넘으면 어린이집 설치를 하실 예정인가요?

C: 적극 검토는 해볼 수 있어도, 애초에 그럴 수가 있을까요?

맞다. 보육을 희망하는 사람이 7% 밖에 있을 수 없다. 기업 규모가 천 명이 넘는 회사에서 보육을 희망하는 사람이 절반 이상인 곳이 사실상 국내에 존재 할 수 있을까?

(혹시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직장맘, 어린이집 눈치에 실제 이용시간 7.6시간 불과···보육 공백 발생 - 뉴스웨이

아직까지 한국에서 그런 곳은 보기 매우 어렵다. 아이를 갖게 될 경우 권고사직으로 이어지거나, 출산 휴가 중 사직 처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를 갖게된 사람이나, 배우자를 보호해주기 위한 사람 모두 커리어가 단절된다. 즉 애초에 아이 보육을 희망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때문에 어린이집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설치가 어렵다는 건....ㅎ 그럴거면 아이를 갖을/갖고있는/기르는 사람들을 뽑지 않거나, 해고 시키지 않거나, 육아휴직을 확실히 보장해 주던가.

  1. 2억 벌금 지불이 더 깔끔하다

어린이집을 설치 할 경우 챙겨야 할 것이 산더미다. 사실 어린이집 운영이라는 신사업을 하나 추가하는 셈이다. 어린이집을 위한 공간 마련은 기본이고, 좋은 선생님 고용, 아이들 등하교 안전 관리 등등, 기업에서 챙겨야 할게 많다. 그래서 일단 설치와 운영비가 10억이라고 했지만, 시간을 쏟고 사람을 투입시키고 공간을 마련하고 새 정책을 세울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2억의 벌금을 내면, 위 복잡한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 깔끔하다.

논란이 일자 어린이집 직접 설치 대신 '위탁 보육 지원'을 택했다

꼭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임직원이 기존 이용 중인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하는 ‘위탁보육’을 실시하는 것도 직장의 영유아보육 의무 이행 방법 중 하나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내는 비용을 절반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있는 부모 입장에서는 비용 지원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막상 크게 기쁘지도 않다. '아이의 등하교'를 같은 공간에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 출근 전까지 일찍 일어나서 아이를 태워 어린이집에 갔다가 회사를 가거나, 어린이집 차가 집 앞에 도착 할 때까지 기다라다 뒤늦게 회사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

오케이,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제일 쉬운건 벌금이 어마무시하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런 불편한 사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 곳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라는 법이 있다. 장애인들의 고용 촉진을 위해 직원수 50명 이상의 모든 기업에게 3%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이를 잘 시행하는 기업에게는 장려금을, 어기고 있는 기업에게는 부담금(벌금)을 내게 한다.

숫자 ROI를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 기업 임원들에게는 장애인 고용이 매우 부담이다. 마찬가지로 비용(월급)대비 효율(MM:Man Month)가 안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대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을 잘 하지 않는다. 대신 벌금을 낸다. 왜냐 비용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있다. 바로 '히즈빈스'라는 커피 프렌차이즈다.

오잉? 커피 파는 곳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 하고 있을까?

히즈빈스는 매장 관리자를 제외하고 바리스타를 100% 장애인으로 운영하는 커피점이다. 이 때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을 양육하여 바리스타와 커피제조사 등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히즈빈스는 전국 2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벌금 내지 말고 '장애인 교육 컨설팅'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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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명 정도 있는 기업 규모에 장애인이 1명이라면 매년 9억을 벌금으로 낸다고 한다. (출처: 히즈빈스 사이트) 그래서 이런 벌금을 내지 않으려면 장애인을 직접 고용 해야하는데, 막상 고용하고 나니 금방 떠나기 마련이거나 제대로 업무 효율을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히즈빈스는 1) 장애인을 회사가 직접 고용시키게 하고 2) 사내 카페를 운영하게 하여 3) 바리스타 양성 교육 및 장애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히즈빈스는 기업이 내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아끼게 하고, 심지어 사내 복지까지 챙기게 했다. 이게 진짜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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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는 롯데타워에 위치한 롯데케미칼도 사내카페로 히즈빈스 커피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4억 8천만원을 절감함과 동시에, 사내 복지와 브랜드 이미지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정리하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매년 내고 있는 기업들을 타겟으로 커피체인점을 판매하는게 아니라 장애인 교육 프로세스를 판매함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히즈빈스는 디캠프, 명동, 성수, 와디즈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스폐셜 등급의 아라비카 원두로 만들어져서 커피도 맛있으니 꼭 드셔보기를.

136개의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곳 없을까요?

2022년 2월 기준(보건복지부) 136개의 기업이 영육아보호법에 따라 연간 2억원을 벌금으로 내고 있다. 총 272억원이다. 연 매출 272억을 기본으로 먹고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이런 무신사 어린이집 논란도 해결 해줄 수 있는 스타트업이 생기길 바란다. 장애인 직고용을 통해 '커피 체인점 입주'가 아닌 '장애인 교육 프로세스'를 판매하는 히즈빈스 처럼. 아니면 정말 다같이 바꾸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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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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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Jung
William Jung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네요

최현종
최현종

그러게요 이래나 저래나 똑똑하네요

권강진
권강진

글로 정말 쉽게 정리 해주셔서 쉽게 인사이트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현종
최현종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빈님!

HoonIn Park
HoonIn Park

합리적인 방향이 있는데도 왜 저렇게 안하는지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거 같습니다. 아니면 체념할 수 있는 방법인지도.

최현종
최현종

참 어려운 공부네요ㅠㅜ

장영운
장영운

최근에 장애인 점원들만 일한다는 카페들이 종종 보였던 것 같은데,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최현종
최현종

아마 히즈빈스일 것 같아요. 게이샤 원두 커피라 맛있으니 강력히 추천 드립니다!

최현종
최현종

적극 동의히는 바에요!!

달려달려
달려달려

그렇네요,, 여기까지는 몰랐는데...

장영운
장영운

그런 기관에서는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데이터 라벨링이나 컨텐츠 모더레이팅을 양성하는건가요? 그리고 동일하게 반복되는 문제를 외주를 주는게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청소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예컨데 136개의 기업들이 외주 전문업체에 청소업무를 위임을 하는 대신 각 기업이 파트타임으로 청소인력을 고용하게 된다면 일자리는 늘어날지 몰라도 각각의 근로자의 임금이나 업무 환경은 악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영운
장영운

그렇군요. 저는 장애인 고용을 아웃소싱 하는것도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덜 나쁜 방식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벌금 내고 마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도 제품 개발하고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커인 우리는 지금 당장 세상을 바꾸는 제품을 만들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하니까 MVP로 테스트 해보고, 점진적으로 제품을 발전시키잖아요. 지금 당장 장애인 고용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지만 그 과정으로 가는 불완전한 시도들을 멈추지 않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장애인하고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장애인과 일하는 방식이 비장애인하고 일하는 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여기에서도 '일하는 방식'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가영
이가영

육아일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마음이 아프면서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최현종
최현종

안녕하세요 가영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육아일기 서비스에 더욱 좋은 내용들로만 가득차면 좋겠네요

황인선
황인선

명쾌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진짜 멋진 비즈니스 모델이네요. 덕분에 알아갑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