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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호
손승호 ·

오쓰 코리아는 왜 망했을까?

Smore를 활용한 값싼 마케팅으로 1주일만에 초기회원 300명을 확보했던 오쓰 코리아,

'왜 망했는지'를 lesson-learned 형태로 공유해보겠습니다.


1. 시간은 비가역적이다.

* 순서와 타이밍에 대한 lesson-learned

오쓰코리아에겐 크게 4가지 기능이 있었습니다.

  • 커뮤니티 : 주짓수 수련자들끼리 주짓수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 모임 : 주짓수 수련자들끼리 소모임을 만들 수 있다.

  • 도장 찾기 : 주짓수 수련자들이 지도상에서 가까운 도장을 찾을 수 있다.

  • 동영상 강의 : 주짓수 수련자들이 주짓수를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들만 모아서 볼 수 있다.

저는 '궁극적으로' 오쓰 코리아가 되어야 할 모습을 처음부터 모두 개발하고 런칭해버리고 말았습니다.

JTBD가 불명확한데 기능만 많으니, 유저들은 도무지 앱의 '정체성'을 느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오쓰 코리아는 주짓수 수련자들끼리 대화하며 초보 수련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쓸데없이 '도장 찾기'나 '모임'부터 넣어버리니 초기 사용자들로 하여금 앱의 정체성을 잃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두 기능 모두, 유저들이 모이면 어느 시점에는 완성되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은 "커뮤니티"만 오픈 한 다음,

커뮤니티 내에서 라포가 형성된 유저들이 제법 생겼을 때 "모임" 기능을 런칭하고,

"모임"기능을 유저들이 충분히 사용하고, 커뮤니티 베이스의 메타인지가 이루어져 있는 시점에서

"동영상 강의" 기능이나 "도장 찾기"(도장 추천) 기능을 런칭했다면 어땠을까요?

실제로 "동영상 강의"와 "도장 찾기" 기능은 서비스 초반에 "사용자들이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돼!"라며 어드민단에서 데이터를 집어넣는 작업 루틴을 제게 추가하였습니다.

이게 복잡한 작업은 아닌데, 사실 서비스 초기에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게 만들고 라포가 형성된 유저군을 만들어줘야 했는데, 현 시점에서 쓰지도 않을 기능을 위해 보다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앗아간 셈입니다.

고객들의 기능 인지와 라포 형성에 비해 기능 제작만을 우선시했던 모습을 반성합니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고객 획득'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 서비스가 3개, 4개이더라도 그 중 핵심 서비스가 무엇이고, 이 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 명확하게 활성화 시켜줘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오쓰 코리아의 경우엔 '커뮤니티'-

RPG 게임마저도 런칭 초기에 유저들이 초보자 구간에 있을 때, 굳이 고랩 던전을 오픈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온보딩의 기회는 한 번 뿐이고, 정체성을 모르는 앱에 굳이 JTBD를 깊이 학습까지 해가며 사용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직관적으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타이틀의 '시간은 비가역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단순히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소중히 쓰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는 mvp의 개념을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내지는 "빠르게"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핵심 기능이 유효한지"를 검증하는 목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기능을 오마이앱을 통해 약 5일만에 구현하였지만, 이제는 '반나절만에 할 수 있더라도 일부러 늦춰서' 추가할 것 같아요.

고객 중심적으로 기능을 인지시키고, 경험하게 하고, 전파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이것은 기능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궁극적인 개발 산출물의 내용은 같더라도, 유저들의 메타인지 수준에 따라 기능 출시를 굳이 늦춰도 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은 핵심 기능 하나만! ( by @배수현 )

2. 획득 가능한 고객군은 나의 ICP와 전혀 달랐다.

* 만들 수 있는 것 /도달시킬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lesson-learned

오쓰 코리아란 서비스를 간략하게 설명해봅시다.

  1. 문제 정의 : 주짓수 수련자의 90%는 중간지점인 "퍼플벨트"까지 도달하지 못한채 주짓수 수련을 이탈한다.

  2. 해결 방법 : 초보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모임/도장 찾기/동영상 강의 기능을 제공한다.

  3. 이상 고객군 : 화이트 2그랄 이하의 주짓수 초보 수련자들 (다수) 및 그들을 친절히 도와줄 소수의 유색벨트들 (소수)

  4. 실제 고객군 : 주짓수 자체를 심히 좋아하는 유색벨트들이 50% 이상

왜 이런 현상이 발생되었을까요? GTM 전략 1편 메이커 로그에서도 기재했듯,

사실, 취미형 커뮤니티의 마케팅은 실력순이 아니라 흥미도순으로 이루어집니다.

언뜻 '초보자'들을 데려와야하는 제게 유리한 조건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에 흥미가 없어서 이탈하는데, 그들이 제가 마케팅 가능한 채널인 "dc inside 주짓수 갤러리" 및 "플레이 주짓수 카페"에 가입했을리 만무합니다.

즉 '화이트 벨트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가 장벽이 아니고, '화이트 벨트들을 데려온다.'가 장벽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실제로 도달시킬 수 있는 것 사이엔 괴리가 있음을 배웠습니다.

주짓수 수련자의 90%가 화이트벨트이고, 화이트 벨트를 위한 서비스가 정작 화이트 벨트에겐 마케팅조차 어렵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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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만들면 다들 열심히 써줄거야!'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오히려 '세상에 없던 것'이니까 존재에 대해 고객들로 하여금 인지시켜야하고, 실제로 도달 시키기 위한 챌린지까지 비용으로 산정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문제는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주짓수 커뮤니티' 를 활성화 시켜야하는데, 이를 위해서 또다른 주짓수 커뮤니티로 침투하여 GTM하는 것만이 방법인 상태입니다. (ㅋㅋ..)

더 큰 대체제가 있는 상태에서 고객들로 하여금 제 "오쓰 코리아"를 바라보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3.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매우 어렵다.

* 보다 쉬운 방법에 대한 lesson-learned

우선 서비스 내에서 RAT였던 '주짓수 수련자들은 다른 도장의 사람들과도 주짓수를 주제로 대화하고 싶어할 것이다.'는 그닥 신뢰도가 높지 않은 가설로 밝혀졌습니다.

사실, 이는 한국 주짓수 커뮤니티 중 가장 규모가 큰 '플레이 주짓수' 카페를 조금만 분석해봐도 미리 알 수 있었을 거예요. 누적회원이 약 3만명인데 하루에 올라오는 글은 2~3페이지 정도에 60%는 도복 중고매매 글..

3만명의 회원 중 글은 10~20명 전후의 회원분들만 쓰시고 99%이상의 회원들은 유령회원화 되어있습니다. (사실 저조차도 그렇습니다.)

이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다음과 같은 가설들을 세워볼 수 있었습니다.

  1. 주짓수는 수련자의 평균 연령층이 굉장히 높은 무술이다.

    • 최근들어 비교적 젊어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성인 관원들이 절대다수이다.

      • 여기서, "성인"이란 20대부터 50대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굉장히 연령층이 다양하다.

    • "커뮤니티"에 국한해서는, 연령층이 다양해질수록 인터랙션은 줄어든다. 당신이 20대 여성이라면 50대 남성의 말투로 올라온 글이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댓글을 남기고 싶을까..?

  2. 게임 커뮤니티처럼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 본 주짓수, 어반 주짓수, 존프랭클 주짓수, 그레이시 주짓수, 텐스플래닛, ... 네트워크를 아주 조금만 타보면 이 사람이 누군지 특정하기가 쉽다.

  3. 사실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다는 점은 그다지 큰 동질감이 아닐 수 있다.

    • 사람들은 주짓수라는 유술 그 자체를 사랑한다기보다, 그저 도장에서 운동하고 땀을 빼는 행위, 생산적 취미 활동으로만 즐기는 사람이 훨씬 많다.

Viral Effects vs Network Effects

이러한 집단은 단순히 유저가 300명이 모였다고 Viral-Effects 만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당장 100배 규모인 플레이 주짓수에서조차 유령회원이 99%이상 발생하므로, 이 GTM 전략은 잘못되었다고 봐야겠죠.)

실제로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개념이 이 스포츠에서 얼마나 강력하며, 타 네트워크와의 교류보단 도장 자체적으로 오픈카톡 / 밴드 등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 했습니다.

즉, 적어도 '주짓수'라는 스포츠에 국한해서 바이럴 이펙트보단 도장 내에서 네트워크 이펙트를 공략하는게 옳았을 것입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매우 어렵지만, 쉽게 만들 방법은 있다.)

'도장 내 초보자들이 질문을 남기기 어렵고, 주짓수와 관련된 정보를 찾기 어렵다.'가 문제 영역이라면,

"주짓수"라는 공통 분모만을 가진 불특정 다수들의 커뮤니티가 아닌, 차라리 전국의 관장님들께 전화를 돌리고 후킹하여 “도장 내 캘린더/갤러리/채팅방”등을 제공하고 '메인화면에 도장 내 흰띠 명단을 리스트업' 시켜주는 게 훨씬 유익하지 않았을까?

사고흐름

  1. 결국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주짓수 수련자의 90% 이상이 퍼플벨트까지 도달하지 못 하고 이탈하는 점임.

  2. 이 원인은 초보자때 주짓수에 대해 편하게 정보를 습득하고 물어볼 창구가 없어서라 진단함.

  3. 주짓수는 도장 내 네트워크 이펙트가 굉장히 강력함

  4. 그렇다면 신분을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하는 것보다, 도장 내에서 화이트 2그랄 이하의 회원들만 리스트업해서 보여주고, 게시판에서 글 업로드시 새싹마크등을 달아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5. 이 전략을 채택하면, 관원 개개인을 마케팅해야하는 기존의 전략보다, "전국의 관장님들"만 콜드메일을 보내든, 전화를 돌리면 되니 훨씬 빠르게 확장이 가능하다.

  6. 단, 기존의 관장님들이 채택한 "오픈카톡/밴드"보다 더 좋은 기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도장 내 캘린더라든지, 회원별 벨트&그랄 설정이 가능하다든지..)

  7. 이렇게 주짓수-그룹형 커뮤니티 시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나면?

    • 메인 화면 상단 이벤트 배너 - 도장 홍보, 주짓수 용품샵 홍보, 대회 홍보 등을 통해 다양한 BM 구축이 분명 가능할 것.

위 전략을 채택한다면 분명 앞서 있던 1. , 2. 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

* 앞길에 대한 결정

제 장기 비전은, 2024년 1월부턴 저만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선 그래도 월에 최소한 200~300만원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굶지 않고 활동할 수 있어요.

전자책 사업으로 월에 적지 않은 수익이 창출되고 있지만, 이게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누구보다 제 실력이 아직 스타트업의 대표와는 거리가 먼 것을 알기에, 지금 시작한다면 저는 금방 망하고 말테예요.

남은 2023년 10월~12월 1분기간 경험치를 충분히 쌓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현재 저는 개발, 영업, 운영 어느하나 B급이상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우선 영업과 운영부터 B급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1. 오쓰코리아를 위 전략으로 개진시킨 후, 리뉴얼 런칭한다. (B2C 트랙)

  2. 실제로 도장을 찾아가서 도장별로 앱을 만들어준다. (B2B 트랙)

9월 중으로 오마이앱을 퇴사하고, 오마이앱으로 위 투트랙을 동시에 수행하며 2024년 스타트업을 위한 캐시카우 확보를 단단히 해두겠어요.

충분한 6개월치 런웨이 자금이 모였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할 거고, 이건 "연습용"이 아닌 "진짜" 기업이 될 것이기에.. 정말 많이 부딪히며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도 할테고, 또다시 배우는 게 있겠죠. 아낌없이 제가 사랑하는 disquiet과 오마이앱에 나누도록 할게요.



P.S)

사실 메이커로그는 오쓰코리아를 런칭하고

a. Smore Analysis 기능을 통해 유저군이 ICP가 아니었던 걸 인정한 시점

b. 초기회원 300명이 모였음에도 커뮤니티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

에서 이미 작성할 수 있던 상태였는데요,

'혹여나 내가 더 놓친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계속 반문하고 추궁해보았습니다.

"그냥 별로라서 안 쓰는거지."라고 단정짓고 쳐다보지 않는 순간부터 배움 없는 실패가 되어버리거든요.

"본질적으로 안 된 이유"를 제 언어로 정제하고, 다음번에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게 성장이라 믿습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하는 자세 by @김경하 )

정말 다행인건, 이 지극히 당연한 실패를 오마이앱 덕분에 큰 비용없이 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돌이켜보면 머리로 알기는 쉽고 몸으로 행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주 행하며 솔직하게 반성해야겠어요.



아래는 제가 디콰에서 읽고 정말 괜찮았던 포스트들의 집합입니다.

저는 남의 성공 방정식을 베끼는 것보다 스스로 실패하고 부족함을 메우는 쪽이 절대적인 배움의 양이 많다고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실패도 공유해주세요.


오쓰 코리아

국내 주짓수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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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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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배수현

승호님 저를 멘션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크크 예전부터 그랬지만 승호님 글 보면서 매번 새로운 용어와 개념 많이 알아가고 배우고 있습니다. 감샴다😊

장영운
장영운

이 글의 내용이 제가 하던 고민, 읽던 책과 연결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엄청 떠오르네요. 감사합니다.

상원
상원

옛날에 3년 다녀서 블루벨트까지 따고 더 수련을 못했었는데, 이런 앱이 있었으면 더 잘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김경하
김경하

ㅋㅋㅋ by 아몰랑 김경하

William Jung
William Jung

응원합니다 승호님!!

J L
J L

응원합니다. 아니 분석을 왜케 잘하시는거죠? 부럽기만 ㅜㅜ

신승헌
신승헌

문제로 정의하신 "주짓수 수련자의 90% 이상이 퍼플벨트까지 도달하지 못 하고 이탈하는 점임"의 근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승호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262에 선정되었어요! https://stib.ee/Wq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