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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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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타트업을 하세요?

스타트업은 힘듭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도, 팀원들과의 갈등도,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모두 극단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연적으로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힙한 오피스에서 멋진 모습으로 일하는 모습을 꿈꾸는

소위 ‘스타트업 뽕(^^;;)’에 찬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런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이 있을거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굳이 이 고된 길을 갑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타트업을 왜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우스갯 소리처럼 ‘자아실현을 하려고요. 힘든게 좋아요’ 라고 대답하고 넘어갔습니다.

예일대 교수인 Paul Bloom이 쓴 The Sweet Spot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 행복을 좇는 안락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일부 인간은 고통을 선택하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쾌락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야 말로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들 줄 알면서도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그 길의 끝에 커다란 금전적인 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힘든 시련을 이겨내면서 성숙해가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할 팀원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보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번 글이 저에게는 PMC 6주프로그램을 하면서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이번 글을 마치면서, 책 한권과 음악 한 곡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책은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담은 ‘최선의 고통’이라는 책입니다.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싯 이후의 삶을 그리며 현재를 억지로 버티기보다는,

오늘 힘들어하는 젊은시절의 내 모습이 미래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하면 꽤나 즐길 만한 고통이 되는 것 같아 추천드려요.

(번역본 보다는 원서가 좀 더 잘 읽힙니다.)

그리고 음악은 100 bad days - AJR 라는 곡인데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100개의 힘든날이 모여 1개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게 먼 훗날 나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거 라는 내용입니다.

제가 운동할때마다 듣는 노래인데요,

한번 쯤 힘든날 들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고, 다음주도 고통스럽지만 쾌락적인 한 주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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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김기은

우리, VC 100명만 만나봅시다.

작년 2022 넥스트라이즈에서 토스 이승건 대표님이 한 말이 있죠.

우리는 성공율이 높은게 아니고 실패를 최대한 빨리, 많이한다.

그리고 실패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는데에 집중한다.

스크린샷 2023-08-04 오후 4.36.08.png

[이미지 = 더밀크]

저는 투자유치에 있어서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얼마나 멋지게'투자받았는지에 대한 꿈이 있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투자유치에 있어서 ‘타율’은 필요없습니다.

빨리 거절당하시고, 피드백 최대한 받아내서 24시간안에 수정본 보내고 감사하다고 이메일하고, 그걸로 또 빨리 다른데가서 IR하시고, 이걸 될때까지 반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시드유치 당시에 거의 3개월동안 80번의 IR을 했고, 지금 세어보니 200회를 넘었더군요.

생각보다 IR은 매우 쓰라립니다.

10번째, 20번째, 30번째.. 거의 10번의 IR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자괴감이 듭니다. 눈물이 납니다. 공격을 많이받았는데 듣고보니 다 맞는말이라, 내가너무 바보같아서, 우리팀원들한테 미안해서, 몸이 너무 피곤해서, 막막해서… 그렇지만 눈물닦고 다음 IR갑니다.

하다보면 5분버전, 7분버전, 10분버전, 30분버전 IR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데모데이도 겁나게 다닙니다.

발표하면서 호흡도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때 즈음, VC한명이 드디어 손을 듭니다. 내가할게라고요.

그러면 갑자기 지켜만 보고 할듯말듯 하던 VC들이 주루룩 손을 듭니다.

나도할래, 나도 껴줘, 내가. 처음부터 한다고 한거 기억하지?

이때 와 나 진짜 핫해졌구나 하고 여유부리면 안됩니다.

내가 핫해진게 아니고 나를 핫하게 해준 VC가 잠깐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된것 뿐이니까요.

끝날때까지 끝난게아니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입니다.

돈들어올때까지 계속 레이싱을 해야합니다.

계약까지 속도와 퀄리티 모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실사요청자료를 준비하고 추가질문에 대한 대응은 24시간안에 합니다.

드디어 심사역이 ‘본투심’을 통과했다고 알려옵니다.

마치 수표처럼 보이는 투자계약서가 날라옵니다. 근데 투자계약을 하기로 한 날 바로 3일전에 날라옵니다.

그마저도 금요일에 날리고 월요일에 달라고하니,

변호사 한명 찾아서 검토해달라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검토할 시간을 안주려는 의도가 있을때도 있습니다.

아주 젠틀한 경우에는 1주일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내에 던진다고해서 VC가 나쁜사람이라서 그런건 아니고요,

그냥 투자업계가 그렇습니다.

본의아니게 그럴수도있고, 일부러라고 하더라도 전략일 뿐이니까

맘 상하지 마시고 다음 액션을 해야합니다.

지인들을 동원해야합니다.

코파운더들은 계약서에서 '이해관계인 (=대표님)의 발목을 잡는 조항은 잘 못봅니다. 자기일이 아니기때문에 약간은 느슨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주변에 미리밥사주고 부탁하고 해서 섭외해놓은 계약서 잘보는, 이미 투자유치를 해본 대표님 1~2명과 스타트업 계약서 잘본다는 법무법인에 계약서를 빨리 날려서 검토해달라하시고요,

본인도 꼼꼼히 읽어보면서 우려되는 부분을 사이드노트로 의견으로 달아줍니다.

왜 이렇게 수정하는게 너(투자사)와 나에게 좋은건지도 설명하면 더 좋습니다.

스크린샷 2023-08-04 오후 4.43.40.png

이게 법무법인의 경우 계약서봐주는 비용이 보통 100~200만원 드는데,

시드라운드나 pre-A일 경우에는 엄청 아까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쓴 계약서가 불리하면 그다음 계약서는 더 불리해지니까

첫 단추를 잘꿴다는 생각으로 법무비용을 투자를 하시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

그전에 독소조항을 미리공부해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래봤자 갑자기 날라오는 투자계약서를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으실 거니까요.

빨리 클로징 해야합니다. 홀딩>무산까지는 너무나 쉽습니다.

계약서를 수정하고 왔다갔다하는 기간은 회사와 대표님의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선 안에서 짧으면 짧을수록 좋습니다.

보통은 ‘투자하겠다’라고 말한 이후 2개월이내,

투심통과이후 1달이내,

투자계약서를 받은 이후 도장을 찍을때까지의 기간이 1~2주가 가장 ideal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사이에 시장과 투자자에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릅니다.

손들었던 vc들이 갑자기 1주일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투자하겠다’고 구두약속을 받은 후 빠르게 클로징하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다가 악재가 생겨서 갑자기 ‘홀딩’까지 되었다 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이때만큼은 워라밸, 건강은 제쳐두시고,

여차하면 잠도자지말고 밥도먹지말고 도장을 찍고야 말겠다라는 일념하나로 달리시는게 좋습니다.

이 과정이 지나가고나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돈이 들어옵니다.

드디어 돈도(?) 못벌어오는 대표에서, 인정받는 대표가 됩니다 (ㅜㅜ).

회사를 운영하면서 매 월급날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잊을수 없이 기쁜날은 투자직후 첫 월급날이 됩니다.

당당하게 월급 내보내고 얼른 퇴근하세요! 라고 말하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요 ㅎㅎ

투자는 Pass or fail 이더라고요.

가끔은 ‘멋지게’ 투자를 받는 장면을 꿈꾸시는 분도 있습니다. 탑티어 투자자들이 줄을서서 나에게 투자하고싶어하는 그림이요.

하지만 무릎을 꿇고 빌었든,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몰려왔든 그런건 비하인드스토리고, 중요한건 투자를 받았냐, 안받았냐 이 가름마입니다.

일단은 100명 만나서 100번 까이고 100번 고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투자유치는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우리, VC 100명만 만나봅시다. 10명만나고 힘드시거든 아직 90발 남았다고 생각하시고요.

대표님, 그리고 파운더분들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제가 글솜씨가 없어서.. 그리고 다음일정도 가야해서 여기서 그냥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되세요!

아참, 저희 백엔드 개발자 구합니다. 파이썬 할 줄 아시는 주니어 &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분들 혹시 이글 보시거든 연락주세요!

개발자가 아니시라면 꼭 주변에 지인 있는지 떠올려봐주시고, 소개좀 부탁드립니다!

[백엔드 리드 공고]

[주니어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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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부동산 처방전 부동부동에서 기획자와 PM, 백엔드 테크리드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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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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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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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팀원은 그만두기 마련입니다. 아주 가끔은 코파운딩 멤버도요. 하지만 매번, ‘따로 얘기할 것이 있다’는 말은 가슴이 철렁합니다.

이번에는 팀원이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잡는지 네 분의 대표님께 물어봤던 기억을 살려 대화형으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A: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면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창업자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모험을 함께 하는 사이인 만큼, 현재의 롤이나 업무보다 장기적으로 우리회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임직원에게는 중요하거든요. 그러려면 대표 스스로도 회사의 비전에 대해 깊은 고민과 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될 것 같습니다.

B: 하나 더 덧붙이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간의 관계정의가 핵심인 것 같아요. 장기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서로 어떤 관계인가에 따라서 때로는 현재의 (단기) 비전이 약하더라도 끝까지 함께할 수 있거든요. 예를들어 지금 당장 우리회사가 힘들어서 무너진다하더라도 지금 파운딩 멤버, 핵심멤버들을 다음 도전에 다시 모이게 하는 힘은 끈끈하고 장기적인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C: 전 아무리 잡아도 안되더라고요. 그냥 받아들이는 방법을 터득하고 최선을 다해 마음속에서 놓아주는 게 제가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같았습니다. 잡아봤자, 분위기만 더 흐려지고 결국 나가더라고요.

D: 맞습니다. 그냥 바로 놔줘야 해요. 관계라 하셨는데 그거 그냥 연인관계 생각하면 답이 나와요. 누구한명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잡는 순간 그 관계는 끝나거든요. 잡는사람이 계속 매달리고, 헤어지자는 사람은 더 갑이 됩니다. 그냥 헤어지자는 순간 행복해라, 하고 놓아줘야 하는 것 처럼 아무리 사랑했던 임직원도 마찬가지예요.

메이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잡는 사람의 입장이든, 잡혀봤던 사람의 입장이든 다양한 분의 경험과 관점을 간단히 공유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그만두는 분을 잡기위해 이렇게까지 절절한 고민을 하는 대표님들이 많다는 것도 함께 알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안잡았다 하더라도, 그 대표님/ 사수 또한 지레 잡을 생각도 못하고 포기한 채로 집에가서 괴로워하며 소주한잔 기울였을지도 모른다는 것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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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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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스타트업의 매출을 읽는 두가지 방법 (ft. 높은 분들과 밥먹은 썰)

얼마전 IMM인베스트먼트 지성배 대표님과, 와이앤아처 신진오 대표님과 함께 계신 식사자리에서 신용보증기금 최원목 이사장님께 초기 스타트업은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자다가도 눈감고도 바로 말할 수 있는건 ‘자금’입니다.

스타트업이나 신보나 투자자나 모두 귀에 못딱지가 앉도록 당연한 단어지요.

그래서 자금이 왜 ‘대출’의 형태로 필요한지에 대해, 단 5분안에 기억에 남도록 설명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이사장님이 제 의견을 물어보셨고,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스타트업의 매출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유기농 매출과, 인스턴트 매출입니다.

유기농매출은 당장 큰 성과는 보이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의미한 매출입니다.

반면 인스턴트매출은 당장에 먹고살 수 있지만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않거나, 성장을 저해하기도 하는 매출입니다. 개발외주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지요.

여기서 스타트업들은 딜레마가 생깁니다. 유기농 매출을 마련하려면 초기자금이 필요한데, 그 자금을 마련하려면 인스턴트라도 먹어야합니다.

투자자도 이 판에서 빠삭하시다 보니, 유기농 매출이 이미 발생한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시는 것이 성공률이 높습니다.

결국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은 목전에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채 죽거나, 외주를 선택합니다.

이 간극을 메꿀 수 있는게 정책자금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것이 신용보증기금의 대출입니다.

그래서 이미 초기 스타트업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방안으로 지금 운영하고 계신 신보네스트나 퍼스트펭귄같은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굳이 더 필요한것이 있느냐 물으시면 조금 더 보증기준을 다양한 관점에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은 보증 기준에도 ‘매출’이 함께 있어서 결국 같은 트랩안에 갇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후략)

이미 저희팀은 신보로부터 보증을 받았기때문에, 보증 받을때 당시 가장 힘들었던 대출기준을 완화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보증기간을 늘려달라고도요.

이 매출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와서 다시 기억이 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초기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이 ‘매출이 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출도 매출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위에 설명한 것 처럼 투자자들도 ‘유기농’만을 따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면 어떤 수익원에서 나오는 매출이 정말 유의미한 것이냐, 아니냐를 어떻게 아냐면, 결국 Cash Flow Projection을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돌려보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마케팅과 스케일업에 투자를 했을때 지속적으로 흑자가 커지는 구조인지, 그 시나리오의 변수들은 어떤것이 있는지 정밀하게 설계한 CFP가 있다면, 설사 유의미한 매출이 아직 크게 나오지 않더라도 투자자를 설득하기에도 용이할 것 같습니다.

P.S. 글솜씨가 많이 부족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잘 쓰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추가적으로 현금흐름이나 수익성분석을 함께 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생각하시는 예비, 초기 창업자분들께서는 디스콰이엇을 통해 커피챗 요청 주세요. 알고있는 부분까지는 열심히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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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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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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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빌딩 직후 시드투자부터 지금까지,

저는 투자자를 비롯한 협력사, 주변 대표님, 지인, 팀원 등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의견을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언제나 24시간안에

그 의견을 반영하려고 즉각 대응을 했었습니다.

의견뿐만 아니라 걱정섞인 우려부터 응원, 축하, 때로는 채찍질까지..

언제나 즉각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 핸드폰은 매일같이 연락을 받느라 불이 날 지경이었고,

심지어는 화장실에 가면서도 카톡과 전화를 놓지 못하는 수준으로

약 2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작년 말, 저는 팀원들과 여느 때와 같이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 대답하고 회의를 끝내려던 중,

갑자기 퍽 하고 눈물이 터졌습니다.

별것도 아닌 주제로 별 감흥없이 설명을 하다가 난데없이 눈물이 터졌는지라

팀원들과 저 모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그날 회의는 적당히 마무리되었고,

주말간 잘 쉬다 오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월화수목을 꼬박 불태우고나면 목요일, 금요일 어느하루는

이유없이 눈물이 주륵주륵 쏟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거의 매주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체력을 위해 주말에 운동도 해보고, 약도 지어먹고,

점심시간마다 링거를 맞으러다니기도 했습니다.

미팅시간도 (눈물이 나기전에) 조절 하고요.

그렇지만 이조차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몇달 전 어느날부터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귀가 너무 따갑다.’

 

끊임없이 제 귀에 울려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들이 너무나도 감사했지만,

동시에 토할만큼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이상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힘든 시점이 다가오자

저는 1주일만 통으로 비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직자를 정해두고, 아주 급한 의사결정사안이 아니면 연락을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전화도 (거의) 받지않았고

아무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족도요.

막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릿속을 비우니 몸이 엄청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1주일을 꼬박 앓으면서 드는 생각은 ‘제대로 하고 있다’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사무실로 복귀했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일단 제가 하루라도 없으면 안될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틀렸더라고요.

우리팀은 서로 협업하면서 한주 간 많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 없이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만 했던 팀장들이

스스로 적정한 권한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 또한 (여전히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명료하고 편안한 태도로 업무에 임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도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1주일을 통으로 쉬어야 할 만큼 힘들기 전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연습도 하려고 합니다.

이게 좀 더 지속가능한 방법일 것 같아서요. ㅎㅎ

 

어딘가에는 오늘 밤에도 저와 같은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고, 반영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분이요.

그 분에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혹은 너무 지치셨다면 저처럼 ‘사람 디톡스’ 한번 해보시는 것,

정말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어차피 정답이란건 없으니까요.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잘 자고, 좋은 것 잘 챙겨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요, 저도 1주일 쉬느라 글이 많이 밀렸는데, 얼른 새로운 콘텐츠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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