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중독자의 고백 -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저는 인스타그램 중독자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에 접속합니다.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 심지어 걷는 와중에도 수시로 앱을 켭니다(화장실에서도...).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없는 인스타그램
보다 정확하게는 초창기 인스타그램을 즐기게 만들었던 ‘친구들과 일상 공유하는 재미’가 사라졌어요. 당장 앱에 접속해봐도 내가 보고싶고 궁금한 친구의 소식은 별로 없어요.
피드는 광고랑 추천 게시물에 점령 당한 지 오래고, 청정지역이었던 스토리 마저도 광고가 공격적으로 침투해오고 있어요. 이제는 내가 팔로우 하는 계정의 스토리 2~3개마다 광고가 2~3개씩 나옵니다. 심지어 작년에는 탭을 해도 넘어가지 않는 스토리 광고가 등장했었는데, 너무 열받더라구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게시물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홍보하고 챌린지 하고 공구하고 팁 나눈다고 하고… 그들에게는 엄청나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채널이니 뭐...
근데 이게 딱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기 시작할 때의 페이스북 같더라구요. 광고 넘쳐나고, 브랜드들 넘쳐나고, ‘OOO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 넘쳐나고 …
그러는 한편, 저도 친구들도 콘텐츠를 덜 올리게 되었어요. 게시물은 정말 아무도 안 올리고, 스토리도 점점 안 올리더라구요. 아, 리그램이나 무언가를 홍보하는 스토리 빼구요.
도대체 왜?
친구들과 제 행태의 원인이 궁금해졌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친구들도 나도 이전만큼 일상을 공유하지 않을까? 왜 이전보다 소통이 줄었을까?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한때 페이스북 헤비유저였던 1인으로서 너무 궁금했습니다. 자문자답도 해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해봤습니다.
팔로워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사실 다 친한 것도 아니야. 근데 안 친한 사람들한테까지 나의 일상을 공유하기 꺼려지더라. 직장 상사한테 주말에 뭐 했는지 알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
인스타그램은 내 아바타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서 빈틈없이 완벽한 나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 편하지는 않아. 오히려 부담스럽지.
내 댓글을 내가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잖아. 그니까 왠지 모르게 센스있게 달아야만 할 것 같더라. 그래서 뭐라고 쓸지 고민도 하게 되고, 썼다가 별로인 것 같으면 지우기도 하고 그래. 그냥 안 다는 게 맘 편하지.
보기 싫은 사람의 소식도 어쩔 수 없이 나한테 보여지는 게 싫더라. 그렇다고 팔로우를 끊기에는 뭔가 … 하면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진짜 친한 친구들끼리만 소식 주고 받으려고 부계정을 만들었거든. 근데 그게 내 본계정을 팔로워들한테 추천 되더라? 함께 아는 친구 보면 대충 누군지도 알 수 있으니까 팔로우 요청 거는데… 그냥 안 하는 척 하고 있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이유가 조금씩 선명해졌어요. ‘너무 개방적이고 공개적이구나.’
개방적이고 공개적인 곳, 광장
저는 디지털 세상의 무언가를 물리적 세상의 무언가와 대응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쿠팡은 대형할인마트, 넷플릭스는 영화관과 오락실이 있는 멀티플렉스, 토스는 은행으로 말이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스레드는 만인에게 접근할 수 있고, 만인을 관찰할 수 있으며, 만인에게 노출할 수 있다는 특징을 공유합니다. 이들 서비스는 물리적 세상의 어떤 것과 대응시킬 수 있을까요? 바로 광장입니다. 인스타그램은 광장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가 아닐까 합니다.
<2014년에 방문했던 타임스 스퀘어>
혹시 타임스 스퀘어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려있어요.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고, 독특한 사람들도 많아요. 인파를 모아두고 덤블링 공연을 한다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뿐만 아니라 코스튬을 입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그리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등 다양합니다.
타임스 스퀘어가 유명한 한 가지가 또 있죠. 바로 광고 전광판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크고 많은 전광판이 타임스 스퀘어를 에워싸고 있어요. 타임스 스퀘어에서 전광판을 안 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워낙 많기도 하고, 화려한 빛이 시시각각 변하니까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하게 되더라구요.
광장의 신기함과 피로함
그래서 타임스 스퀘어에 가면 정말 신기합니다. 별의별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그들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수도 있어요. 수십개의 전광판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많은 브랜드의 광고 영상을 볼 수도 있구요. 음식을 사먹거나 쇼핑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구요.
그러는 한편, 타임스 스퀘어는 피로합니다. 일단 일행과 편히 이야기 나누기 적절하지 않아요. 보는 눈도 너무 많고, 차도 많아서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요. 게다가 코스튬 입은 사람이든 공연하는 사람이든 자꾸 끼어들기도 해요. 광고 전광판에서 나오는 불빛이 시선을 집중하지 못하게 하구요.
그리고 사실 다 비슷비슷해요. 맨해튼에 며칠 지내며 타임스 스퀘어를 여러 날 방문해봤는데요, 대동소이 합니다. 그저께 덤블링 하던 무리는 오늘도 돌고 있구요, 전광판에 나오는 광고도 오늘 나온 게 내일 나올 거예요. 어제 카우보이 컨셉의 기타 치는 아저씨가 오늘도 나와있어요. 별일 없으면 내년에도 나오실 걸요?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명물 'Naked Cowboy'>
광장의 안티테제, 집
신기한 광장이 피로해지면 어디로 갈까요? 아마 편안한 곳일 거예요. 원치 않는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뭐든 마음껏 할 수 있는 곳. 나의 소중한 시간과 시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 곳. 그런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집’입니다. 집에서는 내가 어떠한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요. 내가 누구와 어떤 주제로 어느 수준의 대화나 농담을 하는지 우리 외에는 알 수 없어요.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든, 코스튬을 입고 있든, 덤블링을 하든 아무도 뭐라고 안 해요.
<집에서 박스로 성을 짓고 역할놀이를 하는 Friends의 남자 주인공들>
이처럼 우리가 집에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프라이빗한 환경’ 덕분입니다. 그리고 프라이빗한 환경은 두 가지 특징에서 비롯됩니다.
집은 폐쇄적이에요. 굉장히 개방적인 광장과는 정반대죠. 나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내가 허락한 사람뿐이에요. 예를 들면 집들이에 초대한 나의 친구들, 또는 가족들이죠. 집에 있는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어요. 반대로 나 역시 밖에 있는 사람을 관찰할 수 없기도 하죠.
그리고 집은 사적이에요. 특히 집 주소라는 정보는 매우 사적인 정보입니다. 나의 집 주소는 내가 먼저 알려주지 않는 한 알 수 없어요. 만약 모르는 누군가가 내 집 주소를 알아내서 찾아온다면 굉장히 무섭겠죠. 심지어 아는 사람이어도 알려준 적이 없다면 섬뜩한 경험일 거예요.
한편 사적이지만 사실상 공적인 정보가 있습니다. 핸드폰 번호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주고 받는 명함에 비례해서 카톡 친구 수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카톡에 등록된 사람들 중에 집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여담인데 요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주고 받더라구요. 마치 명함 교환하듯이.
집의 폐쇄적이고 사적인 특징은 원치 않는 방해요소를 차단해서 자유롭게 해주고,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우리에게 안식처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디지털 세상 속 안식처
처음으로 돌아가볼게요. 광장형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인스타그램이 피로하고 재미없어졌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초기부터 써온 중독자로서 짜증나고 불편하고 아쉬운 감정과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불쾌한 감정들은 외면하기에는 꽤 오래 지속되었고,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고 또 대중화 되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갈증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그래서 직접 ‘그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나의 감정과 갈증을 해소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를 위해서요.
편안하면서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안식처를 디지털 세상에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광장은 너무나 많기도 하고, 그렇게 많은 광장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돌아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디지털 자취방, Fort
<이불과 천으로 만든 Blanket Fort>
그래서 팀을 구성하고, ‘Fort’를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Fort는 저와 같은 감정과 갈증을 느끼는 분들을 위한 프라이빗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사용자분들께서 편안하고, 안전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팀의 목표입니다. 마치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잠옷차림으로 눈치 보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놀았던 그 경험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제가 느낀 감정과 갈증에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떠신가요, 공감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자취방에 초대해서 같이 놀고 싶은 친구들과 함께 Fort를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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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o Labs’ 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공대를 졸업하고 컨설팅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스타트업계로 넘어온 지 만 3년이 되어갑니다. 작년 말부터 훌륭한 팀원분들과 함께 Fort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Fort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풀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왜 서비스명을 Fort로 지었는지, 우리 팀은 어떤 가치관을 기 제품을 개발하는지 등을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또 뵙겠습니다.