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톤 도중 새벽 2시에 피봇…? 넘어갈게요😇
프로덕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해커톤에 대해 들어봤거나, 참여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주제를 듣고 아이템을 선정한 다음, 길고 긴 밤을 지나 푸석한 상태로 발표를 하지만 마음만큼은 보람차고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는 마약 같은 행사입니다. 만약 안일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면...

이렇게(...) 됩니다. 밤을 새서 프로덕트를 0에서 0.1이라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고 그만큼 지치기도 쉽죠.
해커톤 시작!
총 4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다행히도 LLM에 관심이 많고 노코드 툴로 간단한 프로덕트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초면인 팀원이 있어서 딱딱하게 시작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도시락을 먹으며 자기소개와 함께 가벼운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 : “AI와 마피아게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AI가 마피아, 경찰, 시민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플레이어들은 AI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리합니다. AI가 거짓말을 할 때의 어색함이나, 거짓말을 잘하는 경우 플레이어들이 이를 어떻게 추리할지에 대한 긴장감이 주요 재미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게임 내에서 AI의 행동 패턴이 점차 발전하도록 한다면 플레이어들이 점점 더 어려운 추리를 해야 한다는 도전 요소도 있을 것 같았고요.
밤이 되었습니다. 진짜 밤이요.
오후 3시에 야심 차게 시작한 “카포(AI 마피아 조직의 두목)” 프로젝트가... 오후 10시 정도가 되자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해결하기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아래에 적힌 두 가지였어요.
GPT가 거짓말을 잘 못합니다. : 마피아 역할을 부여하고 시민인 척 연기하라고는 지시할 수 있지만, 그 거짓말의 정도가 너무 가볍고 금방 들통날 정도로 뻔한 수법을 쓰더라고요.
게임 진행 중의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 마피아가 승리하는 조건, 경찰의 최대 인원, 플레이 인원 수에 따른 변수 설정 등 생각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나무위키에 있는 마피아게임 룰을 학습시켜 봤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다가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밤 12시가 되자 "과연 우리가 이걸 오늘(12시가 넘었으니까요)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쁘게 뽑혔다고 해도, 프론트엔드는 고사하고 LLM 결과만 러프하게라도 보여주면 다행이라는 얘기가 오가다가, 결국 새벽 2시, 저희 팀원 모두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결심했습니다.
🙃 : “.........엎자.”
해커톤 (다시...) 시작!
머리도 식힐 겸 밤산책을 다녀오면서, 남들보다 약 11시간 정도 늦게 브레인스토밍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우리가 개발하면서 겪었던 불편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때 했던 얘기들은 아래와 같았어요.
"아까 크롬으로 프레임워크 사용 방법을 찾아뒀는데 다시 보려고 하니까 못 찾겠어. 크롬으로 이것저것 찾다 보니까 탭이 한 40개는 열려 있는데, 닫았는지 열려 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컬러 팔레트 지정하는 거 도와주는 웹사이트가 여러 개 있어서 모아뒀는데, 나중에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서 모아두고 싶어. 그런데 북마크만 해두면 어떤 목적으로 모아뒀는지 기억을 못할 것 같아."
"텍스트를 그대로 복붙하기엔 많고, 직접 요약해서 메모하기는 귀찮아."
"GPT가 잘 알려주기는 하는데, 출처는? 원본은?"
정리해보니, 대체로 웹 브라우징을 하면서 등장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사용자의 브라우징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꼭 기록해야 하는 정보를 정리해주는 앱을 개발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아이디어가 바로 "Staicky(Sticky노트 + AI)"였죠. 사용자가 웹에서 찾은 중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크롬 익스텐션 형태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AI는 다수의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상위 몇 개의 결과만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옵션을 비교하고 선택할 기회가 제한되잖아요. 그래서 정보 간의 특별한 우위가 없을 때 직접 확인하고 정리해야 하는 Pain Point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어...? 왜 맘에 들지?
처음으로 크롬 익스텐션을 개발하는 거라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자바스크립트 기반이라 허들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자료를 참고하면서 빠르게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어요.

사용자가 크롬에서 확장 프로그램을 클릭하면, 화면 오른쪽 상단에 팝업이 떠요. 여기에 브라우징할 주제를 입력하고 녹화를 시작하면 Staicky가 웹페이지에서 중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Stop Recording & Open Summary Link" 버튼을 눌러서 녹화를 종료하고 요약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로우를 생각했습니다.

어...? 성수동 맛집을 소개하는 웹페이지를 돌아다니고 녹화를 중지하니까 꽤 야무지게 정리를 해주는 겁니다.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남은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수상!!!! 저희 팀이 호명되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어요.
실패도 경험이다
처음 시도했던 AI 마피아 게임 프로젝트는 결국 중간에 포기하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너무 소중했어요. 특히 GPT의 한계를 파악하고, 게임의 여러 변수를 고려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직접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유연한 사고
해커톤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빠른 결정이 필요해요. AI 마피아 게임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전환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었고,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같은 아이디어에 집착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커톤은 도전의 연속
해커톤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록 대학생으로서 참여한 마지막 해커톤이자만, 앞으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래에 태그되어 있는 프로덕트 SlashyNote는, 이 아이디어를 버리기 아까워서 개발자와 함께 2주 동안 다듬어서 크롬 웹 스토어에 출시한 버전이에요. 여러분도 무료로,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답니다!
다음에 더 맛깔나는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