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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디 창업기 #45] 3대 255kg

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를 이른바 3대 운동이라 부른다. 헬스를 매주 1-2회 한게 어느새 10년이 됐는데, 그간 내 가장 큰 목표는 건강이었다.

이왕 하는 거 좀 더 해볼까 싶었다. 몇몇 운동 유튜버가 하는 말을 들어보고는 나도 중량을 올려봐야겠다 싶었다. 신기하게도 중량을 올리려 노력하니, 생각보다 더 올라가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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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준 벤치프레스 65kg, 스쿼트 90kg 그리고 데드리프트 100kg을 달성했다. 3대 운동 255kg이다. 내가 100kg을 들어 올리다니, 신이 난다.

최근 비즈니스 코칭을 받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님, 사업은 프로그래밍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다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도하고, 완성도를 조금씩 올려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 번에 100kg를 들려는 생각을 내려놨다. 오늘 80kg이면, 다음 주에는 85kg, 그 다음 주에는 90kg을 하면 되지. 주말마다 3대 운동을 5kg, 10kg씩 늘리는 것처럼 사업에서도 80% 완성도에서도 그만 고민하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초기 기업 대표에게 요구되는 능력치 중 하나는 꽤 괜찮은 확률의 가능성의 적정 수준을 측정하고, 최소한의 서포트만으로 꽤 괜찮은 확률의 가능성을 갖는 기회를 빠르게 만들어내며, 기회가 연결됐을 때 상대가 납득할 정도의 수준으로 빠르게 팀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3대 300kg가 돼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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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디 창업기 #44] 창업 2주년 회고

라프디 법인을 설립한지 만 2년이 지났다. 라프디는 3년 차 기업이 됐다. 1주년 창업기가 37번째 글이었으니 지난 1년은 칼럼을 거의 못 쓰면서 보냈다. 글 쓰기 좋아하는 내가 글을 못 썼으니, 어떤 상태였는지는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1년 동안 많은 고민과 감정을 경험한 내게 단 한 문장을 말하라고 한다면, ‘결국, 살아 남았다’라고 답하겠다. 초기 기업에게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생존’을 해낸 것에 대해 충분히 자랑스럽다. 여전히 나와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지난 1년 동안의 라프디 이야기를 풀어본다.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비즈니스 ▲라프디 정체성 ▲대표의 경영 철학 등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해본다.

이 외에도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에서 수천명에게 링크디를 알린 이야기 ▲마포 비즈니스 센터에서 우수 기업이 된 이야기 ▲엔터프라이즈급 기업과 계약한 이야기 ▲원하던 캐릭터를 채용한 이야기 등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라프디에서는 우리가 기존 조직에 남았더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왔다. 어느 하나 우리의 고민이 닿지 않은 게 없다. 온전히 우리가 고민한 우리의 선택으로, 이 경험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부끄러움 없는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이제 3년 차가 된 라프디는 구성원 개개인의 커리어만이 아닌 라프디로서의 스토리가 생겼다. 이제 우리를 만나는 고객은 어떤 제품이냐를 묻지 않는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다른 기업의 사례와 자신의 기업에 적용할 방법을 묻는다. 단순히 개발팀이 아닌,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분야의 기업인 라프디에게 조언을 구한다.

온전히 쌓아 올린 우리의 이야기는 복리 효과로 지난 2년에 정비례하는 정도의 결과를 낼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새 무수히 엮인 파트너십과 고객사 그리고 쌓인 경험치로 라프디 자체의 역량도 올랐다. 어쩌면 3년 차에는 지난 2년 동안은 상상하지 못했던 신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을 하고, 결과는 순리에 맡겨라’는 스토아 철학에 따라 라프디는 지금까지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또 1년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3년 회고를 하는 시점에도 앞서 2년처럼 부끄럼 없는 우리 이야기를 쌓은 3년이 되길 희망한다.

지난 2년을 라프디에서 나와 함께해준 동료에게 감사를 전하며, 2년 회고를 마친다.

<링크에서 본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요약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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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디 창업기 #43]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캐릭터의 레벨이 오를 때가 있다. 띠링! 하고 효과음이 발생하고, HP와 MP가 모두 회복되며, 새로운 스탯과 스킬 포인트가 생긴다. 레벨에 따라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직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게임 속 세상이지만 가끔은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효과가 생기면 좋겠다 싶다. 내 레벨이 몇이고, 내가 찍은 스탯과 스킬 포인트가 몇점이며, 그래서 내 수준이 수치화 됐으면 하는 상상 말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지, 웹 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는 이런 상상을 글로 표현했고, 이어서 웹툰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상용화가 됐다.

내가 가진 스탯

스탯(Statistics, 통계수치)은 게임에서의 능력치를 뜻하기도 하고, 스포츠에서 선수의 성과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평범한 직장인도 나름의 스탯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왔다.

최근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에 입교해 많은 동기 대표자들과 코치, 교수님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초기 창업 기업 대상 정부 과제에 모조리 탈락한 시점에는 도대체 왜 내가 합격하지 못했는지 불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청창사에 입교하고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첫 번째 충격은 나이였다. 청창사는 만 3년 미만 사업자와 만 39세 미만 대표자만 지원할 수 있는데, 나는 당연히 30대가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입교하고 보니 20대 대표자들이 절반이 넘었다. 그토록 지원했건만, 나는 늘 탈락해왔는데. 저들은 도대체 왜 벌써 이 기회를 얻었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정말 재능의 영역이 있구나 싶었다.

두 번째 충격은 그들의 스토리였다. 나는 30대 후반이 돼서야 기회를 얻었고, 14년의 커리어를 기반으로 창업 스토리를 꾸려 간신히 합격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20대에 내 스토리보다 훨씬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었다. 심지어 이미 매출을 내는 대표자들도 있는데, 더욱 충격인 건 창업한지 만 1년이 채 되지도 않은 대표자들도 많았다. 어떻게 20대에 30대보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었으며, 더 성공적인 사업을 꾸리고 있을까?

세 번째 충격은 멘토링이었다. SNS에서 정부의 창업 과제를 비판하는 글을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심사 평가자의 역량이나 각 사업 계획서를 평가하는 시간, 불필요한 행사와 무의미한 멘토링에 그저 시간만 낭비한다는 글이다. 어느 누구 하나를 짚어서 말하는 게 아니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이런 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지난 1개월 반 동안 굉장한 기회를 얻어왔다. 매 강의마다 지루할 틈이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으며, 강의를 마친 후에도 강사님들과의 네트워킹이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은 실제 10여년 사업을 이끌던 대표였으며, 이미 많은 코칭을 진행한 교수이자 멘토였다. 이제서야 이 기회를 얻은 게 너무도 아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이 기회를 얻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대표자에게 요구되는 스탯이라 하면 매출, 고용 따위가 될텐데 단순히 스탯 자체에서 내게 절로 겸손이 주어지는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마치 <나 혼자만 사업 레벨업>이란 소설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내가 가진 스킬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를 보면 기의 흐름을 읽는 고수들이 등장한다. 워낙 상상 속의 이야기라 콧웃음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상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마 더 시간이 흐른 뒤에도 푹 빠져있을 상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최근 내게도 어떤 기의 흐름이 보인다. 바로 사람의 호감도다.

나는 개발자로 10년을 일했고, 언론사에서도 IT 기자를 했기 때문에 엔지니어 베이스의 창업가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엔지니어 베이스의 창업자는 제품 개발을 최우선으로 둔다. 나도 그랬고 이는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게 가장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극한의 효율러다. 효율이 낮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효율을 추적하지 못하면 좌절하고, 효율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우울하다. 그게 곧 엔지니어의 KPI이자 자존심이다.

내가 창업한 라프디는 어필리에이트 SaaS, 링크디를 만든다. 링크디를 처음 만들 때 내가 가장 자신할 수 있었던 건 MVP를 정말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였다. 실제로 링크디는 법인 설립 후 1개월만에 MVP를 만들었고 이 MVP를 가지고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내가 일반적인 엔지니어 베이스 창업자와 조금 다른 전략을 세운 게 있는데, 아무리 SaaS 사업이더라도 고객과 오프라인으로 만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일해본 적은 없으니 SaaS 사업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SaaS 개발자로 일해보고 SaaS 사업을 해본 대표자로서, 우리나라에서 SaaS 사업을 잘 꾸리려면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SaaS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업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라프디 대표로서 갖는 경영 철학 중 하나다.

내가 자신있게 이 전략을 말할 수 있는 건 얼굴을 마주한다는 건 효율적이지 않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즉, 효율을 추구하는 엔지니어 베이스 창업자가 갖기 어려운 특성이다. 이는 마치 판타지 소설 속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구사하는 마검사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엔지니어 베이스 창업자가 고객을 만나게 되면 굉장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바로 나 혼자 미팅에 가도 모든 답변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링크디는 내가 설계를 시작했으며, 팀에서 함께 고도화해온 서비스다. 제품의 아이디어와 구현 방안, 실제 아키텍처를 모두 숙지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의 확장 방향성도 내가 추측할 수 있으며, 따라서 고객이 ‘지금 없는 이 기능, 앞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 실제 제공 시점과 별개로 가능 여부를 그 자리에서 답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이 답변에 굉장한 시원함과 신뢰를 느끼는 고객이 많다.

어쩌면 엔지니어링을 이해하면서 비효율을 이겨내고 대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내가 가진 어떤 스킬이 아닐까 싶다.

깨어나는 직업 스킬

게임에서는 고급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 레벨이 요구될 수 있다. 레벨 10 이상부터 파이어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다. 다소 게임 오타쿠 같지만 넘어가자.

창업 후 2년간 대표자 신분으로 영업을 다니다 보니 그동안 구사하지 못했던 어떤 감이 깨어난 듯하다. 굳이 텍스트로 표현하자면 상대의 호감도가 느껴진달까.

앞서 SaaS 사업에서도 얼굴을 마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라포 형성’이라 부른다. 라포(Rapport)는 심리학 용어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신뢰 관계 또는 유대감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화 상대가 내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가 라포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당장 떠오르는 세 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1. 감사

첫 번째는 감사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뭐가 감사하냐 할 수도 있겠다. 나도 이렇게 영업을 다니기 전까지는 영업 사원들의 친화력이 참 신기했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순댓국집에 가면 순댓국을 주문하지 않고 철판볶음을 주문한다. 순댓국은 서비스로 받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처음 만난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건 ‘나를 만나준 것에 관한 감사’다.

그렇다고 빈 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이건 나를 만나주지 않은 사람을 무수히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사함이 나온다. 얼마나 감사한가? 귀찮고 바쁠텐데, 그것도 자신의 업무 시간을 내어서 나를 만나주다니. ‘바쁘실 텐데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멘트 한 번에 어색한 분위기 자체가 밝아지며 미팅이 시작된다. 물론 미팅을 마칠 때도 똑같이 감사하며 마친다. 그동안 나를 만나주지 않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2. 공감대 형성

두 번째는 공감대 형성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0년을 일했고, 팀장과 부서장을 경험했다. IT 기자때는 수백명의 개발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자와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건 내게 너무도 쉬운 일이다. 하다못해 ‘요즘 AI IDE 뭐 쓰세요?’라는 질문만 던져도 신이 나는 게 개발자란 종족이다. 신이 난 개발자는 내가 말을 막아야 할 정도로 말이 많아진다.

마케팅 솔루션을 만들다 보니 마케터와도 참 많이 만났다. 이들은 늘 ROAS라는 KPI에 압박을 느끼고 있고, 다양한 노가다 작업에 지쳐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잘 나가는 업체는 이렇게 하라고요?’라는 레퍼런스다. 마케팅이라는 게 개발과는 달리 마케터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개발은 개발자가 개발을 잘 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된다. 때문에 개발자는 자신이 잘 하기 위한 도구 따위에 관심이 많고, 마케터는 자신보다 잘 하는 레퍼런스 정보에 관심이 많다. 타 업체의 마케팅 방법은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 때문에 이런 정보는 내게 어려운 재료가 아니다.

상대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물어봐주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 이것보다 강력한 공감대 형성이 있을까 싶다.

3. 칭찬

세 번째는 칭찬이다.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태어났다. 주변인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전과 다른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건 내 노력으로 얻지 않은 기본 장착 스킬이다. 그리고 이는 상대에게 던질 수 있는 칭찬 거리를 찾는 방향으로 스킬 업을 해왔다.

먼저 타인과 조금 다르게 힘을 준 부분을 찾는다. 헤어 스타일이라던가 안경, 시계와 같은 악세사리. 신발과 같은 패션 아이템 등에 힘을 줬다면 이건 의도했을 확률이 높다. 생각보다 단순하다. 나는 그들의 다른 점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보이고, 그 노력에 감탄할 뿐이다. ‘오, 헤어 스타일이 매력적이시네요’, ‘오, 안경 스타일이 독특하시네요.’, ‘오, 신발 컬러감이 좋습니다.’ 역시 빈 말이 아니라 그렇게 보일 뿐이다. 전혀 오바할 필요 없다. 그리고 대체로 동성인 남성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동성에게 칭찬하기 가장 쉬운 것 중 하나가 목소리다. 나는 다소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졌는데, 때문에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관한 갈증이 있다. 적어도 지난 14년의 커리어 중에서 30여년의 삶 중에서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 중 자신의 목소리를 컴플렉스라 느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매력적인 목소리를 칭찬하는 건 거저 먹는 칭찬 거리다. 근데 진짜 부럽다.

이성인 여성은 칭찬 난이도가 다소 높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고, 일을 하며 그런 오해를 만들면 정말 조금도 좋을 게 없다. 이럴 때 가장 쉬운 칭찬은 상대의 노력에 관한 칭찬이다. ‘팀장님, 늘 친절하게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리님, 바쁘실 텐데 제 문의에 늘 빠르게 회신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장님, 혼자 일 다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업무 처리하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나? 고맙다는데 뭐가 고맙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지난 창업기를 쓰고 벌써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내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헤어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가르마 펌을 했는데 이렇게 긴 머리로 펌을 한 건 내 인생에 처음이라 주변 지인들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리고 나는 내 헤어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오늘 펌을 한지 한 달 만에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주변에서 너무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런걸 다 떠나서 제가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표정이 바뀌더니 너무 즐거워했다. 종종 조수에게 맡겼던 드라이도 직접 해주고, 머리에 볼륨도 넣어줬다. 그냥 내 한 마디로 선생님의 토요일 오후가 살짝 기분 좋아졌다는 사실 자체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묘한 소리가 들렸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이야기들 아닌가? 감사해라, 칭찬해라. 지루하고 시시한 얘기라 넘겼던 유튜브 영상 섬네일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감사하며 살면 감사할 일이 생긴다던데, 어째 최근 내 삶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후 2년이 흘렀다. 2년 회고를 아직 못했는데, 2년 중 요즘이 가장 마음이 평온하고 일도 잘 풀리는 것 같다. 여전히 고민이 많고, 걱정도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생각이 왠지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어쩌면, 그동안 다음 스테이지가 허락되지 않았던 건, 진입 허용 레벨 제한에 걸려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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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디 창업기 #42] 7전 8기, 창업지원사업…청년창업사관학교 합격

라프디가 2025년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사업으로 토스와 직방이 거쳐 간 정부 사업이다. 초기 기업인 라프디에게는 큰 성과이며, 내게는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하며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어제 14시 30분경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온몸의 혈관 속 혈액이 느껴졌다. 청창사에 합격하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

2025년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 예산은 3조 2940억원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정부는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융자 ▲사업화 ▲기술개발 ▲시설공간보육 등을 지원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트업은 시장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많은 초기 기업이 창업지원사업에 애쓰는 이유다.

매년 창업지원사업 결과가 발표되면 희비가 갈린다.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게 되는 기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초기 기업에게는 정말 유용한 자금이 된다. 특히, 대출이 아닌 지원금은 상환 의무가 없는 자금이기 때문에 합격 기업에게는 축하가 이어진다.

물론 조 단위의 거대한 사업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기업이 스스로 성장해야지 왜 돈을 주냐는 의견부터 ▲제대로 된 기업이 지원이 되는 게 맞냐는 평가 측면에서의 비판 ▲브로커 등을 활용한 부정 수급 등에 관한 우려도 있다.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부터의 비판도 있다. ▲지원금이라고 주고선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한다던가 ▲사업과 불필요한 행사가 너무 많다던가 ▲왜 7년 이내의 기업에게만 자격을 주냐는 등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그룹의 의견을 듣는지는 정부의 몫이고, 참여자 입장에서는 만들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지원금이 너무도 필요한 초기 기업 대표자로서 나는 어떻게든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취할 것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내 의견을 적자면, 나는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창업지원사업은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일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정부가 요구하는 자격이나 문서화 등의 스킬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지원사업은 크게 3년 미만과 7년 미만으로 나뉜다. 3년 미만 초기 기업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창업중심대학 등 3개 중 1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중복 수혜 받지 못한다. 라프디는 2년 차 초기 기업으로 3개 사업 중 꼭 하나를 수혜 받기 위한 일정을 잡았다.

3가지 사업은 각 특징이 있는데, 흔히 알려진 바로는 초기창업패키지가 가장 창업자 친화적인 프로그램 구성이라고 한다. 창업중심대학은 대학에서 운영하며 대학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는 자체 보육 프로그램이 꽤 빡빡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들었다. 대부분 창업자들은 지원금을 위해 지원사업에 지원하기 때문에 초기창업패키지를 선호하고, 경쟁률도 가장 높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청창사에 꽤 매력을 느꼈다. 우선 이번이 15기였는데, 기수제로 운영되는 만큼 동기와 선배 기수와의 컨택이 가능하다. B2B 사업을 하는만큼 이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강의를 싫어하는 창업자가 많지만, 나는 이 역시 매력적으로 느꼈다. 사업을 꾸리다 보니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껴왔다. 재무, 인사, 행정, 특허 등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정확히는 각 분야 전문가인 강사분들과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후속지원사업도 꽤 매력적이었다. 정해진 지원금 외에도 행사 부스 지원이나, 마케팅 비용 등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 목록에 올라간다.

이것 외에도 청창사 입교만으로도 홍보 콘텐츠가 되며, 이후 채용에서도 우리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때문에 3가지 정부사업 중 청창사를 희망했던 내게는 ▲청창사가 가장 먼저 사업 공고가 올라온 것 ▲빠르게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7전 8기 창업지원사업

창업지원사업 이야기를 하려면 2015년으로 올라가야 한다.

2015년 당시 나는 사내에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SWIKI>를 미니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매일 수작업으로 IT 뉴스를 큐레이션해 푸시로 쏴줬는데, 이때 내 마음이 끓어올랐다. 매일 스타트업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나도 이 시장에서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게 12월 31일 퇴사 후, 2016년부터 나는 2년 동안 스타트업 시장에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지원사업을 알게 된 후 ‘예비창업자’ 신분이 갖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사업자를 내지 않았고, 이때부터 지원사업 경험치가 시작됐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서울시 구로구에서 운영하는 PSWC 프로그램에 합격해 사무 공간을 지원받기도 했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VC와 미팅을 하기도 했는데, 지원사업은 나와 인연이 없었다.

2년 동안 첫 창업 시기를 경험하며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이 어떤 구조인지, 어떤 기업들이 수혜를 받는지. 내가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어떤 순서로 채워가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후 개발자가 아닌, IT 기자로 일하며 코딩이 아닌 글쓰기로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아닌 미디어 업계를 경험하며 두 업계의 차이점을 배웠고, 업계가 달라지고 업종이 달라지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배웠다. 특히, 사업계획서에 들어가는 ‘연평균성장률’ 따위가 실제 업계에는 어떤 결과로 보이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개발자로 돌아와 개발 팀장, 부서장까지 경험하며 성장하는 회사에 속했고, SaaS 비즈니스를 출시 전부터 안정화 단계까지 함께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고객 대응은 어떻게 하는지. 고객이 늘어나면 내부에선 어떤 일이 필요하며, 채용과 팀빌딩은 어떻게 하는지. 조직이 커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어떤 포지션에 어떤 캐릭터가 필요한지를 배웠다. 퇴사한 지 2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가끔 그 시절 꿈을 꾸는 걸 보면, 한켠에서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있는 듯싶다.

그렇게 다시 창업자가 되며 2016년의 실패가 떠올랐다. 그때보다 어떤 부분이 보완 됐는지, 어떤 부분이 여전히 부족한지. 개발자 출신 창업자가 갖는 장단점이 무엇인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증명하지 못하는 영역은 무엇인지. 2016년보다는 분명히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성과가 있었다.

2023년에는 창업 후 지금 입주해 있는 <마포비즈니스센터>에 합격했다. 이 역시 정부지원사업 중 하나로 보육공간에 해당한다.

사실, 2024년에는 지원사업에 합격할 줄 알았다. 분명히 보완이 됐고, 2016년 문서를 보니 당연히 탈락이구나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아쉽지만 2024년에도 지원사업은 탈락했고, 너무도 높은 벽이라 느껴졌다.

지원사업이 됐다는 것 자체가 사업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지원사업이 없어도 당연히 성공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성공하는 게 더 단단하고 건강한 성공이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2024년 말, <마포비즈니스센터>에서 연결해 준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2025년 지원사업을 위해 가볍게 사업계획서를 검토받으려는 생각이었는데, 3시간 동안 사업계획서의 부족함을 들었다. 그동안 많은 멘토링과 교육을 받아왔지만, 내 절실함이 더 커져서인지 마치 내게 내려온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그 뒤로 교수님을 많이 괴롭혔다. 멘토링을 더 잡아 달라고 <마포비즈니스센터>에 떼쓰기도 했고, 교수님께 따로 연락을 드리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은 더 봐줄 테니 연락하라고 했다.

처음이었다. 내 서류를 5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봐준 사람은. 내 사업계획서인데, 나보다 더 집중해서 봐주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5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심지어 나도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고작 10페이지 문서를 들고 5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귀인이구나 싶었다. 세상엔 내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게 애썼음에도 원치 않는 결과를 받기도 한다. 반면 아무런 노력 없이도 주어지는 행운이 있는데, 교수님과의 멘토링이 그 행운이었다.

돌아보면, 내 사업계획서에는 제품만 있었다. 뭘 어떻게 만들겠다만 있는 사업계획서를 교수님과 수십 시간 대화하며 보완했다. 이 사업이 ▲어떤 문제를 푸는 것이며 ▲어떤 시장이고 ▲누가 고객이며 ▲고객을 어떻게 만날 것이고 ▲그들에게 어떻게 팔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당연히 나름의 무언가는 적었었지만, 멘토링을 통해 모든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고통스럽긴 했다. 2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이쯤이면 괜찮겠다 싶은 문서였다. 그런데 그 문서가 갖는 구멍을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 짚으며 이상하다. 의아하다. 부족하다. 듣고 있는데, 그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두 차례 욱 하기도 했다. 뭐가 그리 잘못되었냐며, 나는 고객을 만나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속으로 수차례 짜증도 났다.

이런 나를 두고 몇 번이고 차분히 무엇이 아쉽고, 왜 잘못 되었는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방향을 잡아주었다. 다시 말하지만, 교수님을 만난 건 내 노력으로 된 일이 아닌, 그저 행운이라 생각한다.

발표 심사가 잡히고,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도 꽤 고통 받았다. 충분히 보완한 것 같은데, 발표를 하려고 보니 구멍이 계속 보였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영상을 찍어 주변 지인들에게 뿌렸다. 구멍을 찾아달라고, 이 사업을 모르는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상한 건 뭐든 말해달라고.

십수 명의 지인이 내 발표에 태클을 걸어줬다. ▲이미 지원사업을 합격한 대표부터 ▲영업 ▲변리사 ▲회계사 ▲은행원 ▲개발자 등 각 분야 전문가는 물론 ▲이 사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 ▲이 사업을 처음부터 들어왔던 사람 등 이들의 합리적인 비판을 모두 기록하며 다시 보완했다.

발표 당일, 발표를 마치고 Q&A를 하며 다행히 버벅댄 답변은 없었다. 조금 아쉬운 답변은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크게 후회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 멀미가 났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그동안 많은 발표를 해왔는데, 고작 3명 앞에서 한 발표에 이 정도로 긴장을 했다고? 내가 절박하긴 했구나 싶었다.

2025년 경기북부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라프디가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에 대상자로 선택됐다.

메일을 받기 전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합격자를 검색하는 그 과정에서 혈관 속 혈액이 느껴졌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땀이났다. 합격자를 확인하고, 메일이 수신되고. 문자가 날라오는 이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외근 중이었던 터라 팀원들과 떨어져 있었다. 그룹 통화를 연결했다. 합격했다고.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날 믿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수차례 말했다.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앞으로 좋은 사업 꾸려가겠다고.

마포비즈니스센터 사무국장님께도 전화를 걸었다.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창업지원사업은 여러 주관 기관이 있지만, 그중 K스타트업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이 있다. 그리고 이번 청창사가 내가 넣었던 딱 8번째 사업이었다. 7전 8기. K스타트업 기준 딱 7번 떨어지고, 8번째 붙었다.

나, 창업지원사업 합격했다.

마무리

창업지원사업에 합격했다고 해서 사업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라프디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솔루션, 링크디로 사업을 지속한다. 자사몰에서도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적으로 마케팅 성과를 측정하고, 운영 시간을 단축하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그리고 자사몰이 아닌 독립몰에서도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원금으로 서비스 기획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B2B SaaS 기획 경험과 마케팅 경험이 있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내가 믿는 동료들이 있으니, 나와 함께 아이디어를 논하고 이를 제품 로드맵에 녹여 정리할 수 있는 기획자가 필요하다. 대화해보고 싶은 분은 내게 메일을 주면 좋겠다.

창업지원사업은 여전히 내게 높은 산이다. 온전히 내 능력치만으로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찾아온 행운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지만, 언제 다시 행운이 찾아올지는 모르겠다.

우당탕탕 창업 스토리에 함께해주는 많은 귀인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귀인은 나와 함께 라프디를 만드는 내 동료들 그리고 링크디를 사용해 주시는 고객님들. 그리고 내게 찾아와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앞으로 펼쳐질 청창사 이야기가 참 기대되지만. 딱 이번 주말만 이 합격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라프디를 뽑아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링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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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오세용

[라프디 창업기 #40] 늘 똑같은 결말

생각이 많은 편이다. 늘 문제를 가지고 살며, 문제가 떨어지면 새로운 문제를 찾는 편이다. 문제가 안 보이면 스스로 만들기도 하니 문제 그 자체이기도 하다. 어쨌든 문제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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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관한 생각도 모두가 방향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생각을 이불킥에 사용하고, 누군가는 후회에 사용한다. 누군가는 자책에, 누군가는 아쉬움으로 사용한다. 나는 주로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 해결을 위해 원인을 파헤치고, 해결을 위해 후회하고, 해결을 위해 자책한다. 어쩌면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10년 쯤 일하면 전문가가 돼 있을 줄 알았다. 당시 생각했던 전문가란 어떤 분야에서 굉장한 엣지가 있는, 그러니까 너무도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슉슉 베이는 그런 엣지 말이다. 그런데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의문이 든다. 그런 엣지를 갖는다는 건 어쩌면 망상의 영역일까 하는.

그런데 정말이지 문제 투성이다. 늘 뭔가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마주했던 번아웃만 해도 수십 번은 될텐데, 때로는 그릇 이상의 일을 벌여 그릇이 수차례 깨지기도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름 결과물을 만들려고 아등바등 했는데, 안전지대도 벗어나보고, 역할도 바꿔보고 늘 더 나아지려 했는데. 엣지는 커녕 문제나 좀 안 보이면 좋겠다 싶다.

성장은 계단식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계단을 오르던 몇몇 지점이 떠오르긴 한다. 그때는 정말 계단을 오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면 그게 계단을 오르던 거였더라. 당시 공통점이라 하면 꽤 특이한 경험을 하면서도 굉장히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위안을 해보자면, 동시에 쥘 수 있는 고민의 가짓수가 더 많아진 것 같긴 하다. 멀티 스레드가 됐다고나 할까. 가끔은 깊이도 조금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계단을 오르던 시절처럼 꽤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모든 고민의 결과가 똑같은 곳에 도달한다는 거다.

모든 고민의 결과가 언제부턴가 내 역량으로 이어진다. 조직 생활을 할 때는 늘 해결책이 보였다. 모든 문제는 꼭 내가 풀 필요가 없었다. 때론 상사에게 때론 동료에게 때론 팀원에게 때론 파트너사에게 액션을 요구하면 됐다. 원인을 찾아 어떤 해결책을 낼 수 있다면 액션이 꼭 내 몫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액션까지 내 몫이 되곤 한다. 그 액션을 할 역량이 안 되니 해결책을 찾았다고 볼 수가 없다. 결국 모든 문제의 끝이 내 역량 부족으로 이어진다. 내가 그 경험을 조금만 했더라면, 내가 실무를 조금만 봤더라면, 내가 업계 사람을 조금만 알았더라면, 내가 공부를 조금만 했더라면. 어쨌거나 내가 좀 잘 했더라면.

참 특이한 경험이다. 모든 결론이 내 탓이라니. 굉장히 막막한 상황이다.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는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희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어쩌면 내게 다음 계단이 허락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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