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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김기은 ·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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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빌딩 직후 시드투자부터 지금까지,

저는 투자자를 비롯한 협력사, 주변 대표님, 지인, 팀원 등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의견을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언제나 24시간안에

그 의견을 반영하려고 즉각 대응을 했었습니다.

의견뿐만 아니라 걱정섞인 우려부터 응원, 축하, 때로는 채찍질까지..

언제나 즉각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 핸드폰은 매일같이 연락을 받느라 불이 날 지경이었고,

심지어는 화장실에 가면서도 카톡과 전화를 놓지 못하는 수준으로

약 2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작년 말, 저는 팀원들과 여느 때와 같이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 대답하고 회의를 끝내려던 중,

갑자기 퍽 하고 눈물이 터졌습니다.

별것도 아닌 주제로 별 감흥없이 설명을 하다가 난데없이 눈물이 터졌는지라

팀원들과 저 모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그날 회의는 적당히 마무리되었고,

주말간 잘 쉬다 오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월화수목을 꼬박 불태우고나면 목요일, 금요일 어느하루는

이유없이 눈물이 주륵주륵 쏟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거의 매주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체력을 위해 주말에 운동도 해보고, 약도 지어먹고,

점심시간마다 링거를 맞으러다니기도 했습니다.

미팅시간도 (눈물이 나기전에) 조절 하고요.

그렇지만 이조차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몇달 전 어느날부터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귀가 너무 따갑다.’

 

끊임없이 제 귀에 울려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들이 너무나도 감사했지만,

동시에 토할만큼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이상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힘든 시점이 다가오자

저는 1주일만 통으로 비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직자를 정해두고, 아주 급한 의사결정사안이 아니면 연락을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전화도 (거의) 받지않았고

아무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족도요.

막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릿속을 비우니 몸이 엄청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1주일을 꼬박 앓으면서 드는 생각은 ‘제대로 하고 있다’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사무실로 복귀했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일단 제가 하루라도 없으면 안될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틀렸더라고요.

우리팀은 서로 협업하면서 한주 간 많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 없이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만 했던 팀장들이

스스로 적정한 권한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 또한 (여전히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명료하고 편안한 태도로 업무에 임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도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1주일을 통으로 쉬어야 할 만큼 힘들기 전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연습도 하려고 합니다.

이게 좀 더 지속가능한 방법일 것 같아서요. ㅎㅎ

 

어딘가에는 오늘 밤에도 저와 같은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고, 반영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분이요.

그 분에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혹은 너무 지치셨다면 저처럼 ‘사람 디톡스’ 한번 해보시는 것,

정말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어차피 정답이란건 없으니까요.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잘 자고, 좋은 것 잘 챙겨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요, 저도 1주일 쉬느라 글이 많이 밀렸는데, 얼른 새로운 콘텐츠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부동부동

빅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부동산 처방전 부동부동에서 기획자와 PM, 백엔드 테크리드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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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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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정예지

말씀하신 것처럼 눈물이 날 만큼 소진되었을 때는 일 또는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시간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열의가 있는 사람들이니 거리를 두기도 어려운 거겠죠 ^_ㅠ 한 번씩은 끊어주는 시간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기은
김기은

ㅎㅎ 네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너무 부끄러운 이야기를 공유했나 싶어서 글을 수정하려다가..댓글을 달아주셔서 그냥 남겨두려고 합니다. 남은 주말도 즐겁게 보내시고, 예지님도 가끔은 끊어가시는 시간 가지시길 바라요~^^

박세희
박세희

아.. 제가 눈물이 핑 도네요. 잘 회복 되셨길 바랍니다. 한 번도 기은님 글을 못 읽고 지나칠 뻔 했는데 PMC 카톡에 올려주신 VC100명 글 보고 정주행 중 입니다.

이요한
이요한

기은님, 지난 PMC S23에 참여해 주실 때 종종 이야기 나눠주신것도 기억하고, 서로 부딪히고 지끈지끈 싸울만한, 그러면서도 등 대고 함께 싸울만한 코파운더를 찾고 싶다고 하셨던 이야기가 기억이 나네요. 기은님 주변에 목소리가 많아지고 그것들이 크게 들린다는 건 기은님이 그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응원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는 것도 그런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나가는데에 도움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디스콰이엇에는 그런 분들의 경험도 소중하게 여기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S23 때 썼던 글 처럼, 이렇게 멋진 분들이 하루하루 모험하는 과정을, 써 나가는 이야기들과 드라마들을 맨 앞줄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저는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공유해주시고, 더 많이 편해 지셨으면 해요! ㅎㅎ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