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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신동한

디스콰이엇 CTO님과 커피챗을 하고 느낀 바

생애 처음으로 커피챗을 했다.

그저께 쓴 글이 논의로 이어져 디스콰이엇 CTO님께 커피챗 요청을 받았다.

오늘 아침 CTO님과 서로 웃으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재밌는 문화이다.

면접도, 인터뷰도, 일상대화도 아닌 이 무언가는 무엇일까?

바로 커피챗의 기원을 검색해봤다.

서구권에서 넘어온 문화로 가벼운 '정보형 미팅'이라고 한다.

커피챗은 부담 없이 정보를 묻고 답하는 문화라고 한다.

부담?

또, 부담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오늘 커피챗 주제가 '부담' 이었기 때문이다.

"왜 디스콰이엇에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가?"

1. 부담스러움이란 무엇인가

image.png

정의는 아무곳에서 퍼왔다.

부담은 어떤 일이나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참 오묘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싫다, 어렵다, 힘들다, 불가능하다, 기분 나쁘다, 시간이 안 된다' 는 근거가 또렷한 부정어이다.

호불호에 기반하거나, 능력, 감정, 리소스에 기반한다.

그럼 부담스러움은?

부담은 아주 막연하고 주관적인 느낌이다.

본인도 정확히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다.

명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으며,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남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부담감]
왜인지 모르겠는데, 무언가 책임이 부여되거나 전가되는 느낌, 잘 해내야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심하진 않고 20% 정도 나쁜 느낌.

여기서 핵심은 서두에 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다.

본능은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머리로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괴리에서 오는 20%의 감정이다.

당장 나에게 책임이 부여되고 전가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부담스럽다.

즉, 의무감이 동기를 앞서는 것이다.

2. 커피챗은 부담을 지워버린다.

커피챗.jpg

내 생각에 커피챗 문화는 인간의 부담스러운 감정을 덮어주는 좋은 솔루션이다.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겪으며 커리어, 채용, 사업의 성공을 위해 더 많은 낯선 이와 이야기하고, 약하게 연결되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약한 연결을 잘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좁고 강한 연결이 생존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한 연결은 어색하다. 낯선 이와의 소통은 늘 어딘가 부담스럽다.

그 사람의 명확한 의도를 몰라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부담스러움을 해소하는 최고의 방법이 커피챗이다.

3. 커피챗의 전제, 그리고 디스콰이엇

커피챗이라는 규칙은 인위적으로 부담을 덮어둔다.

근데 놀랍게도 그게 먹힌다.

서로 강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님을 즉시 전제로 깔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 지금부터 가볍게 얘기나누는 겁니다." 라고 롤플레잉을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CTO님과의 커피챗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편하고 즐거웠다.

"우리 당신에게 당장 원하는 게 없어요. 그저 당신의 생각이 더 궁금한거에요"

"나도 그래요. 제품의 팬으로서 한 토로이고, 대단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저 디스콰이엇의 생각이 궁금해요"

놀라운 건 이런 전제를 깔고 시작하면, 더욱 유의미한 논의가 오고간다는 것이다.

빠르게 편안해지고, 요즘 느끼는 감정과 솔직한 생각이 오가고,

공감하며 가까워지고, 내 일이 아님에도 그 방법을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어디서 시작된지도 모르는 서구권 문화가 날 무장해제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커피챗이라는 룰이 선언되지 않았다면? 달랐을 것이다.

나는 그렇다. 막연히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부담, 혹은 디스콰이엇에 대한 불만을 열렬히 토로했으니 해결책을 가져가야할 것 같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챗이라는 단어가 나를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줬다.

괜찮다고 해주었다. 이것도 하나의 포용이다.

4. 커피챗 같은 SNS

CTO님과 커피챗을 하면서 이 분께서 진심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곤란해하시고, 해결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았다. 멋있게 느껴진다.

원래 진정성있는 모습에는 본인의 약한 순간이 담겨진다.

나는 이러한 모습들이 디스콰이엇에 많이 담겨야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메이커의 삶은 해결사처럼 멋지게 척척 헤쳐나가는 순간보단 약하고 어려워하는 순간이 많다.

풀기 어려운 문제를 골랐기 때문이다.

그것이 삶의 가치관에 의해서든, 물질적인 목표에 의해서든, 반골 기질에서 비롯되었든 간에

우리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골랐다. 그래서 약해보이고 어려운 순간이 많다.

실제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PM 오픈카톡방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많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도저히 못 버티겠는 고충을 나누기 위해 진솔한 모습을 보인다.

많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많이 본다. 자신이 풀지 못한 버그를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감사해하고, 그렇게 쌓은 실력으로 나중에는 다른 개발자를 돕는다. 그렇게 개발자들은 다같이 빠르게 성장했다.

내 생각에 이러한 선순환은 꼭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무언의 공감대, 어떠한 강력한 전제가 필요할 뿐이다.

우리가 푸는 문제가 매우 어려운 것이며,
이는 다같이 고민해도 풀 수 있을지 확답할 수 없으며,

그래서 혼자 고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며, 그래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한거고,
우리는 당신을 멋지게 볼 것이며, 공감하고, 응원할 것이며,
그런 좋은 마음을 가져야 결국 나에게도 좋은 기회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공감대 하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디스콰이엇에 계신 대부분의 메이커, 투자자, 고객 분들도 위의 전제를 이해하고 계실거라 생각한다.

그 공감대가 수면 위로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을 뿐.

왜 우리는 실명을 공개한채로 가볍게 글을 쓰기 어려울까.

약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고충을 토로할 수 없을까.

가볍게 떠오른 실없는 소리를 할 수 없을까.

어쩌면 위 공감대가 충분히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포용은 공감대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맺으며

나는 퇴사를 하고 많이 허우적거렸다. (사실은 지금도 계속)

게임회사의 경력을 살려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진심 어린 존중이 부족했다.

그래서 스타트업 면접이 아니라 스타트업 공부를 먼저 했다. 존중을 배우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DDP에 가서 피칭을 들어보고, 사업기획 스터디에서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겸손하고 깊은 생각, 진중한 모습에 감동받았다.

피칭할 땐 반짝반짝 세상을 구할듯이 빛나지만, 스터디에서는 피곤함에 절어있는 동일인물을 본다.

사람의 삶은 원래 양면적이다.

내 이력서엔 멋지게 일한 모습만 담아두었지만, 내 일기장에는 일하면서 힘들었던 고충이 잔뜩 적혀있다.

이력을 어필하려면 링크드인을 가고, 고충만 토로하려면 익명 카톡방을 간다. 공부를 하려면 미디어나 블로그를 간다. 책을 읽는다. 하지만 그 곳이 메이커의 삶을 대표하진 못한다. 반쪽짜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스콰이엇은 메이커 삶의 몇 %를 담아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디스콰이엇이 커피챗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또렷한 목표의식이 있어도 서로 경계하지 않는 곳.

내 생각을 누군가 나쁘게 보진 않을까 의심하지 않는 곳.

내 비즈니스적인 의도가 왜곡되지 않는 곳.

서로 허접한 순간도 나눌 수 있고, 솔직하게 이런저런 얘기하는 곳.

그러면서 성장하는 곳.

커피챗은 실은 명확한 목적이 있다.

그것이 네트워킹이든, 고객인터뷰이든, 채용이든, 투자이든, 자문 또는 조언이든.

그 목적을 분명히 드러내는지, 아니면 상호동의 하에 희미하게 희석시키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목적을 나쁘게 보지 않고,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규칙으로 정해버린다.

그렇게 커피챗은 양쪽이 느낄 수 있는 부담스러움의 감정을 손쉽게 덮어버린다.

문화라는 규칙으로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디스콰이엇도 그런 것들을 덮어버리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디스콰이엇에서 글을 쓰는 게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메이커로서의 삶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일수도 있겠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지내면서도, 계속 반짝여보여야 하는 삶이라서.

규칙을 정하면 어떨까요?

자, 이제 디스콰이엇에 들어왔으니 우리 터놓고 이야기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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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신동한

Disquiet에 글을 쓰기 무서웠던 이유 (ft. 첫 포스팅)

최근 Disquiet이 무거워졌단 문제의식이 포스팅되고, 운영진과 사용자들이 서로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걸 보았습니다.

그 덕에 용기가 나서 한 명의 사용자로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제 스스로는 메이커 분들의 귀한 정보를 얻어가면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점이 맘에 걸렸는데요.

일방적으로 훔쳐보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묘한 죄의식(?), 부끄러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VoC 하나라도 글로 남겨보면 어떨까하는 심정으로 글을 끄적였습니다.

Disquiet의 인풋 지표로 '포스팅 수'를 매우 중요하게 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규 포스팅 유저 수' 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해요.
이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 구체적으로 여태 포스팅하지 않았던 이유(마음의 허들), 1년 가까이 실사용하며 겪은 솔직한 감정을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제 생각에 지금의 Disquiet은 갈수록 점점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드는데요. 정확히는 글솜씨 뿐만 아니라 경력, 소통능력, 제품개발 능력, 시간적 리소스까지 두루 갖춘 짱짱한 메이커분들의 글만 남게되는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여지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익명성과 같이 1가지 원인으로 단순히 귀결시킬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에게 디스콰이엇은

우선, 저라는 페르소나가 바라보는 Disquiet을 말씀드려볼게요.

Disquiet은 다른 커뮤니티와 다르게 메이커들의 생생한 결과물 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의 정보를 얻어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메이커들이 느끼는 감정과 온도까지 알아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타 커뮤니티에서 느껴보지 못한 현장감이 느껴진달까요.

매우 Live하고 Warm한 정보가 넘치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유독 이 점을 크게 느끼는 이유는 제가 이 씬에 속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진 그렇습니다만. 저는 스타트업 씬에 들어가기로 확실히 마음 먹었습니다. 이 곳에서 많은 분들의 열정을 느낀 덕이 큽니다.)

디스콰이엇을 눈팅할 때는 이런 인상을 받아요 (질 높은 정보)

저는 1년 넘게 눈팅만 하고 포스팅은 하지 않았습니다.

커뮤니티는 눈팅으로 시작하고, 그 후에 글 쓰는 게시자로 전환되는 구조를 갖지요.

그래서 글 쓰기 무서운 이유를 논하기 전에 눈팅하는 입장에서는 디스콰이엇을 어떻게 느꼈지를 먼저 말씀드리려 합니다. 글 쓰기를 마음먹기에 앞서 독자로서의 아주 긴 사용자 여정과 맥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디스콰이엇의 독자는 메이커 현장의 모든 디테일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큰 매력이죠.

(WHO)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이
(WHEN) 요즘에

(WHY)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WHAT) 이런 제품을
(HOW) 이런 방식으로 만들고 있구나

(LESSON LEARNED) 그 과정에서 이런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고


+


(RESULT)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지표는 이렇구나
(INTERACTION) 내가 궁금한 점도 직접 물어볼 수 있고, 직접 네트워킹할 수 있다.

이렇듯 디스콰이엇은 메이커들의 A부터 Z까지 엿볼 수 있는 감사한 곳입니다. 시의성있고 질 높은 맥락 정보가 넘칩니다.

이런 곳은 흔치 않아요. 세상엔 다양한 정보의 창구가 있지만 보통 이가 하나씩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시)

  1. 정보 전달식(개인 블로거 한정) : Brunch, Medium, Substack
    -> 익명성으로 글쓴이의 배경을 알 수 없으며 (WHO 부재)
    댓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 (NTERACTION 부재)

  2. SNS : 커리어리, 링크드인
    -> 글쓴이의 메이킹 로그가 아니다. 일과 업계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많고, 본인이 현재 만들고 있는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거의 공유되지 않는다. 특히 커리어리의 경우, 외부 글을 공유하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2차 정보 위주 (WHAT, HOW 부재)

  3. 기술 블로그 (기업)
    -> 모든 점을 두루 갖췄지만 소통이 부족하다. (INTERACTION 부재)

  1. 책
    -> 출판이 오래걸려 시의성이 늦다. 소통이 부족하다 (WHEN 부재, INTERACTION 부재)

다들 매체마다 뾰족한 장점을 가졌지만, 그 대신에 이가 하나씩 빠져있지요.

이런 점을 모두 커버하는 디스콰이엇. 저 같은 독자에게는 장점이 빛나는 곳입니다.

문제는 그만큼 글쓴이의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점입니다.

독자로서의 장점이 곧 글쓴이의 부담.

독자일 때 A부터 Z까지 알 수 있었다는 건, 글쓴이가 되는 순간 A부터 Z를 커버해야된다는 소리가 됩니다.

현재의 디스콰이엇은 독자에게 매력적인만큼, 글쓴이에겐 그만큼 큰 부담을 지어주는 것 같습니다.

  • 나의 신원을, 특히 좋은 경력을 명확히 밝혀야 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 같아요. (WHO)

  • 오래 전이 아닌 최근의 일을 적어야할 것 같아요. (WHEN)

  • 이 제품을 만드는 이유와 명분이 분명해야할 것 같아요. (WHY)

  • 내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아요. (WHAT)

  • 만드는 방식과 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할 것 같아요. (HOW)

  • 스스로 진지하게 배우는 점까지 있어야할 것 같아요. (LESSON LEARNED)

  • 반응 수, 비판에 상처받지 않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RESULT)

  • 댓글이나 채팅이 들어오면 친절히 답변해야할 것 같아요. (INTERACTION)

꼭 디스콰이엇에 글을 써야하나?

  • 나의 배경을 밝히지 않고 마음껏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내가 아닌 타인의 제품과 생각을 가져와서 커리어리에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갑자기 번뜩이는 강렬한 생각이 떠올라 짧게 링크드인에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시간을 한번만 잔뜩 들이면 자사의 기술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추후 댓글이나 채팅으로 인터랙션에 대한 추가 리소스를 쓰지 않습니다.

  • 시의성이 오래 지나도 이를 잘 정리하고 엮어서 책으로 출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콰이엇에 글을 쓰는 사람은

위의 다른 옵션을 배제하고, 디스콰이엇을 골랐다면

그 사람은 앞서 말한 점들을 모두 커버할 여력이 있는 분일 확률이 높습니다.

맨 처음 서두에 말했던 짱짱하신 메이커 분들이지요.

  • 내가 누구인지 신원과 배경을 아주 명확히 밝힐 수 있고 (WHO)

  • 최근, 시의성 있는 내용이며 (WHEN)

  • 나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며 (WHAT)

  • 만드는 방식과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고 (HOW)

  • 최초 문제의식,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점까지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으며 (WHY, Lesson Learned)

  • 내가 올린 글 또는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비판에 상처받지 않을 용기가 있으며 (RESULT)

  • 추후에 댓글 Q&A와 소통에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INTERACTION)

이런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저는 아니었는데요.

  1. 제가 누구인지 신원과 배경을 아주 명확히 밝힐 수 없었고 (WHO에 대한 부담)

  2. 올린 글에 대한 반응에 상처받지 않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RESULT에 대한 부담)

그래서 저는 스타트업 면접을 보러다니며 제 경력과 배경이 이 씬에서 크게 무시받지 않음을 깨닫고 (WHO) 브런치라는 익명 플랫폼에서 내가 쓰는 글의 반응이 괜찮다는 것을 먼저 검증한 뒤에야 (RESULT)

이렇게 디스콰이엇이라는 커뮤니티에 첫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같은 쫄보는 이렇게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넙니다.
쿨하게 도전하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았죠. 이 글을 쓰는 데에도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고, 글을 쓰는 지금에도 무언가 인사이트 있게 보여야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가진 채로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짧게 VoC처럼 남기려던 글이었는데, 마치 분석이라도 하는 듯이 과하게 길어지는 듯하네요,,)

저는 아직 링크드인에 글을 쓸 엄두도 못 냅니다. 출중한 경력도, 인사이트와 글솜씨도, 영어 능력도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링크드인의 피드를 보고 있자면, 마치 이 정도 경력은 해온 사람이어야 거기서 한 마디 거들 수 있을 것 같은 무언의 콧대가 느껴지기 때문이죠.

결국, 이 문제를 풀어가려면

무책임하게 열심히 글은 풀어놨지만,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ㅎㅎ

결국 컨텐츠의 질과 양을 저울질하는 일이 될 텐데요.

컨텐츠의 질은 유지하면서 양을 늘린다는 건 동시에 2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라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그 보다는
(1) 잠깐동안 컨텐츠 질의 편차가 커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쓸 수 있게 허들을 낮추고

(2) 그렇게 진입한 신규 생산자도 질 높은 컨텐츠를 만드는 핵심 생산자로 발전하도록 돕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 기존의 사용자가 생산한 포스팅의 높은 퀄리티가 장벽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존 사용자들이 신규 사용자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하죠.

일례로, 제가 속한 PM 오픈카톡방은 원래 경력자 위주였는데요.

요즘 들어 경력 없는 신입 분들이 많이 들어오십니다. PM 지망생으로서 현업자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들어오죠. 근데 가만보면 신입 분들이 쉽게 말씀을 못 꺼내십니다.
조금 생각이 짧은 질문을 했을 때, 톡방에 있는 경력자분들로부터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한 WHY, WHY, WHY 꼬리질문과 더 많은 고민과 생각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다소 힘 빠지고 자괴감 드는 답변이 돌아오기 때문이죠. 어찌저찌 답변을 받아 JTBD를 달성했어도 '나는 멀었구나'하고 자존감은 너덜너덜해집니다.

이러한 콧대, 눈높이 맞추기 실패는 신규 참여자의 온보딩 실패로 이어집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배우는 것은 유익하지만 커뮤니티는 유익함 뿐만 아니라 받아들여짐이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커뮤니티는 단순히 정보 공유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집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포용력이 중요합니다.

보통 커뮤니티를 할 땐 그 속에 속한 사람들을 1가지 퍼소나로 일반화해서 규정하게 됩니다. 다들 비슷비슷할거라 평준화된 관점으로 보게 되죠. 서로 가지각색, 능력이 다양하고 차등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잘 열어두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퍼소나는 중요합니다.

사용자는 자기 자신과 커뮤니티의 퍼소나를 비교합니다.

"나는 디스콰이엇의 퍼소나에 부합할까?"

그 퍼소나가 흥미롭거나 멋있게 느껴지면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독자가 되지요.

나아가 '그 퍼소나가 나랑 부합하다. 내가 그 사람이다.' 라고 동일시하는 순간부터 글쓴이(참여자)가 됩니다.

현재의 디스콰이엇은 독자를 끌어모을 충분한 멋짐을 가진 것 같으나, 참여자가 되기 위한 벽은 꽤나 높게 설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포용적인 네트워킹보단 JTBD 달성을 위해 뽐내기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투자유치, 팀 빌딩을 JTBD로 둔 사람이 마냥 가볍고 허울없는 글을 써내리긴 어려울 겁니다. 반면 가볍게 사이드프로젝트 멤버를 구하러 온 분은 피드에서 투자유치를 노리는 분의 퀄리티 높은 글을 보고 '여긴 내가 뭘 할 곳이 아니구나' 라고 박탈감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들이 나를 껴주지 않을 것 같다면?

제가 몸소 겪었던 문제입니다.

왠지 디스콰이엇은 저를 껴주지 않을 것 같았어요. (물론 이건 지극히 저의 문제이기도 ㅎㅎ)

저는 메이커입니다. 게임을 만들었죠. 그러나 디스콰이엇 식(?)으로 고민하면서 살지 않았고, 그들과 매끄럽게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는 어림짐작, 무언가 결이 다름을 느꼈습니다.

이들처럼 당당히 이름을 걸고 자신만의 글을 올리고, 소통하려면 좀 더 커리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스콰이엇은 저에게 충분히 유용하고 멋있었지만, 디스콰이엇과 저를 동일시할 순 없었죠.

그래서 이 커뮤니티가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졌고, 장기간 소극적으로 눈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무서웠습니다.

맺으며

정말 어려운 문제를 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남겼지만,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질문도 몇가지 나누고 싶어요.

Q. 디스콰이엇은 어떤 포용력을 가졌나요?

Q. 저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용자는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티에 끼워주어야 할까요?

Q. 디스콰이엇은 커뮤니티의 건강함, 다양성을 어떤 식으로 측정하고 만들어가야 할까요?

p.s. 그나저나 끼워주실거죠 다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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